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언어예절 저 몇 달 닫혔던 미국 쇠고기 푸줏간이 열리자마자 살코기를 몇 관씩 끊어갔다던 분은 포원이 풀렸는지? 부시도 다녀가고 ‘미친소’ 반대 촛불집회는 일백회 가풀막을 비춘다. 한우는 보통 송아지 적 아니면, 좀더 먹여 여러 해 논밭을 갈고 새끼를 몇 배 보고서야 어렵사리 내다 팔았다. 호사가들 얘기지만, 고기 맛이야 예나 지금이나 열 달을 넘기지 않은 하릅송아지를 제일로 친다. 일본에선 스무 달짜리 안쪽을, 우리는 서른 달이 넘지 않은 물건을 들여온다는데, 협상 정부나 장사꾼 두루 주권·신용 다 뭉개고 야합하는 세상에 달수 따지는 것도 부질없다. 소 나이(연령) 세는 말이 따로 있지 않으냐는 분들이 있다. 전날엔 집짐승인 소나 말, 개를 한습(하릅) 두습(이릅) 세습(사릅) 나릅 다습 여습 이롭 여듭 아습(구릅) 담불(열릅)처럼 헤아렸다. 누에는 다섯 잠(령)을 한 달 안에 마치니 단위가 다르다. 어린아이도 요즘은 달수(월령)로 헤아리고, 집짐승 먹이고 친화하는 개념이 많이 흐릿해진 지금, 공장내기 말·개·소 나이 일컫는 말이야 온전하겠는가? ‘소’는 잡지만 ‘쇠’는 잡지 못한다. ‘미친소’를 만든 건 사람이다. ‘연세·연치’를 높임말로 치는데, 이빨로 소 나이를 헤아리니 ‘연치’(年齒)가 제격이겠다. 나이를 세는 단위 ‘살’은 ‘한 살, 두 살, 아흔 살’처럼 고유어와 어울리고, ‘세’(歲)는 ‘십이세, 삼십세, 구십세’처럼 한자말과 어울린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원숭이 짐승이름 원숭이해에 난 사람은 슬기롭고 재능이 있다고 한다. 달로 치자면 모든 곡식들이 자라서 속이 차 가는 음력 7월이다. 원숭이는 가을에 이삭이 여물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리는 지혜를 갖추었다고 한다. 가령 탈춤놀이에서도 원숭이는 마을의 재앙을 막아주고 구경꾼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송파의 산디놀음과 양주의 별산디놀음의 원숭이탈, 봉산탈춤으로 이어진다. 한자로 원숭이 원(猿)의 구성을 보면, 긴팔원숭이를 가리키나 흔히 일반적인 원숭이의 뜻으로 통용된다. 개 견(犬)과 옷 길 원(袁)으로 이루어지기에 그러하다. 형성 글자로 털이 덮인 긴 팔을 지닌 원숭이를 이른다. 옛말에서는 원숭이를 ‘납’(납 爲猿, 훈민정음 해례)이라 한다. 근대어로 오면서 납 혹은 나비가 보인다. 여기 ‘ ’란 가볍고 날램을 드러내는 ‘ 다’에서 비롯한 말로 보인다. 그럼 ‘납’이란 무엇인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올려놓는 나무를 도리라 하는바, 도리를 납(납 爲 , 훈몽자회)이라 한다. 그러니 높이 달려 있는 나무를 일컫는다. 이르자면 높은 나무에 잘 매달리는 짐승을 납이라 하고 거기에 재다, 재빠르다의 뜻을 더하여 ‘ 나비’라 한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잔나비’는 오늘날에도 속담 등에서 원숭이란 말을 대신하여 널리 쓰인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사람이 재능도 있고 덕까지 갖춘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쇼바, 샥 외래어 최근 몇 해 사이 자전거 타기가 유행한다. 소득 수준이 좋아지고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산악자전거와 같은 고급 자전거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라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그런데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오르고 수출도 잘 안 되어 경제 여건이 나빠진 요즘도 자전거의 인기는 여전한 듯하다. 하지만 값비싼 자전거보다는 중저가 쪽으로 그 인기가 옮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샥’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는 ‘쇼바’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 곧 완충기를 이르는 말이다. 이것이 일본어에서 변형된 채로 들어온 게 ‘쇼바’라는 설이 있는데, 일본어 사전에는 ‘숏쿠 아부소바’(ショック アブソ-バ-) 또는 ‘아부소바’(アブソ-バ-)만이 올라 있어 그 설에 의심이 든다. 아마도 우리가 후자를 다시 한 번 변형시킨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편, 자전거 동호인들은 완충기를 일컬어 ‘쇼크업소버’의 앞부분인 ‘쇼크’만을 따서 ‘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샥’과 마찬가지로 현대 일본어의 일상 어법에서는 ‘숏쿠 아부소바’ 대신에 ‘숏쿠’만을 쓰기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어법이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않은 듯한데, 두 언어 사이의 이런 새로운 어법이 단순한 우연인지, 언어 운용법이 비슷한 까닭인지, 아니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인지 궁금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올미동이 사람이름 세조 2년(1456년), 원종공신이 된 사람의 종 문서를 없애고 양인이 되게 하였다. 그들 가운데 이름을 고친 이들이 적잖다. ‘황중이’는 ‘황윤례’(允禮), ‘박올미’는 ‘박춘미’(春美), ‘김올마디’는 ‘김맹흥’, ‘김원만’은 ‘김여산’, ‘모동이’는 ‘김동’, ‘김올미동이’는 ‘김여생’, ‘울강지’는 ‘유우’로 고쳤다. ‘올미’는 축축한 곳에 자라는 다년생 풀로, 7·8월에 하얀 꽃을 피운다. 고장에 따라서는 ‘가죽지심·대패지심·대패밥’으로도 부른다. ‘올미’가 든 이름에 ‘올미·올미동이·올미쇠’가 있다. 올미와 비슷한 ‘오미’는 평지보다 낮아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을 이르며, ‘오미·오미동이·오미디·오미타이’와 같은 이름에 쓰였다. 물건 바닥이 납작하고 오목한 것을 ‘오망하다’고 한다. ‘오망’과 ‘오목’이 든 이름에 ‘오망이·오망가이·오망디’, ‘오목이/오무기·오목덕이’가 있다. ‘올망이·올망대·올망이’에는 ‘올망졸망’의 ‘올망’이 쓰였다. ‘-례, -미’로 끝나는 이름은 예전에 사내이름으로도 쓰였다. 요즘에 계집이름으로만 쓰는 것은 현대에 꾸려진 이름문법이다. 이름은 상징가치를 이룬다. ‘근사한’ 한자로 ‘족보 있는’ 사람처럼 이름을 고쳐 대접받고픈 마음은 드라마에서 ‘김삼순’이 이름을 바꾸고픈 마음이랄까? 행복추구권이었다. 이제는 족보식 이름이 아닌, 부르기 좋은 우리말로 이름 지으려는 바람도 만만치는 않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니카마! 고장말 ‘-카마’는 서로 견주는 데 쓰이는 경상도말이다. 표준어 ‘-와/과, -하고, -보다’ 등과 대응된다. “야, 느그 논 준 기 그 기 아마 너거 생이(형) 논카마 못 한데, 지금 너거 바까다 주꾸마. 논 문서를 하나 두가.”(<한국구비문학대계>, 울산시 편) ‘-카마’는 표준어 ‘-과’에 대응하는 경상도말 ‘-카’와 토 ‘-만’이 합친 ‘-카만’이나, ‘-고 하만’이 줄어든 ‘-카만’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카 + -만>카만>카마, -고 하만>-카만>-카마) “파리 목숨카만도 몬 하제.”(위 책, 김해시 편) “오, 그 집에는 말이지 그 곽수 선생님카만 그 집 자부가 더 안다네.”(위 책, 봉화군 편) ‘-카마’의 또다른 형태는 ‘-카머’다. “그래가 나라아 베실도 많이 하고, 대국꺼짐 사신도 갔다 나오고. 대국 베실로 조선 베실카머 더 많이 했다카데.”(위 책, 경주시 편) 용언 뒤에서도 ‘-카마/카머’가 쓰인다. 이는 토 ‘-카마/카머’와는 다른 말이다. 이 ‘-카마/카머’는 ‘-고 하만/고 하먼’이 줄어든 ‘-카만/카먼’에서 ‘ㄴ’이 탈락한 것이다. “이 눔을 직일라카만 저 눔을 우예 직이야 되겠노?”(<경북방언사전> 이상규) “보리쌀 보리라도 두어 디 돌라카마 안되겠나.”(위 책) “뚜깽이가 디비지머 다시 일받을라카머 얼매나 애라분데.”(위책) “니도 물장수로 돈 벌라카먼 안즉 새까맣다.”(<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당부 언어예절 나무라거나 훈계·요청하는 말 앞뒤에서 흔히 ‘당부한다’고 한다. 그런데 ‘당부하는’ 쪽은 실제로 주문하고 당부하느라 ‘당부’란 말을 쓸 겨를이 없다. 관찰자나 제삼자가 써야 자연스러운데, 현실은 좀 다르다. 언론 쪽 논설에서는 ‘당부한다’를, 위정자나 선량들은 연설이나 조사·감사 자리에서 ‘당부드린다’를 즐겨 쓴다. 본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의를 주거나 잊지 않도록 거듭 강조하는 걸 일컬어 ‘당부한다’고 한다. ‘당부드린다’는 ‘당부한다’가 좀 불손하게 느껴져 쓰는 말이지만, 권위와 공손이 어울리지 않아 서로 충돌하고 버성긴다. ‘부탁·상의·공양·인사·말씀+드리다’라면 그나마 어울리는 조합이다.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억울하게 배제되는 그런 비정규직이 없도록 확실하게 관심을 보여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서면으로 좀 해 주시도록 당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당부드립니다’는 상투적이고 하나 마나하며 버성기게 들리므로 그냥 ‘보여주십시오’, ‘~주시기 바랍니다’ 정도로 바꾸는 게 낫겠다. “국방부 차원에서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할 것을 당부한다/ 우리는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들의 일괄사표가 국정쇄신의 출발점이 되길 당부한다/ 다시 한번 당부하건대 ….” 권위적이고 낯익은 논설투다. 그러나 참된 ‘권위’는 이런 훈계조의 말투보다 언론 구실을 제대로 하는 데서 나올 터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쥐 짐승이름 “불의 근원은 금정산에 들어가 한 쪽이 차돌이고 한 쪽이 무쇠인 돌로 툭툭 치면 불이 날 것입니다. 또 물의 근원은 소하산에 들어가서 샘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손진태의 <조선 신가유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불과 물의 근원을 몰라 생식을 하던 미륵이 생쥐를 붙잡아다 볼기를 치며 밝혀냈다는 사연이다. 그러니까 물과 불의 근원을 잘 알 정도로 쥐가 슬기롭다는 얘기다. 열두 짐승(십이지지) 가운데 맨앞에 나오는 게 쥐(=子)다. 사람이 땅 위에 살기 이전에도 쥐는 있었다. 쥐를 ‘주이’에서 왔다고도 한다. ‘주이>쥐’가 된다. 주이의 기원형은 폐음절형인 ‘줃’에 접미사 ‘-이’가 붙은 말로 본 것이다.(서정범) ‘줃이-주디-주리-주이-쥐’와 같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라는 얘기다. 옛말로 거슬러 올라가면 마찰음과 파열음이 아울러 나는 파찰음소가 쓰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수이-주이-쥐’와 같은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수이’는 사이를 뜻하는 슷(間<훈몽자회)에 접미사 -이가 붙어 ‘슷이-스시-수시-수이’로 되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사람과 신 사이를 통하는 존재로, 아니면 짐승과 날짐승(새)의 중간 존재로 보려는 생각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도 쥐도 아닌 게 박쥐다. 한편에선 수많은 쥐가 실험용으로 사라져 간다. 쥐를 보면 자연이 절로 두려워진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돈가스와 닭도리탕 외래어 중복이 지났으나 무더위는 한창이고 여름도 많이 남았으니 건강 관리에 애써야 할 때다. 몸보신에는 먹을 것이 최고라고 하니, 음식 이름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일본어에서 온 외래어로 알고 있는 음식 이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돈가스’와 ‘닭도리탕’이다. 돈가스는 기름에 튀겨 고소한 맛이 나서 대개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닭도리탕은 매콤달콤한 맛으로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돈가스’는 돼지를 뜻하는 ‘豚’의 일본어 한자음인 ‘돈’(とん)과 영어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영어 ‘가스’(カツ)가 붙은 말이다. 이는 서양 요리인 커틀릿이 변형된 일본 요리이며, 일본에서는 ‘cutlet’을 일본어식으로 온전히 일컬어 ‘가쓰레쓰’(カツレツ)라고도 부른다.(간혹 거리에 ‘가츠레츠’라는 간판을 단 일본 음식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 기준으로 보면 옳지 못한 표기다) ‘닭도리탕’은 ‘도리’가 ‘새’를 뜻하는 일본어 ‘도리’(とり)라는 주장 때문에 외래어로 생각되어 왔고, ‘닭새탕’이라는 말이 되므로 다듬어야 할 말로 여겨졌다.(‘닭볶음탕’으로 다듬은 바 있다) 그러나 근래에 ‘도리’가 일본어가 아니며 ‘도려내다’의 ‘도리다’이므로 ‘닭도리탕’은 우리 고유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사실 ‘도리’가 일본어라는 그동안의 설에는 뚜렷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의 어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야겠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감장이 사람이름 김자운은 양인 감장이와 이봉을 도망친 노비라며 거짓 노비호적을 만들었다. 단종 원년(1452년), 정발이 경주부윤일 때 이를 알고도 승소를 선고한 것은 볼기(장형) 100대에 3천리 밖으로 귀양 보내야 할 죄라고 임금께 강진이 아뢰었다. 검은 빛깔(물감)을 ‘감장’이라 한다. 나무를 태워 생긴 그을음이 ‘검정’이며 옛말 ‘검?영/검듸영’은 ‘검댕이’라는 말에도 남아 있다. ‘감댱이/검뎡이’는 이와 관련된 이름이다. 검정과 잇닿은 이름에 ‘가막이·가막덕이·가망이·거믈이·거물덕이’(계집이름)와 ‘거멍이·거믈이·거믈즁이’(사내이름)가 있고, ‘검’이 든 이름에 ‘검달이·검덕이·검덩이·검동이·검마지·검쇠·검쇠개·검실이·검주리·검지·검진이·검찰이·검추리·검토리’도 있다. 그런가 하면 ‘흰덕이·흰동이·흰쇠·흰장이’는 얼굴이 하얀 흰둥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름에 ‘무리대·무리동이·무리똥이·무리송이’도 있다. ‘무리’에는 여러 뜻이 있다. 물에 불린 쌀을 맷돌에 갈아 체에 밭인 허연 앙금(무리)처럼 ‘무리동이’는 얼굴이 허여멀쑥했을까? ‘무리똥이’는 허연 똥을 자주 누던 사람인 모양이다. 제 힘으로 일을 헤쳐 나가는 걸 ‘감장’이라 한다. ‘감장이’는 제 앞가림은 하고 잘 살았겠지? 높은 자리에 올랐어도 제대로 감장조차 못하는 이들이 적잖은 요즈음, 뜬금없는 물음이 솟구친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검?영에서 ?는 ㄷ.ㅣ 곧 ㄷ에 아래아를 찍고 ㅣ를 더한 글자임.
나어 집! 고장말 ‘나어 집’에서 ‘-어’는 표준어의 ‘-의’와 대응한다. ‘-어’는 주로 강원 영동에서 쓰는 고장말이다. “남어 쇠르 휘벼다 저 뒷방에다 갖다 매놓고서는 멕여 키우드래여.”(<한국구비문학대계> 양양군편) “저눔어 새끼 오지 않는 줄 알았는데 또 왔단 말이래.”(위 책) 경상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쓰인다. “판서어 집에는 아덜도 딸도 읎어.”(위 책 상주군편) 이는 경상도 사람들이 ‘으’와 ‘어’ 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워 그 중간 소리를 내면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강원도와 경상도말의 ‘-어’가 서로 같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의’를 제대로 소리 내는 것은 수월찮다. ‘ㅡ’를 길게, 뒤 ‘ㅣ’를 아주 짧게 소리 내야 한다. 그래선지 ‘-의’는 지역 따라 ‘으·에·이’ 등으로 소리가 난다. 특히 ‘-의’는 입술소리인 ‘ㅁ·ㅂ·ㅍ·ㅃ’ 다음에 ‘-우’로 나타난다. “쯔쯔쯔 … 남우 집 자식 데리다 놓고 잘하나 못하나 애비를 나무라야지 우짜겄노?”(<토지> 박경리) 강원 영서, 충청, 경기 등지에서는 주로 ‘-의’가 ‘-에’로, 그 밖에서는 ‘-으’나 ‘-에’로 소리 난다. 그런데도 종종 ‘-으’는 드라마·영화 들에서 전형적인 전라도말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돌아보도 않능 거이 다 머이여어? 아 초례청으서 그렇게 사모 뿔따구를 기양 모래밭으 무시 뽑디끼 쑥, 뽑아부러 갖꼬 ….”(<혼불> 최명희)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