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薺暮鹽(조제모염) 朝(아침 조) 薺(냉이 제) 暮(저물 모) 鹽(소금 염) 당(唐)나라 한유(漢愈)의 문장 가운데 송궁문(送窮文)이라는 글이 있다. 한유는 이 글에서 자신에게 어려움을 주는 다섯 가지의 일들을 귀신으로 묘사하고, 이것들을 쫓아버리려는 자신의 마음를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유는 이 글에서 의인화된 궁귀(窮鬼)에게 세 번 읍하고 자신으로부터 떠나줄 것을 간청하였다. 가난 귀신이라는 궁귀는 한참 있다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와 선생님이 함께 살아온지 사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어렸을 적에 저는 선생님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았으며, 선생님께서 남쪽으로 귀양갔을 때, 저는 그 고장에 익숙하지 못하여 여러 귀신들이 속이고 능멸하였습니다. 태학에서 4년간 공부하는 동안 아침에는 냉이나물을 먹고 저녁에는 소금으로 반찬하며(大學四年 朝薺暮鹽), 오직 저만이 선생님을 보살펴 주었고, 지금까지 한 번도 배반한 적이 없었습니다. 朝薺暮鹽 이란 냉이와 소금만으로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몹시 빈곤한 생활을 의미하며, 몇주전 KBS 일요스페셜 에 나타난 북한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을 묘사하는데 딱 들어맞는 표현이기도 하다. …………………………………………………………………………………………………………………………………
金迷紙醉(금미지취) 金(쇠 금) 迷(미혹할 미) 紙(종이 지) 醉(취할 취) 송(宋)나라의 도곡(陶谷)이 편찬한 청이록(淸異錄)이라는 책에는 당나라 말엽의 명의(名醫)인 맹부(孟斧)의 고사가 실려있다. 그는 독창(毒瘡) 치료에 뛰어나서, 자주 황궁에 들어가 소종(昭宗) 황제의 병을 진료하였다. 차츰 황제를 진료하는 시간과 횟수가 많아지자, 그는 황궁내의 실내 장식이나 기물의 배치 등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다. 훗날 맹부는 사천(四川)지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는 황궁을 모방하여 자신의 거처를 장식하였는데, 방안의 기물들을 모두 금종이로 포장하였다. 창문을 통하여 햇빛이 비칠 때면, 방안은 온통 금빛으로 가득하여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그를 방문했다 돌아가면서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방에서 잠시 쉬었는데, 그만 금종이에 정신이 미혹되고 취해 버렸다네(此室暫憩, 令人金迷紙醉). 金迷紙醉는 紙醉金迷 라고도 하는데, 이는 지극히 사치스런 생활을 비유한 말이다. 일부 초대형 호화 빌라의 실내장식에도 금빛나는 외제품들만 사용된다고 하는데, 입주자들의 건강(?)이 걱정스럽다. …………………………………………………………………………………………………………………………………
涸轍鮒魚(학철부어) 涸(물 마를 학) 轍(바퀴자국 철) 鮒(붕어 부) 魚(물고기 어)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는 다음과 같은 비유가 실려있다. 집이 가난한 장주(莊周:장자의 이름)는 감하후(監河侯)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고을의 세금을 거둬들여 그때 삼백금을 빌려주겠다는 감하후의 말에 장주는 화가 나서 얼굴빛이 달라지며 말을 했다. 내가 이리로 오는데 도중에 부르는 소리가 있어 뒤를 돌아보니 수레 바퀴 자국에 붕어가 있있소(車轍中有 魚焉). 그 붕어는 약간의 물만 있어도 자신을 살릴 수 있다고 했소. 그래서 나는 남쪽의 오월(吳越)의 왕에게로 가서 촉강(蜀江)의 물을 보내주겠다고 했지요. 그러자 그 붕어는 불끈 성을 내며 차라리 건어물전에 가서 자기를 찾으라고 하더군요. 涸轍鮒魚(a fish in a dry rut-in extremities) 는 학철지부(涸轍之鮒 ), 철부지급(轍鮒之急), 고어학철(枯魚涸轍), 학부(涸鮒) 등이라고도 하며, 극도의 곤경에 처하여 있음 을 비유한 말이다. 북한 인구의 4분의 1인 550만명이 기아선상에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역시 허울 좋은 주체 낙원 건설 이 아니라 한 그릇의 강냉이 죽 이다. ………………………………………………………………………………………………………………………………… [유사어] 우제지어(牛蹄之魚). [출전] ≪莊子≫ 〈外物篇〉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란 뜻으로, 매우 위급한 경우에 처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함의 비유. 전국 시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했던 장자(莊子)의 이야기이다. 그는 왕후(王侯)에게 무릎을 굽혀 안정된 생활을 하기보다는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그는 끼니조차 잇기가 어려웠다. 어느 날 장자는 굶다 못해 감하후(監河侯)를 찾아가 약간의 식대를 꾸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감하후는 친구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 이렇게 핑계를 댔다. “빌려주지. 2, 3일만 있으면 식읍(食邑)에서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삼백 금(三百金)쯤 융통해 줄 테니 기다리게.”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2,3일 뒤에 거금(巨金) 삼백 금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체면 불고하고 찾아온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장자는 내뱉듯이 말했다. “고맙군. 하지만 그땐 아무 소용없네.” 그리고 이어 장자 특유의 비아냥조(調)로 이렇게 부연했다. “내가 여기 오느라고 걷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지 않겠나.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붕어가 한 마리 있더군[涸轍鮒魚].’‘왜 불렀느냐’고 묻자 붕어는 ‘당장 말라죽을 지경이니 물 몇 잔만 떠다가 살려 달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귀찮은 나머지 이렇게 말해 주었지. ‘그래. 나는 2,3일 안으로 남쪽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서강(西江)의 맑은 물을 잔뜩 길어다 줄 테니 그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랬더니 붕어는 화가 나서 ‘나는 지금 물 몇 잔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기다리라고 하니 이젠 틀렸소. 나중에 건어물전(乾魚物廛)으로 내 시체나 찾으러 와 달라’고 하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더군. 자, 그럼 실례했네.” [주] ‘涸’이란 글자는 원래 ‘학’자인데 이 경우 ‘확’으로 읽어 ‘확철부어’라고도 함.
開卷有益(개권유익) 開(열 개) 卷(책 권) 有(있을 유) 益(더할 익) 승수연담록은 송(宋)나라 왕벽지(王闢之)가 남송(南宋) 고종(高宗) 이전의 잡다한 일화들을 모아 엮은 책인데, 이 책의 권6에는 독서를 무척 좋아했던 송나라 태종(太宗)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태종은 이방(李昉) 등 14명의 학자들에게 사서(辭書)를 편찬하도록 명하였다. 이들은 이전에 발간된 많은 책들을 널리 인용하는 등 7년 동안의 작업을 통하여 사서를 완성하였다. 55개부문으로 일천권에 달하는 방대한 이 책은 처음 서명을 태평편류(太平編類)라 하였으나 후에는 태평어람(太平御覽)으로 개칭하였다. 태종은 이 사서가 완성되자 몹시 기뻐하며 매일 이 책을 읽었다. 스스로 하루에 세 권씩 읽도록 정하여 놓고, 정사(政事)로 인해 못 읽는 경우에는 쉬는 날 이를 보충하였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신하들에게, 태종은 항상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을 펼치면 이로움이 있으니, 짐은 이를 피로하다 여기지 않소(開卷有益, 朕不以爲勞也). 開卷有益(Reading gives advantages) 이란 책을 읽으면 이로움이 있음 을 말한다.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모두들 황제(皇帝)보다 더 바빠진 탓일까? …………………………………………………………………………………………………………………………………
巧言令色(교언영색) 巧(공교할 교) 言(말씀 언) 令(착할 령) 色(빛 색) 상서(尙書) 경명편에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백경을 태복(太僕)으로 임명하며 훈계하였던 말이 기록되어 있다. 그대의 아래 사람들을 신중히 고르되, 교묘한 말을 하는 자, 좋은 듯 꾸민 얼굴을 하는 자, 남의 눈치만 보는 자, 아첨하는 자는 쓰지 말고, 오직 올바른 사람만을 쓰도록 하시오(無以巧言令色便 側媚, 其惟吉士).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는 교묘한 말과 꾸민 얼굴에는 인이 적다(巧言令色鮮矣仁(교언영색선의인) 이라는 말이 있으며, 공야장(公冶長)편, 양화(陽貨)편 등에도 巧言令色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巧言(fine words)은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하게 꾸민 말을 뜻하며 令色(an insinuating appearance) 이란 보기 좋게 꾸민 거짓된 표정 을 뜻한다. ………………………………………………………………………………………………………………………………… 공자(孔子 : 이름은 '丘', B.C 551-479)는 아첨꾼에 대해《論語》'학이편(學而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발라 맞추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에는 '인(仁)'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 말재주가 교묘하고 표정을 보기 좋게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뒤집어서 또 공자는 '자로편(子路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직 의연하고 질박 어눌한 사람은 '인(仁)'에 가깝다.(剛毅木訥 近仁) 의지가 굳고 용기가 있으며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은 '인(덕을 갖춘 군자)'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이라도 '인(덕을 갖춘 군자)' 그 자체는 아니라고 공자는 '옹야편(擁也篇)'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질 빈빈한 연후에야 군자라 할 수 있다.(文質彬彬 然後君子) 즉, 문(文:형식)과 질(質:실질)이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야 군자라는 뜻이다. 【반의어】강의목눌(剛毅木訥), 성심성의(誠心誠意) 【참 조】눌언민행(訥言敏行)
紙上兵談(지상병담) 紙(종이 지) 上(위 상) 兵(군사 병) 談(말씀 담) 사기(史記) 염파 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에는 허울좋은 한 장군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국(戰國)시대 조(趙)나라에 조사(趙奢)와 염파(廉頗)라는 명장이 있었는데, 이들은 진(秦)나라의 침공을 수차례 격퇴하였다. 당시 진나라의 대장이었던 백기(白起)는 염파의 지략(智略)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조나라에 거짓 정보를 흘렸다. 조나라 왕은 결국 염파를 대신하여 조사의 아들인 조괄(趙括)을 장군으로 임명하였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병법을 공부하였지만 실전(實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장군의 직에 임용되지 않기를 원하였으나 조나라 왕은 끝내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여 전투에 내보냈다. 진나라 장군 백기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나라 군대를 유인하여 공격하였다. 이 전투에서 조괄은 진나라 군사의 화살에 죽고 수십만의 조나라 군사들은 항복했다가 모두 생매장 당하였다. 紙上兵談(Mere paper talk) 이란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공론(空論) 을 비유한 말이며, 탁상공론(卓上空論:an armchair argument) 이라는 말과 같은 표현이다. …………………………………………………………………………………………………………………………………
壽則多辱(수즉다욕) 壽(목숨 수) 則(곧 즉) 多(많을 다) 辱(욕되게 할 욕) 장자(莊子) 천지(天地)편에는 요(堯) 임금이 화(華)라는 고장을 여행했을 때의 일이 실려 있다. 요 임금이 화(華)라는 고장에 이르자 그곳의 관원이 다음가 같이 말했다. 아, 성인(聖人)이시군요. 성인께서 장수하시도록 축복해주소서. 이에 요 임금은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그 관원이 부자가 되시도록 해주소서. 라고 말하자, 요임금은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관원은 다시 많은 아들을 두소서. 라고 말했다. 요임금은 이 말에도 그것도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관원이 사양하는 이유를 묻자, 요임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들이 많아지면 걱정이 많아지고, 부자가 되면 귀찮은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집니다(壽則多辱). 이 세가지는 덕을 기르기 위한 것이 못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양하는 것입니다. 壽則多辱 이란 나이 먹고 오래 살면 그만큼 좋지 않은 일도 많이 겪게 된다는 말이다. ………………………………………………………………………………………………………………………………… [출전]《莊子》〈天地篇〉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다는 뜻으로, 오래 살수록 망신스러운 일을 많이 겪게 된다는 말. 전국시대를 살다간 사상가 장자(莊子:莊周)의 저서《장자(莊子)》〈천지편(天地篇)〉에는 다음과 같은 우화가 실려 있다. 그 옛날 성천자(聖天子)로 이름 높은 요(堯) 임금이 순행(巡幸)중에 화(華)라는 변경에 이르자 그곳의 관원이 공손히 맞으며 이렇게 말했다. “장수하시오소서.” 그러자 요 임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장수하기를 원치 않네.” “그러시면 부자가 되시오소서.”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네.” “그러시면 다남(多男)하시오소서.” “그것도 나는 원치 않네. 다남하면 못난 아들도 있어 걱정의 씨앗이 되고, 부자가 되면 쓸데없는 일이 많아져 번거롭고,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은 법이네[壽則多辱].’” 이 말을 들은 관원은 실망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대듯 말했다. “요 임금은 성인이라고 들어 왔는데 이제 보니 군자(君子)에 불과하군. 아들이 많으면 각기 분수에 맞는 일을 맡기면 걱정할 필요 없고, 재물이 늘면 는 만큼 남에게 나누어주면 될텐데…‥. 진정한 성인이란 메추라기처럼 거처를 가리지 않으며 병아리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잘 먹고, 새가 날아간 흔적 없는 자리처럼 자유 자재이어야 하는 법. 그리고 세상이 정상이면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그 번영을 누리고, 정상이 아니면 스스로 덕을 닦고 은둔하면 되지 않는가. 그렇게 한 100년쯤 장수하다가 세상이 싫어지면 그때 신선이 되어 흰구름을 타고 옥황상제(玉皇上帝)가 계시는 곳에서 놀면 나쁠 것도 없지…‥.” 관원은 말을 마치자 마자 그 자리를 떠났다. 허를 찔린 요 임금은 좀더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으나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주] 요 임금 : 중국 전설상의 유가적(儒家的) 성제(聖帝). 옥황상제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