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언어예절 무심코 무책임과 잘못을 부추기는 말이 더러 있다. 처지가 몹시 곤궁할 때, 억지로 애쓸 때나 그런 형편을 나타낼 때 흔히 “어떻게든,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 해서라도 …”를 들먹인다. 이를 직접 쓰면 단정·명령하는 말이 되는데,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는 목적·결과 지상주의가 실린 말이다. 수단·방법·방식, 곧 과정은 상관하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하라는 말이니, 무법·살인도 용인한다는 얘기다. 달리는 들추는 대상의 궁핍한 형편을 나타낼 때도 흔히 쓴다. 어려움·행동·상황을 짚고 풍자하기에 걸맞기는 하나 이 역시 싸잡아 강조하는 맛을 준다. 정확하고 사려 깊은 표현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말이 많이 쓰인 데는 일본말도 한몫을 했다는 견해도 있다.(도데모·どう-でも, 난토카·도니카·なんとか·どうにか) 그러나 우리말에도 참과 거짓, 경위를 톺지 않고 말을 뒤집거나 뭉개는 말(아무튼·하여튼·여하튼·어떻든·좌우간, 좋든싫든 …)이 적잖은 걸 보면 마냥 그 탓은 아닐 터이다. 어떻게 해서든 권력의 끝자락이라도 잡아라/ 당선인이 직접 조사받는 모양새를 어떻게든 희석시키려는 의도/ 총선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려는 몰염치한 몸부림/ 어떻게 해서든 테러를 막겠다며 벌인 전쟁/ 어떻게 해서라도 특목고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 어떻게 해서든 경제만 잘하면 된다고?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고양이 짐승이름 “남산골 한 늙은이 고양이를 길렀더니/ 해 묵고 꾀들어 요망하기 여우로세/ …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 기름 말라 피 말라 피골마저 말랐다네.”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고양이’에 나오는 글이다. 여기서 늙은이는 일반 백성들이며, 쥐는 아전을, 고양이는 감사(수령)를 이른다. 백성들의 재물을 수탈하는 당시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혹은 고양이를 쥐 잡는 포졸에 비유한다. 고양이 묘(猫)를 뜯어보면, 해태 치에다 싹묘(苗)를 덧붙여 만든 글자임을 알 수 있다. 해태는 사람의 잘잘못을 알아차려 나쁜 사람을 만나면 받아 버린다. 싹 묘(苗)는 싹이라는 뜻 말고도 ‘작다-사냥하다’라는 말로도 쓰인다. 물론 ‘사냥하다’는 곧 악행을 저지른 이를 잡는다는 뜻으로 봐야겠다. 해서 암행어사를 해태에다 비유하여 치사라고도 이른다. 풀이에 따라서는, ‘고랑이-고앙이-고양이-괭이’로 그 바뀐 과정을 상정하였다.(서정범) 터키말에서는 고양이를 케디(kedi), 몽골말로는 고양이를 머루(mru)라 한다. 또 <계림유사>에서는 고양이를 ‘귀니’(鬼尼)라 했는데, 지금도 지역에 따라서는 ‘고내-고이’, ‘살칭이’라고 이른다. 살칭의 ‘살’은 사이를 뜻한다. 호랑이도 작은 짐승도 아니면서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어떤 소임이 있으리라는 가정에서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뭔가 고양이가 신통함이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선글라스 외래어 여름이 왔다. 더불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계절이다. 휴가철을 맞아 도시인들은 시멘트숲과 아스팔트 길바닥을 떠나 산과 들, 바다로 간다. 짙푸른 초목과 파란 하늘이, 석양에 물든 수평선이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자연에 파묻힌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색안경을 끼고 시린 눈을 가린다. 멋쟁이 젊은이들은 그해 유행하는 색안경을 경쟁하듯 찾아 쓴다. 소리대로 적자면 색안경을 보통 ‘썬그라쓰’, 혹은 ‘썬글라쓰’라고 하는 것 같다. 원어인 영어는 ‘sunglasses’이므로 ‘썬글라씨즈’ 혹은 ‘썬글래씨즈’가 돼야겠지만, 우리는 복수를 나타내는 ‘-es’를 제외한 부분만 받아들였다.(이런 관용적인 형태와 다수가 사용하는 발음을 반영한 듯 현재 그 규범표기는 ‘선글라스’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 가운데 복수형인 것은 그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대부분이므로, 이런 측면에서는 ‘선글라스’가 예외다. 예를 들어 ‘스포츠·부츠·뉴스·셔츠·팬츠·타이츠’ 등이 복수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영어 기원 외래어다. 사전에 오르기는 했으나,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사이드 벤츠’, ‘스패츠’, ‘플리츠’와 같은 의류 용어도 이런 부류다. 한때 색안경은 상표명 ‘Ray Ban’의 일본식 외래어형인 ‘라이방’으로 통했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원어에 가까운 ‘선글라스’로 바뀌었으니 언젠가는 원어 형태인 복수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선글라시즈’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갓달이 사람이름 세종 7년(1425년), 남해바다 갈이섬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왜인을 잡아 공을 세운 이들에 대해 경상우도 수군처치사가 병조에 보고하였다. 2등 공을 세운 염간(鹽干) 황복이·김갓달 등 열세 사람에게 대마도 정벌 때처럼 공적패를 주고 살아있는 동안 부역을 안 지게 해 달라고 병조에서 임금께 아뢰었다. 몸은 양인이면서 낮은 일을 하는 이들(신량역천)에 한(干)과 자이(尺→장이)가 있었다. 염간은 염한(鹽漢)으로도 적으며 ‘소금한’이다. 왕실이나 절의 땅을 부치는 전호를 곳한(處干)이라 부르며 나중에는 소작농이 되었다. ‘한’에는 ‘어부한·두부한’도 있다. 절에 땔나무를 대는 사람을 불목하니라고 하는데 이런 흐름의 조각을 보여준다. 조선 때 ‘한’과 ‘자이’가 천한 직업이라는 인상을 씻어주고자 이들을 ‘보충군’에 편입시키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전문직종 사람을 ‘꾼’(軍)으로 부르게 되었다. 꾼은 요즘 말에서 ‘어떤 일을 전문·습관적으로 하는 사람, 어떤 일 때문에 모인 사람’을 뜻한다. 나무꾼·노름꾼·사기꾼·사냥꾼·일꾼 등 꾼이 쓰인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밑말 ‘갓’이 든 사내이름에 갓놈이·갓동이·갓박이(까빡이)·갓쇠가 있고, 계집이름에 갓개·갓금이·갓비도 있다. 갓은 머리에 쓰는 갓, 갓김치를 담글 때 쓰는 밑감, 갓길은 가장자리 길이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내레 고장말 ‘-레’는 앞에 연결된 말이 주어임을 나타내는데, 주로 평안도·제주도에서 쓰인다. ‘-레’는 모음으로 끝나는 말 뒤에서만 쓰인다는 점에서 표준어 ‘-가’에 대응되는 고장말이다. “조금 있으느꺼니 남자레 꼴을 한짐 지구 와서 하루밤만 자구 가갔다구 했디.” “십 넌 두구 한번두 씻딜 않구 지냈으느꺼니 그 냄새레 어떻갔소.”(<한국구전설화> 평북편·임석재) ‘-레’는 주어임을 강조하여 나타내는 토 ‘-(이)라서’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라서>라>래>레) 평안 지역에서 ‘-가’ 대신 ‘-레’가 쓰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제주 지역에서 ‘-레’가 쓰인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내레 앙 갑니다”(<한국구비문학대계> 제주편) ‘-레’가 평안 지역의 전형적인 말투로 인식되는 것은 제주 쪽보다 사용빈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두 지역 두루 ‘-레’가 ‘-래’로 실현되기도 하는데, 실제 말투에서 ‘-레’와 ‘-래’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레’의 또다른 형태는 ‘-라’인데, ‘-라’는 평안도와 가까운 황해 북부와 충남 태안·보령 등지에서 사용된다. “그 무이라(무가) 맛이 달디?” 다만, 충남 서해안 쪽에서는 자음 뒤에서 ‘-이라’가 쓰인다. “웬 일잉가아 허구 다아 볼 거 보구서 신방을 들어가 보닝깨, 아 워떤 눔이라 신부를 칼루 찔러서 방이 피가 잔뜩 있단 말여.”(위 책 충남편) ‘-라’ 또한 제주의 ‘-레’처럼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고장말이다.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삼가 언어예절 아무리 ‘말부자’라도 들추어 부려쓰지 않으면 그 말이 앙상해지고 재미가 적어진다. 조심스러움, 바라고 비는 뜻, 당연하고 마땅함, 될 수 있으면, 그러하긴 해도 … 같은 뜻을 담고자 할 때 앞머리에 두는 말로 삼가·부디·마땅히·모쪼록·비록 …들이 있다. 이 밖에도 모름지기·무릇·애오라지·오직·더욱이·아무쪼록·하물며·제발·여하튼 …처럼 숱하다. 이들은 말마디나 문장 앞에 두어 뒷말의 벼리를 잡아주고, 앞말이나 상대가 한 말을 받아 물꼬를 돌리는 구실을 한다. 말 중간에서 숨을 고르고 말맛을 감칠나게 하는 구실도 한다. 요즘 들어 이런 재미를 느끼게 하는 말 쓰임이 드물어졌다. 대신, 그러나·그런데·그렇지만·하지만 …들이 든 글은 넘쳐난다. 꼬집자면, 숨길이 조급하고 글투가 메말라 어느 글이나 판박이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저·도시·도통·설사·응당·필시·황차·설령 …처럼 낡은 투를 쓰자는 말은 아니다. 대화나 글 쓰는 환경이 넉넉해진 데 견줘 배려·격식·여유가 거추장스러워진 까닭일까? “삼가 가르치시는 대로 하려니와 ~/ 삼가 큰뜻을 이루길 바라나이다/ 부디 몸조심하여라/ 부디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고 ~/ 애오라지 피란 매양 물보다 진한 것이 아니어니/ 무릇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대통령을 꿈꾸기 마련이다/ 모쪼록 입법기관인 국회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이 나와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진퇴가 분명해야 한다 …”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사슴 짐승이름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고 비류국을 합병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흰사슴을 잡아 큰 나무에 매달아 놓고 낮과 밤으로 울게 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마침내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류국이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겁이 난 송양왕은 할 수 없이 백성들과 더불어 항복했다. 여기 주몽은 주문을 외워 비를 내리게 하는 사제였고 사슴은 영적인 힘을 갖추고 있어 주술 효험을 보장했음을 보여준다. 달리 사슴은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 제단에 바치는 제물 곧 희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경북 고령의 암각화에 드러난 사슴의 뿔은 특별하게 사슴을 조상신으로 여기는 녹각숭배(鹿角崇拜)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슴은 머리 위로 뿔이 나무처럼 돋아나니 땅이 푸나무를 길러 이바지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아니한 것으로 봤던 듯하다. 사슴 녹(鹿)도 머리 위로 뿔이 나온 것과 그 머리와 다리를 본뜬 것이다. 옛말로 사슴은 ‘사 ’(청산별곡)이었다. 어근 ‘삿-’에 접미사 ‘- ’이 붙어 이루어진 것으로 풀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고라니·놀갱이·사섬·사숨·사시미라고도 이른다. ‘삿’이란 어떤 뜻이 있는가. ‘ -슷’과 같은 낱말겨레에 속하는 것으로 ‘사이’란 말로 풀면 좋을 듯하다. 몸집이 큰 짐승인 소나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토끼와 같이 작은 짐승은 더욱 아니기에 그러하다. 일본말로는 ‘시카’(sika)라 한다. 이는 ‘삿’과 같은 형태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라이방에 봉고 외래어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서 특히 외래어는 상품 이름에서 온 것이 많다. 조미료를 나타내는 ‘미원’처럼 외래어 아닌 것도 있으나 그 수는 서양외래어보다 훨씬 적다. 외래어 가운데는 일상용어가 있는가 하면, 특정 분야 전문가들만이 쓰는 전문용어도 있다. 예를 들어 ‘스트로보’는 미국 스트로보 리서치라는 회사의 상품 이름이었는데 사진 전문가 집단에서 카메라의 ‘플래시’ 대신 쓴다. 이렇게 상품명에서 일반명사가 되는 일은 쉽게 이루어졌다가 그만큼 쉽게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승합차를 뜻하는 ‘봉고’는 상품이 성공을 거두자마자 승합차의 대명사를 넘어서서 일반명사가 되었고, ‘라이방’은 색안경 제조업체 이름이어서 ‘색안경’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는데,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대개 ‘선글라스’라고 하는 것 같다. 또 바퀴가 한 줄로 되어 있는 롤러스케이트를 특정 제조사 이름인 ‘롤러 블레이드’라고 일컫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인라인 스케이트’로 바뀌었다. 이를 처름 소개한 어떤 분과 동호인들의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한다. 설마 이런 것도 상품명이었나 싶은 것도 많은데, 특히 ‘본드’, ‘무스’, ‘스카치테이프’, ‘보톡스’, ‘포클레인’이 아마 많은 이들에게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포클레인은 생김새로 보아 음식을 찍어 먹는 데 쓰는 ‘포크’(fork)와 관련이 있나 싶지만(그래서 ‘포크레인’으로 잘못 쓰기도 한다), 실은 프랑스의 포클랭(Poclain)사의 상품 이름에서 왔다. 김선철/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수만이 사람이름 세조 7년(1461), 충청도 아산에 사는 관노 수만(禾萬)이 사헌부에 글을 올렸다. “이태 전 황수신이 진휼사로 왔을 때 친척에게 탄원(장고)케 하여 관둔전과 관아의 남새밭을 떼어 받았습니다. 그 땅은 제 아비·할아비로부터 대대로 부쳐먹던 밭입니다. 또 황수신은 관아의 마흔여덟칸짜리 기와집을 스물두칸짜리 초가집으로 줄여 샀습니다” 하였다. 만에 하나 이 말이 맞다면 황수신을 벌주어야 하고, 아니면 수만이는 공신을 헐뜯은 죄로 벌받아야 한다고 사헌부에서 임금께 아뢰었다. 이름접미사에 ‘만’이 있다. 강만이·게만이·돌만이·둘만이·보리만이·복만이·불만이·설만이·솔만이·알만이·흔만이·흘리만이 따위 사내이름에서 확인된다. 이 이름접미사는 어떤 뜻일까? 강만 하고 알 만하여 ‘강만이·알만이’일까? 심마니말 ‘마니’는 사람을 가리킨다. 심마니/심메마니는 심(산삼)을 캐는 ‘사람’이다. 똘마니는 도둑이나 거지 집단에서 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름접미사 ‘만’ 또한 사람을 이르는 듯하다. 심마니말 너패·노갱이·답승·살푸·송쿠·야사·투화리 따위는 만주·여진말에서 비롯됐는데, 낱낱 곰·개·소금·숟가락·쥐·눈·불을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심마니말에는 중국말도 적잖다. 고장말에도 심마니말처럼 이웃 언어와 오랫동안 교류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돟습니다레! 고장말 ‘-레’는 말끝에 붙여 쓰는 평안도말이다. “날이 저물어서 그러니 하룻나주 자구 갑시다레.”(<한국구전설화> 평북편, 임석재) “날래 집이 가서 밥을 먹읍시다레.”(위 책) 표준어의 ‘-그려’와 대응되는 말로, 소설·영화·드라마 등에서 북녘 사람 말투를 표현할 때 쓰는 전형적인 표지다. “내레 피양에서 왔수다레.” “님제 참 용쑤다레, 참 잘 맡헸수다” “여보 님제레 용헌 점배치라문 뭐던지 다 잘 알갔수다레.” “됐수다레, 그까짓 술 한 사발 가지고 내 목을 축이겠수. …”(<홍경래>, 문관식)처럼 ‘-레’는 말할이가 들을이에게 단호한 뜻을 드러내기도 하며, “그저 고맙수다레, 대장동무. 내레 기래서 우리 대장 동무가 최고야요.”(<돼지들>, 이정규) “아줌니, 고맙수다레. 내레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다.”(<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박명애)와 같이 반갑거나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레’는 들을이에게 말할이의 느낌을 드러내거나, 말하는 내용을 강조하고 싶을 때 쓰는 전형적인 평안도말이다. ‘-레’의 또다른 형태는 ‘-게레’다. 다만, ‘-레’가 아주높임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이는 반면, ‘-게레’는 예사낮춤 말 뒤에 쓰인다는 점이 다르다. “돟습메게레”(<평북방언사전>, 김이협) “내레 잠이 안 와 죽갔네게레” “그만 못하웨게레(그만 못하네그려)”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