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그리스 신화와 영웅들) - 사진 자료 및 참고 자료는 제가 편집해 올린 것입니다. 제 3장 그리스의 태초 신들 2. 카오스 그리스인은 우주는 질서와 조화를 갖춘 형상으로 구현되었다가 다시 파멸하여 공허로 변하는 카오스(Chaos : 혼돈)를 반복한다고 보았다. 카오스는 일단 세상을 태어나게 하는 생명의 '불가사의한 본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의하면, 원초에 카오스가 나타나고 여기에 거대한 틈이 열려 가슴의 폭이 넓은 가이아(대지의 여신)와 깊고 후미진 타르타로스(나락)가 탄생한다. 또한 온갖 신 중에 더할 수 없이 멋진 에로스가 출생하는데 그는 독자적으로 탄생된, 신족에 선행하는 초창기의 신이다. 에로스는 신과 인간들의 팔과 다리의 힘을 빼 놓고 온 누리의 살아 있는 자들의 가슴 속을 사려깊고 분별있는 마음을 풀어 느슨하게 한다. 후기 시인들은 에로스의 익살맞은 행동으로 야릇한 쾌감을 주는 장난기 넘친 동자로 표현하고 큐피드라 불렀다. 카오스에서 에레보스(암흑)와 어두운 뉵스(밤)가 생기고, 뉵스에서 아이테르(창공의 대기)와 헤메라(낮)가 출생하는데 뉵스와 에레보스가 정애로 품어 잉태한 소산이다. 가이아 가이아(Gaia, Gaea, Terra, Tellus)는 대지라는 의미이며 신격화하여 대지의 여신으로 숭배한다. 신화에 의하면 카오스에서 태어난 태초의 여신이며, 우라노스와 폰토스를 탄생시킨다. 우라노스 또는 폰토스를 배우자로 하여 오케아스, 티탄족, 큐클로프스, 기간테스, 테이아, 레아, 테미스, 포이베, 테튜스 및 므네모슈네를 낳는다. 가이아는 우라노스와의 사이에서 청공과 대질를 지배하는 신들,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고 인간의 숭배대상이 되는 신들을 위시하여 수많은 후손을 낳지만, 폰토스와의 사이에서는 오케아노스, 네레우스, 포르큐스, 케토 등 작은 역할을 하는 신들과 바다 괴물들을 낳고 후손의 수도 많지 않다. 바람신(공기)의 전달로 재난, 슬픔, 망각, 복수심을 감지하는 가이아는 후기에 로마의 대지여신 텔루스와 결부되어 같은 여신으로 간주된다. 우라노스 우라노스(Uranus, Coelus)는 가이아가 독자적으로 낳은 아들로, 가이아 혹은 티테아와 결혼하여 카이오스, 크레이오스, 휴페리온, 므네모슈네, 코토스, 포이베, 브리아레오스, 테미스, 크로노스, 규게스를 둔다. 그런데 우라노스가 아이들을 대지의 가슴 속에 감춘 채 가둬 두자 가이아는 아들 크로노스를 설득하여 반기를 들게 하고 낫을 주어 우라노스를 거세하게 하였다. 거세하였을 때 땅에 떨어진 핏방울에서는 기간테스.에리뉴에스.멜리아스가 태어나고 남근은 바다에 떨어져 거품에 쓸려 흘러가 키프로스 섬 또는 일설에는 쿠테라 섬에 표착하여 그곳에서 아프로디테 여신으로 화신하였다고 한다. 우라노스는 천계라는 의미이며 별로 뒤덮인 하늘이다. 천문에서는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지구 무게의 15배나 되고 5개의 행성과 고리를 가지고 있는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을 천왕성(Uranus)이라 한다. 위성은 아리엘, 움베리엘, 티타니아, 오베론, 미란다라고 한다. 천왕성이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는 약 48년이 걸린다. 3. 에로스 에로스(Eros)는 그리스의 성애의 신이며 로마인은 쿠피트라 한다. 초기 신화에서 그리스 세계가 성립될 때 카오스에서 가이아와 함께 탄생하였는데, 신과 사람 몸 속에 가득한 중식의 원천인 생식력이 의인화한 것이다. 다른 설에서는 원초의 알이 깨어져 에로스가 나오고 또한 일부는 하늘과 땅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태고 때부터 존재하였고 아프로디테보다 훨씬 먼저 나온 신이다. 그 후 면목을 바꿔 에로스는 젊은 신이며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로서 장난기로 가득찬 버릇없는 어린 신으로 등장한다. 또한 동성애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아티카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안테로스(애욕을 반대하는 신 혹은 애욕에 보답하는 신) 제단에는 두 젊은이 멜레스와 티마고라스를 기념하기 위한 에로스상이 봉현되어 있다. 말인즉 멜레스를 동성연애하는 티마고라스가 냉소하는 멜레스의 말을 좇아 아크로폴리스에서 뛰어내려 죽게 되고, 멜레스도 그 회한으로 뛰어 내력 죽었다고 한다. 작가에 따라서는 에로스를 에일레이튜이아, 이리스의 아들, 혹은 헤르메스와 아르테미스, 또는 헤르메스, 제우스 혹은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그리고 있다. 미술, 시문 등에서 사랑이 낭만의 요소로 표현되면서 에로스는 화살을 가득 담은 통을 멘 날개 달린 동자, 또는 어린아기(들)로 각색되었다. 특히 에로스의 황금 화살촉에 맞으면 신이든 인간이든 모두 사랑의 격정을 누를 수 없게 되고 납 화살촉에 맞으면 연정이 가셔 버렸다. 아기 에로스상은 로마의 시문에 빈번히 등장하여 일반화되었으며, 사랑이 흔히 맹목적이듯 에로스의 행위 또한 그러한 것으로 그려졌다.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의도를 어겨 프슈케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매우 유명한데, 프슈케는 갖은 고생을 겪은 후 결국 불사의 몸이 되어 에로스와 행복하게 맺어지는 것을 결말이난다. 에로스의 형제인 안테로스와 같이 있으면 짝사랑이라도 보복하고 쫓아 버리며 히메로스(그리움)와 휴멘(혼인의 여신)과 같이 있는 착상도 생겨났다. 에로스 신 숭배는 상당히 널히 퍼져 있어, 보이오티아의 테스피아이에서는 단순한 남근석을 모시고 다산과 풍요의 신으로서 에로스를 존경하였다. 프슈케 프슈케는 생명의 원리, 영혼, 마음 또는 정신이라는 뜻으로, 오랜 옛적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을 나는 새, 그 후는 나비로 상징하고 헬레니즘 시대에는 에로스와 결부시켜 생각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기 2세기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서기 124~170년경)로 그는 의인화한 프슈케를 에로스(큐피드, 아모르)와 결부시켜 '변신 이야기'를 구성해 냈다. 프슈케는 어떤 나라 와의 셋째 딸로 그 용모가 뛰어나게 아름다워 사람들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도 그녀를 더 숭배할 정도였다. 이에 질투와 시기로 화가 난 여신은 아들 에로스를 시켜 프슈케를 추한 자와 결합하게 하여 앙갚음을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에로스는 막상 프슈케를 보자마자 한눈에 사랑에 빠져 어머니의 명을 거역해 버렸다. 그리고는 밤마다 프슈케를 찾아와 사랑을 속삭이는데 에로스는 그녀에게 절대로 불을 켜서는 안 되며 자신의 정체를 알고자 하거나 확인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러나 자매들의 부추김을 받은 프슈케가 이 약속을 어기자 에로스는 신의를 저버린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프슈케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사라진 에로스를 애달프게 찾아헤매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별수없이 에로스의 어미에 애원하나 가뜩이나 자존심이 상해 미워하던 판이라 아프로디테는 프슈케에게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어려운 일을 시켰다. 그첫 번째 노역은 산더미처럼 쌓인 잡곡더미에서 곡식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일이었다. 어쩔 줄 모르는 그녀 뒤에서 에로스는 개미들을 동원하여 그 일을 끝내게 해 주었다. 다음으로 부과된 임무는 숲 속에 있는 양의 황금털을 모아오는 일이었다. 양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개울 신의 충고를 받아들여 양이 잠들어 있을 동안 수풀가지에 엉킨 황금털을 수집하였다. 그럼에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은 여신은 높은 산꼭대기에 공룡동굴에서 스튝스의 샘물을 단지에 가득 담아오는 일을 시켰다. 이 일 또한 에로스에게 은혜를 입은 독수리가 해결해 주었다. 그러자 에로스의 어미는 마지막으로 죽음을 면할 수 없는 극히 어려운 일을 지시하였다. 지하에 가서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미약 상자를 받아오게 한 것이다. 명계에의 심부름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였으므로 프슈케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높은 탑에 올라가 투신할 것을 마음먹는데, 탑이 명계로 가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마침내 명계까지 온 프슈케는 금지사항은 잊고 뚜껑을 열어보고 말았다. 이에 상자 속에서 흘러나온 강렬한 향에 프슈케는 혼절한 채 깨어나지 못하였다. 이 때 마침 에로스가 나타나 미약향을 다시 상자에 가두고 갖고 있는 화살촉으로 프슈케를 가볍게 찔러 깨어나게 하였다. 에로스는 제우스에게 어미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풀게 해 달라고 간청하여 마침내 여신과 프슈케는 화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프슈케는 불사영생의 신주 넥타르를 하사 받아 신족의 일원으로서 에로스와 결혼하여 행복한 부부로 맺어지고 이 둘 사이에는 불룹타스(희열)라는 딸이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프슈케는 나비날개를 단 아름다운 소녀상으로 표현되며 영혼의 화신을 상징하는데, 나비가 침울한 애벌레 생활을 끝마친 다음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 날아다님을 비유한 것이다.
Board 추천글 2023.05.12 風文 R 1942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기분 한 번 냈다가 - 한경애(여.전남 화순군 화순읍) 안녕하십니까? 재미난 사연들을 듣고 있노라니 10년 전쯤에 있었던 어떤 사건 하나가 슬며시 떠올라 몇 자 적어봅니다. 사실 주책스러운 이야기인지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였지만 일단 용기를 내봅니다. 결혼 2년째이던 어느 겨울! 딸아이를 고모집에 데려가고 남편과 전 호젓하게 신혼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이, 우리 오랜만에 기분 쪼까 내보면 어쩌겠는가." 모처럼 자유로워짐에 마음이 동했는지 남편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까지 띠우며 말했습니다. "아이구,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해질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이사람아, 해가 무슨 상관인가. 마침 아이도 없는데 잘됐잖아." 싫다며 몇 번 뿌리쳐 봤지만 남편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고, 애라 모르겠다. 해가 있으면 어떻고 달이 있으면 어떠랴! 전 어느새 신문광고에 등장하는 모델만큼이나 분위기 있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남편의 눈빛이 핑크빛으로 막 젖어들 찰나였습니다. 낯익은 얼굴 하나가 유리창 너머로 '스윽' 지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구메, 고모부 오셨는갑네." 난 용수철처럼 문을 박차고 부엌으로 튕겨져 나왔습니다. 그만큼 잽싸게 튀어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아뿔싸! 급한 나머지 그만 옷도 안 챙겨들고 속옷바람으로 나왔지 뭡니까. 정말 난감하더라구요. 그런데 남편은 자기의 옷매무새만 매만지고 나서 태연하게 문을 여는 겁니다. 마치 '우리 아무짓도 안했어요.' 하는 얼굴로 말입니다. "아. 이녀석이 글쎄 자꾸만 집에 가자고 떼를 쓰잖나." 고모부는 오신 이유를 설명하시고는 아이를 며칠 데리고 있을까 했더니 아직은 엄마를 찾아서 안되겠더라며 절 찾으시는 겁니다. "그 사람 가게에 뭐 사러나간 모양입니다." 남편은 스스럼없이 둘러댔습니다. '천연덕스럽기도 하지. 그러나 저러나 빨리 가시면 좋겠는데...' 사실 날씨가 너무너무 춥더라구요. 속옷차람으로 부엌 한켠에 쪼그리고 있자니 우습기도 하고...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어쩝니까. 고모부가 빨리 가시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더니 드디어 고모부가 일어설 기미를 보이셨습니다. "매형, 오랜만에 오셨는데 저녁이라고 들고 가셔야지요." '어머머머, 저 남자가 미쳤어, 미쳤어!' 그런데 그날따라 고모부께선 "그럼 그럴까." 하시면서 슬그머니 주저 앉으시는 게 아닙니까. 정말 큰일난 겁니다. 아무리 머리를 조아려봐도 대책은 안 떠오르고 부엌문으 왜 그리 삐걱거리는지, 또 바람은 왜 그렇게도 쌩쌩 들어 오는지... 결국 눈물, 콧물이 졸졸 흐르기 시작하고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왔습니다. '어떻게 하든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제 인생의 목표인 양 온통 머릿속이 그 생각으로 가득 찼습니다. 순간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난 기가 막힌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삐걱거리는 문틈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옆방 아주머니의 옷들이 빨랫줄에서 '펄럭펄럭' 춤을 추고 있는 겁니다. '그래 바로 저거야.' 살글살금 다가가서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옷 한 벌을 걷어가지고 잽싸게 돌아왔습니다. 겨울 날씨라서 그런지 옷은 마르지 않아 눅눅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입니까. 대충 몸에 걸치고 보니 무슨 푸대자루를 씌워놓은 양 제가 봐도 우습더라구요. 옷주인이 좀 푸짐한 편이셨거든요. 그렇지만 아쉬운 대로 해결을 했으니 고모부께 인사도 드리고 저녁준비도 서둘렸습니다. 그제서야 제 옷이 이불 속에 있음을 안 남편은 혼자 '키득키득'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는 것 같더라구요. 어쩌면 제 모양이 너무 가관이라 우스웠는지도 모르지요. 전 저녁상을 놓기 위해 이불을 치우면서 일부러 옷을 집어들고는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옷이 인제 다 말랐네. 겨울에 빨래가 너무 안 말라서 탈이야." 그런 내막을 전혀 알 리 없는 고모부께선 그 날 저녁을 맛있게 들고 돌아가셨습니다. 한데 사건이 거기서 끝이 났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고모부를 배웅하고 나서 대문을 막 들어서는데 그만 옷주인과 떡 마주쳐 버리고 만 것입니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더라구요. "어디서 많이 보던 옷이다." 아주머니는 아리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저어-아줌마. 죄-죄송해요." "근디 어째서 새댁이 그 옷을 입고 있당가?" 전 아차하면 옷도둑으로 몰리겠다 싶어 창피를 무릅쓰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사실은 이러구저러구 저러구이러구 해서... 한참 설명을 들으신 아주머니는 박장대소를 하더니 말했습니다. "아따 근디 왜 하필 그 옷이당가? 다른 옷도 많은디. 그 옷은 우리 똘이 이불로 깔아줬던 옷이랑께. 내가 살이 쪄분께 안 맞어불잖어. 그려도 버리긴 아깝제잉-. 근디 생각해본께 우리 똘이 자리로 깔아주믄 좋겠다 싶드라고 허지만 걱정은 하지 마소. 내가 겁나게 깨끗이 빨이 부렸응께." 이종환, 최유라씨! 그때의 제 기분은 굳이 설명 안 드려도 아시겠지요? 똘이는 그 집 강아지 이름이었답니다.
Board 삶 속 글 2023.05.12 風文 R 795
순망치한(脣亡齒寒) 脣:입술 순. 亡:망할/잃을 망. 齒:이 치. 寒:찰 한. [대응어] 보거상의(輔車相依)~. [동의어] 순치지국(脣齒之國), 순치보거(脣齒輔車). [유사어] 조지양익(鳥之兩翼), 거지양륜(車之兩輪). [출전]《春秋左氏專》〈僖公五年條〉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 곧 ① 이웃 나라가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온전하기 어려움의 비유. ② 서로 도우며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 또는 서로 도움으로써 성립되는 관계의 비유. 춘추 시대 말엽(B.C. 655), 오패의 한 사람인 진(晉)나라 문공(文公)의 아버지 헌공(獻公)이 괵/우(虞) 두 나라를 공략 할 때의 일이다. 괵나라를 치기로 결심한 헌공은 통과국인 우나라의 우공(虞公)에게 길을 빌려주면 많은 재보(財寶)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우공이 이 제의를 수락하려 하자 중신 궁지기(宮之奇)가 극구 간했다. “전하,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 몸이나 다름없는 사이오라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할 것이옵니다. 옛 속담에도 덧방 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란 말이 있사온데, 이는 곧 괵나라와 우나라를 두고 한 말이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런 가까운 사이인 괵나라를 치려는 진나라에 길을 빌려준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옵니다.” “경은 진나라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소. 진나라와 우나라는 모두 주황실(周皇室)에서 갈라져 나온 동종(同宗)의 나라가 아니오? 그러니 해를 줄 리가 있겠소?” “괵나라 역시 동종이옵니다. 하오나 진나라는 동종의 정리를 잃은지 오래이옵니다. 예컨대 지난날 진나라는 종친(宗親)인 제(齊)나라 환공(桓公)과 초(楚)나라 장공(莊公)의 겨레붙이까지 죽인 일도 있지 않사옵니까? 전하, 그런 무도한 진나라를 믿어선 아니 되옵니다.” 그러나 재보에 눈이 먼 우공은 결국 진나라에 길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자 궁지기는 화가 미칠 것을 두려워하여 일가권속(一家眷屬)을 이끌고 우나라를 떠났다. 그 해 12월, 괵나라를 멸하고 돌아가던 진나라 군사는 궁지기의 예언대로 단숨에 우나라를 공략하고 우공을 포로로 잡아갔다.
Board 고사성어 2023.05.12 風文 R 1003
대통령과 책방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뭐라도 해야지, 싶었던 걸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었다. 대통령의 책방! 각운도 맞고 그림도 좋다. 소소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 그의 꿈은 책방지기로 실현되려나 보다. 책은 말글살이의 핵심이니, 일단 축하! 한편으론 궁금하다. 폐허가 된 나라를 새로 만들겠다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외침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언제 찾으려는가.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자본 논리가 아닌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랐었었었다’. 책방 문제만 볼까? 책방이 지역문화의 거점이 되기를 바랐다면, 재임 시절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똑같았다. 온라인서점에 ‘10% 할인 + 5% 포인트 적립 + 무료 배송’ 허용. 이것도 할인폭을 더 늘리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악 시도를 막아선 책활동가들의 싸움 덕분에 겨우 사수되었다.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 비해 도서 매입률(공급단가)도 더 높다. 이러니 동네책방은 버티고 버티다 빚에 눌려 문을 닫는다. 평생 책방지기였던 은종복씨가 ‘풀무질’을 넘기고 제주로 떠난 것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이끌며 ‘책방이음’을 사람들의 아지트로 만들던 조진석씨가 폐업을 하게 된 것도, 자본 편만 드는 제도 때문이었다. 그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프랑스는 한국과 정반대다. 온라인서점의 할인 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반아마존법’을 시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만 5% 할인과 무료 배송을 허용한다. 이래야 거대자본의 독식을 막고 출판문화계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금은 행동할 때가 아니라, 생각할 때다. 통렬한 반성 한 권을 권한다.
Board 말글 2023.05.12 風文 R 2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