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맞춤법 이성이 맞춤법을 자주 틀리면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이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맞춤법을 일부러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정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도가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일부러 틀리는 것과 모르고 틀리는 것은 구별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든다. 헷갈리는 맞춤법 중에 어미와 관련된 것이 많다. ‘-데요’와 ‘-대요’는 뜻이 다르다. ‘-데(요)’는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회상할 때 쓰는 반면에 ‘-대(요)’는 남이 말한 내용을 전달할 때 쓴다. “모스크바는 날씨가 춥데(요)”라고 하면 “모스크바에 가봤더니 날씨가 춥더라”는 뜻이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날씨가 춥대(요)”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모스크바 날씨가 춥다고 하더라”는 뜻이 된다. ‘-에요’와 ‘-예요’는 발음상의 편의에 따라 구분된다. 받침이 있는 체언 뒤에서는 ‘-이에요’, 받침이 없는 체언 뒤에서는 ‘-이에요’가 줄어든 ‘-예요’를 쓴다. “연필이에요” “책이에요” “ 물이에요” “학교예요” “어디예요” “누구예요”와 같이 쓴다. 그렇다면 ‘아니에요’가 맞을까? ‘아니예요’가 맞을까? ‘아니다’는 용언이므로 어간‘아니’에 ‘에요’가 붙어 ‘아니에요’가 된다. ‘되’와 ‘돼’도 쓸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되어’로 바꿀 수 있으면 ‘돼’가 맞다. ‘되어요’ ‘되어서’ ‘되었고’ ‘되었다’가 줄어서 ‘돼요’ ‘돼서’ ‘됐고’ ‘됐다’가 된다. ‘되’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붙어 ‘되고’ ‘되니까’ ‘되는데’처럼 쓴다. ‘되’는 어간으로 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안 되”가 아니라 “안 돼”가 맞는 것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1.09 風文 R 3515
중과부적(衆寡不敵) 衆:무리 중. 寡:적을 과. 不:아니 불. 敵:대적할/원수/적수 적. [출전]《孟子》〈梁惠王篇〉 적은 수효가 많은 수효를 대적하지 못한다는 뜻. 전국 시대, 제국을 순방하며 왕도론(王道論)을 역설하던 맹자가 제(齊)나라 선왕(宣王)에게 말했다. “전하 스스로는 방일(放逸)한 생활을 하시면서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천하의 패권(覇權)을 잡으려 드시는 것은 그야말로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緣木求魚]’과 같사옵니다.” “아니, 과인의 행동이 그토록 나쁘단 말이오?” “가령, 지금 소국인 추(鄒)나라와 대국인 초(楚)나라가 싸운다면 어느 쪽이 이기겠나이까?” “그야, 물론 초나라가 이길 것이오.” “그렇다면 소국은 결코 대국을 이길 수 없고 ‘소수는 다수를 대적하지 못하며[衆寡不敵]’ 약자는 강자에게 패하기 마련이옵니다. 지금 천하에는 1000리(里) 사방(四方)의 나라가 아홉 개 있사온데 제나라도 그중 하나이옵니다. 한 나라가 여덟 나라를 굴복시키려 하는 것은 결코 소국인 초나라가 대국인 초나라를 이기려 하는 것과 같지 않사옵니까?” 이렇게 몰아세운 다음 맹자는 예의 왕도론을 설파했다. “왕도로써 백성을 열복(悅服)시킨다면 그들은 모두 전하의 덕에 기꺼이 굴복할 것이오며 또한 천하는 전하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옵니다…‥.”
Board 고사성어 2024.01.06 風文 R 583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거리에서 한글로 표시한 간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이고 번화한 거리일수록 한글 간판을 찾아보기 더욱 힘들다. 간판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눈에 잘 뜨이게 걸거나 붙이는 것으로서 ‘옥외 광고물’의 한 종류이다. 그런데 간판은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로마자(영문 알파벳)와 같은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거리에서 한글로 표시한 간판이 줄어들고 로마자로만 표시한 간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형 할인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은 각각 ‘emart’, ‘Lotte Mart’, ‘Home plus’ 등으로, 영화관 체인점 시지브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은 각각 ‘CGV’, ‘Lotte Cinema’, ‘Megabox’ 등으로,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커피빈, 엔젤리너스, 카페베네 등은 각각 ‘Starbucks’, ‘The Coffee Bean’, ‘Angel-in-us’, ‘Caffe bene’ 등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 밖의 간판도 이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간판에서 한글 표기 기피 현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이다. 이제 드문드문 눈에 띄는 한글 간판에서 반가움과 안쓰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한글은 우리에게 한국인임을 확인시켜 주는, 아주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한글을 더욱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계승해 줄 책무를 지고 있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세종 대왕의 한글 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는 날이다. 한글날을 맞아 이러한 한글 사용 실태를 한번쯤 돌이켜 봤으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Board 말글 2024.01.06 風文 R 3220
북한의 ‘한글날’ 북한에도 한글날이 있을까? 북한에도 우리글을 기념하는 날이 있긴 하다. 그런데 날짜도 이름도 우리와 달라서 북한 사람들에게 한글날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마도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한글’ 대신 ‘조선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조선글날’이 있는 것은 아니고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정해서 기념하고 있다. 남북한이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데 이처럼 기념일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훈민정음 ‘창제’를 기리는 데 반해, 우리는 ‘반포’를 기념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은 세종 25년(1443년) 음력 12월에 창제되어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반포되었다. 한글날은 1926년에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한 것이 시초이다. 1928년부터는 이름을 한글날로 바꾸고, 광복 후에는 불편한 음력 대신 양력 10월 9일로 날짜를 정하였다. 10월 9일로 정한 데에는 1940년 안동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원본에 있는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이라는 기록이 근거가 되었다.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1446년을 기준으로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가 10월 9일이다. 북한은 ‘조선왕조실록’ 1443년 12월 30일자에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으셨다”라는 기록으로부터 창제일을 추정했다. 정확히 12월 어느 날에 새 문자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어 그 달의 중간인 15일로 정하고, 그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여 1월 15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해 놓고 해마다 다양한 기념행사를 벌여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는다. 이와 달리 북한은 훈민정음 창제일을 비교적 조용히 지내기에 북한 사람들 중에는 1월 15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Board 말글 2024.01.06 風文 R 3200
준조절충(樽俎折衝) 樽:술통 준. 俎:도마 조. 折:꺾을 절. 衝:충돌할 충. [유사어] 준조지사(樽俎之師). [출전]《晏子春秋》〈內篇〉 ‘술자리[樽俎(間)]에서 유연한 담소(談笑)로 적의 창끝을 꺾어 막는다[折衝]는 뜻으로, 외교를 비롯하여 그 밖의 교섭에서 유리하게 담판하거나 흥정함을 이르는 말. 춘추 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이 신하인 최저에게 시해되자 동생이 뒤를 잇고 경공(景公)이라 일컬었다. 경공은 최저를 좌상(左相)에 임명하고 그를 반대하는 자는 죽이기로 맹세까지 했다. 이어 모든 신하가 맹세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안영(晏子)만은 맹세하지 않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고 한다.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면 좋으련만.’ 이윽고 최저가 살해되자 경공은 안영을 상국(相國)에 임명했다. 안영은 온후박식(溫厚博識)한 인물로서 ‘한 벌의 호구(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가죽으로 만든 갖옷)를 30년이나 입었을정도로 검소한 청백리이기도 했다. 한 번은 경공이 큰 식읍(食邑)을 하사하려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하며 사양했다고 한다. “욕심이 충족되면 망할 날이 가까워지나이다.” 당시 중국에는 대국만 해도 12개국이나 있었고 소국까지 세면 100개국이 넘었다. 안영은 이들 나라를 상대로 빈틈없이 외교 수완을 발휘하여 제나라의 지위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안영의 외교 수완에 대해 그의 언행을 수록한《안자 춘추(晏子春秋)》는 이렇게 쓰고 있다. “술통과 도마 사이[樽俎間:술자리]를 나가지 아니하고 1000리(里) 밖에서 절충한다 함은, 그것은 안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 준조 사이 : ‘술통과 도마 사이’란 뜻으로, 술자리(연회석)를 가리키는 말.
Board 고사성어 2024.01.04 風文 R 585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계절이 바뀌는 건 우리 몸이 먼저 느낀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얼굴이 땅기는 것도 그 신호 중의 하나이다.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고…. 내가 느끼는 가을이다. ‘당기다’와 ‘땅기다’‘댕기다’는 헷갈리기 쉽다. 흔히 “얼굴이 당겨요” “피부가 당겨요”와 같이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럴 때는 ‘땅기다’가 맞다. ‘땅기다’는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는 뜻으로 “바람이 부니 얼굴이 땅겨요” “수술한 부위가 몹시 땅겨요” “상처가 땅겨서 아파요”와 같이 쓴다. 그 외의 것들은 대부분 ‘당기다’라고 생각하면 쉽다. ‘당기다’는 ‘마음이 끌리다, 입맛이 돋우어지다, 힘을 주어 가까이 오게 하다, 시간을 앞으로 옮기다’ 등 다양한 뜻이 있다. “호기심이 당겨요” “입맛이 당기니 살을 뺄 수가 없네요” “방아쇠를 당겼다” “결혼 날짜를 당겼다”와 같이 쓴다. 흔히 ‘당기다’를 강조한 표현이 ‘땅기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이다. ‘댕기다’는 불과 관련하여 쓰인다. ‘불이 옮아 붙다. 불을 옮아 붙게 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담배에 불을 붙일 때에는 ‘담배에 불을 댕기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와 같이 평음과 경음 사이에서 헷갈리기 쉬운 말 중에 ‘달리다’와 ‘딸리다’가 있다. ‘달리다’는 재물이나 기술, 힘 따위가 모자랄 때 쓰는 말인데 이를 ‘딸리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기운이 딸리다’가 아니라 ‘기운이 달리다’, ‘일손이 딸리다’가 아니라 ‘일손이 달리다’가 맞다. ‘딸리다’는 ‘어떤 것에 매이거나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 ‘식구가 다섯이나 딸려 있다’와 같이 쓴다. “딸린 식구가 많으니 힘이 달리네요”라고 기억하면 쉽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1.04 風文 R 3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