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가을이 깊어가면서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장독대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대는가 하면, 따사로운 햇볕에 각종 벌레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벌레’는 ‘버러지’와 함께 표준말로 쓰인다. ‘벌레’의 15세기 형태는 ‘벌에’다. 이 당시의 표기 방식은 ‘몸애〉모매’처럼 연철 표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벌에’는 ‘버레’가 아닌 ‘벌에’로 적었다. ‘몰애’(沙)도 같은 유형이다. 제2음절에 쓰이는 ‘ㅇ’은 ‘ㄱ’이 약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벌에’의 이전 형태는 ‘벌게’로 추정할 수 있고, ‘몰애’의 이전 형태는 ‘몰개’로 추정할 수 있다. ‘벌레’의 방언 형태는 ‘벌레, 버래, 버러지, 벌게, 벌거지’가 있다. ‘벌게’의 경우는 ‘벌에/버래’보다 오래된 형태다. 그래서 ‘벌게’의 경우 고장말에서는 ‘벌개, 벌기, 블기’ 등으로 나타나고, ‘벌레’는 ‘버래, 벌레, 버랭이’로 나타난다. ‘벌거지〉버러지’의 변화에서 보는 것처럼, ‘벌거지’도 ‘벌ㄱ’에 뒷가지 ‘-어지’를 연결해 쓰는 고어형이다. 방언에서는 ‘벌거지, 벌가지, 벌걱지, 블그니, 벌갱이’로 쓰인다. ‘버러지’는 ‘벌’에 접미사 ‘-어지’를 연결한 것으로 ‘벌러지, 버럭지, 버레기’가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벌게, 벌거지’가 단순히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중세국어인 ‘벌에’보다 이전에 썼던 옛말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방언에는 이처럼 아주 오래된 말이 많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움과 싹 가을이 오니 메와 들에 푸나무들이 겨울맞이에 바쁘다. 봄부터 키워 온 씨와 열매를 떨어뜨리고 뿌리와 몸통에다 힘을 갈무리하느라 안간힘을 다한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봄여름 쉬지 않고 일한 잎은 제 몫을 마쳐 기꺼이 시들어 떨어지고, 덕분에 사람들은 푸짐한 먹이를 얻고 아름다운 단풍 구경에 마냥 즐겁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풀은 땅속에서 뿌리만으로, 나무는 땅위에서 꾀벗은 몸통으로 추위와 싸우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푸나무는 또다시 ‘움’을 틔우고 ‘싹’을 낸다. ‘움’은 무엇이며 ‘싹’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싹’을 “씨, 줄기, 뿌리 따위에서 처음 돋아나는 어린 잎이나 줄기”라 하고, ‘움’은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나오는 싹”이라 했다. 둘이 같은 것을 뜻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움’과 ‘싹’은 말처럼 뜻도 다르다. 다만 둘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비슷해서 마음을 꼼꼼히 지니고 살지 않으면 가려내기 어려울 뿐이다. ‘움’이 자라 ‘싹’이 된다. 푸나무의 목숨이 처음 나타날 적에는 씨앗이거나 뿌리거나 줄기거나 ‘눈’에서 비롯한다. 씨앗이나 뿌리나 줄기의 ‘눈’에서 새로운 목숨이 나타나는 첫걸음이 ‘움’이다. ‘움’은 껍질이나 땅을 밀고 나오면서 미처 햇빛을 받지 못해서 빛깔이 하얗고 모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 희누런 ‘움’이 터져 나와 자라면 햇빛을 받아 빛깔이 푸르게 바뀌고 모습을 갖추면서 ‘싹’이 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복잡다난·미묘 ‘복잡’(複雜)은 홀로 문장에 쓰일 수 없는 말뿌리다. 문장에 쓰이려면 ‘복잡하다’, ‘복잡성’, ‘복잡스럽다’처럼 접미사와 결합하여 파생어가 되거나, ‘복잡골절’, ‘복잡반응’처럼 다른 단어와 결합하여 합성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복잡’이 포함된 복합어로, ‘복잡괴기(複雜怪奇)하다’, ‘복잡다기(-多岐)하다’, ‘복잡다단(-多端)하다’ 등이 있다. ‘복잡’에 한자어가 결합된 다음 다시 접미사 ‘하다’가 결합된 낱말인데, 큰사전에 수록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유형에 속하면서 흔히 쓰이는 낱말로 ‘복잡다난하다’, ‘복잡미묘하다’들이 있는데, 아직 큰사전에 수록되지 않았다. “복잡다난한 신사년은 갔다.”(김동인 〈젊은 그들〉) “복잡다난한 국내외 정세에 비추어 백척간두에 선 민주 대한의 역군이 되기로….”(김원일 〈불의 제전〉) “겪어 볼 것은 모두 겪어 보자.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 사회의 복잡미묘한 구성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박태순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 “… 이 몇 달 동안에 있었던 東洋 三國 안의 실정은 그처럼 어처구니가 없이 복잡미묘했다.”(유주현 〈대한 제국〉) ‘복잡다난하다’는 ‘여러 일이나 상황 따위가 얽혀 어려움이 많다’, ‘복잡미묘하다’는 ‘일이나 상황 따위가 얽혀 야릇하고 묘하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이 정도면 사전에 올릴 만하겠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드라비다말 인도말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인도말은 대부분 인도유럽어족에 들지만, 남부 인도에 널리 퍼져서 쓰이는 말들은 드라비다어족에 든다. 이 말겨레는 남부 인도와 스리랑카 쪽에서 많이 쓰며, 파키스탄에서도 쓰이는데, 사용 인구는 모두 1억4천만 정도다. 대표적인 말은 기원전부터 오랜 전통과 문학을 간직한 타밀말이다. 그런데 북부 인도에서도 드라비다말 쓰임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기원전 이천년쯤 인도유럽말이 인도에 들어올 당시 인도에 가장 널리 퍼져 쓰이던 말이 바로 드라비다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비다말의 명사는 단수·복수를 표시하며, 대명사는 남성·여성·중성으로 나뉜다. 알타이말·우랄말처럼 교착어에 해당하고, 문장도 주어-목적어-서술어 차례로 짜인다. 그래서 알타이말과 드라비다말이 같은 계통이 아닐까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20세기 초 헐버트라는 학자는 우리말과 드라비다말 몇 가지와 문법을 비교한 적이 있다. [kuvi]와 ‘구멍’, [kwi]와 ‘귀’, ‘집’을 뜻하는 [kudi]와 ‘구들’이 그런 보기다. 긍정적인 대답을 뜻하는 [am]과 우리말의 ‘암, 그렇고말고’ 등을 견주기도 했고, [pen](여자)과 ‘여펜네’를 견줬으나 신빙성이 거의 없다. 요즘도 우리말과 드라비다말의 계통 관련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러나 그저 몇몇 낱말이나 문법 구조가 비슷하다고 해서 계통이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메뚜기 황금빛 들녘 곳곳에는 벌써 가을걷이에 들어간 데도 적잖다. 벼가 익어가면서 메뚜기도 빛깔이 누렇게 변한 채 이리저리 뛰며 가을을 노래한다. 메뚜기는 이제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환경오염 정도를 가리는 지표가 되었다. 옛 문헌에서 ‘메뚜기’가 나타나는 최초의 형태는 16세기의 ‘묏도기’다. ‘묏도기’는 ‘뫼(山)+ㅅ+도기’로 분석하는데, ‘도기’는 ‘번데기’의 중세국어형인 ‘본도기’에도 쓰였다. ‘묏도기’는 ‘묏도기>뫼또기>메또기>메뙤기>메떼기>메띠기’ 또는 ‘묏되기>뫼또기>메또기>메뚜기>메뛰기>뭬뛰기’와 같은 변화를 겪으면서 고장마다 다양한 소리와 꼴로 쓰인다. ‘메뚜기, 메뛰기, 메띠기’는 전국적으로 쓰인다. 전북 쪽에서는 ‘뫼뚜기, 뫼뛰기, 메띠기’를, 전남 쪽에서는 ‘뫼또기, 뫼뙤기, 메때기’를, 경남 쪽에서는 ‘메뜨이, 매띠, 메띵이, 미띠기’를, 경북 쪽에서는 ‘매띠기, 미떠기, 미떼기, 밀뚜기’를 쓴다. 충남에서는 ‘모띠기, 모때기’를 쓰고 있다. 한편, 전남과 전북에서는 ‘땅개미, 땅개비, 땅구’도 쓰이고, 경북에서는 ‘땅개비, 떼때비’를 쓴다. ‘땅개비’는 ‘방아깨비’를 일컫는 말인데, 메뚜기의 방언으로도 쓰고 있다. 제주로 가서는 좀더 특이하다. ‘득다구리, 만죽, 만축, 말똑, 말촉, 말축’ 등을 쓴다. 함경도에서는 ‘매때기, 매뚜기, 뫼뙤기’, 평북에서는 ‘매똘기, 매뚤기, 매뜰기, 멜뚜기, 부들깨미’라고 쓰는데, 남쪽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뫼와 갓 들온말을 즐겨 쓰는 이들은 토박이말에는 이름씨 낱말이 모자라고, 한자말은 짤막하고 또렷한데 토박이말은 늘어지고 너절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를 보이는 말 하나를 들어보자. ‘산’이 그런 보기다. 얼마나 많이 쓰는 말이며 얼마나 짤막하고 또렷한가! 이것을 끌어 쓰기까지는 토박이 이름씨가 없었고, 이것이 들어와 우리 이름씨 낱말이 늘었을까? 사실은 거꾸로다. ‘산’ 하나가 토박이말 셋을 잡아먹었고, 그렇게 먹힌 토박이말은 모두 ‘산’처럼 짤막하고 또렷하였다. ‘뫼’와 ‘갓’과 ‘재’가 모두 ‘산’한테 자리를 내준 말들이다.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뫼’다. ‘갓’은 나무를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손을 못 대도록 오가면서 늘 지킨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갓지기’를 세워 지키도록 한다. 도회 사람들은 ‘갓’을 자주 보지 못하니까 머리에 쓰는 ‘갓’과 헷갈려서 ‘묏갓’이라 하다가 ‘멧갓’으로 사전에 올랐다. ‘재’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뫼’다.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는다. 난리라도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잿마루’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살 길을 찾는다. ‘뫼’는 ‘갓’과 ‘재’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억수 큰사전에서 ‘억수’를 찾아보면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로 풀이돼 있다. 이러한 뜻의 ‘억수’는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비가 억수로 내리부었다’처럼 쓰인다. 우리말에는 이와 다른 뜻을 가진 ‘억수’가 있다. “억수의 산목숨이 골짜기마다 그득그득 모두 제 몫을 하고 ….”(박경리 <토지>) “저 고래 덕분에 오늘 고기가 억수겠어요. 어탐기를 좀 봐요!”(천금성 <허무의 바다>) “동생들을 거느리고 산나물을 억수로 많이 해 온 적도 있었다.”(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억수로 퍼마셨는데도 도무지 취하지가 않는다 그런 말입니다.”(이동하 <도시의 늪>) 여기서 ‘억수’는 ‘세차게 내리는 비’의 뜻이 아니라 ‘아주 많은 수나 양’, 또는 ‘아주 심한 정도’의 뜻으로 쓰였다. 이런 뜻의 ‘억수(로)’를 경상도 방언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억수의 산목숨’ 등에서 ‘억수’는 한자말 억수(億數)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한자 ‘억’(億)은 ‘억대, 억겁, 억만’ 등에서처럼 ‘오랜, 많은’의 뜻이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가리키는 ‘억수’와 표기는 같지만 그 뜻이 다르므로, 별도의 올림말로 올리거나 아니면 동음이의어로 다룰 수도 있을 터이다.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낱말’을 동음이의어라 하는데, 사전에서는 ‘철자’가 같고, 그 뜻과 어원이 다른 낱말들에 한해 ‘강¹’, ‘강²’처럼 어깨번호를 붙여 구별하고 있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체로키 글자 올해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기념하는 첫해다. 한글날은 세종 임금이 1446년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훈민정음은 창제 원리가 과학적이며 글자 구성이 체계적이다. 그래서 배우기 쉽고 쓰기에 편리하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또한 만든 때와 만든 사람이 분명하게 알려진 세계에서 하나뿐인 글자라는 점도 자랑거리다. 미국 동남부에 흩어져 사는 토착민(인디언) 중에 체로키 겨레가 있다. 체로키 겨레는 체로키말을 쓰는 꽤 큰 부족이었으며, 유럽 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다른 부족보다 세련되고 차원 높은 문화를 누렸다. 미국 스모키산 자락에 있는 그들의 겨레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기 겨레는 만든 때와 만든 사람이 분명한 고유글자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들의 조상 세쿼이아라는 사람은 체로키말에는 86 음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하나씩 표현하는 음절글자를 만들어 글자생활을 하게 했다. 1820년 무렵이다. 그래서 그들은 체로키말로 된 책·신문·잡지를 발간했다. 그러나 체로키글자는 음소문자인 로마자 알파벳에 획을 더하거나, 고치거나, 뒤집어서 만든 음절문자다. 마치 일본이 한자를 조금씩 변형하여 음절문자인 가나를 만든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독창적으로 만든 글자로 볼 수는 없다. 결국 창제자와 창제 연도가 확실한 세계에서 유일한 글자는 한글뿐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교육과 새말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교육 제도가 바뀔 때마다 새말이 생긴다. 현재 사회에서 활동하는 기성세대들은 ‘본고사 세대’ 혹은 ‘수능 세대’다. 얼마 전 2008년부터 대입 제도가 바뀐다는 발표가 나자 ‘죽음의 트라이앵글 세대’, ‘저주받은 89년생’, ‘배틀로열 세대’ 등의 새말이 쏟아졌다. 고교 내신 성적, 대학 수학능력 시험, 논술 고사 세 가지를 두루 챙겨야 하는 새로운 입시 제도를 처음으로 적용받는 1989년생들부터는 잔인한 영화의 내용처럼 치열하게 같은 학급 친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반영하는 말들이다. 공교육 내실화가 이상에 머물고 점점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온갖 과외가 성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됐고, 최근에는 일정한 장소에 묵으면서 공부하는 ‘기숙 과외’까지 생겨났다. 부모와 함께 놀러가서 묵을 법한 콘도에 과외 선생님과 함께 머물면서 방학 내내 갇혀서 공부를 하는 어린 학생들이 측은할 따름이다. 이렇게 의존적으로 공부를 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이 ‘주차장 대학’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주차장 대학’은 결혼이나 졸업 따위 적절한 시기를 놓친 사람을 속되게 ‘똥차’라고 일컫는 데서 비롯된 새말이다.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서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도 이를 미루고 계속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꽈리 울타리 근처에 빨갛게 익은 꽈리주머니를 열면 주홍빛 열매가 들었다. 바늘로 씨앗을 빼내고 열매 껍질을 물에 씻어서 입에 물고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살짝 깨물면 소리가 났다. 재미있는 가을놀이여서 아이들은 ‘때왈’ 부는 소리를 크게 내는 데 열중하곤 했다. 이 놀이가 너무나 유행하여 한참 동안 고무로 만든 ‘꽈리’를 팔기도 했다. 문헌에는 15세기에 ‘ 리’가 나타나고, 17세기에는 ‘ 아리’가, 20세기 들어 다시 ‘꽈리’가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변화 과정이 분명한 말이다. ‘꽈리’는 주로 중부지방인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 많이 쓴다. ‘까리, 꽤리’ 등을 함께 쓴다. ‘꼬아리’는 ‘꽁아리’와 함께 북녘에서 많이 쓰는 형태다.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는 ‘땅깔, 땡깔, 땡꽐’을 주로 쓰고, ‘뚜깔’도 쓴다. 경북 쪽에서는 ‘뚜가리, 뚜과리, 뚝과리’라 한다. 전라 방언에서는 ‘때깔, 때꽐, 때왈’을 주로 쓰고, ‘꽈리’가 줄어든 ‘꽐’과 ‘하늘때왈, 하늘떼꽐’ 등도 쓴다. 제주 지역에서는 ‘부께, 푸께, 푸게기, 푸께기, 불처귀, 풀처귀, 푼철귀, 하늘푸께’라 일컫는다. ‘꽈리’는 꽈리주머니가 등불이 담긴 초롱 같다고 하여 한자어로 ‘등롱초’(燈籠草)라 하고, 빨간옷을 입은 낭자와 같다고 하여 ‘홍낭자’라고도 한다. 한의에서는 ‘산장’(酸漿)이라고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에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 식물이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