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흔히 틀리는 맞춤법 10가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게 ‘어의없다’로 나타났는데, ‘어이없다’로 써야 맞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의없다’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모두가 ‘어이’로 발음하는 말을 어떤 사람들은 굳이 ‘어의’라고 써서 틀리는 걸까? ‘의’의 발음 탓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의’는 모음 ‘으’와 ‘이’가 결합한 이중모음으로, 시작할 때는 입술 모양을 ‘으’로 했다가 재빨리 ‘이’로 바꾸면서 내는 소리다. 그런데 ‘의’는 항상 ‘의’로만 소리 나지 않고 때에 따라 ‘이’나 ‘에’로도 발음된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어이가 없네”라는 조태오(유아인)의 대사는 큰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선 ‘의사’‘의논’ 같이 단어의 첫소리에 ‘의’가 나올 때는 이중모음 ‘의’로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한편 모음 ‘의’ 앞에 다른 자음이 있을 때는 항상 ‘이’로 발음한다. 따라서 ‘희망’과 ‘띄엄띄엄’은 ‘히망’ ‘띠엄띠엄’으로 읽는다. 단어의 첫 음절이 아닌 경우에는 ‘의’를 ‘의’나 ‘이’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모의’와 ‘정의’는 ‘모의’ ‘정의’로 발음할 수도 있고, ‘모이’ ‘정이’로 발음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관형격 조사 ‘의’는 ‘의’뿐만 아니라 ‘에’로도 발음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의 소원’을 ‘우리에 소원’으로 읽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발음 규칙을 잘 익혔는지 보려면 ‘민주주의의 의의’를 발음해 보면 된다. 글자 그대로 발음하기도 하지만 허용 발음에 따라 ‘민주주이에 의이’라고 발음할 수도 있다.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적는 것은 평소 ‘주이’ ‘고이’로 발음하는 말들을 ‘주의’ ‘고의’로 적었던 습관을 그럴 필요가 없는 말에까지 과잉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Board 말글 2024.05.29 風文 R 981
주책이다/ 주책없다 상황에 맞지 않게 실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은 “주책이다” 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주책없다”라고 말한다. 같은 의미로 전혀 상반된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얘기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에 맞춰 적절히 해석하겠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는 뜻의 형용사는 ‘주책없다’이다. ‘주책이다’는 ‘주책없다’의 잘못이다. ‘주책없다’가 바른 표현이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혼란이 온 것일까? 명사 ‘주책’은 ‘①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②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①은 긍정적 의미, ②는 부정적 의미이다. ‘주책을 떨다’ ‘주책을 부리다’ ‘주책이 심하다’ 와 같이 쓸 때의 ‘주책’은 ②의 뜻, ‘주책없다’에서의 ‘주책’은 ①의 뜻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②의 뜻을 생각한다면 ‘주책이다’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겠다. 표준어 규정에서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주책이다’를 버리고 ‘주책없다’를 취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안절부절하다’와 ‘안절부절못하다’가 있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안절부절’이라고 하는데 동사형은 ‘안절부절하다’를 버리고 ‘안절부절못하다’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칠칠하다’와 ‘칠칠치 못하다’는 모두 맞는 말이지만 뜻을 반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깨끗하고 단정하며 일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진 경우 ‘칠칠하다’ 반대의 경우 ‘칠칠치 못하다’라고 쓰는 것이 맞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5.10 風文 R 2359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매년 12월에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일 것이다. ‘크리스마스(성탄절)’는 본래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그보다는 연인의 날이나 가족의 날로 인식하고 있다. 이날에 즈음하여 연인 또는 가족 간에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선물을 주고받는다. ‘Merry Christmas!’라 적힌 크리스마스카드를 친한 이에게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메리 크리스마스’는 영어 인사말이다. 이로 인해 어떤 이는 이 말을 ‘즐거운 크리스마스(성탄절) 되세요’로 직역해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로 의역한 말이 우리말로 좀 더 자연스럽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곧바로 새해가 된다. 이때에는 젊은 사람들끼리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 말 또한 영어 인사말이다. 이전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에게 고마움을 베풀어 주었던 사람에게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 적힌 연하장을 보냈다. 설날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인사말보다 ‘해피 뉴 이어!’란 인사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올 12월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나 ‘해피 뉴 이어!’ 등의 영어 인사말보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과 같은 자연스러운 우리 인사말을 더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Board 말글 2024.05.10 風文 R 2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