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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1464년(세조 9년)에 태어난 벽송의 본명은 송지엄. 그는 무인이로서 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전쟁 뒤에 찾아오는 비감을 어쩔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다. 대장부가 세상에 나서 마음을 한 번 깨달아 밝혀보지 못하고 남의 막하 군사를 쫓아다니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았으니 비록 여기에 한마의 공이 있다 할지라도 그까짓 허명이 생사해탈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고 본연히 출가를 결심하니 그때의 나이 28세였다. 그는 출가하여 직지사의 벽계정심 선사를 모셨다. 석 달이 되어도 법은 한 마디도 일러주지 않고 매일 땔감나무만 져오게 하였다. 이에 불만을 품고 하산을 결심한다. 내가 안 가르쳐 주었나, 제놈이 알아듣지 못했지. 정심의 말이다. 정심은 산 아래로 떠나고 있는 벽송을 행해 크게 불렀다. 지엄아! 지엄아, 나좀 보고 가거라! 메아리가 계속을 울렸다. 화가 잔뜩 난 지엄은 떠나온 산마루 쪽을 바라보았다. 도가 여기있다. 옛다 받아라! 정심이 무엇을 집어던지는 시늉을 해보았다. 순간 지엄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무엇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감격의 눈물을 철철 흘렸다. 다시 스승께 나아가 큰절을 올리고 용맹정진을 거듭했다. 그는 말년에 지리산에 은거하고 있었다. 어느 날 <법화경>을 강의하다가 문득 방편품 에 이르러 길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중생이 이리석어 스스로 제게 있는 광명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윤회를 받아오므로, 세존께서 이것을 불쌍이 여겨 입이 아프시도록 말씀하신 것이 바로 <법화경 방편품>이다. 그러나 모두 중생을 깨우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 것이요, 정법은 아니다. 정법이란 적멸허확하여 말로써 그 형상을 그릴 수 없는것이니, 이제 너희들이 정말 부처님의 실상을 믿으려면 당장에 자기 마음속부터 들춰내야 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다. 오늘 나도 너희들을 위하여 또 하나의 적멸상을 보일테니 너희들은 절대로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한 마음으로 마음속을 더듬어 보아라. 지엄은 시자를 불러 차를 달여 오라고 하였다. 문답을 나눈 후 시자가 끓여 온 차를 마시고 방장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후로 오래도록 아무 기척이 없어 문을 열어보니, 벌써 앉은 채로 입적에 든 뒤였다. 1534년 11월 초하루 아침이었다. 제자로는 서산의 스승인 숭인을 비롯하여 설은, 원오, 일선 등이 있다. |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2-12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