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4. 사림파의 수난
꿈에 과거 시험 문제를 미리 본 임백령
임백령(?-1546)의 본관은 선산이고, 자는 인순이다. 그의 어머니 박씨는 성품이 엄하고 의젓하였다.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임백령이 셋째이다. 형 임억령과 함께 눌재 박상에게 글을 배웠다. 박상이 임억령에게 '장자'를 가르치면서 말했다.
"너는 틀림없이 문장이 될 것이다"
임백령에게는 '논어'를 가르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관각(홍문관과 예문관)을 맡을 만한 문장이 되기에 충분하다"
중종 11년(1516)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3년 뒤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좌찬성에 이르렀다. 명종 즉위년에 충순당에서 모의하여 대윤 일파를 제거한 공신으로 기록되어 숭선부원군에 봉해지고 우의정에 임명되었으며 선조 때에는 을사사화의 당인이라 하여 공신록과 관원 명부에서 추삭(죽은 뒤에 삭제됨) 되었다. 그는 젊었을 때에 과거 공부만 하고 경학은 익히지 않았는데, 어느 날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알려주었다.
"이름을 괴마라고 고치는 게 좋을 것이며, 또 강독할 때에 경서는 어느 장에서 출제될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 그 일을 낱낱이 기억할 수 있었으므로, 즉시 촛불을 밝히고 일어나 노인이 가르쳐준 그 장을 뽑아 내어 따로 책자를 만들어 읽고 익혔다. 그리고 이름을 괴마로 고치려 하였지만 별다른 뜻이 없음을 싫어하여 별호로 삼았다. 그러다가 과거에 응시하여 강독하러 들어가서 문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답을 하였더니, 시험관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이 수험생은 괴마가 틀림없다. 내가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이가 말하기를, '이번 과거 시험의 수험생 가운데 괴마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있는데 틀림없이 한 세대의 걸출한 인물이 될 것이오. 그리고 또 경학의 정밀함이 뛰어나 그와 유가 될 사람이 없을 것이오' 하였기에, 그 때문에 물어 보는 것이라오"
임백령이 절을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호를 괴마로 하였다고 대답하니, 여러 시험관이 모두 인재를 얻었다고 축하하였다. 그러다가 그가 출세함에 이르러서는 행동하는 바가 그와 같았으니 여기에서 소인이 태어나는 것도 역시 시기와 운명에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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