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버시 ‘가시버시’는 요즘 널리 쓰지 않는 낱말인데, 누리집에는 이것을 두고 말들이 없지 않다. 우리 토박이말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토박이말 뜻을 몰라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니 참으로 반가운 노릇이다. 그런데 누리집에서 오가는 말들이 국어사전 때문에 잘못으로 빠지는 듯하다. 국어사전이 낱말 뜻풀이를 잘못하면 그것은 대법원이 법률을 잘못 풀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잡을 길이 없다. 그런데 국어사전은 ‘가시버시’를 ‘부부’라고도 하고, ‘부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해놓았다. ‘가시버시’는 ‘부부’도 아니고, 부부를 ‘속되게’ 이르거나 ‘낮잡아’ 이르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가시버시’는 보다시피 ‘가시+버시’다. ‘가시’는 ‘각시’니 요즘 말로 아내다. 그리고 ‘버시’는 ‘벗이’다. ‘벗이’는 ‘벗’에 임자토씨 ‘이’가 붙은 것이 아니고, 풀이토씨 ‘이다’에서 ‘이’만 붙여 어찌꼴로 썼다. 뜻은 ‘벗하여’ 또는 ‘벗으로’ 또는 ‘벗 삼아’와 비슷하다. 그래서 가시버시는 ‘각시를 벗하여’ ‘각시를 벗 삼아’ ‘각시를 벗으로’ 이런 뜻의 낱말이다. ‘남편이 아내와 둘이서 정답게’ ‘부부끼리 오손도손’ 이런 뜻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며 쓰는 낱말이다. “아따,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가시버시 그렇게 차려 입고 나섰는가?” “장에 가면서도 꼭 그렇게 가시버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가?” 이처럼, 평소에 사이좋게 살아가는 부부가 함께 나타나면 추어주느라고 부러움을 담아서 자주 쓰던 낱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궁시렁궁시렁 소리나 모양을 본떠서 나타내는 낱말을 시늉말이라 한다. 이런 말은 ‘졸졸/줄줄’, ‘겅중겅중/껑충껑충’처럼 자음이나 모음을 바꿔 느낌을 달리 나타낼 수 있다. 곧 ‘졸졸’보다 ‘줄줄’이 크고 무거운 느낌을, ‘겅중겅중’보다 ‘껑충껑충’이 ‘세고 거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시늉말에서는 양성보다 음성모음이 결합된 말이 크고 무거운 느낌을, 예사소리보다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합친 말이 세고 거친 느낌을 준다. 시늉말 가운데 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이 적잖다. “궁시렁궁시렁 불만이 많지만 … 조금씩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한겨레〉 2006년 3월15일치)/ “등 뒤에서 운전사가 뭐라고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관하지 않았다.”(구효서 〈낯선 여름〉)/ “칡덩굴로 탄탄하게 엮은 광주리 속에서 중병아리가 삐약삐약 운다.”(박경리 〈토지〉)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자꾸 하는 모양을 뜻하는 말로 ‘구시렁구시렁’은 있지만 ‘궁시렁궁시렁’은 사전에 없고, ‘삐악삐악’은 있지만 ‘삐약삐약’은 오르지 않았다. 시늉말은 소리나 모양을 본뜬 말이므로 언중이 널리 쓰는 말을 사전에 올려야 한다. 현실에서는 ‘구시렁구시렁’보다는 ‘궁시렁궁시렁’이, ‘삐악삐악’보다는 ‘삐약삐약’이 더 많이 쓰인다. 이 말들을 사전에 올린다면 ‘궁시렁거리다·궁시렁대다·궁시렁궁시렁하다’와 ‘삐약거리다·삐약대다·삐약삐약하다’도 함께 올려야 할 것이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토족말 지킴이 챙고츠 사라져가는 자기 말을 지키려는 두 젊은이를 소개한다. 토족말을 쓰는 챙고츠 양과 만주말을 지키는 스쥔광 군이다. 자기 겨레의 다른 젊은이와는 사뭇 다르게 지극한 모어 사랑을 바탕으로 사라져가는 자기말을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은 말 조사 때 만난 글쓴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챙고츠 양은 나이 스물셋인 토족(스스로는 ‘도르까’라 부른다) 젊은이다. 토족은 중국 칭하이성(청해성) 시닝시 근처에 사는 소수민족이다. 이곳 젊은이들 대부분은 중국말과 티베트말을 쓰며, 마을의 나이든 분들과는 달리 토족말(몽골어파에 드는 말인데, 그들은 ‘도르깨’라 한다)은 거의 모른다. 챙고츠 역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중국말·티베트말로 배웠고, 일상생활에서 이 두 말을 유창하게 쓴다. 글쓴이는 짓궂은 질문으로 비칠까 두려워 챙고츠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중국말과 티베트말로 모든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왜 토족어를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쓰려고 하는가요?”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우리 겨레의 독특한 말이니까요.” “친구들은 어떤가요?” “우리말 하기를 꺼려요.” “친구들을 설득해 볼 생각은 없는가요?” “해도 소용이 없어요. 친구들은 전혀 관심이 없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자기 또래들이 나이 들게 되면 자기네 말이 저절로 사라질까 봐 걱정이란다. 그래서 골똘히 생각한다. 자기네 말을 널리 퍼뜨릴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글자를 만들면 말을 더 잘 지킬 수 있을까?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새말의 정착 어떤 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게 얼마나 오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눈길을 끌 기사 제목을 달고자 만든 새말이 그때만 쓰이고 사라질 수도 있고, 누리그물(인터넷)에서 새로 만들어 쓴 말이 누리꾼 사이에 잠깐 유행하다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낱낱의 새말이 널리 퍼져 정착하는지, 잠시 쓰이다 사라지는지를 파악하려면 그런 말의 쓰임을 꾸준히 조사해야 한다. 2004년에 조사된 새말 중에 2005년에 가장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신행정수도’였다. 그해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부터 2005년 11월 행정도시 특별법 합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국민의 관심사였음을 드러내는 결과다. 다음으로는 ‘네티즌’을 바꿔 만든 ‘누리꾼’이 많이 쓰였다. 처음 생겼을 때는 ‘네티즌’보다 세가 약했으나 언론과 인터넷 사용자들이 의식적으로 많이 쓰면서 자리를 잡는다. 3위는 경제 분야 말 ‘종합 부동산세’였다. 줄여서 ‘종부세’도 많이 쓰이는데, 관련 법이 적용되는 까닭에 앞으로도 활발하게 쓰일 터이다. 2004년에 조사된 새말들이 2005년에도 꾸준히 쓰이는 것으로 나타난 말은 54%였다. 절반 정도가 지속적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1년 사이에 세력을 잃은 것이다. 2003년 새말은 52%, 2002년 새말은 45% 정도가 2005년에도 쓰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꾸준히 쓰임이 조사되는 새말은 우리말의 어휘 집합 안에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다슬기 다슬기를 사다가 된장을 좀 풀고 거기에 아욱이나 시금치 또는 애호박을 조금 넣고 끓이면 맛있는 다슬깃국이 된다. 다슬기의 시원한 맛과 채소 맛이 어우러져 한결 가을 입맛을 돋울 만하다. ‘다슬기’도 고장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다르다. 경남에서는 ‘고동·고둥·고딩이’라 부르고, 경북과 강원에서는 ‘골뱅이’라 일컫는다. 충청 지역에서는 ‘올갱이·올강·올뱅이’라 하거나 ‘베틀올갱이·베틀올강’이라고도 부른다. 강원과 경기 쪽에서는 ‘달팽이’라 부른다. 전북·전남 등 호남 지역에서는 ‘다슬이·대사리·대수리·다실개’라 일컫는다. 전북을 중심으로 한 인접 지역에서 ‘물고동’이라고도 하고, 전남에서는 ‘갯고동·갯다사리·갯물고동·갯비트리·비트리’라고도 부른다. 제주에서는 ‘가메기보말·민물보말’이라고 한다. ‘고둥·골뱅이’는 주로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을 말한다. ‘다슬기’를 ‘고둥·골뱅이’라 부르는 지역은 바다와 가까운 곳이다. ‘달팽이’는 주로 논과 밭이나 풀숲에서 사는데, 내륙에서 주로 쓴다. ‘다슬이·대수리’라 일컫는 지역은 냇물이나 연못이 많은 지역이다. ‘물고동’은 바다에 사는 ‘고둥’과 구별하려고 민물에 사는 ‘민물고둥’을 일컫는 말이다. 곳에 따라 생활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문화에 따라 연체동물의 이름도 섬세하게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이름에 걸맞은 문화를 존중해야 할 때다. 따라서 하나만 내세우고 나머지를 버릴 것이 아니라, 두루 그 고장 문화를 이해하고 알고자 노력했으면 한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옮김과 뒤침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아직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본뜨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해’든 ‘번역’이든 ‘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지만 ‘옮김’은 우리말이라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옮김’은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거기서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실천에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이 넓혀지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하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뒤침’이라 했다. 글말로는 ‘언해·번역’이라 썼지만 입말로는 ‘뒤침’이었다고 본다. ‘뒤치다’를 국어사전에는 “자빠진 것을 엎어놓거나, 엎어진 것을 젖혀놓다” 했으나 그것은 본디 뜻이고, 그런 본디 뜻에서 “하나의 말을 또 다른 말로 바꾸어놓는 것”으로 넓혀졌다. 어릴 적에 나는 서당 선생님이 “어디 한 번 읽어 봐” 하시고, 또 “그럼 어디 뒤쳐 봐” 하시는 말씀을 늘 들었다. ‘뒤쳐 보라’는 말씀은 가끔 ‘새겨 보라’고도 하셨는데, ‘새기라’는 말씀은 속살을 알아들을 만하게 풀이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뒤치라’는 것과 조금은 뜻이 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읽다’와 더불어 ‘뒤치다’, ‘새기다’, ‘풀이하다’ 같은 낱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서 자랐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꿍치다 ‘돈이나 물건 따위를 몰래 감추다’는 뜻을 나타내는 낱말로, 사전에 오른 말에 ‘꼬불치다’가 있다. ‘용돈을 꼬불치다’, ‘비상금을 꼬불치다’ 등으로 쓰이는 어감이 속된 말이다. 이 ‘꼬불치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말로 ‘꿍치다’가 있다. “병배는 나더러 뭔가 속에 꿍치고 있는 걸 풀어놔야 술이 제대로 받아들여진다고 했지?”(황순원 〈신들의 주사위〉) “그렇게 약 먹고 살고 싶어하는 남편을 아스피린도 아까워 밀가루를 섞여 멕이면서 그만한 목돈을 꿍쳐 놓았으니 그게 사람이유.”(박완서 〈흑과부〉) “주머니에는 이리저리 꿍쳐 두었던 삼천 원이 전 재산이었습니다.”(황석영 〈이웃사람〉) “게다가 도복을 꿍쳐 메고 도장을 드나들며 유도로 단련이 된 몸은 날렵하면서도 튼튼했다.”(박경리 〈토지〉) 앞에 든 보기에서 그 쓰임을 살피면, 마지막 보기(토지)를 빼고는 두루 ‘돈이나 물건 따위를 단단히 숨기거나 간직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현재 국어사전에는 마지막 보기처럼 ‘세게 동이거나 묶다’의 뜻으로 쓰인 ‘꿍치다’가 올림말로 올랐을 뿐이다. ‘꿍치다’란 말에 ‘단단히 숨기거나 간직하다’는 뜻이 생긴 셈인데, 이는 ‘세게 동이거나 묶다’는 의미에서 번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갈래를 새로 하나 잡아 확대된 뜻을 올려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처럼 말은 하나이지만 뜻이 여럿으로 쓰이는 낱말을 ‘다의어’라 한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말과 나라 알타이어족에 드는 몽골어파, 튀르크어파, 만주퉁구스어파 가운데 만주퉁구스어파에 속하는 어떤 말을 쓰는 겨레도 독자적으로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어파에 드는 만주어는 한때 중국 대륙을 지배한 청나라를 세운 민족의 말이긴 하지만 한문화에 이끌려 제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만주퉁구스어파에 드는 말 대부분이 현재 사라질 위기에 놓인 형편이다. 그것은 다른 여러 까닭도 있겠지만 아마도 독자적인 나라를 이루지 못한 까닭이 제일 클 것이다. 그 말을 쓰는 겨레들이 러시아나 중국에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러시아말과 중국말 위세에 눌릴 수밖에 없다. 만주퉁구스어파 말 가운데 중국 네이멍(내몽골)구자치구에서 쓰이는 어웡키말을 살펴보자. 쓰는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어윙키말을 지키고자 학교에서 가르치고 민족협회에서 사전을 편찬하고 민담과 노래를 정리하여 보급하고 있지만 힘이 턱없이 모자란다. 이것은 바로 독자적인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큰 나라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딸린 관계로 이들은 중국말을 배워야 하고 또 자치구의 중심말인 몽골말도 배워야 하니 자기 말에 관심을 둘 형편이 더욱 아니다. 이는 자기 말을 지키는 데 나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우리 겨레는 독립된 나라가 있고, 이를 통해 말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나라의 중요성을 광복을 맞이한 이 8월에 다시금 생각해 본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뒷담화 얼마 전 “‘뒷담화’가 맞아요? ‘뒷다마’가 맞아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뒷담화’(-談話)가, 다른 사람은 ‘뒷다마’(-たま)가 맞다고 하는 바람에 말싸움이 붙었단다. 주로 ‘뒷담화/뒷다마를 까다’와 같이 비속하게 쓰이다 보니 국어사전에도 오르지 않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정착되었기에 ‘뒷다마를 까다’라는 표현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밝히기는 어렵다. 일본말 ‘아다마’(아타마)에서 ‘뒤통수를 치다’라는 뜻의 ‘뒷다마를 까다’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는 주장, 당구대를 맞고 돌던 공이 우연히 다른 공을 맞혔을 때 쓰는 당구말 ‘뒷다마’(-たま)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당구장에서 ‘뒷다마’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생성 과정이 단순하다는 점에서 뒤쪽이 그럴듯하다. 그런데 왜 ‘뒷다마를 치다’가 아니고 ‘뒷다마를 까다’일까? 부정적인 뜻을 강조하고자 ‘치다’를 ‘남의 결함을 들추어 비난하다’라는 뜻의 ‘까다’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뒷담화’는 ‘뒷다마’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온 것이고 비속한 느낌이 강해 ‘다마’(-たま) 대신 발음이 비슷한 ‘담화’를 붙여 새로 만든 말이다. 일단 ‘뒷담화’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나니 ‘이야기’라는 뜻이 반영돼 ‘영화 촬영 뒷담화, 공연 뒷담화’처럼 ‘뒷이야기’ 뜻으로도 쓰인다. ‘뒷다마’나 ‘뒷담화’란 말보다는 ‘일이 끝난 뒤 뒷공론으로 하는 말’이라는 뜻의 ‘뒷말’이나 ‘뒷이야기’와 같이 쉬운 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부추? ‘부추’는 백합과에 드는 여러해살이풀인데, 한 자 남짓 되는 줄 모양으로 약간 두툼한 잎이 무더기로 모여나는 남새다. 김치를 담글 때나 반찬을 만들 때 양념으로 넣는다. 여름에는 ‘부추’를 많이 넣고 부침개를 만들어 먹는다. ‘부추’는 역사적으로 ‘부초〈부〈부추’의 과정을 거친 것이다. ‘부추’는 경기도와 강원도 지역에서는 ‘부추, 분추’라 부른다. 부추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분명하게 다르다. 전라 남북도에서는 ‘솔’이라 부르는데, ‘솔’로 ‘전’을 부쳐서 간식으로 먹는다. 충남에서는 ‘졸’이라 부른다. 경북을 중심으로 ‘정구지’라고 한다. 경남을 중심으로는 ‘소풀·소불’이라 하고, 그 동해안 쪽에서는 ‘정구지’라고도 한다. 이쪽에서는 ‘소풀·정구지’로 ‘찌짐’(부침개)을 해서 먹는다. 제주도에서는 ‘세우리, 쉐우리’라 불러 독특한 이름을 갖고 있다. 북쪽에서도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평안도에서는 주로 ‘푸초’로, 함경도에서는 ‘불기·섯쿠레·염주·염지’로 부른다. ‘솔’과 ‘정구지’도 쓴다. 만주 쪽에 사는 동포들도 조상들의 출신지에 따라서 ‘부추·솔·소풀·염지·정구지·졸파·푸초·서쿨레이’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고장에 따라 한 사물의 이름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고장말은 행정구역을 따라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언권으로 나뉘어 존재한다. 지역에 따라 말을 확인할 수 있는 고장말 지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