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고장말탐험 » 2006년 11월 8일자 한겨레 신문 숨은말 탐험 이미지. 기사본문의 고어가 깨져 이미지를 넣습니다. 입동을 맞으면서 비가 오더니 기온이 크게 내려갔다. 엊그제까지 단풍이 들어 가을인가 했는데 이제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하는 철이 되었다. 겨울은 가장 추운 계절로 양력에서는 12월부터 2월까지, 음력으로는 10월부터 12월까지를 말하고, 24절기로는 입동부터 입춘까지를 말한다. ‘겨울’(冬)은 중세국어에서 ‘겨 ·겨 ㅎ·겨을’을 거쳐 중부 방언에서 ‘겨울’로 쓰면서 표준어가 되었다. ‘겨울’은 지역 따라 음운 변화를 겪으면서 ‘겨을·결·게울·기을’을 쓰기도 하고, ‘저슬·저실·저울·절·즈을ㄱ·’을 쓰기도 한다. ‘겨 ’이 ‘저슬’로 바뀐 것을 보여준다. 한편 중세국어 ‘겨 ㅎ’에서 ‘ㅎ’이 대체로 ‘ㄱ’으로 발음되면서 지역에 따라 ‘저실ㄱ·저울ㄱ·절ㄱ·즈을ㄱ·?a’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동삼·동샘이·삼동’은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널리 쓰는데 ‘동삼’은 ‘삼동’(三冬)과 같은 말이다. 곧, 겨울에 드는 석 달을 가리킨다. ‘세안, 시안’은 전라 방언에서 많이 쓴다. 겨울을 ‘세안·시안’이라고 하는 까닭은 이 말이 바로 겨울 추위를 뜻하였기 때문이다. 곧 ‘매우 심한 한겨울의 추위’를 이르는 ‘세한’(歲寒)을 말하는 것이다. 겨울은 계절을, ‘세한’은 추위를 말하는 것인데, 이 말이 ‘겨울’을 대신하는 말이 됐다. 중세국어의 형태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음운 변화를 일으키면서 한자어와 함께 다양하게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참말과 거짓말 나라 안에 거짓말이 판을 치니까 거짓말을 다룬 책들이 쏟아진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참말이 아닌 말이다. 참말과 거짓말은 맞서는 짝이라 참말은 거짓말이 아니고 거짓말은 참말이 아니다. 참말은 사람과 세상을 밝혀주고 거짓말은 사람과 세상을 어둠으로 가리니, 거짓말을 잠재우는 것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지렛대다. 참말과 거짓말을 가리는 잣대는 무엇일까? ‘있는 것’(사실)이다. ‘있는 것’과 맞으면 참말이고, ‘있는 것’과 어긋나면 거짓말이다. ‘있는 것’에는 바깥 세상에 있는 것, 내 마음속에 있는 것도 있다. 바깥 세상에 ‘있는 것’에는 절로 있는 것, 사람이 만들어 놓아서 있는 것, 내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짓으로 있는 것도 있다. 그래서 바깥 세상에 저절로 그냥 있는 것을 잣대로 거기 맞는 참말과 어긋나는 거짓말, 바깥 세상에 사람이 만들어 놓아서 있는 것을 잣대로도 거기 맞는 참말과 어긋나는 거짓말, 내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짓으로 있는 것을 잣대로 하여 거기 맞는 참말과 어긋나는 거짓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잣대로 하여도 거기 맞는 참말과 어긋나는 거짓말이 가려진다. 그런데 이 넷째 갈래의 참말, 곧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잣대로 거기 맞는 참말은 참말이라 부르지 않고 ‘바른말’이라 부른다. “어서 바른말을 해라!” 할 적에는 마음에 감추고 ‘있는 것’을 잣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고 참말을 하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막하다’ 우리말에서 부사로 쓰이는 ‘마구’는 ‘몹시 세차게, 아주 심하게, 아무렇게나 함부로’의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마구 때리다’는 ‘아주 심하게 때리다’란 뜻이고, ‘마구 버리다’는 ‘아무렇게나 함부로 버리다’란 뜻이 된다. 이런 뜻의 ‘마구’가 줄어들어 생긴 말로 접두사 ‘막-’이 있다. 접두사 ‘막-’은 ‘거친’, ‘품질이 낮은’, ‘닥치는 대로 하는’, ‘함부로’란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막소주’는 ‘품질이 낮은 소주’,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는 말’을 뜻하며, ‘막가다’는 ‘앞뒤를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다’란 뜻이 된다. ‘막-’이 붙은 말이면서 아직 큰사전에 오르지 않은 낱말로 ‘막하다’가 있다. “어히 자네는 너무 막하네 그려, ‘왜’가 다 뭔가?”(송영 〈군중 정류〉) “손님 대접을 이렇게 막해도 되나 모르겠구먼.”(박완서 〈미망〉)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까 아무렇게나 막해도 된다는 겁니까?”(전상국 〈좁은 길〉) “무뚝뚝하고 말 막하기로 소문난 나의 어디서 그런 간사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지 내심 신기할 지경이었다.”(박완서 〈그 가을의 사흘 동안〉) 여기서 ‘막하다’는 ‘말이나 행동 따위를 경우에 맞지 않게 닥치는 대로 함부로 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실제 쓰이는 말이니까 사전에 올린다 해도, ‘막하다·막가다·막되다’ 같은 말은 덜 쓰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노무족 아주 새로운 말을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쓰던 말을 합하면 쉽게 새말을 만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로 ‘그런 사람 무리’ 또는 ‘그 무리에 드는 사람’이란 뜻을 더하는 한자말 뒷가지 ‘-족’(族)이 있다. ‘-족’을 붙여 만든 새말이 뒷가지를 붙여 만든 새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10년쯤 전에도 ‘검프족·글사랑족·야깅족’ 등이 흔했던 것을 보면 요즘에만 유행하는 게 아닌 셈이다. 이처럼 ‘-족’을 붙여 만든 말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까닭은 뭘까? 간단한 새말 하나로 사회의 새로운 경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특성을 지니는 사람 무리가 생겨나는 것은 바로 사회의 변화 양상을 드러낸다. “~족 등장”, “~족 사라졌다” 따위 기사 제목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최근 유행하는 ‘나우족’(NOW族←New Older Women), ‘노무족’(NOMU族←No More Uncle)은 활동 인구의 노령화와 남성의 태도 변화 등이 엿보이는 말이다. ‘나우족’은 가정은 물론 자신에게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40∼50대 중년 여성을 일컫는 말이고, ‘노무족’은 미용·패션 따위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기 발전에 적극적인 40∼50대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집안 살림과 자녀 교육에 여념이 없던 중년 여성들이 자신도 돌보게 되고, 중년 남성도 젊은 여성들 쪽에서 주된 관심사로 여겼던 미용과 옷차림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모음의 짜임새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은 어린이가 말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습득하는 모음은 [a]라고 한다. 그 다음 모음은 [u]와 [i]라고 한다. 그런데 실어증 환자가 말을 잃어가는 단계에서 맨 마지막에 잃어 버리는 것이 [u]와 [i], 그리고 [a]라고 한다.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모음은 바로 [a], [u], [i]라 할 수 있다. 필리핀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고유한 말은 타갈로그말이다. 이 말에는 모음이 세 개다. 바로 [a], [u], [i]이다. 모음 수가 적다고 온전하지 못한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음 대신에 다른 요소가 분화되어 이를 보충해 주기 때문이다. 모음이 다섯인 말에는 이웃 일본말을 비롯해 스페인말·러시아말이 있다. [a], [u], [i] 셋에다 [e]와 [o]가 더 있다. 이렇게 몇 개씩 더해 가면 언어에 따라 모음의 짜임새가 다양해진다. 이탈리아말과 독일말은 짜임새는 다르지만 모음이 일곱이고, 터키말은 여덟, 프랑스말은 열하나다. 그럼 우리말은 모음이 몇이나 될까? 표준어 규정에서 정한 표준발음법에는 열 개를 든다. 그런데 지역과 나이에 따라 머릿속에 갈무리된 모음의 수는 각각 다르다. 나이 따라 [에]와 [애]를 구별하지 않기도 하고, 지역 따라 [어]와 [으]를 하나의 소리로 인식하기도 한다. [위]와 [외]를 겹모음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내 머릿속에는 모음이 몇 개나 들어 있을까?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호박고지 햇볕이 따사로운 철이면 어머니의 손길이 바빠진다. 겨울에 먹을 마른 음식과 밑반찬 준비 때문이다. 겨우내 먹을 밑반찬으로 고추도 말려야 하고, 깻잎도 절여야 하고, 또 호박과 가지와 무를 얇게 썰어 햇볕에 말려두어야 한다. 무와 가지를 말린 것을 표준어로는 ‘무말랭이’, ‘가지말랭이’라고 하고, 호박을 말린 것은 ‘호박고지, 호박오가리’라고 한다. ‘오가리’는 ‘오글다, 오그라지다’와 관련된 낱말로, 고장에 따라 ‘우거리, 우가리, 와가리, 왁다리’로 발음한다. ‘고지’는 ‘고지, 꼬지’로 많이 쓰고, ‘고지’에 접미사 ‘-아기, -앙이’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고재기, 꼬쟁이’의 형태도 보인다. ‘오가리’와 ‘고지’가 뜻이 비슷한 까닭에 두 말이 섞이면서 ‘우거지, 고자리’의 형태로도 쓰인다. 제주도에서는 ‘말랭이’를 많이 쓴다. 지역에 따라서 ‘꼬시래기, 속씨래기, 쪼가리’로 쓰는 경우도 있다. 무말랭이는 양념을 해서 반찬을 만들면 졸깃한 느낌 덕분에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하다. 가지말랭이나 호박고지는 겨울철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나물을 무치거나 탕을 하면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이렇게 말려 놓은 무말랭이나 호박고지 등은 정월 보름날에 나물로 많이 쓴다. 가을철, 따사로운 햇볕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 애호박을 얇게 썰고 가지를 길게 썰어, 채반에 널어서 말리는 풍경이 그립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할말과 못할말 ‘할말’과 ‘못할말’도 제대로 말대접을 못 받는다. 그러나 ‘참말’과 ‘거짓말’이 국어사전에 오른 것처럼 ‘할말’과 ‘못할말’도 사전에 올라야 마땅한 낱말이다. ‘할말’과 ‘못할말’이라는 말을 우리 겨레는 오래 그리고 두루 쓰며 살았기 때문이다. ‘할말’과 ‘못할말’이 가려지는 잣대는 무엇일까?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이 잣대다.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에 맞으면 할말이고,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에 어긋나면 못할말이다.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동아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얽히고 설켜서 겨루고 다투고 싸우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마음이 맞으면 모여서 어우러지고 마음이 어긋나면 갈라서 흩어진다. 이럴 때 사람의 한 마디 말이 멀쩡하던 사이를 갈라놓기도 하고 갈라진 사이를 다시 어울러놓기도 한다. 사이를 갈라놓는 말이 ‘못할말’이고, 사이를 어울러놓는 말이 ‘할말’이다. 삶의 동아리에서 사람들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는 것보다 값진 노릇은 없기에 할말과 못할말을 가리는 말살이보다 무겁고 어려운 것은 없다. 거짓말이나 그른말도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을 북돋우면 할말이 되고, 참말이나 옳은말도 사람을 어우르는 사랑을 깨뜨리면 못할말이 된다. 그래서 할말과 못할말을 제대로 가려 마땅히 쓰는 사람은 동아리에서 훌륭한 사람으로 우러름을 받고, 할말과 못할말을 가리지 못하고 함부로 쓰는 사람은 동아리에서 말썽쟁이로 업신여김을 받는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제맛 ‘제’는 ‘저’에 격조사 ‘이·의’가 축약된 낱말이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에서처럼 ‘자기를 낮춰 가리키는 일인칭’으로 쓰이거나, ‘뭐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에서처럼 ‘이미 말한 이를 도로 가리키는 삼인칭’으로 쓰인 ‘제’는 ‘저’에 격조사 ‘이’가 달라붙은 것이고, ‘제 책입니다’에서 ‘저의 책’으로 분석되는 것은 ‘저’에 격조사 ‘의’가 달라붙은 것이다. ‘제’와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낱말로는 ‘내’, ‘네’ 등이 있다. 한편, ‘삼인칭 대명사’로 쓰이는 ‘제’는 합성어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말로는 ‘제각각·제값·제격·제고장·제구실·제대로·제때·제멋·제물·제바람·제빛·제살이·제소리·제자리·제집·제짝·제힘’ 들이 있다. 합성어가 되었을 때의 ‘제’는 본디 뜻에서 번져 ‘그 자체의’,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스스로의’, ‘본래의’ 등의 뜻을 나타낸다. ‘제’가 결합된 합성어이면서 큰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로 ‘제맛’이 있다. “과일도 익어야 ‘제맛’이 나고 곡식도 알이 차야 먹을 것이 있는 법이야.”(박경리 〈토지〉) “심신이 가벼워서 그런지 이제는 담배도 ‘제맛’이 돌았다.”(이문구 〈산너머 남촌〉) “사내 품도 추운 한겨울이 ‘제맛’이라더만 나야 어디 팔자에 그 재미는 없는 사람이고 ….”(한수산 〈유민〉) 여기서 ‘제맛’은 ‘고유한 맛’, 또는 ‘본성을 띤 좋은 상태’란 뜻으로 쓰였다. 최근 나온 일부 사전에는‘제맛’이 보이기도 한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자음의 짜임새 한국에 사는 미국 사람이 ‘팔’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우리말로 ‘팔’이 아프다고 했는데, 의사는 ‘발’이 어떻게 아프냐고 묻는다. ‘발’이 아니고 ‘팔’이 아프다고 하지만, 한국 의사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영어를 쓰는 사람은 머릿속에 우리말의 ‘발’과 ‘팔’이 구별되어 갈무리돼 있지 않아 이 두 발음을 구별하려 하지만 꽤 어렵다. 우리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두 소리가 아주 자연스레 구별해 저장하고 있는데다 ‘빨’도 구분한다. 따라서 비슷한 [ㅂ·ㅍ·ㅃ] 세 소리를 정확히 구분한다. 그러니 [불·풀·뿔]도 아무 혼돈 없이 구별된다. [ㄱ·ㅋ·ㄲ], [ㄷ·ㅌ·ㄸ], [ㅈ·ㅊ·ㅉ] 역시 그러하다. 우리말은 자음에 세 짝을 이루어 구별한다. 영어에서는 이런 구별이 없고, 단지 유성음과 무성음이라는 두 짝을 구별한다. 우리말 ‘바보’의 두 ‘ㅂ’을 우리는 구별하지 못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앞의 [ㅂ]은 무성음으로 뒤의 [ㅂ]은 유성음으로 전혀 다른 소리로 구별해 인식한다. 마치 우리가 ‘발’과 ‘팔’을 구별하듯이. 영어뿐만 서양말 대부분이 그러하고, 가까이는 일본말·중국말도 그러하다. 이처럼 언어마다 자음의 짜임새는 각각 다르다. 우리말처럼 자음이 세 짝을 이루는 말에 동남아시아의 태국말·베트남말이 있다. 베트남말에서 [가]는 ‘정거장’, [카]는 ‘상당히’, [까]는 ‘노래하다’이다. 그렇다고 우리말과 베트남말이 말겨레가 같다는 것은 아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경제 새말 새말을 조사해 주제별로 나눠 보면 사회상을 반영하는 말이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 많은 게 경제와 관련된 말이다. 이쪽은 대체로 ‘김치 지수’, ‘곰형 투자자’, ‘오일테크’처럼 경제 지표나 투자·절약과 관련돼 있다. 경제와 관련된 새말에는 비유적인 말이 특히 많다. 투자자 유형을 분류한 말로 ‘곰형 투자자, 황소형 투자자, 돼지떼형 투자자’ 등이 있다. 동물 이미지를 빌려 투자자의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곰형’은 말 그대로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을, ‘황소형’은 확신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격, ‘돼지떼형’은 많은 이들이 몰려들 때 투자하고 빠져나갈 때 같이 되파는 등 다중의 움직임과 함께하다 손해를 보는 투자자를 이른다. 스포츠 복권을 사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도 있다. ‘고시파식 베팅법’은 고시공부를 하듯 열심히 팀들의 전력을 분석하여 내기를 거는 방식이고 ‘애국 베팅’은 우리나라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조건 한국 팀이 이기는 쪽에 내기를 거는 방식이다. 그물로 고기를 잡듯 다양한 점수대에 내기를 걸어 이익을 얻으려는 방식은 ‘그물 마킹’이라 한다. 비유적이라는 것은 곧 주관적이라는 뜻이므로 이런 말들은 대부분 언론에서 만들어져 몇 번 쓰이다 사라진다. 새 물건·사건·개념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난 말보다 대중의 호응을 얻기가 힘든 까닭이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