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가을철 밥상에 자주 올라오는 김치의 하나는, 깍둑 썬 무와 새파란 무청과 빨간 고추가 잘 어우러진 ‘깍두기’다. ‘깍두기’는 ‘콩나물국, 시래깃국’과 같이 국물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남쪽에서는 고장에 따라 ‘깍두기, 똑닥지, 쪼가리지’ 등으로 말한다. ‘깍두기’는 ‘단단한 물건을 써는 모양’을 나타내는 시늉말 ‘깍둑’에 뒷가지 ‘-이’를 연결하여 만든 토박이말로서, 전국에서 널리 사용한다. 고장에 따라 ‘깍대기/깍떼기, 깍뒤기/깍뛰기, 깍디기, 깍따구, 깍뚝지’ 등으로 발음한다. ‘똑닥지’는 ‘단단한 물건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시늉말 ‘똑닥’에 뒷가지 ‘-지’를 연결하여 만든 토박이말로, 주로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사용한다. 고장에 따라 ‘똑딱지, 똑데기/똑떼기’ 등으로 소리낸다. ‘쪼가리’는 ‘작은 조각’을, ‘조각’은 ‘작은 부분’을 나타내므로, 이를 이용하여 ‘쪼가리지, 쪼각지, 쪼가리짐치, 쪼각짐치’라고도 쓴다.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쓰는 말이다. 경남에서는 ‘뻬딱짐치’라고도 한다. 무를 조금 삐딱하게 썰어 담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북쪽에서는 고장에 따라 함남에서는 ‘간동지’, 평북에서는 ‘나박디’, 재중동포들은 ‘쪽다지, 구물짐치’ 등을 쓰고 있다. ‘뻐꾸기, 얼룩이’와 같이, 소리시늉말이나 짓시늉말을 이용하여 누구나 알기 쉬운 우리말을 만드는 과정을 ‘깍두기’가 잘 보여준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누다와 싸다 며칠 들이께 스펀지라는 티브이 방송에서 재미나는 구경을 했다. 돼지 다섯 마리를 새 우리에 넣고 똥오줌과 잠자리를 가릴지 못 가릴지 다섯 사람이 한 마리씩 맡아서 밤중까지 지켜보았다. 한 놈이 구석에다 오줌을 누자 다른 놈들이 모두 똥이나 오줌이나 그 구석에만 가서 잘 가려 누었다. 그런데 지켜보는 사람들은 돼지가 오줌이나 똥을 눌 때마다 한결같이 ‘쌌습니다!’ ‘쌌습니다!’ 했다. 박문희 선생이 유치원 아이들과 살면서 겪은 그대로였다. “‘똥 오줌을 눈다’와 ‘똥 오줌을 싼다’를 가려 쓰지 않고 그냥 ‘싼다’로 써 버립니다. ‘똥 오줌을 눈다’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변기에 눈 건지 바지에 싼 건지를 가려 쓰지 않으니 가려 듣지 못합니다. 이러니 생활이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분명히 ‘똥을 눈다. 똥을 싼다’는 말을 가려 써 왔습니다.”(박문희, ‘우리말 우리얼’ 46호) ‘누다’와 ‘싸다’는 다스림으로 가려진다. ‘누다’는 똥이든 오줌이든 스스로 잘 다스려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마찬가지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려서 철이 들지 않은 적에는 ‘싸고’, 자라서 철이 들면 ‘눈다.’ 철이 든 뒤에도 몸에 탈이 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스스로 다스려 ‘누’지 못하는 수가 생기고, 그러면 ‘싸’는 수밖에 없다. 한편, 짐승의 삶이 사람과 달라서 저들은 잘 다스려 ‘누’지만 사람의 눈에 ‘싸’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우리말 계통 세계의 여러 언어들은 뿌리를 어디 두는지에 따라 몇 가지 말겨레(어족)로 나뉜다. 우리말은 어느 말겨레에 들며, 뿌리는 어디일까?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랄-알타이어족이다, 알타이어족이다 등 여러 주장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알타이어족이 있다면, 우리말은 알타이어족에 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여기엔 세 가지 사실이 들어 있다. 먼저 ‘알타이어족이 있다면’이라는 전제다. 알타이어족에 드는 말무리(어파)로는 몽골어파, 튀르크어파, 만주-퉁구스어파 셋이 있지만, 이들을 한뿌리에서 갈라진 것이라고 보는 쪽과 이에 동의하지 않는 쪽이 팽팽하다. 그래서 이들을 묶어 알타이어족이란 말 대신 ‘알타이언어’라고도 일컫는다. 다음은 ‘알타이어족에 들 가능성이 높다’라는 표현이다. 우리말과 알타이언어들의 말소리와 문법을 견줘보면 비슷한 점이 꽤 많다. 그래서 알타이어족에 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뿌리임을 증명할 체계적인 비슷함이 잘 찾아지지가 않아 ‘과학적으로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출판된 여러 언어학책에서는 ‘한국어족’이라는 것을 따로 제시하고 거기에 우리말을 넣는다. 따라서 이를 과학적으로 분명히 밝히는 일은 우리 학계가 풀어야 할 큰 과제다. 폭넓고 깊은 현지 조사를 통해 우리말과 알타이언어의 특성을 더욱 정밀하게 비교해야 할 것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주머니차 신문을 읽다가 ‘뽕잎 주머니차’라는 표현에 눈길이 갔다. ‘주머니차’라는 말을 처음 쓴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주머니차’(tea bag)와 같이 영어 표현을 친절하게 밝혀 주었다. 순우리말 표현을 보고 반가워하다가 ‘티백’을 그대로 번역하면 ‘차주머니’인데 왜 앞뒤를 바꿔 ‘주머니차’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차주머니’는 ‘티백’보다 의미 영역이 넓다. “차주머니를 만들어 장롱 속에 매달아 놓으면 냄새 제거와 방충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 “차 도구에는 차주머니, 다기 바구니, 수저 등이 있다” 등에 나오는 ‘차주머니’가 종이나 천으로 만들어 차를 넣어 두는 주머니이기는 하지만 모든 ‘차주머니’에 ‘티백’처럼 1인분씩 차를 나누어 넣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차’라면 ‘차주머니’와 구분해서 ‘1인분의 차를 넣은 주머니’란 뜻으로 쓸만하겠다. ‘티백’이라는 외래어보다는 이왕이면 쉬운 우리말 ‘주머니차’를 살려 쓰는 것도 좋겠다. 물건이나 개념을 새로 들여올 때 말도 함께 들어온다. 그래서 외래어가 하나 늘어나기도 하고 그에 맞는 우리말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베이스볼’을 야구로, ‘바스켓볼’을 농구로 바꾸듯 풀밭에서 친다는 의미를 살려 골프(golf)를 ‘초구’(草球)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가 “타자가 초구(初球)를 쳤습니다”처럼 쓰이는 ‘초구’와 겹쳐 실현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 억지스럽지 않고 원래 쓰던 다른 말과도 겹치지 않는 쉬운 우리말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미꾸라지 추어탕이 생각나는 철이다. 미꾸라지와 함께 무청·호박잎·고추를 넣고 끓인 뒤 제핏가루(산초-)를 살짝 쳐 먹으면 구수하고 향긋한 맛이 나는 국이 바로 추어탕이다. 추어탕의 주인공인 ‘미꾸라지’를 남쪽에서는 ‘미꾸리·미꾸라지·웅구락지·용주래기’로 일컫는 등 쓰는 말이 다양하다. ‘미꾸리’는 16세기부터 19세까지 문헌에 나오는 낱말이다. 역사적으로 용언 ‘믯글’(미끌-)에 뒷가지 ‘-이’가 연결되어 ‘믯글이>밋구리’로 쓰면서, 남쪽의 여러 고장에서 ‘미꾸리·미꼬리·밀꾸리’로 소리내 쓴다. 20세기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꾸라지’는 ‘믯글’에 뒷가지 ‘-아지’가 합친 것으로, 방언에서는 주로 ‘미꾸라지’와 ‘미꼬라지’로 발음하는데, 다른 발음으로는 ‘미꾸락지·미꾸람지·미꾸래기·미꾸래미·미꾸래이·미꾸랭이’ 등 아주 다양하다. 전남에서 사용하는 ‘옹구락지·웅구락지’는 ‘우글우글, 우글거리다’에서 볼 수 있는 시늉말 ‘우글’을 뜻하는 ‘옹굴’에 뒷가지 ‘-악지’가 결합하여 새로운 꼴이 생긴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용고기·용곡지·용주래기’를 쓰는데, 이는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만든 이름이다. 함경도에서는 ‘새처네·소천어·종개미·찍찍개’ 등을, 평안도에서는 ‘말배꼽·맹가니·장구래기·증금다리·징구마리’ 등으로 쓴다. ‘미꾸라지’라는 말을 보면, 역사적으로 오래된 형태가 고장말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그 고장의 정서에 맞게 새롭게 만든 말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사람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사람이 참으로 무엇인가 싶다. 어버이를 죽이는 자식이 있더니 자식을 죽이는 어버이까지 나타났다. 돈 몇 푼에 꽃이파리같이 고운 어린이를 서슴없이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이틀에 셋씩이나 생기는 세상이다. 이땅에 사는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사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국어사전은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 한다. 사람이 짐승이라는 소리다. ‘사람’은 ‘살다’와 ‘알다’가 어우러진 낱말이다. 요즘 맞춤법으로 하자면 ‘살다’의 줄기 ‘살’에다 ‘알다’의 줄기 ‘알’을 이름꼴(앎)로 바꾸어서 붙인 셈이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살+앎’이겠으나, 속으로는 ‘삶+앎’으로 보아야 옳다. 삶을 아는 것이 사람이라는 뜻이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어떤 삶이 보람차고 어떤 삶이 헛된지를 알고, 무엇이 값진 삶이며 무엇이 싸구려 삶인지를 아는 것이 사람이라는 말이다. 우리 겨레가 언제부터 스스로를 ‘삶을 아는’ 존재라 여기며 ‘사람’이라 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한글을 처음 만든 때 이미 ‘사람(람의 `ㅏ'는 한글고어 아래아)’으로 나타나니 그전부터 써 왔음이 틀림없다. 참으로 놀라운 슬기로 마땅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는가! 이만한 이름을 붙인 겨레가 세상에 또 있는지 나는 모른다. 우리가 낱말의 속뜻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제대로 가르치며 사람답게 살기로 힘썼더라면, 오늘같이 막가는 세상을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개구지다 심하게 장난을 하는 아이를 일컬어 ‘장난꾸러기’ 또는 ‘개구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난꾸러기’나 ‘개구쟁이’가 하는 행동을 두고 ‘짓궂다’란 표현을 쓴다. 전라남도에서는 ‘제양시롭다’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짓궂다’는 말은 없고 ‘장난궂다’라고 한다. ‘짓궂다’나 ‘장난궂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면서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이 있다. “씨름이며 닭싸움이며를 하느라 한참 동안 개구지게 놀고 난 아이들이 비녀봉으로 칡이나 캐러 갈까 하고 둑을 내려설라치면 ….”(이서하 〈서점 앞에서〉) “아이보다 천진난만하고 개구진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던 ○○○씨가 또 한편의 애니메이션 주제곡에 도전한다.”(〈씨네21〉) “그러곤 개구진 미소를 짓다가 인찬의 굳은 표정을 본다.”(최진원 외 〈해바라기 5회〉) ‘개구지다’에서 ‘개구’는 문장에 단독으로 쓰일 수 없는 ‘어근’이다. ‘개구쟁이’에서의 ‘개구’와 같은 뜻으로, ‘장난이 심하고 짓궂음’의 뜻을 나타낸다. 뒤에 붙은 ‘지다’는 ‘값지다’, ‘멋지다’의 ‘지다’처럼 ‘그런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면서 앞에 오는 어근이나 명사를 형용사로 만드는 뒷가지(접미사)다. 따라서 ‘개구지다’는 ‘장난이 심하고 짓궂은 성질(경향)이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러한 뜻의 ‘개구’가 포함된 북한말로 ‘개구장마누라’가 있는데, ‘입이 걸고 행실이 못된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만주말 지킴이 스쥔광 지난주에 이어 사라져가는 자기 말을 지키는 젊은이를 소개한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와는 사뭇 다르게 지극한 모어 사랑이 만나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스쥔광은 나이 스물여덟인 만주족 젊은이다. 잘 알다시피 중국 헤이룽장성 싼자쓰촌에 사는 스물이 채 안 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만주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너무나도 안타까이 여겨 만주말을 따로 배운 청년이 바로 스쥔광이다. 젊은세대에서 유일하게 만주말을 아는 사람이다. 이런 현실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배운 만주말을 초등학교 어린이를 비롯하여, 마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기를 바란다. 교육을 통해 만주말이 오래 남아 쓰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어렵다. 예산이 없어 학교 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그리고 다른 젊은이들의 호응도 없다. 중국말로 의사소통이 다 되는 터에 따로 만주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쥔광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만주말이라는 큰 풍선이 있었습니다. 묶었던 끈이 풀리자 바람이 스르르 빠져 나왔습니다. 이제는 공기가 거의 남지 않은, 완전히 쭈그러진 풍선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바람을 넣어 주면 그 풍선이 둥글둥글 커질 텐데. 그러나 아무도 바람을 불어넣지 않습니다. 저 혼자라도 힘겹게 바람을 불어넣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커지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도우미 2년 전쯤이다. 인기가 높은 한 방송극에서 여주인공이 ‘헬퍼’라는 직업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도우미’라는 우리말이 ‘헬퍼’에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다. 극작가로서는 외래어가 더 세련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가사) 도우미’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하필 보편화되지도 않은 ‘(리빙) 헬퍼’라는 말을 썼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했다. 드라마 영향만은 아니겠지만 결국 ‘헬퍼’라는 말은 ‘가정부, (가사) 도우미’ 등으로 불리던 직업의 또다른 말로 자리를 잡고 말았다. 우리말보다 외래어가 더 세련된 표현이라는 막연한 인식 탓에 외래어 새말이 우리말을 밀어내는 사례가 많다. 백화점에 ‘목도리 매장’은 없고 ‘머플러 코너’가 있다. 회의를 할 때 명단과 일정을 점검하기도 하지만 ‘미팅을 세팅할 때 리스트와 스케줄을 체크’하기도 한다. 외래어 새말이 큰 세력을 얻지 못하거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라이프가드’(life guard)보다는 ‘안전 요원’이 훨씬 많이 쓰이고, ‘데빗카드’(debit card)보다는 ‘직불카드’가 익숙하다. 이렇게 새로 들어온 외래어보다 우리말이 쉽고 간단할 때는 호락호락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 이미 쓰던 말이 있는데 비슷한 의미의 새말이 생기면 기존의 말과 경쟁 관계에 놓인다. ‘베이비시터’, ‘실버시터’와 자리를 다투는 ‘아이 돌보미, 경로도우미’ 등의 새말들이 널리 자리잡기 바란다. 말은 가려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따른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고구마 쌀·보리 같은 곡물 대신 감자와 함께 흔히 먹는 식물에 고구마가 있다. 대체로 ‘고구마’로 부르지만 경남에서는 ‘고매’라 일컫고, 전남에서는 ‘감자’, 제주에서는 ‘감저’라고도 한다. 겨울에는 물기가 많은 ‘물고구마’가 좋고, 여름에는 밤처럼 포슬포슬한 ‘밤고구마’를 즐겨 찾는다. 군고구마·찐고구마도 있고, 쌀이 모자라던 전날엔 술을 담가 먹기도 했다. 고구마는 잎이 자라면 어린잎을 따 먹는데 이를 ‘고구맛순/고구마 순’이라 한다. 조금 더 자라서 줄기(덩굴·넝쿨)를 뻗으면 이를 ‘고구마 줄기’라 하는데, 실제로는 ‘잎자로’로서 지역에 따라서 ‘고구마 줄기/쭐기, 고구마 줄거리/쭐거리’라 부른다. 경기도에서는 ‘고구마 줄기, 고구마 줄거리, 고구마 순’을 일반적으로 쓰고, 경상 방언에서는 ‘줄기’를 ‘쭐기·줄거리·쭐거리·쭐그리·쭐겡이’로 쓴다. 충북에서도 ‘줄기·줄거리·쭐거리’로 발음한다. 전남과 충남에서는 ‘감자 순/감잣순, 감자 줄기, 감자 줄거리, 감자 대/감잣대’로 쓴다. 제주에서는 ‘감젓줄·감저꿀·감저뗑가리’ 등을 쓴다. 전북에서는 ‘고구마 줄거리, 고구마 순/고구맛순, 고구마 대/고구맛대’라고 일컫는데 특히 ‘고구맛순’과 ‘고구맛대’를 많이 쓴다. 고구마 잎자루를 따서 잎을 버리고 그 대를 먹는 까닭에 ‘고구맛대’로 부르는 것 같다. 표준어로는 ‘고구마 줄기’라 부르면 되지만, 지역에 따라서 고구마의 어린잎과 줄기를 부르는 이름과 그것을 식용으로 하면서 부르는 이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