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과 짜장면 한동안 ‘짜장면’은 ‘자장면’으로만 적어야 했다.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외래어표기법 제1장 제4항)라는 규정을 따랐기 때문이다. 흔히 /께임, 뻐쓰, 쎈터, 쨈/으로 발음하지만 ‘게임, 버스, 센터, 잼’으로 적는다.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적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보통의 외국어는 ‘울림소리-안울림소리’의 대립을 이루는데, 한국어는 ‘예사소리-거센소리-된소리’의 대립을 이룬다. 이런 불일치 때문에 울림소리를 예사소리 또는 된소리로 발음한다든지(boat-/보트/~/뽀트/), 안울림소리를 거센소리 또는 된소리로 발음한다든지(Paris-/파리/~/빠리/) 하는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혼란을 줄이려고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울림소리는 예사소리로, 안울림소리는 거센소리에 대응시키고 된소리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뻐쓰’와 마찬가지로 ‘짜장면’도 틀린 표기가 되었던 것이다. ‘짜장면’은 2011년에 열린 국어심의회에서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으로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5항)라는 규정을 이 말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바른 표기가 되었다. 관용 표기의 대표적인 예로는 ‘껌(gum)’, ‘카메라(camera)’ 등이 있는데, 이렇게 범위와 용례를 따로 정하는 까닭은 관용 표기가 많아지면 표기법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2004년에 제정된 타이어와 베트남어에 대한 한글 표기 세칙에서는 예외적으로 된소리 표기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Phuket’은 ‘푸켓’이 아닌 ‘푸껫’으로, ‘Ho Chi Minh’은 ‘호치민’이 아닌 ‘호찌민’으로 적어야 한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10.10 風文 R 1149
겹받침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겹받침의 발음은 발음 전문가인 아나운서들도 어려워할 만큼 쉽지 않지만 발음의 원리를 이해하면 실수 없이 발음할 수 있다. ‘하늘이 맑다’에서 ‘맑다’는 [막따]로 발음하는데, ‘하늘이 맑게 갰다’에서 ‘맑게’는 [말께]로 발음한다. ‘맑다’를 [막따]로 발음하는 이유는 표준발음법 제11항의 “겹받침 ‘ㄺ, ㄻ, ㄿ’은 각각 [ㄱ, ㅁ, ㅂ]으로 발음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고, ‘맑게’를 [말께]로 발음하는 이유는 ‘ㄺ’은 ‘ㄱ’ 앞에서 [ㄹ]로 발음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이처럼 “겹받침 ‘ㄺ, ㄻ, ㄿ’은 뒤 자음을 대표음으로 발음해 ‘닭’은 [닥]으로 발음하고, ‘삶’은 [삼ː]으로 발음하며, ‘읊다’는 [읍따]로 발음한다. 그런데 겹받침 중에는 앞 자음을 대표음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많은데, ‘넓다’를 [넙따]가 아닌 [널따]로 발음하는 경우 등이다. 이처럼 겹받침 ‘ㄳ’, ‘ㄵ’, ‘ㄼ, ㄽ, ㄾ’, ‘ㅄ’은 앞 자음을 대표음으로 발음해 ‘넋’은 [넉]으로, ‘앉다’는 [안따]로, ‘여덟’는 [여덜]로 ‘외곬’은 [외골]로, ‘핥다’는 [할따]로, ‘없다’는 [업ː다]로 발음한다. 다만 ‘밟다’는 ‘ㄼ’ 받침이지만 예외적으로 뒤 자음을 대표음으로 발음해 [밥ː따]로 발음하고, ‘넓 둥글다’도 ‘넓다’와 ‘둥글다’의 합성어 형태이기 때문에 대표음 [ㅂ]으로 발음해 [넙뚱글다]로 발음한다. 끝으로 겹받침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나 어미 등이 오게 되면 겹받침의 앞 자음은 남겨 두고 뒤 자음을 뒤 음절의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는데, ‘닭이’를 [달기]로, ‘여덟을’을 [여덜블]로, ‘젊어’를 [절머]로 발음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10.10 風文 R 1207
강추위에 손이 시려요 부쩍 날이 추워졌다. 겨울철의 심한 추위를 흔히 ‘강추위’라고 하는데, 이 말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고유어 접두사 ‘강-’이 결합한 ‘강추위’가 있는데,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가리킨다. 이 접두사 ‘강-’는 ‘마른’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강기침(마른기침), 강모(마른논에 억지로 심는 모), 강서리(늦가을의 된서리)’ 등의 말에서 볼 수 있다. ‘강더위’는 비는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를 가리키는 말로서 이 ‘강추위’의 반대말이 된다. 두 번째로 한자어 접두사 ‘강(强)-’이 결합한 ‘강추위’가 있다. 이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폭설이 내리는 강추위’라고 한다면 이 두 번째 ‘강추위’가 된다. 얼핏 한 낱말로 보이는 ‘강추위’지만 실은 두 가지 다른 말인 것이다. 추위와 관련하여 흔히 잘못 쓰는 말로 ‘시려워’가 있다. 동요 ‘겨울바람’에서도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과 같이 ‘시려워’라는 표현이 쓰이지만, 의외로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표준어는 그냥 ‘시려’이다. ‘시려워’는 ‘시렵다’가 ‘두렵다->두려워, 어렵다->어려워’처럼 활용한 것인데, 이 ‘시렵다’가 표준어가 아닌 것이다. 표준어는 ‘시리다’이고, 이것이 활용하면 ‘시려’가 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언론 기사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려워, 시려워요’ 등은 ‘시려, 시려요’로 쓰는 것이 옳다. “추워진 날씨에 손이 시려워” -> 시려 “코가 시려워요” -> 시려요 올 겨울은 “강추위에 손이 시려요.”와 같은 표현을 쓸 날이 많지 않았으면 한다. 날씨는 춥더라도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Board 말글 2024.10.09 風文 R 1277
한글 맞춤법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한글 맞춤법 제1항이다. ‘소리대로’란, ‘봄 다음 계절’을 가리키는 말의 소리가 [여름]이면 ‘여름’으로 적어야지, ‘*여룸’이나 ‘*야름’으로 적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열음’도 소리가 [여름]이지만 이리 적지 않는 것을 보면 ‘열’과 ‘음’, 즉 둘로 나누어 볼 근거가 딱히 없는 것은 굳이 끊어서 적지 않는다는 원리가 밑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먹물’의 발음은 [멍물]이지만 소리대로 적지 않는다. 이때는 ‘어법에 맞도록’이라는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어법에 맞도록’이란 본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뜻이다. 그래야 개별 어휘들의 표기가 통일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값’의 경우를 보자. ‘값, 값이, 값만, 값도, 술값’은 각각 [갑, 갑씨, 감만, 갑또, 술깝]으로 소리 난다. 소리대로 적는 원리만 적용하면, ‘값’이 때로는 ‘갑’, 때로는 ‘감’, 때로는 ‘깝’이 되어 표기가 어지러워진다. 동음이의어도 마구 생겨나 읽기에도 방해가 된다. 이로 보건대, 소리대로 적는 것이 읽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어법에 맞추어서, 즉 본래 형태를 밝혀 적는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 맞춤법에서 요구하는 ‘어법’에 관한 지식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명사니 조사니 하는 용어를 모르더라도 ‘사람이’를 ‘*사라미’로 적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과 ‘이’가 결합한 것이라는 수준의 지식, 이때의 ‘이’는 ‘손이, 밥이, 건물이’에 쓰인 ‘이’와 같은 것이라는 수준의 지식만 있으면 ‘사람이’로 적을 수 있다. 여기에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만 더하면 한글 맞춤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10.09 風文 R 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