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대중화는 과거의 고급예술이라 불리는 것들과 대중예술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미의 기준 자체도 변화시키는 기능을 해 왔습니다. 이른바 복잡하고 테크니컬한 것만이 예술이 아니고, 그냥 자기를 표현한 소박한 것도 예술로 생각하게 된 겁니다.
미술사에서 이와 유사한 중요한 변화는 뒤샹(Marcel Duchamp)이 제기합니다. 다 아시겠지만, 뒤샹은 남성용 변기를 작품으로 전시하면서 ‘샘(fountain)’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평범한 남성용 변기에 전혀 가공하지 않고 위치만 바꾸고, 서명만 해 놓은 것입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상을 치면서 ‘내가 먼저 할 수 있었는데’ 이러기도 했다고 합니다. 뒤샹의 문제제기는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예술이란 것은 느낌의 대상이었는데, 이해의 대상이 되었다는 겁니다.
화장실에 있는 변기와 전시장에 있는 변기는 상징적 의미가 다릅니다. 예술을 의미의 관점에서 접근한 겁니다. 예술작품은 이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의미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저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주목하게 되는 겁니다.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그것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제가 떨어진 것입니다.
미는 사라지고 의미가 남은 것입니다. 이게 현대 미술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