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요술을 부리는 수통 한바탕 큰 전투를 치르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 한 명이 애타게 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군종목사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얼마의 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군종목사는 수통을 그 병사에게 건넸습니다. 병사는 무심코 그 물을 마시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소대원들의 눈이 자기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들 또한 목이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었습니다. 그는 목마른 것을 꾹 참고 그 수통을 소대장에게 넘겨 주었습니다. 소대장이 그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소대장은 그 수통을 받아들더니 입에 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마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에게 다시 그 수통을 넘겨 주었습니다. 부상당한 병사가 물을 마시려고 보니 수통의 물은 조금도 줄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병사는 소대장의 뜻을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부상당한 병사는 수통을 입에 대고 소대장처럼 꿀꺽 소리를 내며 맛있게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통은 다음 사병에게로 전해졌습니다. 소대원들은 모두 꿀꺽꿀꺽 물을 마셨습니다. 마침내 수통은 군종목사에게로 돌아갔지만 그 수통의 물은 처음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밤톨만한 영혼 이야기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을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할머니는 어디서나 쉽게 죽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다. 여자를 봐도 더러운 것만 찾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덩어리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죽은 사람들이었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그 말을 듣고 나는 모든 사람을 잘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밤톨만한 영혼을 갖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조경숙/아름드리 96
효자와 상황버섯 지난 6월 15일 새벽, 화천 평화의 댐에서 배를 타고 물어 물어 "비수구미"란 호수변 마을에 산다는 장윤일씨를 찾아가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엊그제 신문에서 그가 암에 좋다는 상황버섯을 캤다는 기사를 보고 무작정 나선 길이었다. 구할 수 있을까? 그 비싼 걸 돈 없이. "신문 보고 왔습니다. 상황버섯 좀 얻으려고..." 물안개 속에 어리둥절해 있는 그에게 덥석 큰절부터 했다. "아버지가 위암입니다. 병 고치느라 집 팔고 차도 팔아 빈털털이입니다. 지금도 친구분 병원에 거저 누워 계십니다. 가진 건 이것뿐입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상황버섯. 스스로도 턱없는 짓이라 여기며 회사 홍보용 기념품을 내밀었다. "배짱 참 좋수. 십원 한 푼 안 가지고 오셨네." 그는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먼 길을 밤새 왔는데 역시 허사인가. 곁에 앉은 아주머니도 말이 없었다. 그래도 매달려야지 생각하는 순간. 장씨가 아들을 불렀다. "조금 남은 것 있지? 죄 가져 오너라." 한쪽은 까맣고 한쪽은 황금색으로 빛나는 자연산 상황버섯 2백g. 너무기쁜 나머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돌아섰다. 등 뒤에서 그가 아들에게 "저런 사람 빈 손으로 보내면평생 가슴에 비수꽂고 산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보름만에 돌아가셨다. 그래도 버섯 덕인지. 큰고통은 없이 떠나셨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우리가 찾아야 할 것들 中
행복한 만물박사 도우미 "연탄 보일러는 이 연통이 중요해요, 할머니, 잘 묶어 고정 시키지 않으면 낭패보기 십상이라니까요," "그려, 그려, 어서하고 들어와서 이 단감이나 한 조각 드시구랴." 감을 깎던 박숙자 할머니는 비록 한평 반이 채 못 되는 집이지만 '이제야 사람 사는 모양이 갖춰진 것 같다'며 입가에 웃음을 며금는다. 유순녀(50세)씨가 가정도우미로 활동한 지 어느새 2년이 넘어서고 있다. 그간 돌봐 온 독거노인만 해도 스무 명 가까이 되고 친척이 없어 자신이 직접 장례를 치러낸 적도 세 번이나 있다. 그가 날마다 찾아가 돌보는 관내 독거노인은 대부분이 관절염, 신경통, 내과질환 등을 앓고 있는데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모시는 일이 유씨의 주된 임무 중 하나다. 하지만 유씨는 병원에 가는 일 말고도 부피가 큰 빨래를 집에 가져와 하거나 김치를 담가다 주는 일, 집안 청소 등 필요한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 보통 여자들이 할 수 없는 일까지 너끈히 해 내니 할머니, 할어버지들은 유씨를 척척박사, 만물박사로 부른다. 이밖에도 유씨는 할머니에게 뜻밖의 사고가 생길 것을 대비해 집집마다 알림장을 만들었다. 이 알림장에는 할머니의 평소 습관이나 지병, 주의사항이 세세히 적혀 있고 유씨의 연락처를 비롯해 먼 친척의 전화번호도 적혀 있다. 유씨의 마음엔 늘 한 가지 계획이 있다. 바로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니들이 편안히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다세대 주택을 짓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집을 지어 이들과 함께 사록 싶은데 그러자면 제가 복권에라도 당첨돼야겠지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다 함께 잘 사는 세상,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이 없는 좋은 세상을 꿈꾸며 한껏 부풀어 오른다. 행동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中 / 보건복지부
진리를 파는 가게 한 여행가가 진리를 찾기 위해 세계 각 곳을 여행하고 있었다.어느날, 그는 한 도시의 낯선 거리를 걷다가 이상한 간판을 발견했다. 한 상점에 '진리를 파는 가게'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는데 간판 밑에는 '여러가지 진리를 모두 팝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여행가는 단숨에 상점으로 뛰어 들어갔다. "진리를 판다는 게 사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떤진리를 원하시는지요. 부분 진리 입니까. 전체 진리입니까?" 판매원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물론 전체 진리를 찾고자 세계여행을 한 사람이니까요. 나에게만은 분명한 진리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여행가가 열정에 사로잡혀 말하자 판매원은 좀 가엾다는 눈빛으로 여행가에게 말했다. "꼭 원하신다면 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값이 워낙 비싸서요." "값이 얼만데요?" 여행가는 진리를 얻을 수만 있다면 웬만큼 비싼 값이라도 주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판매원은 말없이 전체 진리의 정찰 가격이 쓰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전체 진리를 가져갈 사람은 자기 여생 의 모든 편안함을 포기해야 합니다.' 여행가는 잠시 생각한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그동안 낭비했던 인생을 찾기 위해 자신의 가족과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평생동안 참다운 진리를 캐내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세상을 보아라 中
죄와 벌 늦은 밤, 외과의사인 존슨 박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 소년이 총을 가지고 장난을 하다가 그만 오발을 하여 생명이 위태롭다는 내용이었다. 소년이 입원한 병원은 50Km나 떨어져 최고 속력으로 차를 몰아도 족히 30분은 걸렸다. "소년은 살릴 수 있는 의사는 박사님밖에 없습니다. 제발 빨리 와주십시오!" 전화상의 다급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존슨 박사는 차의속력을 최고로 냈다. 그런데 20Km쯤 갔을 때 웬 사나이가 갑자기 길을 막으며 차를 세워달라고 손짓했다. 사나이가 몹시 급하게 보여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존슨 박사가 차를 세우고 묻자 사나이는 대뜸 권총을 들이댔다. "잔말 말고 어서 내려!" 존슨 박사는 뜻밖의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년의 생명이 초를 다투는데 정말 큰일이었다. "여보시오. 나는 의사요. 지금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치료하러 가는 길이니 제발 보내 주시오!" 애원을 했지만 사나이는 싸늘한 표정으로 박사를 차에서 강제로 끌어 내고 거칠게 시동을 걸었다. 존슨 박사는 할 수 없이 뛰다가 지치면 걷고, 조금 걷다가 다시 뛰어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가쁜 숨을 쉬며 담당 의사에게 물었다. "5분전에 죽었습니다. 5분만 일찍 오셨더라면 살 수 있었을텐데." 이때 죽은 소년의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울던 소년의 아버지가 존슨박사를 무섭게노려보았다. "아니, 당신은?" "당신이 의사였단 말이오!" "소년 의 아들은 당신이 죽였습니다." 박사가 혀를 차며 질책하자 사나이이는 실성한 사람처럼 울부짖었지 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슴을 활짝열고 세상을 보아라 中
저기 웃고 있는 사람 작가 호퍼는 노동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실업자가 되어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는 로스엔젤레스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직업소개소에 아침마다 나가 일자리를 구해 보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무려 5백여명이나 앉아 있었던 것이다. 가끔 어떤 남자가 나타나 '잔디 깎을 사람이요! 가구 운반할 사람이요!' 라고 소리치며 5백명의 사람들 중 한 두 사람을 뽑아 갔다. 호퍼는 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 중에 무엇을 기준으로 한 사람을 뽑아가는 걸까? 그것만 안다면 일자리를 구하기 쉬울텐데.' 호퍼는 그 비결을 찾기 위해 날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하루는 맨 가운데 앉아 보기도 하고 또 하루는 맨 앞에, 어느 땐 맨 뒤에 서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해 책을 들고 있기도 하고 진한 색깔의 옷을 입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방법 역시 호퍼에게 일자리를 주지는 못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맞아, 내가 정말 직업을 구하는 게 시급한 사람처럼 보이면 뽑히지 않을 거야. 행복하게 보이고 직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 가능성이 있을거야.' 다음날, 호퍼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다. 소개소엔 역시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윽고 한 남자가 들어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이야기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기 가운데 웃고 있는 사람!" 그는 호퍼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뒤, 호퍼는 매일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을 가꾸는 지혜 中
이봐, 턱을 높이 들라구 종교가 금지되어 있던 시절 , 소련의 한 작은 마을에 카톨릭을 몰래 전파하는 신부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부는 경찰에게 들켜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졌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을의 절친한 친구였던 이발사는 매우 슬퍼했다. 결국 친구가 너무나 걱정된 나머지 그는 무작정 시베리아로 떠나 그 곳 수용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이발사는 그 곳에 있다 보면 언젠가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수용소에서 이발사의 일은 죄수들의 머리를 깎아 주는 것이었는데 감시가 심해 죄수들과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러간 어느날, 여느 때처럼 최수들의 머리를 깎기 위해 대기실로 들어간 이발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의자에 덥수룩한 머리의 신부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눈빛만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나눌 수 없었다. 신부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발사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신부에게 이발사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머리카락을 고르게 자르기위해 고개를 들라는 주문뿐이었다. "이봐, 턱을 들어." 이발사는 힘주어 말했다. 이 말은 러시아 말로 "힘 내!"라는 관용적 뜻이 숨어 있었다. 신부는 이발사의 말에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 '고맙네, 친구. 턱을 빳빳이 드록 이무서운 곳에서 꼭 살아 남겠네.' 이발사는 신부가 풀려나기 전 3년 반 동안 수용소에서 그 일을 계속했다. 비록 몇 개월에 한 번씩 이루어진 만남이었지만 그때마다 이발사는 신부에게 힘주어 말했다."이봐, 턱을 더 들어!" 그러면 신부는 턱을 들면서 이발사의 눈빛을 슬쩍 바라보았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참 소중한 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