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웃기는 양계장 - 정의찬(남.부산진구 부암 3동) 이종환, 최유라씨 안녕하십니까? '웃기는 양계장'이라고 하니 양게장 주인이 웃기는 사람인가, 그도 아니면 닭들이 더위에 실성을 하여 꼬꼬댁 하고 웃나 하시겠지만, 이 애기는 제가 다니는 직장, 은행 얘기입니다. 얼마전 대졸 남자 신입 직원이 들어왔는데 이 사람이 이 글의 주인공인 양계장입니다. 이름은 양XX씨이고, 계장은 직위이지요. 김대리, 김계장,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로 이 양계장이 물건이더라구요. 신입직원이라 패기 하나는 끝내주는데 좌충우돌 사고 뭉치지 뭡니까. 차마 미워할 수 없는 우리들의 양계장의 영원히 잊쳐지지 않을, 역사에 길이 빛날 입사한 하루를 소개할까 합니다. 아! 그리고 노파심에 한말씀 미리 드리겠습니다. 배꼽이 튀어나오신 분들은 이 방송을 듣지 마시기 바랍니다. 웃다가 배꼽이 빠지더라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자! 그럼 웃음의 전동차를 출발시키겠습니다. "어이, 양계장! 오늘은 첫날이라 업무에 익숙지 않을 테니까 전화나 받으면서 지점 분위기를 익히게." 차장님께서 그에게 처음으로 배정한 업무는 전화받기였습니다. 처음 입사하면 'Coffee Man', Copy Man'에다가 '전화교환원'으로 데뷔하는 게 보통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양계장은 처음으로 맡은 업무에 충실하고자 속으로 몇 번이고 연습을 했지요. 은행에서는 전화 받을때, 전화를 돌려줄 때, 전화를 끝낼 때의 인사가 정해져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전화를 받을 때, "감사합니다. 행복은행 남포동지점 김계장입니다." 이런 식이지요. 간단한 인사말이지만 성우 뺨치게 잘해내리라 다짐하던 양계장, 드디어 따르릉 벨이 울렸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정해져 있던던 인사말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시작되는게 분명한데 뒤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거예요. 전화는 계속 울고 있지요. 이 친구 에라 모르겠다 싶어 전화기를 집어들고는 무작정 이렇게 말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양계장입니다." "네? 양계장요? 은행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 양계장입니다." "어머, 전화가 혼선되나보네. 근데 아저씨 요즘 닭값 얼마나 해요?" "그게 아니구요. 손님, 제가 양계장입니다." "어머, 전화가 왜 이래? 아저씨 다시 걸께요." 찰깍 전화기가 끊겼죠. 바쁜 와중에서도 직원들은 키득키득.... 양계장은 식은 땀을 흘리더라구요. 다음에는 진짜 잘해야지 다짐하는 순간 또 따르릉 전화가 울렸습니다. 좀전의 실수를 만회하리라 번개같이 전화기를 집어들려는데 이번에는 대부계 미스리가 전화를 먼저 받는 겁니다. "갑사합니다. 행복은행 남포동지점 미스립니다." 요렇게 하는 거라 뽐내듯이 미스리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니 "양계장님, 전화예요. 돌려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양계장입니다.'하시면 돼요." 친절히도 얘기하며 전화를 돌리는 겁니다. 양계장은 멋쩍어 씨익 하고 미스리에게 웃어보이며 전화기를 드는 순간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오시는 겁니다. 손님이 들어오실 때는 '어서오십시오'라고 큰소리로 인사해야 된다고 연수받은게 갑자기 생각날게 뭡니까. 양계장은 전화도 받아야 하고, 인사도 해야 하고 바쁘다 바빠. 이번에는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이 "어서 오십시오. 양계장입니다." 이크, 여러분 짐작하시겠지요. 두 가지 인사말이 짬뽕이 됐음을. 이번에 놀란건 양계장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업고 은행문을 들어서던 아주머니도 놀라 되묻는 겁니다. "여기 은행 아니에요? 밖에 은행 간판 보고 들어왔는데, 양계장이요?" 아주머니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토끼눈을 하고는 엉거주춤 서 있는 겁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객장의 손님들은 차마 큰소리로 웃지는 못하고 어떤 손님은 괜한 천장을 비새는가 쳐다보고, 어떤 손님은 헛기침을 해대고...다들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차장님은 웃음을 참느라 코에 바람을 잔뜩 넣으시고는 양계장에게 말했습니다. "어이, 양계장. 전화 받는 것보다는 자네 전공을 살리는게 낫겠구만. 자네, 간단한 수납업무는 할 수 있겠지? 거스름돈만 정신차리고 잘 내드리면 되는데 자신 있나?" 이번에 양계장에게 주어진 업무는 신용카드 대금을 수납하는 거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산수 하나는 자신있었는데다가 대학도 수학과를 나온 터라 숫자 감각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양계장이었지요. '이번엔 진짜 잘해내리라. 실추된 위상을 되찾으리라.' 양계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받는데, 이 친구 생각보다 일을 잘하더라구요.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내줄 때에는"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인사하는 여유도 있구요. 그런데 한 손님이 양계장과 옥신각신하는 거였습니다. "손님 저는 팁은 안 받습니다. 계산은 정확해야지요. 손님 받아가십시오." 이 친구 말로 보아 손님이 거스름돈을 양계장에게 주고 양계장은 거절하는구나 생각했지요. 은행에서 더러 손님들이 커피나 뽑아 마시라고 거스름돈을 두고 가시는 분이 있거든요. 헌데 뒤에 손님들도 계속 양계장과 거스름돈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뭔가 께름칙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유뚱거리면서 거스름돈을 챙겨 은행문을 나서는 겁니다. 그런데 점심시간 시재마감을 하니 그 손님들이 왜 똥 밟은 얼굴이었나 알겠더라구요. 이 친구 1원짜리까지 몽땅 손님에게 내주었더라구요. 보통 끝전이 58원이면 60월 받고 2원은 안 내드리거든요. 실제 1원짜리는 사용 안하는게 상식처럼 되어 있는데, 이 친구 계산은 철두철미해야 한다면 서 굳이 안 받아가겠다는 손님들에게 1원짜리를 내주었으니, 은행에서 주는 거라서 받자니 쓸데가 없고 안 받자니 꼭 받아가라 그러고 더군다나 큰돈이나 되는 것처럼 팁 운운하니 손님들이 얼마나 기가 차겠습니까. 세상에 1원짜리 팁도 있습니까? 직원들 중식시간은 1원짜리 사건이 화제였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경제살리기에 온 나라가 혈안이 되어 있는데 1원짜리도 절약하여 주고 받는 은행이 있다면 이건 저녁 9시 뉴스거리는 된다. 양계장은 대통령 표창감이다. 라며 양계장의 엉뚱함을 놀려댔지요. 우리 지점에 물건 하나 들어왔다며 직원들이 입을 모았죠. 그리고 오휴. 드디어 사건은 터졌습니다. 신입 직원 들어오면 기필코 '내꺼 딱지'를 붙이고야 말겠다. 고참 언니들 절대 눈독들이면 안된다를 평소 목이 터져라 부르짖던 우리들의 깜찍한 출납계 미스 김이 양계장에게 배시시 웃으며 얘기하더라구요 "양계장님, 오늘 저랑 저녁에 정사해야 돼요. 퇴근하시면 안돼요.", 여기서 정사란 은행용어지요. 더러워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손상된 화폐와 사용이 가능한 화폐를 가려내는 작업을 정사라고 합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의 양계장은 출납 미스김의 말에 혼란이 일기 시작한거예요. 그리고는 '요즘 신세대들은 정말 깜찍하단 말이야.' 양계장은 이렇게 속으로 혼자 대단한 착각을 일으킨 거죠. 그러나 침을 질질 흘리며 미스김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한 고참 계장이 양계장의 뒤통수를 한 대 내리치고 정사람 말 뜻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 사건은 종결된 듯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대부계 김대리님이 문제였어요. 모처럼 부인과 외식약속이 있으셨던 김대리님은 직원들에게 퇴근을 재촉하였습니다. 김대리님이 오늘 저녁 금고당번이라 금고를 잠그로 퇴근하셔야 하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금고란 여러분들이 상상으로만 짐작하시는 시퍼런 지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금고 안에 또 내금고가 있는 특수 이중문을 자랑하는 5평 남짓한 곳입니다. 김대리님은 서둘러 금고를 잠그시고 퇴근하셨고, 직원들도 업무가 끝나는 대로 하나둘씩 먼저 퇴근을 했지요. 이제부터 전 차마 가슴아파 얘기를 못 잇겠네요. 왜냐구요? 우리의 어린 양 둘이 내금고에 남아 있는 것을 모르는 채 금고문이 닫힌 겁니다. 그 어린 양은 바로 늑대 같은 양계장과 토끼 같은 미스 김이었지요. 긴긴 밤을 오직 두 사람난이 세상과 단절된 채 보내야 하다니 이게 웬 말입니까. 토끼는 얼마나 무서울까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요. 하지만 늑대와 토끼는 더 이상 천적이 아닙니다.서로를 위로하며 아침이 오기만을 얌전해 기다렸습니다. 제가 봤냐구요. 아니지요. 상상만 할 뿐입니다. 다음날 아침 금고문을 연 김대리님은 귀신이라도 본듯한 얼굴로 말했답니다. "너, 너그들! 거기서 뭐하노? 와 그리 들어가 있는기고. 잉?" " 예, 그게 저--." 양계장은 부스스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었습니다. "김대리님 몰라예, 책임지이소." 미스김은 울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넋나간 김대리님을 밀치고 잘걷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면서 두 손은 엉덩이를 감싸고 입으로는 엄마야!를 연발하며 화장실로 내빼더군요. 금방이라도 싸겠더라구요. "니 내 기절하는 것 볼라카나, 잉? 와 거기 들어가 있나 말이다." 김대리님은 양계장에게 고함을 질렀지요. 양계장 이 친구는 아직 팔팔했습니다. 좀전 초췌한 모습은 없고 이제 막 입대한 신병이 점호받듯 갑자기 차렷자세를 하더니 큰소리로 말하더랍니다. "에, 정사했습니다." 이것으로 웃기는 양계장 얘기는 종칩니다. 밤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물론 아무도 더 이상 두 사람의 정사업무(?)에 대해 묻지 않았구요. 그러나 뒷얘기가 궁금하시다구요? 그 사건 이후로 두 사람은 여우허리띠에 늑대목도리를 하고 시내를 휘젓고 다니는게 눈에 띄더니 곧 날 잡는다는 소식도 들린답니다.
Board 삶 속 글 2023.06.09 風文 R 1147
오손공주(烏孫公主) 烏:까마귀 오. 孫:손자 손. 公:공변될/귀인 공. 主:주인 주. [참조] 요령부득(要領不得). [출전]《漢書》〈西域專〉 정략 결혼의 희생이 된 슬픈 운명의 여인. 오손은 전한(前漢) 때 서역(西域) 지방에 할거하던 터키계(系)의 유목 민족으로, 그 세력권은 천산(天山) 산맥 북쪽의 이시크를 호수 부근으로부터 이리하(伊犁河:일리 강) 유역의 분지를 포함하여 아랄해로 흘러 들어가는 시르 강 상류의 나린 강 계곡에 있던 적곡성(赤谷城:본거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오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성했던 흉노는 북방 몽골 땅을 근거지로 삼고 한나라를 끊임없이 침범했다. 그래서 한나라 7대 황제인 무제(武帝)는 흉노를 무찌르기 위해 건원(建元) 26년(B.C. 115) 장건(張騫)을 오손에 보내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10년 후 무제의 형인 강도왕(江都王)의 딸 세군(細君)을 공주로 꾸며 오손왕에게 출가시킴으로써 동맹은 더욱 굳어졌다. 이리하여 흉노는 한나라와 오손의 협공에 견디지 못하고 서역은 물론 한나라의 변경으로부터 북방 멀리 쫓겨가고 말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흉노의 지배하에 있던 서역 50여 이민족의 소국들은 한나라를 상국으로 섬기게 되었다. 그리고 한나라는 이들 나라의 이반을 막기 위해 구자(龜玆:쿠차)에 감독/사찰 기관으로서의 서역 도호부(西域都護府)를 두었다. 건국 이후 100년 이상 시달려 온 흉노의 침략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먼 이국의 이민족에게 주어진 오손 공주는 망향의 노래를 부르며 슬픔의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Board 고사성어 2023.06.09 風文 R 1050
망신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마음은 몸과 이어져 있다. 볼 수도 없고 보여줄 수도 없건만, 몸이 티를 내니 숨길 수가 없다. 기쁘면 입꼬리를 올리고, 슬프면 입술을 씰룩거린다. 실망하면 어깨가 처지고, 부끄러우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분하면 어금니를 깨물고 긴장하면 몸이 굳는다. 두려우면 닭살이 돋는다. 몸은 마음이 하는 말이다. ‘망신’(亡身). 몸을 망가뜨리거나 몸이 망가졌다는 뜻이었으려나. 고행처럼 몸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어 육신의 욕망을 뛰어넘고 참자유에 이르겠다는 의지였으려나.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몸을 잊음으로써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겠지. 오체투지, 단식, 묵언, 피정, 금욕도 망신(고행)의 일종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궁리하는 일이라면 여행이나 산책마저도 망신이려나? ‘몸을 잊고 던지는’ 망신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그런가. 몸은 안 던지고, 세 치 혀만 잘못 놀려 스스로 무덤을 판다.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 헛소리를 하고 허세를 부리다가 들통이 난다. 자초한 일이니 누구를 탓하랴. 망신은 망심(亡心). 얼굴을 들 수 없고 낯이 깎인다(대패에 얼굴이 깎여나가는 아픔이라니). 망신도 크기가 있는지, ‘개망신’을 당하면 며칠은 집 밖에 나갈 수 없고, ‘패가망신’을 당하면 전 재산을 잃고 몰락한다. 홀로 감당하지 않고 ‘집안 망신’이나 ‘나라 망신’을 시켜 민폐를 끼치기도 한다. 인간은 실수하는 동물이다. 크고 작은 망신을 피할 수 없다. 다만, 망신살이 뻗쳤는데도 낯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건 분명하다.
Board 말글 2023.06.09 風文 R 3497
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그리스 신화와 영웅들) - 사진 자료 및 참고 자료는 제가 편집해 올린 것입니다. 제4장 올림포스 신 시대 및 그 외 신들 14. 헤스티아 헤스티아(Hestia, Vesta)는 난로 혹은 화덕의 불을 지배하는 여신으로 로마에서는 베스타라 하여 각별히 모셨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맏딸로 제우스, 헤라와는 남매간이다. 부엌의 화덕 또는 벽난로의 불을 보호하는 여신인데 시대가 지나면서 가족, 시족 더 나아가 나라의 안녕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다. 태고에는 불 붙이기가 매우 어려웠고 불을 꺼뜨리지 않는 일이 참으로 중요한 생활의 근원이었다. 또한 불은 마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신앙적인 모티프와 더불어 생명으로 경외되었다. 따라서 도시국가에서는 물론 신흥 식민도시가 건설될 때는 난로를 설치하여 모국의 난로에서 불씨를 가져다가 붙였다. 로마에서는 광장 아래의 비아 사크라에 신전이 있어 끊임없이 성화가 타 올랐다. 이 성화는 여신을 모시는 베스타 처녀 6명이 보살폈고, 로마인들은 베스타 여신을 어머니로 모시며 존경하였다. 여신의 축제 베스탈리아는 6월 9일에 열렸는데 이 때는 여신의 동물인 나귀를 쉬게 하며 나귀에 제비꽃 화환과 빵을 달아맨 줄로 치장하였다. 또한 6월 7일부터 15일까지는 베스타 신전을 개방하여 로마의 부인들이 여신에게 공양할 수 있게 하고 그 기간에는 모든 공무도 중지하였다. 로마력으로 새해 초하로인 3월 1일에는 성화를 다시 태양광선에 의하여 새로 붙였다. 난로가 있는 곳에서 여신에게 공양을 하는 신전은 많지 않으나 모든 신에 대한 축제에서는 이 여신이 제일 첫 번째로 공양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헤스티아는 포세이돈과 아폴론으로부터 구혼을 받은 바 있으나 자신의 역할을 지키기 위하여 거절하였고, 제우스 신은 그녀의 의지를 존중하여 영원히 처녀신으로 머물게 하고 갖가지 영예를 받게 하였다. 또한 헤스티아는 올림포스 12신에 속하지만 언제나 내부에 조용히 자리하고 난롯불을 보호하므로 세계 각처를 돌아 다니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전승되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그러나 난로, 가정 및 시족의 안녕을 지켜주는 의인신으로서 계속 존중되었다. 베스타 신전은 원형이며, 여신 조각상은 길게 늘어진 옷과 베일을 쓰고 있으며 한 손에는 등불이나 두 귀 달린 단지를, 또 한 손에는 투창이나 성상을 지니고 있다. 천문에서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작은 행성 하나를 베스타라 한다. 15. 이아페토스 이아페토스(Iapetus)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로 티탄족의 한 명이다. 그러므로 제 1세대 신족에 속하며 크로노스의 형이 된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티탄족은 티타니스를 처로 삼는 것이 관례인데 이아페토스는 이 관례를 개고 오케아노스와 테튜스의 딸인 크류메네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녀와의 사이에 아틀라스, 메노이티오스, 프로메테우스 및 에피메테오스의 네 아들을 두었는데 신족과 인간의 중계자가 되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은 대홍수를 치른 후 인류의 아버지가 되었고 장손인 헬렌에게서는 많은 후손이 생겨나 그리스인이 되었다. 이에 연유하여 그리스인은 스스로를 헬레네라고 부르고 있다. 다른 전설에 의하면 이아페토스의 아내는 오케아노스의 다른 딸인 아시아라 하고 또 다른 설에서는 아소피스, 심지어 리비아라고도 한다. 그리스인들은 이아페토스를 인류의 선조라 하고 고대인을 이아페티, 이아페토스의 아들을 이아페티오니데스라 하였다. 헤스페리아 그리스 시문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합쳐서 헤스페리아(Hesperia)라고 불렀다. 이 용어는 헤스페르(Hesper:서쪽 저녁별 특히 금성) 혹은 베스페르(Vesper:저녁)에서 유래하며 그리스인이 이탈리아 헤스페리아라 칭한 것은 해가 지는 쪽 또는 서쪽에 위치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같은 이름을 로마에서는 스페인에다 적용시키고 있다. 또한 신화에서는 아프리카쪽 큰 섬을 헤스페리아라 하는데 아마존 여인족의 정착지였다. 호메로스가 말하는 헤스페리아는 큐클로페스에게 쫓겨나기 전 파이시아인이 살던 고장이었으며 이탈리아를 의미하였다. 일설에는 아틀라스의 형제인 이아페토스의 아들 헤스페로스가 이탈리아로 가서 정착하였기 때문에 그 곳을 헤스페리아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아페토스에게서 난 헤스페리스라는 딸은 아틀라스와 결혼하여 7명의 딸을 두었는데 이들을 아틀란티데스 혹은 헤스페리데스라 하며 그 각각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마이아, 엘렉트라, 타유게테, 아스테로페, 메로페, 알큐오네, 켈라이노. 또한 신화에서 황금사과 밭을 지키는 4자매를 헤스페리데스라 하며 아폴로도로스에 따른면 이들의 이름은 아이글레, 에류티아, 베스타 및 아레투사라 하였다. 황금사과는 헤라와 제우스의 혼인을 기념하여 그 어미인 가이아가 준 것으로 라돈이라는 괴물용을 주어 4자매에게 지키게끔 하였다. 이들 자매는 신성을 가진 요정으로 시문에 따라 뉵스, 에레보스, 포르큐스와 케토, 아틀라스와 헤스페리스 또는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들이라고도 한다. 16. 큐클로페스 단스는 큐클로프스라 하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서로 다른 3종의 큐클로페스 (Cyclopes)가 등장한다. 첫째는 크로노스에게 거세당한 우라노스가 흘린 핏방울이 땅(가이아)에 떨어져 태어난 큐클로페스, 둘째는 오듀세우스가 활약하던 때 폴류페모스를 왕으로 하는 시칠리아의 큐클로페스, 셋째는 숙련공(석공 혹은 야금공)인 큐클로페스이다. 첫 번째 큐클로페스는 브론테스(천둥, 우레), 스테로페스(번개), 및 아르게스(벼락)의 3형제로 초기의 거인족이다. 이마에 한 개의 눈을 가진 외눈박이로 힘이 엄청나게 세고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공포를 느낀 우라노스에 의해 모두 타르타로스에 유폐되었고, 크로노스가 우라노스의 신권을 쟁취할 때 풀려나 승리에 도움을 주었으나 그 후 다시 유폐되었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제우스가 거신족과의 전쟁 때 큐클로페스의 도움을 받아야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신탁에 따라 석방됨으로써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었다. 지상에 나온 큐클로페스는 제우스에게 천둥과 번개 및 벼락을,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 무기를, 하데스에게는 남의 눈으로부터 모습을 감춰주는 요술모자를 주었다. 이 무기로 올림포스의 신족은 티탄족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패배한 티탄족을 타르타로스에 몰아넣었다. 그 후 가미된 전설에서는 큐클로페스가 계속 제우스에게 벼락을 대 주었기 때문에 아폴론의 분노를 샀다. 즉 죽은자를 살려내는 능력을 가진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자 그 아비 아폴론은 제우스에게는 복수할 수 없어 대산 벼락을 공급한 큐클로페스를 모두 살해해 버렸다. 아폴론은 이 죄의 대가로 아드메토스의 양치기가 되어 속죄를 하게 되었다. 이 때의 큐클로페스는 불사신이 아닌 존재로 각색되어 있다. 알렉산더 시대의 시인은 큐클로페스를 단지 신들을 위하여 무기를 만드는 대장공 혹은 장인으로 상상하였다. 예컨대 헤파이스토스의 지도를 받아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활과 화살, 아테나의 갑옷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아이올리아 섬 또는 시칠리아 섬에서 살았는데, 이 곳 지하에 대장간을 차려 늘 시끄러운 소리를 냈으며 또한 그 대장간의 불로 에트나 산정을 붉게 물들였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와 아테나가 에트나 산을 떼어 덮쳐 묻어버린 튜폰과 엔켈라도스가 죽지 않고 그 아래에서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오듀세우스 일행이 만난 큐클로페스는 난폭하고 야만적인 기간테스로 포도를 재배하고 목축을 하는 부족인데 나폴리 근처에 사는 무서운 힘을 지닌 외눈박이 거인이다. 오듀세우스의 일행 12명은 그들의 왕 폴류페모스를 찾아갔다가 매일 하나씩 잡아먹히고 6명만 남게 되었다. 오듀세우스는 배에 있던 포도주로 폴류페모스를 만취시키고 불에 달군 통나무가지로 눈을 찔러 앞을 못 보는 사이 탈출에 성공하였다. 폴류페모스가 살던 이 땅은 트라키아 남쪽에 위치한 이스마로스로, 키콘족 나라의 수도라고 하며 양질의 포도주로 이름이 높고 디오뉴소스를 주신으로 섬겼다. 그들 부족은 동굴에서 살며 도시를 건설할 줄 모르는 집단이었다. 일부 전설에 의하면 이들은 사튜로스 같은 호색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요정 갈라테이아를 열렬히 사랑하여 그녀가 좋아하는 목동 아키스를 박살내었다. 아키스는 에트나 산에 흐르는 개울로 화신한다. 또 한 부족은 리시아에서 내도한 큐클로페스인데 그리스 유사 전 모든 기념 구조물은 이들이 구축하였다고 한다. 시칠리아나 그 외 지방의 인간의 힘으로는 엄두도 못 낼 거석 구조물도 이들이 축조한 것이라 하며 티륜스의 성벽은 '큐클로페스 성벽'이라 하였다. 아르고스 성 또한 이들의 축조물이라고 전한다. 이 큐클로페스의 별칭은 가스테로케이레스로 '위에서 손이 자란 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같은 형제간인 헤카톤케이레스(백수거인)를 상기시킨다. 레아(고대 그리스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이다.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 태어났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남편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들을 모두 먹는 것을 안 레아는 꾀를 내어서 돌을 아기라고 거짓말 하여 돌을 먹게 하였다.이 돌이 가장 강력한 신 제우스이다. 레아는 크로노스의 누나이자 아내이며, 순서대로 여섯 자녀, 즉 헤스티아 · 데메테르 · 헤라 · 하데스 · 포세이돈 · 제우스를 낳았다. 그러나 레아는 크로노스와 사랑에 빠졌고 정말 멋진 자녀들을 낳았다. 헤스티아, 데메테르, 황금 신발을 신은 헤라를 낳았다. 그리고 강인한 하데스를 낳았는데, 그는 가슴에 인정사정이 없으며 대지 아래에 거주한다. 그리고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면서 대지를 흔드는 자를 낳았다. 그리고 지혜로운 제우스를 낳았는데, 그는 '온갖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father of gods and men)'로, 그의 천둥은 광활한 대지를 뒤흔든다. 거대한 크로노스는 이들 자녀들이 각각 모태로부터 그의 어머니(즉, 크로노스의 어머니, 즉 가이아, 즉 대지)의 슬하로 나올 때마다 이들을 삼켰는데, 이것은 하늘(즉 우라노스)의 자랑스러운 자식들 가운데 [자신을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왕의 지위를 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대지(즉 가이아)와 별이 총총한 하늘(즉 우라노스)로부터 자신이 자신의 아들에 의해 패배당할 운명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가 강하지만 위대한 제우스가 어떻게든 그를 이기게 될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결코 관찰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항상 주시하다가 자신의 자식들을 꿀꺽 삼켰다. 이로 인하여 레아는 끊임없는 커다란 슬픔과 비탄에 잠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온갖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인 제우스를 출산할 때가 되었을 때, 자신의 사랑스런 아이의 출생이 숨겨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고 크로노스가 그 자신의 아버지(즉, 우라노스)[에게 반역했던 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그리고 또한 그가 삼킨 자녀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이 거대하고 교활한 크로노스에게 강력한 응징을 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그녀는 그녀의 사랑하는 부모들인 대지(즉 가이아)와 별이 총총한 하늘(즉 우라노스)에게 어떤 계책을 짜내 줄 것을 간청하였다. [ 돌덩이를 강보에 싸서 크로노스에게 건네는 레아 ]
Board 추천글 2023.06.06 風文 R 1865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셋 - 사랑으로 풀어내는 웃음보따리 아, 땡기고 싶어라! 제남자 친구 얘기예요. 저흰 스물 여섯 동갑내기구요. 대학 3학년 때 설악산 수학여행에서 만났지요. 전 여대에 다녔기 때문에 딴 학교 남자아이들이랑 단체로 조인트해서 갔는데, 그때 그 애랑 한 조였어요. 여행 처음부터 끝까지 조단위로 움직였는데, 뭐 밥도 조끼리 먹고, 어디 다닐 때도 그랬고, 그러니까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4일 내내 같이 다닐 수 밖에 없었지요. 근데 이 인간이 어쩌나 저한테 추근대던지. 짜식 눈은 높아가지고... 제 머릿결이 좋다는 둥. 자긴 저처럼 화장 안해도 예쁜 여자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 한다는둥, 다른 친구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으니까요. 여행 마지막날 밤. 나이트 갔었지요. 근데 이 인간, 제 옆에 껌처럼 딱 달라붙어서 부어라 마셔라 혼자서 분위기 썰렁하게 만들더니, 급기야는 알코올 냄새 푹푹 풍기면서 쉰소리를 하더군요. “지연아, 우리 부르스 추자. 응?” 나참 가가 막혀서. 제가 합격 통지서 받고 나서 젤 먼저 결심한 게 뭔지 알면 감히 이런 막말은 못하죠. 뭐냐구요? 장학금? 흠, 꿈도 안꿔요, 그럼 미팅? 이미 중학교 때 두루두루 섭렵했어요. 그럼 도대체 뭐냐구요? ‘절개 지키는 여자, 지조있는 여자가 되자.’ 고등학교 졸업반 때 대입시험 끝나고 그간 공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 몽창 날려 보내준다면서 언니가 데려간 그곳, 나이트에서 전 봤지요. 그때 언니 친구들 몇명도 함께 있었는데, 저번에 언니 성적표 몰래 훔쳐봤더니 별로 공부 때문에 힘들었을 거 같지도 않은데 뭐 그렇게 맺힌 게 많았는지, 정작 그날의 주인공인 전 제쳐두고 언니 혼자 올 무대를 누비더군요. 뭐 거기까진 괜찮았어요. 근데 드디어 부르스 타임! 그쯤하고 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던 우리 언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열이 솟구치는지... 대근 오빠가 선전하던 ‘힘과 정열을 그대에게’그 드링크를 마셨는지 어쩐지 아무튼 남자친구들 3명과 번갈아 가며 땡기더군요. 아무리 그냥 친구 사이라지만 그래도 남잔대, 외간 남자 품에 덜퍼덕 안겨서 스텝 밟으면서 빙글빙글 도는 언니 모습에 순진한 전 충격을 받고 말았지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니한테 물었어요. “언니, 아까 춤출 때, 영민 오빠(언니애인)한테 미안하지 않았어?” “영민이? 뭐가?” “사랑하는 사람 놔두고 딴 남자 품에 안겨서 춤추는데, 죄책감 같은 거 없었냐고?” “얘가 무슨 소리야. 그동안 앉아서 책만 보더니 얘가 책이랑 현실이 구분이 안되나 보네. 내가 무슨 조선시대 춘향이니? 춤도 내 맘대로 못 추게. 나랑 난 지금 여기 1991년 자유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거라고 , 알았어?” 전 그때 결심했죠. 언니랑 차별화 하자! 절개 있고 지조 지키는 여자가 되기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 춤 저 춤 심지어 막춤까지 다 춰도 절대로 부르스만큼은 아무하고나 추지 말것. 딱 한 남자, 내 모든 것을 줘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내 남자하고만 찐하게, 끈적하게, 그리고 느끼하게 땡길 것! 20세기 새롭게 부활한 논개인 제가 처음 본 그 인간하고 부둥켜안고 부르스? 어림없는 소리지요. 그랬더니 이 인간 횡설수설하면서 옆 테이블로 건너가더니, 그쪽의 술을 축내기 시작하더군요. 즐거운 추억이 되었어야 할 여행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거기에다 K대학과 S여대 조인트 사상 최고의 추한 커플로 뽑혀,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맨 앞자리 지정석에 나란히 앉아, 사회자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노래로 함께 노래 제끼는 망신도 당했지요. “영감, 왜 불러, 뒤뜰에 매어놓은 병아리...” ‘으윽!’ 그러나 악몽은 끝나지 않아어요.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거의 매일 학교 앞에 찾아와서 절 기다리고, 집에 전화하고 정말 괴롭더라구요. 그래서 그랬죠. “난 싫다. 너 가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남자가 너 처럼 끈적대는 남자다. 이제 곧 여름인데, 너만 봐도 난 숨이 턱턱 막힌다. 가라." 참, 여기서 빠뜨리고 넘어가면 안되는 아주 중요한 얘기 하나가 있습니다. 이 인간 외모요, 제가 왜 그리도 이 인간을 거부했는지 아마 절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무지 튀는 얼굴이거든요. 그렇게 잘생겼나구요? 그랬음 제가 왜 그렇게 튕겼겠어요. 그럼, 별로 잘나지도 못한 이 남잘 미남미녀 넘쳐나는 세상에 그렇게 확 튀어 보이게 하는 게 뭐냐구요? 있죠. 점이요. 점 없는 사람 어디 있냐구요? 사실 저도 점 많아요. 콧등엔 수도 없이 많고, 왼쪽 허벅지에도 만만치 않아요. 점이 새끼를 치는지 매년 늘어나는 추세구요. 근데 왜그러냐고요? 점도 점 나름이고, 그 위치나 빛깔도 중요하지 않겠어요?이 인간 오른쪽 코 옆에 이따만한 꼭 제 엄지손톱 2개 뭉쳐 놓은 것만한 대빵 큰 왕점이 있지요. 색깔도 불그스름한 게 이마에 흰 끝 하나 질끈 동여매년 영락없는 조선시대 머슴이죠. 그런데 이 인간 술 몇 잔 걸치고 이러더군요. "내가 이 점 때문에 그렇지 나도 이 점만 없으면, 톰크루즈, 케빈코스트너가 울고 가는 얼굴이라고. 이 점 나도 빼고 싶다구, 그치만집안 어른들이 이 점이 복점이라고 절대로 얼굴에 칼대면 안된다고 그러셔서 나도 힘들단 말이야. 응? 내가 이래봬도 우리집 4대독자 장손이거든, 4대독자 4대독자라구...." "참, 누가 물어 봤냐고, 누가 물어 봤어?" 추근대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역시 고놈의 머슴 점이었어요. 그렇지만 남의 외모 가지고 그러는 건 지성인이 할 일이 아니잖아요. 그 말만은 삼가했죠. 근데 그렇게 싫다고 무안을 주고 타박을 하고 본척도 안해도, 어찌나 꿋꿋한지 질기기가 말가죽, 뻔뻔하기가 완전 콘크리트 바닥이었어요. 무조건 제가 좋대요. 첫눈에 반한단 말을 이제야 믿게 되었대요. 그러면서 자기랑 안 놀아줘도 좋으니까 그냥 못 오게만 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인정 철철 흘러넘쳐 주체 못하는 저, 마음속 비단 같은 저가 어떻게 이 불쌍한 인간을 내치겠어요. "그래, 니가 아무리 불쌍을 떨어도 내 맘은 변할 리 없으니까, 니 맘대로 해라. 니 차비들이고 니 학점 펑크내서 졸업 못하면 니 손해지뭐. 내가 알 바 아이다. 대신 내 눈앞에서 걸리적거리지만 말아." 이렇게 말해 버린게 저의 실수였어요. 그것도 하루, 이틀, 같은말도 한두 번이지 이젠 그 인간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만 들어도 몸이 부르르 떨릴 만큼 지겹더군요. 그래서 잔인한 여자가 되기로 했죠. "나, 딴건 어떻게든 다 참을 수 있는데, 너랑 다니면 꼭 내가 하녀가 된 기분이 들어서 싫어. 공주는 왕자랑 놀고, 머슴은 하녀랑 일하고, 너랑 나랑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겠어. 그럴거 아냐, 방자랑 향단이가 끼리끼리 다닌다고...." 그 순간 자기 코 옆의 점을 어루만지던 그 친구 표정을 보지 내가 너무 심했구나, 후회도 됐죠.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친구 무슨 죄가 있겠어요. 죄라면 지 주제를 모르고 눈만 높았다는 거지요. 그리고 마음속 한편에선 엄마에게 기쁨의 원망을 했죠. '엄마는 왜 날 이렇게 이쁘게 나가지고 여러 인간 괴롭게 하는거야, 응--?' 그때 받은 충격 탓인지, 거의 매일 출근부에 도장찍던 그 친구 한동안 연락이 없었어요. 그래 나가 좀 가혹하지 했어도, 뭐 어쩔 수 없는일이었잖아요. 근데 몇 달 후에 나타난 이 인가, 꽃 한 다발 사들고 교문 앞에 서 있는데 그만 전 모르고 지나칠 뻔 했어요. 그 쪽에서 먼저 절 안 불렀으면 말이죠. 왜냐구요? 이 남잔 이 남자답게 이 남자의 심벌 불그레죽죽한 이따만한 왕 점이 없었거든요. 언제 그런게 붙어 있었냐는 듣 코 옆이 반들반들 한게. 진짜 완전 딴 사람인 거 있죠. 그때 술 먹고 한소리, 영 쉰소리 아니었나 봐요. 진짜 톰 크루즈 뺨치게 잘생겼더군요. 사실 만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남자가 키도 180cm가 넘고, 제격도 단단하고 K대학까지 들어간 걸 보면 머리도 웬만큼 되는 거 같고, 참, 고놈의 머슴 점만 아니었음 뭐 어떻게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맘도 있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그 남잔 머슴에서 순식간에 왕자님이 되어 원래부터 공주였던 저랑 좋은 물에서 배영, 접영, 때론 싱크로나이즈드까지 하면서 잘 놀았죠. 이 남자, 그때 제 말에 충격을 받고 며칠 밤낮을 고민했대요. '집안을 택하느냐, 사랑을 택하느냐.' 점을 지 맘대로 뺐다간 집안어른들 후환이 두렵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절 놓쳐 못 살 거 같고.... 그러다가 과감히 집안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기로 결심했대요. 뭐 무슨 영국의 어느 왕도 나라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택했대나, 그러면서 남자에게 사랑만큼 중요한 게 어딨냐고, 자기는 지짜 진정한 사랑을 아는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유일한 로맨티스트라는 등.... 지가 지 얘길 하면서 혼자 감동을 받는 눈치더군요. 그냥 놔두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몰라 약간 찬물을 뿌렸죠. "근데 너 얼굴에 칼대면 집안에서 쫓겨난다며? 아무리 내가 좋아도 너 4대독자 장손이잖아?" "그래, 그래서 그거 때문에 고민하다 알아봤더니, 요즘은 칼 안대도 점 뺄 수 있다고 하잖아. 진짜 좋은 세상이야. 나 이거 레이저로 점 뺀 거야, 감쪽같지? 히히히." 얼마 전 일이에요. 평상시엔 청바지만 입고 다니던 애가 무슨 일인지 양복을 쫙 빼 입고 나왔더군요. 그 탓인지, 그날 따라 자꾸만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제 딴엔 한번 띄워 보려고, 별로 웃기지도 않은 얘길 해 놓고 혼자 푸하하하 오버를 하고 있는데, 얘가 갑자기 심각한표정으로 말하더군요. "지연아, 우리 부르스 출래?" "짜식, 유머라는 게 겨우 이 정도니..., 나나 되니 너랑 놀아주지. 쯧쯧." 불쌍해서 그냥 웃어줬죠. "됐다. 됐어. 무지 웃낀다. 근데 너 제비니? 왜 나만 보면 부르스 타령이냐? 일어나, 나가자. 나 배고파." "바보야, 앉아. 나 지금 너한테 프로포즈한 거란 말야. 니가 그랬잖아. 넌 아무하고나 부르스 안 춘다며? 딱 한 사람, 난 어때?" 그날 밤, 우리 둘 무지하게 땡겼조. 본전 확실하게 뽑고 나왔어요. 이 좋은 걸 모르고 그 동안 왜 지조 운운하면서 외면했느지.... 한 남자 넓은 가슴에 철퍼덕 안겨서 스테이지를 몇 바퀴 돌고 나니, 참, 세상이 달라보이데요. 참 좋드만요. 저희 가을에 결혼해요. 그리고 약속했어요. 결혼하면 부부 볼륨댄스반에 등록하고 함께 다니기로요. 근데 큰일이에요. 이젠 길 가다가도 스텝 밟기 괜찮겠다 싶은 뮤직만 흘러나오면 마음이 심란해요. 아, 또 땡기고 싶어라!
Board 삶 속 글 2023.06.06 風文 R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