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북산을 보며 웃네 - 역사 속으로 찾아가는 죽음 기행 : 맹란자
제3장 죽음과의 악수
- 경험하고 싶은 마지막 고통 - 우스펜스키
임종할 때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통제하고 분명한 의식을 지닌 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티베트 사자의 서>는 가르치고 있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음의 삶이 결정되고 다음의 삶을 얻게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죽는 순간, 부디 무의식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그것을 실천한 사람이 있다. 바로 우스펜스키이다. P.D. 우스펜스키는 러시아의 수학자이다. 그는 죽기 석 달 전, 건강이 지독히 악화되어 있었다. 의사가 안정을 취하라고 그에게 충고했다. 그럼에도 우스펜스키는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도 그는 자지 않았다. 여행을 하고, 걷고, 달리며 늘 움직였다. 의사들은 깜짝놀라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나는 모든 고통을 경험하고 싶다. 죽음의 고통이 너무도 격렬해서 무의식이 되어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죽기 전까지 모든 고통에서 견디고 싶다. 그것이 내 속에 충분한 정력을 배양해 줄 수 있도록 그리고 죽음이 왔을 때 완벽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리하여 석 달 동안 모든 종류의 고통을 다 경험하고자 우스펜스키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우스켄스키는 그날, 밤새도록 방안을 돌아다녔다. 의사들이 만류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걷다 죽고 싶다. 앉아 죽어 무의식이 되어 버리는 일이 없게. 잠든 채 죽어, 무의식이 되어 버리는 일이 없게. 우스펜스키가 걸으면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제 조금 남았다. 앞으로 열 발자국이면 다 끝난다. 나는 약해져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을 디딜 때까지 계속 걸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뭔가 하고 있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죽음이 날 사로잡을지 모른다. 긴장을 풀면 잠에 떨어질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나는 결코 원치 않는다. 마지막 한 발을 내딛으면서 우스펜스키는 죽어갔다. 걸으면서 우스펜스키는 푹 주저앉았다. 즉, 죽음이 덮쳐와 마침내 우스펜스키가 쓰러진 것이다. 마지막 한 발을 내딛으며 그는 말했다. 여기까지야, 이것이 내 마지막 한 발이다. 지금 나는 쓰러지려 하고 있다. 떠나가기 전에 말하게 해달라. 나는 저 옛날의 육체를 떨어뜨리고 있다. 당신들은 지금 내 육체가 해방되는 것을 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훨씬 전부터 육체가 떨어진 것을, 그래도 아직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육체와의 결합은 전부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 내부에선 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금 육체만이 쓰러져 간다. 나 에게는 쓰러질 방법도 없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자기의 존재와 이렇게 대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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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12-12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