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破竹之勢) 破:깨뜨릴/깨어질 파. 竹:대나무 죽. 之:갈 지(…의). 勢:기세/형세 세. [동의어] 영인이해(迎刃而解), 세여파죽(勢如破竹). [출전]《晉書》〈杜預專〉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라는 뜻. 곧 ① 맹렬한 기세. ② 세력이 강대하여 적대하는 자가 없음의 비유. ③ 무인지경을 가듯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진군함의 비유. 위(魏)나라의 권신(權臣) 사마염(司馬炎)은 원제(元帝)를 폐한 뒤 스스로 제위에 올라 무제(武帝:265~290)라 일컫고, 국호를 진(晉)이라고 했다(265년). 이리하여 천하는 3국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오(吳)나라와 진나라로 나뉘어 대립하게 되었다. 이윽고 무제는 진남 대장군(鎭南大將軍) 두예(杜預)에게 출병을 명했다. 이듬해(280년) 2월(음력), 무창(武昌)을 점령한 두예는 휘하 장수들과 오나라를 일격에 공략할 마지막 작전 회의를 열었다. 이 때 한 장수가 이렇게 건의했다. “지금 당장 오나라의 도읍을 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곧 잦은 봄비로 강물은 범람할 것이고, 또 언제 전염병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단 철군했다가 겨울에 다시 공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찬성하는 장수들도 많았으나 두예는 단호히 말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지금 아군의 사기는 마치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破竹之勢]’요. 대나무란 처음 두세 마디만 쪼개면 그 다음부터는 칼날이 닿기만 해도 저절로 쪼개지는 법인데, 어찌 이런 절호의 기회를 버린단 말이오.” 두예는 곧바로 휘하의 전군을 휘몰아 오나라의 도읍 건업[建業:남경(南京)]으로 쇄도(殺到)하여 단숨에 공략했다. 이어 오왕(吳王) 손호(孫晧)가 항복함에 따라 마침내 진나라는 삼국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천하를 통일했다. [주] 두예 : 진(晉)나라 초엽의 명장, 정치가, 학자. 자는 원개(元凱). 진나라의 초대 황제인 무제(武帝) 때 대장군(大將軍)이 되어 오(吳)를 정벌하고 삼국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무공을 세움.《춘추(春秋)》《고문상서(古文尙書)》에 통달한 학자로도 유명함. 저서로는《좌전집해(左專集解)》《춘추석례(春秋釋例)》등이 있음. (222~284).
Board 고사성어 2024.06.30 風文 R 384
‘국민의당’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안철수 의원 등이 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을 [궁미늬당]으로 발음해야 할까? 아니면 [궁미네당]으로 발음해야 할까? 이는 ‘의’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가 문제인데, 표준발음법 제2장 제5항을 보면 “‘ㅢ’는 이중모음으로 발음한다”고 되어 있다. 즉 ‘ㅢ’는 입모양을 ‘ㅡ’에서 ‘ㅣ’로 바꾸어 ‘국민의당’을 [궁미늬당]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제5항의 ‘다만 4’ 조항을 보면 “조사 ‘의’는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다”는 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의 경우 원칙은 [우리의]로 발음하지만 ‘의’가 조사로 쓰였으므로 [우리에]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한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의 ‘의’를 조사로 보아 [궁미네당]으로 발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국민의당’의 경우 ‘국민의 당’처럼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를 조사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표기대로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은 [궁미네당]이 아닌 [궁미늬당]으로 발음해야 한다. ‘국민의당’의 홍보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국민의당’에서도 당명을 [궁미네당]이 아닌 [궁미늬당]으로 발음해주기를 원한다는 공식 답변을 확인했다. 앞으로 발음이 조금 어렵더라도 국민의당을 [궁미늬당]으로 발음해야겠다. 덧붙여 ‘ㅢ’의 발음을 좀 더 살펴보면 ‘띄어쓰기’, ‘무늬’처럼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ㅣ]로 발음해 [띠어쓰기], [무니]와 같이 발음하고, ‘주의’, ‘협의’처럼 단어의 첫 음절 이외의 ‘의’는 [ㅣ]로 발음하는 것을 허용해 [주의(원칙)/주이(허용)], [혀븨(원칙)/혀비(허용)]로 발음한다는 것도 함께 알아두면 좋겠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6.30 風文 R 1028
말씀은 가만가만 고속도로를 오가다 보면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표어들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데 그 말이 섬뜩하기 그지없다. ‘졸면 죽는다’ ‘졸음운전은 살인운전’ ‘졸음운전! 자살운전! 살인운전!’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그 표어를 보는 운전자의 정신이 번쩍 들긴 하겠지만 그 뒷맛은 그리 좋지 않다. 죽는다느니, 자살이니, 살인이니 하는 표현은 일종의 협박이요, 언어폭력이다. 물론 고속도로 관계자들의 고충도 이해 간다. 어떤 방법을 써도 줄어들지 않는 졸음운전 사고. 이렇게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서라도 소중한 생명을 지키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고육책이니 한편으로는 고마워할 일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그 효과도 적잖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숭고하더라도 그 방법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언젠가 순천의 선암사에 간 일이 있다. 그 경내의 대웅전을 오르는 돌계단의 난간 끝머리에 부탁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한쪽에는 ‘걸음은 조용조용’, 다른 쪽에는 ‘말씀은 가만가만’이라고 씌어 있다. ‘뛰지 마시오’라든가 ‘떠들지 마시오’라는 위압적 표현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오히려 그 부드러움에 읽는 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져 절로 걸음이 조용해지고 말소리가 낮아진다. 그렇게 낮고 겸손한 목소리로 말해도 그 간절한 뜻이 전달된다. 높고 거친 말은 잠깐의 효과는 있을지라도 결국은 마음을 병들게 한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말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졸음과 싸우는 운전자에게 산뜻한 청량제가 될 수 있는 그런 표어는 없을까.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Board 말글 2024.06.30 風文 R 844
엄한, 애먼 “아버지가 엄하셔서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해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성들의 말을 해석해 준다는 유머 사이트에 따르면 데이트 상대가 맘에 들지 않을 때 거절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이때 ‘엄하다’는 규율이나 예절을 지키는 태도가 바르고 철저하다는 뜻이다. ‘엄격하다’로 바꿔 쓸 수 있다. ‘학생들에게 엄한 선생님’ ‘싸우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엄하게 일렀다’처럼 쓰인다. 그런데 이 ‘엄하다’가 잘못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하라는 숙제는 않고 엄한 짓만 한다’거나 ‘멧돼지 잡으려다 엄한 사람 잡겠네’ 같은 데 쓰인 ‘엄한’이다. 이때는 물론 ‘엄격하다’는 뜻이 아니다. 따라서 ‘엄한’이 아니라 ‘엉뚱한’의 뜻을 지닌 ‘애먼’으로 써야 맞다. ‘애먼’은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엉뚱하거나 억울하게 느껴지는’을 뜻하는 관형사다. ‘애먼 사람이 누명을 썼다’거나 ‘애먼 짓 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처럼 쓴다. ‘애먼’과 비슷한 뜻으로 쓸 수 있는 말에 ‘애매하다’와 ‘앰하다’가 있다. ‘애매하다’는 모호하다, 즉 분명하지 못하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뜻의 ‘애매하다’와 달리 아무 잘못 없이 누명을 쓰게 돼 억울하다는 뜻의 ‘애매하다’가 따로 있다. 우리 속담 중에 ‘애매한 두꺼비 돌에 치었다’거나 ‘천 냥 시주 말고 애매한 소리 말라’ 등에 쓰인 ‘애매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앰하다’는 이 ‘애매하다’가 줄어든 말이다. ‘앰한 사람한테 화풀이하지 마라’거나 ‘잘못한 것도 없이 어머니께 앰하게 꾸중을 들었다’처럼 쓴다.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지만 ‘엄한’과 ‘앰한’ ‘애먼’은 구분해서 써야 한다. ‘엄격하다’의 뜻에는 ‘엄한’을, 억울하거나 엉뚱하다는 뜻으로 쓸 때에는 ‘애먼’이나 ‘앰한’을 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Board 말글 2024.06.30 風文 R 1099
퇴고(推敲) 推:밀 퇴/옮을 추. 敲:두드릴 고 [출전]《唐詩紀事》〈卷四十 題李凝幽居〉 민다, 두드린다는 뜻으로,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침을 이르는 말. 당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자는 낭선(浪仙),777~841]가 어느 날, 말을 타고 가면서〈이응의 유 거에 제함[題李凝幽居]〉이라는 시를 짓기 시작했다. 이웃이 드물어 한거하고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풀숲 오솔길은 황원에 통하네 [草徑入荒園(추경입황원)]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고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그런데 마지막 구절인 ‘중은 달 아래 문을……’에서 ‘민다[推]’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두드린다[敲]’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여기서 그만 딱 막혀 버렸다. 그래서 가도는 ‘민다’‘두드린다’는 이 두 낱말만 정신없이 되뇌며 가던 중 타고 있는 말이 마주 오던 고관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무례한 놈! 뭣하는 놈이냐?” “당장 말에서 내려오지 못할까!” “이 행차가 뉘 행찬 줄 알기나 하느냐?” 네댓 명의 병졸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으며 가도를 말에서 끌어내려 행차의 주인공인 고관 앞으로 끌고 갔다. 그 고관은 당대(唐代)의 대문장가인 한유(韓愈)로, 당시 그의 벼슬은 경조윤(京兆尹:도읍을 다스리는 으뜸 벼슬)이었다. 한유 앞에 끌려온 가도는 먼저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솔직히 말하고 사죄했다. 그러자 한유는 노여워하는 기색도 없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엔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 ‘두드린다’는 ‘고(敲)’가 좋겠네.” 이를 계기로 그후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주] 가도 : 당나라의 시인. 하북성 범양(河北省范陽) 사람. 자는 낭선(浪仙). 일찍이 불문(佛門)에 들어감. 법명(法名)은 무본(無本). 한유(韓愈)와의 사귐을 계기로 환속(還俗)한 후 시작(詩作)에 전념함.
Board 고사성어 2024.06.29 風文 R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