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3. 왕도정치의 시작
기생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킨 박신규
박신규의 본관은 밀양이다. 급제하기 전에 전주를 지나는데 마침 감사가 큰 잔치를 베풀었다. 박신규는 지나가는 유생으로 말석에 참여하였는데, 도내의 병사, 수사와 수령들이 다 모였다. 잔치를 파하려 할 무렵에 모든 기생들이 잔치에 참석한 수령에게 분분하게 물품 지령서인 체하를 올리니 수령들이 앞을 다투어 써서 주었는데, 한 기생이 유생인 박신규 앞에 와서 꿇어앉았다.
"나는 가난한 선비로 마침 지나가다가 성대한 잔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어찌 너에게 줄 물건이 있겠느냐"
박신규가 웃으며 말하자 기생이 대답했다.
"제가 그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상공은 귀인이므로 앞길이 크게 열릴 것이니 미리 체하를 후하게 써 주십시오"
박신규가 웃으면서 수량을 많이 써서 주었다. 그 뒤에 박신규가 전라 감사가 되자 그 기생이 체하를 바치므로 기꺼이 그 물품을 챙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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