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얼마 전에 리콴유(李光耀, 84) 싱가포르 전 총리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지금도 중국어 신문을 매일 15분씩 읽고 소리 내어 말하며 1주일에 한 번씩 교습을 받고 테이프로 듣기 훈련을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의 일상에 대한 충실함과 삶에의 열정 그리고 기회 창출에 대한 성실한 준비가 느껴졌다. 무엇이든 배워 두면 긴요하게 쓸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기회란 만들어진 곳으로 찾아다닌다. 오래 전 일이다. 무역 담당 직원이 퇴사하여 회사에서 사원 모집 광고를 냈다. 그런데 때마침 해외에서 전화가 걸려와 짧은 영어 실력을 가진 내가 응대를 하게 되었고, 그 건의 처리를 위해 이메일로 몇 차례에 걸쳐 의사소통을 해야 했다. 그 뒤로도 새로운 사원을 뽑기 전까지 몇 건의 진행을 맡아서 하자, 상부로부터 계속해 볼 의향이 있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나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면 해 보고 싶다고 했고, 결국 그 임무는 내게로 왔다. 그 후 수출입 영역의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덤으로 영어 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맨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나는 특별한 목표 없이 그저 맡은 바 업무에 충실했다. 그러던 중 팀장이 되었다. 팀장이 된다는 건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과업을 제대로 해내는 책임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일하는 방법과 생각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눈여겨보았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또 많은 책들 속에서 정보와 방법을 구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책에 관심이 많아졌고, 여러 직원들과 책을 공유하고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모아 추천목록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출판 사업 부문에서 일해 볼 생각이 없냐며 의향을 물어왔다. 회사에서 봤을 때 객관적으로 내가 잘할 거라는 판단 속에서 내린 인정과 기대의 표현일 테고, 나 또한 관심이 가는 분야니 못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또한 무척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다. 처음에는 어느 조직에서나 있는지 없는지 모를 평범한 일원이었다. 단지 오랜 사회생활에서 내 개인의 성향보다는 역할이 요구하는 모습에 맞춰 살도록 노력하며, 주어진 환경에서 각각의 과정과 시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또 다른 기회와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주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남보다 일찍 하루를 연다. 박현진 님 | 영교출판 대표 -《행복한동행》2008년 5월호 중에서
가장 큰 재산 / 도종환 "흔히 행운의 여신은 눈이 멀었다고 불평하지만, 인간만큼 눈이 멀지는 않았습니다. 실생활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람과 파도가 유능한 항해사의 편이듯 행운의 여신은 근면한 사람 곁에 서 있습니다. 아무리 높은 이치를 탐구하는 경우라도 가장 쓸모 있는 자질은 상식, 주의, 전념, 끈기와 같이 평범한 자질입니다. 천재적인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아무리 천재라도 이와 같이 평범한 자질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위대한 사람은 천재적인 능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슬기롭게 처신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성공을 거둡니다." 새무얼 스마일즈의 말입니다. 『중용』에서도 "멀리 가는 자는 먼 데서 출발하지 않고 반드시 가까운 데서 출발하며 높이 오르는 자는 높은 데서 오르지 않고 반드시 낮은 데서 오른다."고 했습니다.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시대인 것은 틀림없지만 창의적인 머리는 성실한 손발과 함께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성실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습니다. 성실함이란 말 속에 들어 있는 성(誠)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자세(不息)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속이지 않는 것(不欺), 거짓됨이 없는 것(無妄), 그리고 참되고 알찬(眞實) 삶의 자세가 들어 있습니다. 성실함보다 더 큰 재산은 없습니다. 맡은 일에 전념하고 끈기 있게 일하는 자세는 평범한 것 같지만 모든 이가 원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입니다.
오늘날 대중문화와 관련해서 키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키치는 독일어에서 온 말로, 모조품, 싸구려 제품 등등을 의미합니다. 현대 대중문화가 갖는 성격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키치적 성격을 놓고 저급하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키치적 성격은 한편으로 비싸거나 접근이 어려운 예술 작품을 복제해서 전파함으로서 손쉽게 대중이 접근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대중화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예술의 대중화는 과거의 고급예술이라 불리는 것들과 대중예술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의 기준 자체도 변화시키는 기능을 해 왔습니다. 이른바 복잡하고 테크니컬한 것만이 예술이 아니고, 그냥 자기를 표현한 소박한 것도 예술로 생각하게 된 겁니다. 미술사에서 이와 유사한 중요한 변화는 뒤샹(Marcel Duchamp)이 제기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뒤샹은 남성용 변기를 작품으로 전시하면서 ‘샘(fountain)’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평범한 남성용 변기에 전혀 가공하지 않고 위치만 바꾸고, 서명만 해 놓은 것입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상을 치면서 ‘내가 먼저 할 수 있었는데’ 이러기도 했다고 합니다. 뒤샹의 문제제기는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예술이란 것은 느낌의 대상이었는데, 이해의 대상이 되었다는 겁니다. 화장실에 있는 변기와 전시장에 있는 변기는 상징적 의미가 다릅니다. 예술을 의미의 관점에서 접근한 겁니다. 예술작품은 이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의미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저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주목하게 되는 겁니다.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그것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제가 떨어진 것입니다. 미는 사라지고 의미가 남은 것입니다. 이게 현대 미술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미술이 한편으로 개념화 되면서 두 가지 극단적인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 전문화 되면서, 한 편으로 대중화 되는 겁니다. 의미만 잘 부여한다면 누구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공감을 얻으면서 제대로 평가받을만한 걸 만드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작품은 많아지는데 진짜 의미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라는 논란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시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중들은 여전히 의미보다는 미의 관점에서 예술작품을 만난다거나, 당위의 차원에서 그러한 예술작품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이냐라는 문제제기들입니다. 현대 예술을 대하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매너가 경쟁력이다 1980년대, ibm 사의 간부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찾았을 때 일이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그들을 사장실로 안내했는데, 그가 자신을 빌 게이츠라고 소개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ibm 간부들은 한달 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채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빌 게이츠는 보수적인 그들의 성향을 의식해 정장을 차려입었다. 그런데 ibm 간부들은 오히려 빌 게이츠의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캐주얼 차림으로 찾아온 게 아닌가. 그날 일로 빌 게이츠는 ibm의 간부들에게 신뢰를 심어 주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유명한 ms-dos를 탄생시킬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매너란 바로 이런 것이다.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능력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접근하기 어렵거나 상대를 불쾌하게 만든다면 아무도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와 일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바이어와의 미팅에서 좋지 못한 매너로 나쁜 인상을 주게 되면, 기술 협력이나 계약, 실질적인 수익 창출 단계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이렇듯 매너는 비즈니스에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할 무기이다. 특히 비즈니스 활동 무대가 점차 국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너는 성공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너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인도에서는 ‘교양학교’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인도의 교양학교는 취약한 글로벌 에티켓을 배우는 곳이다. 우리도 교양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하루에 20분 정도만이라도 때와 장소에 맞는 매너와 말하기를 고민하길 권한다. 매너 역시 일종의 퍼포먼스이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연습도 중요하다. 반복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너가 몸에 습득될 것이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글로벌 리더를 꿈꾸지만,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제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글로벌 리더로서 누가 봐도 손색없는 매너를 갖춘다면, 나를 중심으로 유능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것이고, 성공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서대원 님 | 전 유엔차석대사,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저자 -《행복한동행》2008년 5월호 중에서
초록 꽃나무 / 도종환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숲을 이룬다 꽃피던 날은 짧았지만 꽃 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다 ---「초록 꽃나무」전문 매화나무가 초록 잎을 달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도 목련나무도 산벚나무도 다 초록 잎으로 함께 흔들리고 있습니다. 꽃이 피어 있을 때는 꽃만으로 구분이 가던 나무들인데 "꽃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 돌아와 있"습니다. 두충나무 헛개나무 뽕나무와 섞여 있어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꽃나무들은 어쩌면 이렇게 초록에 묻히는 것이 서운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초록으로 하나 되어 섞이면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 그늘을 만들고 /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 숲을 이"루는 것입니다. 한 그루의 꽃나무에서 비로소 숲을 이루는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꽃 피던 날은 짧았지만" 나무의 일생 중에는 꽃 진 뒤에 초록 잎으로 지내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초록의 날들이야말로 나무의 생명이 가장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날입니다. 우리가 꽃피던 화려한 날들에만 매어 있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Board 추천글 2008.05.23 바람의종 R 11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