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쓸까 - 이오덕 1부 산문을 어떻게 쓸까 일기글 쓰기 - 일기글 어떻게 쓸까 (4/4) 한 편을 더 들어 본다. 침묵 - 6월 18일 (주일) 차라리 침묵을 지키리라. 주님이 정죄하신 입술로 무엇을 말하랴. 무엇으로 민주를 외치랴. 무엇으로 나를 내세우랴. 참말로 이 입술이 죄다. 신현복의 모슨 것을 사랑할 수 있어도 이 입술만은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간디의 말씀을 곱씹기 시작했다. 소란을 소란으로 막으랴. 침묵으로 막으리라. 비폭력은 침묵에서 시작. 침묵의 유익함은 체험을 통해서만 안다. 간디는 비폭력 정신을 소중히 여겼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는 침묵을 사랑했다. 위대한 성인이 그 침묵을 사랑하듯 나도 이 침묵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그 침묵의 아름다움을 인식시켜 나갔다. 실제로 침묵은 아름다웠다. 악을 용납하는 침묵으로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침묵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곧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했다. 침묵은 비굴이 아니라 무던히 참아내는 인내였다. 침묵은 교만이 아니라겸손이었다. 침묵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나에게 이 침묵은 너무나 절절히 요구된다. 이 죄인은 이제 그만 교만과 미움을 버려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 죄인에겐 홀로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침묵은 비폭력보다 앞서 요구되는 과제가 되었다. ------------------------------------------------------------------ 이 글은 첫머리에 시작한 짧은 글월들의 맺음을 -리라 고 해 놓은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무슨 말을 잘못한 듯 입술이 죄라면서 간디의 말을 들어서 침묵을사랑한다고 했고, 그래서 침묵을 찬양하고 있는 말들이 매우 그럴듯하게 읽힌다. 주님이 정죄하신 입술 이 죄인은 이 죄인에게 따위 말들이 나오는 것은 기독교를 믿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무슨 말을 잘못한 일이 있었던가 싶은데, 그렇다면 그런일의 경과를 먼저 적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거기서 우러난 생각을 남들이 참 그렇겠구나 하고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이란 말을 함부로 할 것이 아니구나, 말을 안 하는 것이 이롭고 말이 없는 상태가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고 진심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일기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 또 가령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고 자기만 보고 마는 글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마음의 움직임만을 적기보다는 사실과 체험을 적어 두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고 뒷날에 참고도 된다. 느낌과 생각이 삶에서 나온 것이니까 그 삶의 체험을 기록해 놓지 않고는 느낌과 생각이 살아날 수 없다. 또 삶의 체험을 적어 놓으면 느낌과 생각이 저절로 그 속에 나타나게도 되는 것이다. 이래서 이 침묵 이라는 글은 그만 책에서 읽은 간디의 말을 예찬하는 글처럼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침묵은 유익하다, 침묵은 아름답다는 말들은 아주 그럴듯하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이런 말들이 현실을 떠나 생각만으로 펼쳐지는 말이 될 때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침묵은 아름다웠다. 악을 용납하는 침묵으로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침묵이기 때문이다. 악이 우리 앞에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마땅히 그 악을 바로 잡으려고 해야 할 것이고 악과 싸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행동은 빛나고 아름다워진다. 그런데 그 악이 더럽다고 피하는 침묵이 아름답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악을 피해 침묵하는 것은 제 몸만 사리는 이기심에서 나온 몸가짐이요, 비겁한 것이다. 둘레의 형편에 따라서는 침묵을 반드시 비겁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남부끄럽고 괴로워해야 할 일이 되었으면 되었지 아름다운 행위로는 도무지 볼 수 없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행동이 없고, 있어도 보잘 것이 없는 정도로 되어 있고 다만 책만 읽고 글만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으로 읽은 지식과 관념을 제것처럼 여겨서, 보잘 것 없는 제것과 마구 뒤섞어 놓기 때문이다. 이것은 글만 쓰는 문학인들이 흔히 빠지게 되는 말재주의 결과라고 할 것인데, 슬기로운 소년 현복이도 벌써 이런 길을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낱말 두어 가지를 지적한다. 의미하기도 이 말은 뜻하기도 라 쓰는 것이 좋겠다. 절절히 이 말은 간절히 나 절실히 로 써야 한다. 같은 한자말이면, 널리 써서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 이 밖에 간디의 말을 따와서 침묵의 유익함은 체험을 통해서만 안다 고 한 것은, 어느 책에 나온 것이겠지만 침묵이 유익함은 체험으로만 안다 고 하든지, 말없음이 이롭다는 것은 몸소 겪어야만 안다 고 써야 할 말이다.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월동 준비를 하며 - 숙미에게 숙미야, 내가 보낸 꽃카드는 받아 보았겠지? 며칠 전 무척 오랜만의 통화에서 "언니, 춘천의 가을 하늘이 너무 고운데 꼭 한번 오세요. 예?"라는 그 상냥한 목소리의 초대를 받고 나는 11월이 가기 전에 엽서라도 한 장 보내고 싶었단다. 어린 시절 방학 때 내가 너의 집에 놀러 가면 너는 식물채집하는 나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도와 주곤 했었는데 어느새 여고생 딸까지 둔 몇 아이의 엄마가 되었음이 새삼 신기하다. 너에게 고모이기도 한 나의 어머니가 지난 주에 이곳 부산엘 다녀가셨는데 그분은 이번에도 당신의 고향인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시더구나. 얼마 살진 못했지만 나의 출생지이기도 한 양구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해 주시던 어머니의 그 모습에선 아직도 깊고 맑은 강원도의 산골물 소리가 흐르는 것만 같았어. 오늘은 주일이라 모처럼 틈을 내어 배추밭, 파밭, 무밭을 한바퀴 둘러보았는데 배추, 파, 무잎들의 푸르고 싱싱한 웃음소리가 쏟아지는 것만 같았어. 한 달 전에 우리가 심어 놓은 마늘들도 한 뼘 가까이 싹을 틔우는 걸 보고 항상 열려 있는 밭의 생명성과 어머니다움을 새롭게 묵상했다. 정성껏 씨를 뿌리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키워서 열매로 내어 놓는 밭, 자주 잊혀지면서도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는 밭처럼 나도 충실하고 겸허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밭 둘레의 나무들을 돌아보았지. 소나무, 사철나무, 히말라야송, 회향목 등 오랜 지기처럼 정다운 수녀원의 상록수들은 한결같은 푸르름으로 내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곤 했단다. "아니, 이곳 상록수들은 어쩌면 이렇듯 반들반들하지요? 기름칠한 것처럼 윤이 나네요"라고 손님들이 감탄을 하면 나는 마치 내가 칭찬을 듣는 것처럼 반갑고 흐뭇한 마음이야. 밭과 나무들 주변에는 새들도 자주 모여들곤 하는데 특히 까치와 비둘기는 수녀원의 안뜰까지도 스스럼없이 찾아와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기곤 하지. 검은빛과 흰빛이 잘 조화된 까치와 흰빛, 회색빛 비둘기는 우리가 입은 옷 빛깔과도 흡사해서 더욱 한 식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날아 오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기도는/ 새로움의 빛에 대한/ 새로운 고마움`이라는 구절을 떠올리게도 했던 새들을 보면 나도 새처럼 단순하고 고독한 자유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을 더욱 새롭히게 된단다. 상록수 위에 떨어져 더욱 눈에 띄는 단풍잎들 중 몇 개를 집어 들고 방으로 오면서 성당 위의 종탑을 올려다보니 `종소리는 천국에 가장 가까운 음악`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하루 세 번 어김없이 삼종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우리 동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숙미야, 네가 직접 와본 일은 없지만 내가 사는 곳의 정경을 이제 조금은 그려 볼 수 있겠니? 머지않아 곧 12월이 올테고, 월동 준비로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 요즘 우리는 벌써 성탄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단다.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걸레질하며 집 안을 깨끗이 하다 보면 마음까지도 깨끗해지는 느낌이야. 하긴 한 해의 정리 작업인 마음의 대청소도 잊지 말아야겠지. 다가오는 새해에도 너는 가정에서, 나는 수도원에서 각자의 마음과 삶을 더욱 열심히 갈고 닦는 `수녀`가 되어 기도 안에서 만나길 기도해 본다. 내가 만나 뵌 지 오래된 외삼촌, 외숙모에게도 문안드려 주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줄인다. 안녕. (1993)
Board 삶 속 글 2022.10.17 風文 R 653
한국대표수필 - 김동리 외 9명 "피천득편" 피천득(1910~2007) 수필가. 시인. 영문 학자. 서울 출생. 중국 호강 대학 영문과 졸업. 하버드 대학 수학. 피천득은 한국의 서정적 수필의 대표자이다. 생활 속에서 명상의 표적을 찾아 내어 섬세하면서도 다감한 문장으로 그려 낸 그의 수필은 '수필의 전형'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원의 여상 구원의 여상은 성모 마리아입니다. 단테의 베아트리체,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헤나의 '파비올라'입니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좁은 길이라고 믿는 알리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한 '블타오르던 과거를, 쌓이고 쌓인 재가 덮어 버린 지금은 당신을 만나고 싶어해도 되겠지요. 언제라도 볼일이나 유람차 님므 부근에 오시거든 에그비브에도 들러 주세요.' 이런 편지를 쓴 줄리에트도 구원의 여상입니다. 지나가 날의 즐거운 회상과 아름다운 미래의 희망이 고이 모인 얼굴. 그날 그날 인생살이에 너무 찬란하거나 너무 선스럽지 않은 것 순간적인 슬픔, 단순한 계교 칭찬. 책망. 사랑. 키스. 눈물과 미소에 알맞는 것 워즈워스의 이런 여인도 구원의 여상입니다. 여기 나의 한 여상이 있습니다. 그의 눈은 하늘같이 맑습니다. 때로는 흐르기도 하고 안개가 어리기도 합니다. 그는 싱싱하면서도 애련합니다. 명랑하면서도 어딘가 애수를 깃들이고 있습니다 원숙하면서도 앳된 데를 지니고, 지성과 함께 한편 어수룩한 데가 있습니다. 걸음걸이는 가벼우나 빨리 걷는 편은 아닙니다. 성급하면서도 기다릴 줄을 알고 자존심이 강하면서 수줍어할 때가 있고, 양보를 아니 하다가도 밑질 줄을 압니다. 그는 아름다우나, 그 아름다움은 사람을 매혹하게 하지 아니하는 푸른 나무와도 같습니다. 옷은 늘 단정히 입고 외투를 어깨에 걸치는 버릇이 있습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나 가난을 무서워하지 아니합니다. 그는 파이어플레이스에 통장작을 못 피울 경우에는 질화로에 숯불을 피워 놉니다. 차를 끓일 줄 알며, 향취를 감별할 줄 알며, 찻잔을 윤이 나게 닦을 줄 알며 이빠진 접시를 버릴 줄 압니다. 그는 한 사람하고 인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을 바라다보는 일이 없습니다. 그는 지위, 재산, 명성 같은 조건에 현혹되어 사람의 가치 평가를 잘못하지 아니합니다. 그는 예외적인 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마음에 없는 말은 아니 합니다. 아첨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는 남이 감당하지 못할 기대를 하고 실망을 하지 아니합니다. 그는 사치하는 일은 있어도 낭비는 절대로 아니 합니다. 돈의 가치를 명심하면서도 인색하지 아니합니다. 돈에 인색하지 않고 시간에 인색합니다. 그는 회합이나 남의 초대에 가는 일이 드뭅니다. 그에게는 한가한 시간이 많습니다. 미술을 업으로 하는 그는 쉬는 시간에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오래오래 산책을 합니다. 그의 그림은 색채가 밝고 맑고 화폭에 넓은 여백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사랑이 가장 귀한 것이나, 인생의 전부라고는 생각지 아니합니다. 그는 마음의 허공을 그대로 둘지언정 아무것으로나 채우지는 아니합니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사랑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받아서는 아니 될 남의 호의를 정중하고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압니다. 그는 과거의 인연을 소홀히 하지 아니합니다. 자기 생애의 일부분인 까닭입니다. 그는 예전 애인을 웃는 낯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몇몇 사람을 끔찍이 아낍니다. 그러나 아무도 섬기지는 아니합니다. 그는 남의 잘못을 이해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합니다. 그는 정직합니다. 정직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는 자기의 힘이 닿지 않는 광막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울로 싶을 때 울 수 있는 눈물이 있습니다. 그의 가슴에는 고갈하지 않는 윤기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유머가 있고, 재치있게 말을 받아넘기기도 하고 남의 약점을 찌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는 때는 매우 드뭅니다. 그는 한 시간 내내 말 한 마디 아니 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 때라도 그는 같이 있는 가람으로 하여금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는 기쁨을 갖게 합니다. 성실한 가슨, 거기에다 한 남서의 머리를 눕히고 살 힘을 얻을 수 있고, 거기에서 평화롭게 죽을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가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신의 존재, 영혼의 존엄성, 진리의 미, 사랑과 기도, 이런 것들을 믿으려고 안타깝게 애쓰는 여성입니다.
내 마음이 강해야 내 소원도 이루어진다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4. 가족들과의 더 좋은 관계를 위하여 불가능에 도전하라 삶이란 투쟁속에서만 의미있는 것, 승리와 패배는 신의 몫이라네. - 스와힐 리 족 '전사의 노래'에서 - 래리 프라이스 내가 텍사스 오스틴의 국제 교섭 센터에서 빌 라이더가 이끄는 텔레마케팅의 자금조달 업무에 관한 강연회에 참석하고 있을 때, 그곳에서 자금조달원으로서의 직업적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남들에게 더 큰 인상을 주고 싶어했고, 또 더 많은 수입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일년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펀드라이징(자금조달) 업무의 한도 수량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녀의 희망을 어떻게 이뤄야 할는지 알 수 없었다. 빌은 말했다. "글쎄요, 당신이 이러한 일들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사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그러한 세미나를 계획하는 것을 도울 수 있으며, 우리들은 바로 한달 후, 이곳 달라스에서 그 첫 번째 세미나를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중에, 스텝들은 그녀의 미완성된 세미나에 대해 전화로 등록 여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이 지역내의 모든 비영리 단체와 인사들의 목록을 복사해 왔다. 그녀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우리들은 그녀에게 말했다. "자, 이제 시작합시다." 우리들은 스텝진이 제공한 리스트의 모든 사람,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점심을 먹는 도중에 스텝들은 특정한 질문들과 자세한 대사를 작성해서 제공했으며 이렇게 격려했다.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요청하시길, 그리고 포기하지 마세요." 이를테면 누군가가 자신은 올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 '그럼 당신의 조직내에 대신 보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은 없나요?'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또 만일 그 사람들이 세미나로 천달러라면 너무나도 비싸다고 말한다면 우리들은 '당신의 효율성과 이익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이 정도의 비용은 단지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입니다. 지금 지불하실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보답이 보장될 것입니다'라고 그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우리의 다른 전략 한가지는 압박과 약간의 위협이었다. "이 강연은 오스틴에서 오직 한 번만 열릴 것이며 단지 50명에게만 가능할 것입니다. 만일 당장 서명하지 않으면 당신은 영영 기회를 놓칩니다." 이런 식이었다. 서너 시간만에 등록한 사람은 40명이 넘었고 그 중에 세 명은 내가 끌어들인 사람이었다. 우리가 있던 사무실 안의 에너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만했고 누군가 한명을 등록시킬 때마다 그는 자전거의 경적을 울리는 것과 같은 휘파람을 불어댔다. 나는 그날 요청의 힘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단지 여섯 시간만에 4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나는 어떠한 일이라도 단지 우리가 그것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요? - 데이비드 요고 2세 나는 수년 전에 굉장히 값진 문장을 배웠다.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요?" 만일 당신이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요청할 때에는 먼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때부터 그들에게 어떻게 해주십사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라고 직접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예가 있다. 만일 한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했다면 사무실로 내가 들어갈 때, 그는 아마도 책상 건너편에, 그리고 나는 반대쪽에 있는 두 개의 의자 중 하나에 앉을 것이다. 처음엔 그런 식의 좌석 배치에 상관없겠지만 내가 그에게 보여주어야 할 자료가 있을 때 그것을 책상 너머로 건네주는 것은 매우 불리한 행동이다. 그리고 특정한 질문을 해야 할 경우, 그 정관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도 실례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의 얼굴 대신에 책상을 보면서 이야기 한다. "자, 이제부터 보여드릴 것이 좀 있군요. 저나 당신이나 모두 바쁜 하루를 보냈을 것이 틀림없으니까 시간 낭비하지는 않겠습니다. 가능하며 빨리 끝내기를 원하시겠죠?" 그리고 나는 내 옆의 의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제안을 하나 할 까요?" 그가 그러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다시 말한다. "제 옆으로 오셔서 자료를 검토하신다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자 두 개를 서로 마주보게끔 돌려놓는다. 그러면 아마도 두 사람을 일어서서 같은 쪽의 의자에 앉아 그에게 자료를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대대수의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방식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상대방이 이런 것들을 무척 흥미롭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Board 추천글 2022.10.17 風文 R 1318
기인지우(杞人之優) 杞:나라 이름 기. 人:사람 인. 之:갈 지(…의). 優:근심 우. [준말] 기우(杞優). [동의어] 기인우천(杞人優天). [유사어] 오우천월(吳牛喘月). [출전]《列子》〈天瑞篇(천서편)〉 기(杞)나라 사람의 군걱정이란 뜻. 곧 쓸데없는 군걱정. 헛 걱정. 무익한 근심. 주왕조(周王朝) 시대, 기나라에 쓸데없는 군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만약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진다면 몸둘 곳이 없지 않은가?’ 그는 이런 걱정을 하느라 밤에 잠도 못 이루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러자 ‘저러다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된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하늘은 (공)기가 쌓였을 뿐이야. 그래서 기가 없는 곳이 없지. 우리가 몸을 굴신(屈伸:굽힘과 폄)하고 호흡을 하는 것도 늘 하늘 안에서 하고 있다네. 그런데, 왜 하늘이 무너져 내린단 말인가?” “하늘이 과연 기가 쌓인 것이라면 일월성신(日月星辰:해와 달과 별)이 떨어저 내릴 게 아닌가?” “일월성신이란 것도 역시 쌓인 기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일 뿐이야. 설령 떨어져 내린다 해도 다칠 염려는 없다네.” “그럼, 땅이 꺼지는 일은 없을까?” “땅은 흙이 쌓였을 뿐이야. 그래서 사방에 흙이 없는 곳이 없지. 우리가 뛰고 구르는 것도 늘 땅 위에서 하고 있다네. 그런데 왜 땅이 꺼진단 말인가? 그러니 이젠 쓸데없는 군걱정은 하지 말게나.” 이 말을 듣고서야 그는 비로소 마음을 넣았다고 한다.
Board 고사성어 2022.10.17 風文 R 722
자막의 질주 말귀가 어두워졌다. 귀를 파도 잘 안 들린다. 세상은 더 시시껄렁해졌으니 뭔 대수겠냐마는, 잘 못 알아들으니 눈치도 없고 괜스레 넘겨짚었다가 핀잔 듣기 일쑤다. 자막 없이 드라마도 보기 어렵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내 눈은 자막에 박혀 있다.(영화는 읽는 것!) 비빌 언덕이 있으니 청력은 더 떨어진다. 자막의 변신은 눈이 부시다. 화면 하단에 얌전히 자리 잡은 채 누군가의 발언을 받아 적는 걸로 만족하지 않는다. 책처럼 닝닝하지 않고 형형색색 화려하고 고혹적이다. 이제 방송은 영상과 소리와 자막의 삼중주. 날렵하고 쌈박하게 자막을 ‘입힌’ 프로그램은 인기도 좋다. 자막 없이 생목소리만 오가는 프로를 무슨 재미로 볼꼬. 자막은 포스트모던하기까지 하다. 화면 어디든 자유롭게 떠다니면서, 중심 발언자와 주변 발언자를 뒤섞어 여러 목소리가 함께 아우성치도록 한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화면 밖의 목소리(제작진이나 시청자)까지 끌어들인다. 지금 벌어지는 장면과 전혀 무관한 정보를 자막으로 끌어와 강제로 포개놓는다. 게다가 출연자의 행동만을 보고 머리맡에 ‘부끄, 움찔, 빠직, 끄응, 답답, 솔깃’ 따위의 말을 얹어놓아 그의 심리 상태마저 알려준다. 마음까지 읽어주다니 자막은 독심술사. 연출가는 영상만으로도 이 세계를 편집하고 해석한다. 자막은 그의 해석이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승인하는 서명이다. 우리는 연출가가 다그치는 감각의 외길을 따라가야 한다. 틈을 주지 않고 촘촘하게 짜인 그 길은 엉뚱한 상상이나 딴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상상력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듯. 당선자 대 당선인 헌법에 ‘대통령 당선자’라 분명히 나오는데도, 대통령직인수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이라면서 따로 뜻풀이까지 해놓았다. 인사청문회법도 그렇고, 공직선거법엔 아예 ‘당선인’이라는 장이 따로 있더군. 선관위에서 주는 당선증에도 다 ‘당선인’이라 적혀 있다. 이러니 논쟁적일 수밖에. 지금은 성향과 무관하게 ‘당선인’이 대세다. <한겨레>만이 근성 있게 ‘당선자’를 쓸 뿐. 나에겐 ‘당선자’가 비판적 거리감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실은 지난날부터 입에 눌어붙은 말이라 좋아하는 거겠지. 그런데 이명박씨가 집권하면서 ‘당선인’이라 써달라면서 논란이 됐다. 헌재에서 헌법대로 ‘당선자’로 쓰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선자’는 표를 많이 얻은 사람을 지칭할 뿐, 호칭으로는 ‘당선인’이라는 것. ‘자’(者)가 ‘놈 자’라 ‘대통령에 당선된 놈’이란 뜻이니 이 얼마나 불경한가. 그러나 접미사 ‘-자’에는 비하의 뜻이 없다. ‘실패자’가 비하라면 ‘승리자’도 비하일까. ‘배신자, 탈락자, 기회주의자, 성격파탄자’가 비하라면, ‘과학자, 보호자, 노동자, 유권자, 구원자’는 어쩔 텐가. 전체 낱말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따라 어감의 차이가 생길 뿐. 권력‘자’와 기‘자’, 언론‘인’이 세상 휘젓기 놀이 도구로 써서 그렇지, 말에 무슨 잘못이 있으리오. ‘당선자’라 쓴다고 정론직필의 기사를, ‘당선인’이라 쓴다고 곡학아세의 기사를 쓴다고 보지 않는다. 그저 이 허망한 논란으로 가려지는 이웃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자이기만 하다면야, ‘당선인 각하’도 아깝지 않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무엇을 어떻게 쓸까 - 이오덕 1부 산문을 어떻게 쓸까 일기글 쓰기 - 일기글 어떻게 쓸까 (3/4) 유식한 말을 쓰지 말고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있을 신현복 군은 어릴 때부터 일기 쓰기를 좋아해서 국민학생 때 쓴 것을 일기문집으로 한 권(현복이의 일기), 중학생 때 쓴 것을 두 권(자물쇠여 안녕, 슬픔에서 축복으로) 낸바 있다. 여기 들어 보이는 것은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쓴 글인데, 슬픔에서 축복으로 라는 책 맨 끝장에서 좀 짧은 글들을 고른 것이다. 이사 5월 13일 (토) 비오다 맑음 난 내 책상에 앉아 있었다. 내 방, 내 책상이었다. 그렇다. 우린 이미 이삿짐을 옮겼다. 장차 먼 곳으로 이사해야만 할 거사는 장초의 예상과는 반대로 우린 한 동네에서 짐을 옮긴 것이다. 이 짐을 옮겼다는 의미는 이삿짐을 옮겨 놓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풀어 놓지도 정리 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 방은 다르다. 책상 이 오기가 바쁘게 난 정리하기에 바빴다. 그 넓기만 하던 내 방이 책 무더기로 갑자기 책천지 가 되었다. 두 시간이 훨씬 넘었다. 내 옷은 먼지 자국에 심히 더렵혀져 있고, 다리는 다리대로 아파왔다. 무거운 이삿짐을 들고, 메고, 2,3층 사이를 돌았기 때문이다.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기분만은 정말이지 상쾌했다. 난 내 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난 내 책상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즐거움과 온갖 비밀스러움을 간직하고 싶어하던 내 방이었다. 늦은 밤, 무슨 일로 내 옛집에 찾아 갔을 때, 그것들은 이미 검은 아가리를 내놓고 나를 맞았다. 세 식구와 그 살림살이와 책들을 쑤셔 박기엔 너무나 비좁았던 우리 방도 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피어 오르는 옛 향수까지 억누르지는 못했다. 언젠가, 이 옛집은 곧 세워질 새 집을 위하여 허물어지리라. 그럼 난 슬퍼해야 하리라. 엉엉 울어야 하리라. 그러나 난 옛집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고 돌아서야만 했다. ------------------------------------------------------------- 이사를 한 날에 쓴 일기다. 중학생이 되어도 3학년에 올라간 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제 방을 갖게 된 기쁨이 나타나 있다. 밤늦게 옛집에 찾아갔을 때 느낀 것도 잘 잡았다. - 언젠가 이 옛집은 곧 세워질 새 집을 위하여 허물어지리라. 그럼 난 슬퍼해야 하리라. 엉엉 울어야 하리라... 이렇게 글월의 끝을 -다 로만 쓰지않고 -리라 를 자연스럽게 섞어 써서 싱싱한 문장이 되게 한 것도 능숙한 글솜씨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대문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 이 짐을 옮겼다는 의미는 이삿짐을 옮겨 놓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풀어놓지도 정리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첫머리부터 읽어 가다가 이 대문에 와서 누구든지 좀 어리둥절할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삿짐 옮긴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의미니 뜻 이니 하는 말이 나와서 아무래도 좀 부자연스럽고, 말을 꾸며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은 이런 정도의 글이야 손끝에서 저절로 나올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책과 글에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은 이런 글이 아무래도 엉뚱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글을 이와 같이 엉뚱하다고 느끼고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이 갖는 글에 대한 느낌이야말로 (결코 무식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진짜 깨끗하고 건강한 느낌인 것이다. 이 짐을 옮겼다는 의미는.. 뜻이다 이 글월을 나 같으면 다음과 같이 쓰겠다. 이삿짐을 옮기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풀어놓지도 정리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고쳐 쓴 것과 본디 써 놓았던 글을 견주어 보기 바란다. 그러면 의미니 뜻 이니 하는 말이 괜히 들어가 있고, 말을 머리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고 한 말도 내가 쓴다면 그래서 몸은 지칠대로 지쳤다 든지, 온 몸이 지쳐 맥이 빠졌다 고 쓰겠는데, 이런 말까지 잘못 썼다고 나무라지는 않겠다. 아무튼 유식한 말 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말에서만은 유식 한 것이 사실은 무식한 것이다. 이 밖에 낱말 두세가지, 말해 둘 것이 있다. - 내 옷은 먼지 자국에 심히 더럽혀져 있었고 여기 나오는 심히 는 많이 아주 크게 몹시 이런 입말 가운데 어느것이나 알맞은 말을 골라 썼으면 좋겠다. - 그러나 기분만은 정말이지 상쾌했다. 여기 쓰인 상쾌했다 는 시원했다 고 쓰는 것이 더 낫겠다. - ... 피어오르는 옛 향수까지... 이 대문에서 향수 란 말을 썼는데, 그리움 이라 해도 될 것이다. 다음은 이사 에 이어서 오는 글이다. 급변하는 시대 5월 26일 (금) 맑았다 20세기 초 이후 시대는 급변했습니다. 이 시대는 그 사회 구성원을 볼 때도 70-80대(세)는 공맹교육을 받고, 50-60대는 일제 식민교육을, 30-40대는 미국식 교육을, 그 아래 세대는 시대 모순을 비판하는 세력으로 자라나 오늘날 이 민족의 가치관은 크게 혼동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급변하는 과도기 속에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물질문명의 과도기란 것은 우리 피부로 절실히 느끼는 문제입니다. 우리 공업 선생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들 입시 준비하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컴퓨터를 배우라고. 급변하는 이 시대에 컴퓨터가 보편적으로 보급된 10년,20년을내다보고 꼭 컴퓨터 이론이라도 배워라. 그러나 난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시대가, 세상이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끊임없이 급류를 타고 흘러가는 듯해서였다. 급류를 타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습 같아서였다. 시대가 서글펐다. 우수에 잠기길 좋아하는 감상자의 눈에는, 그의 가슴에는 시대가 서글프게만 느껴져 무한정으로 눈물을 쏟고 싶어한단 말이다. ----------------------------------------------------------------- 이 글에서 공업 선생님이 컴퓨터를 배우라고 하신 말씀을 고마워하면서도 그러나 난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시대가, 세상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끊임없이 급류를 타고 흘러가는 듯해서였다. 급류를 타고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습 같아서였다. 시대가 서글펐다 고 한 것은 아주 날카롭게 비판한 말이 되었다. 책읽기와 글쓰기로 오랫동안 자기를 가꾸어 왔기에 이만큼 주체를 세울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쓴 말은 왜 이런가? 우수에 잠기길 좋아하는 감상자의 눈에는, 그의 가슴에는... 이건 영 모양을 구겨 버렸다. 자리를 우수에 잠기길 좋아하는 감상자 라고 했으니 너무나 유치한 말이다. 자기를 이런 이상한 말로 분칠해서 어떤 어른들 모양을 내어 보이려고 한 것을 보면, 앞에서 해 놓은 말조차 책에서 읽은 남의 말을 흉내낸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지경이다. 우수에 잠기길 좋아하는 감상자의 눈에는, 그의 가슴에는 이 구절을 모두 싹 없애고 나는 이라고만 써서 읽어 보라. 비로소 글이 살아날 것이다. 그런데 끝에 가서 무한정으로 눈물을 쏟고 싶어한단 말이다 고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대문은 장난하는 기분으로 쓴 것 같다. 또 하나, 이 글은 앞쪽의 반쯤은 합니다 체로 썼고, 뒷쪽 반은 한다 체로썼다. 글에 따라서는 이렇게 합니다 와 한다 가 뒤섞여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 글에는 두 가지 글체로 써야 할 아무런 까닭이 없다. 왜 이렇게 썼을까? 처음부터 한다 로 써야 옳았을 것이다. 이밖에 낱말 몇 가지를 들어 본다. 혼동 이란 말을 쓰더라도 뒤섞음 이나 섞갈림 이라고 써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혼란 이란 말을 쓸 것을 잘못 썼다. 특히나 는 더구나 하면 아주 고운 우리말이 된다. 물질문명의 과도기 이것은 무슨 말인가? 보편적으로 이것은 두루 하면 된다. 급류 이것은 급한 물살 이나 급한 흐름 이다. 표류하는 은 떠내려가는 하면 된다. 우수 이것은 근심 이다. 근심 이라고 쓰면 좋은 글이 안 되고, 우수 라고써야 그럴듯한 글이 되고 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없을 것이다. 감상자 이것은 무슨 말인가?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5월의 편지 - 청소년들에게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희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픈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며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프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1996) 여러분이 스타입니다 - 청소년들에게 한국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었다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를 떠난 후에도 그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몰라 그들의 업적을 기르는 기념사업회가 생기고, 얼마 전엔 그들이 활동할 때 입었던 옷과 소품 육백 점을 전시해 추첨 판매하는 행사에 청소년을 비롯해 2만5천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습니다. 인류사에 빛을 남기는 예술인들,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음악인, 탤런트, 배우, 운동선수 등을 상징적으로 일컬어 우리는 흔히 스타라고 부릅니다. 한창 인기가 상승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몸값이 억대로 뛰었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며, 이들의 존재는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에게 자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연예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종종 사진과 편지를 보내며 탤런트가 되고 싶으니 도와 달라는 학생들이 있고, 어떤 이들은 아예 학업을 중단하고 연극인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보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서두르지 말 것과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잠시 접어 두고 우선 학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대해서도 좀더 냉정하게 객관적인 관찰을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곤 합니다. 해마다 모델이나 탤런트를 모집할 때면 수천 명씩 몰려드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왠지 걱정이 앞서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 열망 속엔 끝없는 인내를 거듭해 참된 예술인이 되겠다는 치열하고 진지한 성실성보다는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유명한 인기인이 되고 싶은 일종의 허영심이 포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지요. 여고 교사인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요즘은 전에 비해 더욱 많은 학생들이 모델, 탤런트, 앵커우먼 등을 장래 희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앵커우먼이 되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도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나는 서울에 가서 몇몇 대학가와 번화한 거리를 지나며 요즘 젊은이들의 대담한 옷차림과 패션모델 같은 모습들을 놀라움 속에서 목격하게 되었으며, 날씬한 몸매와 고운 피부를 가꾸기 위해 최대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의 개인적인 대화와 요란한 선전문구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남보다 더 예뻐지고 싶은 욕구를 쉽게 표현할 뿐 아니라 서슴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을 대하면서 전과는 많이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새롭게 절감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어떤 스타를 자신의 우상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와 동일시하는 과정을 거칠 수가 있습니다. 나 역시 한때 그렇게 특정한 대상을 만들어 몰두해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거나 자신이 할 일도 잊어버리고 단지 그들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모조건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본적인 재능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누구나 다 모델, 가수, 탤런트가 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이 세상의 그 누구와도 같지 않고 닮지 않은 유일한 존재,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멋과 매력을 지닌 `하느님의 작품`인 여러분이야말로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스타가 아닐까요? 설령 신문, 잡지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인, 연예인이 못되더라도 우리 모두는 저마디의 자리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과 재능만큼 열심히 사랑하며 빛을 발하는 숨은 별, 고운 스타로 오늘도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인도의 위대한 시인 타고르의 말대로, 우리는 다른 이에겐 반딧불로 보임을 개의치 않고 높이 빛나는 하늘의 별들처럼 언제 어디서나 묵묵히 자신의 빛을 밝히는 또 하나의 작은 별들인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예수`라는 큰 별을 우상으로 삼고 그분이 남긴 사랑의 빛을 따라 걸어가는 여행자라는 생각을 오늘은 더욱 새롭게 해봅니다. 굳이 여러분이 어떤 스타를 우상으로 삼으려 한다면 너무 연예인에게만 집착하지 말고 이 세상에서 선과 진리와 사랑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해 왔던 많은 위인들, 성인들 중에서도 찾아보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훌륭한 삶을 추상적인 꿈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본받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여러분은 숨어서도 빛나는 별, 누구에게나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는 행복한 별이 될 겁니다. (1996)
Board 삶 속 글 2022.10.15 風文 R 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