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일우(千載一遇) 千:일천 천. 載:실을/해 재. 一:한 일. 遇:만날 우. [동의어] 천재일시(千載一時), 천재일회(千載一會), 천세일시(千歲一時). [유사어] 맹귀부(우)목[盲龜浮(遇)木]. [출전]《文選》〈袁宏 三國名臣序贊> 천 년[千載]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란 뜻으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를 이르는 말. 동진(東晉)으 학자로서 동양태수(東陽太守)를 역임한 원굉(袁宏)은 여러 문집에 시문 300여 편을 남겼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문선》에 수록된〈삼국 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이다. 이것은《삼국지》에 실려 있는 건국 명신 20명에 대한 행장기(行狀記)인데, 그중 위(魏)나라의 순문약(荀文若)을 찬양한 글에서 원굉은 ‘대저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하면 천 년이 지나도 천리마[驥] 한 필을 찾아내지 못한다[夫末遇伯樂則 千載無一驥]’고 적고, 현군과 명신의 만남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렇게 쓰고 있다. 대저 만 년에 한 번의 기회는 이 세상의 통칙이며 [夫萬歲一期 有生之通途(부만세일기 우생지통도)] 천 년에 한 번의 만남은 현군과 명신의 진귀한 해후다 [千載一遇, 賢智之嘉會(천재일우 현지지가회)] [주] 순문약 : 후한(後漢) 말, 조조(曹操)의 참모로 활약했으나 조조에게 역심이 있음을 알고 반대하다가 배척당한 강직한 인물. 백락 : 주(周)나라 시대에 준마(駿馬)를 잘 가려냈다는 명인.
Board 고사성어 2024.05.08 風文 R 565
서거, 별세, 타계 일요일 새벽,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에는 ‘서거’ 외에 ‘별세’, ‘타계’ 등이 있다. ‘서거’는 대통령 같은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 위대한 예술가 등 비범한 인물의 죽음에 대해 쓴다. 사전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존경하는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조모의 서거, 선생의 서거 50주기를 맞아’ 등의 예문을 ‘왕의 서거’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던 사람에 한해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별세’는 세상과 이별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의 죽음을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말이다. 고인의 사회적 지위나 명망에 관계없이 존경의 뜻을 담아서 쓴다. ‘돌아가시다’와 거의 같은 정도의 존대 표현으로 권위적이지 않아 고인에 대한 개인적인 추모 감정이 더 잘 묻어난다. ‘직원 000의 부친 별세’처럼 부고를 전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타계’는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으로 국어사전에는 ‘귀인’의 죽음을 이르는 말로 풀이돼 있다. 쓰임을 분석해 보면 ‘서거’를 쓸 정도는 아니지만 사회에 적잖은 기여를 했거나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인물에 쓰인다는 점에서 ‘별세’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표현들이 언제나 엄격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말하는 장면이나 말하는 이의 뜻에 따라 혼용이 가능하다. 얼마 전 만났던 팔순의 어르신 말씀이 떠오른다.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일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까 고민하셨단다. ‘타계’는 공적인 느낌이 강해서 벗을 잃은 슬픔이 드러나지 않고, ‘별세’를 쓰자니 윗사람이 아니어서 꺼려지고. 여러 날 궁리 끝에 ‘영원히 잠들다’는 뜻의 ‘영면’을 생각해내고는 만족스러우셨다고 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Board 말글 2024.05.08 風文 R 2530
‘수놈’과 ‘숫놈’ ‘수놈’과 ‘숫놈’을 사이에 두고 아나운서실에서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맞춤법 표기는 수놈으로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놈[숟놈→순놈]이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소(황소)’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는 어색하게 느껴지고 ‘숫소’가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나운서들은 원칙과 현실 발음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이 있다. 현행 맞춤법 규정은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기로 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숫놈’을 버리고 ‘수놈’이 표준어가 되었다. ‘숫소’가 아니라 ‘수소’, ‘숫꿩’이 아니라 ‘수꿩’, ‘수나사’, ‘수은행나무’가 된 것이다. 모두가 ‘수-’로 통일됐다면 쉽겠다. 그런데 다음의 경우는 ‘수-’ 뒤의 거센 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암수’의 ‘수’가 ‘숳’에서 왔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 굳어진 것들이다. 수컷,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평아리, 수퇘지가 그것이다. 암컷을 이르는 접두사 ‘암’의 경우도 이에 준해 암컷, 암캉아지, 암캐, 암키와, 암탉, 암탕나귀, 암평아리, 암퇘지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수’ 뒤의 거센 소리가 굳어진 것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개미’나 ‘거미’ ‘벌’의 경우 ‘수캐미’ ‘수커미’ ‘수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지만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맞춤법 규정은 ‘수개미’ ‘수거미’ ‘수벌’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숫-’을 인정하는 것은 ‘숫양’ ‘숫염소’ ‘숫쥐’ 뿐이다. 그래도 ‘수놈’ ‘수소’는 어색하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수놈’이라 쓰지만 ‘숫놈’[순놈]이라 읽는다. ‘수소’라 쓰고 ‘숫소’[숟쏘]라고 읽는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5.08 風文 R 2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