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뵈요?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면대면 의사 소통방식이 줄어들고 휴대전화의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서로 의사를 교환한다. 즉 말보다 글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맞춤법에 맞게 얼마나 정확하게 글을 쓰느냐가 그 사람의 교양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0%가 넘는 대학생이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이성 상대에 대해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다. 국어의 맞춤법은 가장 기본적인 소양인데, 이런 맞춤법을 자주 틀린다는 것은 상대에게 소양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는 조사 결과다. 일반적으로 흔히 틀리는 맞춤법 실수를 하나 꼽으라면 “이거 먹어도 돼요?”라고 적어야 할 것을 “이거 먹어도 되요?”라고 적는 것이다. 그럼 왜 ‘돼요’를 ‘되요’라고 잘못 적는 것일까. 동사 ‘되다’의 의문형은 ‘되다’의 어간인 ‘되’에 종결어미 ‘어’와 존대의 보조사 ‘요’를 함께 붙인 ‘되어요’가 맞고 이를 줄여 ‘돼요’라고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되요’라고 적는 것은 종결어미 ‘어’를 생략하고 존대의 보조사 ‘요’만 적은 것으로 문법적으로 맞지 않다. “나중에 뵈요”도 역시 틀린 표현이다. 동사 ‘뵈다’의 청유형은 ‘뵈다’의 어간인 ‘뵈’에 종결어미 ‘어’와 존대의 보조사 ‘요’를 함께 붙인 ‘뵈어요’가 맞고 이를 줄여 ‘봬요’라고 적어야 한다. “집에서 명절을 쇠요” “함께 바람을 쐬요”라는 문장도 “집에서 명절을 쇄요” “함께 바람을 쐐요”로 고쳐 적어야 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9.17 風文 R 1317
연월일 적기 홍보의 시대이다 보니 길거리에 나서면 온갖 현수막들이 보인다. 손 씻기를 강조하는 공익 광고부터 가게 홍보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그 가운데 특정한 행사 개최를 알리는 내용이 상당히 많은데, 그런 현수막의 경우 보통 아래에 개최 일시를 적어 놓는다. 그런데 이 경우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데, 다음 예에서 그 문제점을 찾아보자. 때: 2016. 9. 23(금) 14:00 여기에는 세 가지 문장 부호가 있는데, 우선 쌍점(:)은 위 예의 ‘때:’와 같이 표제 다음에 해당 항목을 들거나 설명을 붙일 때, ‘14:00’처럼 시와 분을 구별할 때 쓸 수 있다. 다음으로 소괄호(( ))는 위 예의 ‘(금)’처럼 보충적인 설명을 덧붙일 때 쓸 수 있다. 그러니 이 두 문장 부호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침표(.)는 여러 가지 용법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3ㆍ1운동이 일어난 때는 ‘1919. 3. 1.’과 같이 적는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날짜 다음에도 마침표를 꼭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마침표는 ‘년, 월, 일’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것이므로, 만일 날짜 다음에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1919년 3월 1’과 같이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앞에서 낸 문제의 답은 분명하다. 날짜 ‘23’ 다음에 마침표를 빠뜨린 것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듯이 이와 같이 연월일을 표시할 때 날짜 다음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오히려 제대로 찍은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할 정도이다. 마침표, 작은 점 하나지만 이제부터라도 잊지 말고 꼭 찍자.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Board 말글 2024.09.17 風文 R 1226
장염, 간염, 폐렴 장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장염(腸炎)’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염’의 바른 발음은 [장:염]이 아닌 [장:념]이다. 표준발음법 제29항을 보면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고 되어 있다. ‘장염’은 ‘장’과 ‘염’의 합성어이며 ‘장’의 끝이 자음이고 ‘염’의 첫음절이 ‘여’이기 때문에 ‘ㄴ’ 음을 첨가해 [장:념]이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그럼 ‘간염(肝炎)’의 경우에도 [간:념]이라고 발음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간염’은 ‘장염’과 동일한 음운 환경이지만 글자 그대로 [가:념]으로 발음한다. 이는 어떤 단어들은 'ㄴ'을 첨가해 발음하지만, 어떤 단어들은 표기대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즉 음의 첨가는 모든 환경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ㄴ'이 첨가된 경우에는 사전에 그 발음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백분율(百分率)’의 발음은 [백분뉼]이지만 ‘환율(換率)’의 발음은 [화:뉼]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럼 ‘폐렴(肺炎)’은 왜 ‘폐염’이 아닌 ‘폐렴’으로 표기하는 것일까? ‘炎’의 원래 음은 ‘염’이지만, ‘폐렴’에서는 ‘렴’으로 음이 달라져 쓰이게 됐고, 이런 쓰임이 인정돼 ‘폐렴’과 같이 적게 된 것이다. 이처럼 달라진 음을 ‘속음(俗音)’, 원래 음을 ‘본음(本音)’이라고 하는데, 한자어를 ‘본음’이 아닌 ‘속음’으로 표기하는 예에는 유월(六月), 시월(十月), 초파일(初八日), 대로(大怒), 모과(木果), 의논(議論), 의령(宜寧), 허락(許諾) 등이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9.16 風文 R 1310
온점과 마침표 지난 2014년에 문장부호 규정이 개정되면서 몇몇 문장부호들의 이름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와 ‘,’의 이름이다. ‘.’는 가장 자주 쓰이는 문장부호지만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이것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개정 전까지는 ‘.’를 ‘마침표’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었다. ‘온점’으로만 불러야 했다. 본래 마침표는 ‘.’뿐만 아니라 ‘?, !’까지 아우르는 말이었다. 모두 문장 끝에 쓰여 문장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온점, 물음표, 느낌표’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 ‘마침표’ 또는 ‘종지부’였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 언어 현실에서는 마침표라고 하면 곧 ‘.’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오랫동안 규정과 현실 사이에 거리가 있는 채로 시간이 흘러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2014년에 규정을 개정하면서 언어 현실을 수용하여 ‘마침표’는 ‘.’만을 가리키는 용어로 변경하였다. ‘.’는 ‘마침표’와 ‘온점’ 두 개의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대신 ‘?, !, .’의 통칭으로서 마침표는 없어지게 되었다. ‘,’도 개정 이전까지는 교과서에서 ‘반점’으로만 가르쳐 왔다. ‘마침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쉼표’도 본래 ‘반점(,), 가운뎃점(ㆍ), 쌍점(:), 빗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었다. 모두 문장 중간에 쓰여 앞뒤를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에서는 ‘쉼표’를 ‘,’만을 가리키는 용어로 변경하였다. ‘,’는 ‘쉼표’ 또는 ‘반점’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고, 통칭으로서 쉼표는 없어지게 되었다. ‘< >’와 ‘《 》’도 새로 이름을 갖게 되었다. 둘을 아울러서는 ‘화살괄호’, 따로 부를 때는 전자는 ‘홑화살괄호’, 후자는 ‘겹화살괄호’라 하면 된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09.15 風文 R 125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 왔다. ‘추석(秋夕)’은 예기(禮記)의 ‘춘조월 추석월(春朝月 秋夕月)’이란 기록에서 옮겨온 것으로, 가을밤인 추석에 1년 중 가장 밝은 달빛을 볼 수 있어 상고시대부터 농경민족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석’을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부르는데, 가을의 계절인 음력 7, 8, 9월 중 음력 8월이 가을의 중간이고 또한 15일이 8월의 중간이기 때문에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명절’이란 뜻에서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한 추석을 우리 고유의 표현으로는 ‘한가위’라고도 부르는데, 그럼 ‘한가위’의 어원은 무엇일까. 먼저 ‘가위’는 ‘음력 8월 또는 가을의 한가운데’를 의미하며 ‘한’은 어떤 낱말 앞에 붙어서 ‘크다’는 뜻을 더해 주는 우리 고유의 말이다. 그래서 ‘한가위’는 ‘음력 8월 또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날’이라고 의미를 풀이할 수 있다. ‘한’이 붙어서 ‘크다’의 의미가 더해진 단어로는 ‘한가위’ 외에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인 ‘한길’, ‘우리의 큰 글’이란 뜻의 ‘한글’ 등이 있다. ‘한가위’란 명절에 이처럼 ‘크다’는 뜻의 접두사를 붙이는 것은 추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인 까닭도 있겠고 또한 이 시기가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는 계절이라 일 년 중 가장 먹을 것이 풍족한 계절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추석 명절에 우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을 서로에게 주고받는다. 올해 추석을 맞이하여 독자들의 가정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와 같은 풍요로움과 넉넉함이 가득하기를 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9.15 風文 R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