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 짐승이름 “잔잔한 강물 위 허공에 못박힌듯/ 물총새 문득 날아와 정지비행을 한다./ 팽팽한 일촉즉발의 숨막히는 한 순간/ 표적이 잡히자마자 온몸을 내리꽂아/ 홀연히 그 부리로 잡아채는 은비녀/ 비린 살 마구 파닥이는 저 눈부신 화두여.(‘강가에 앉아’·조동화) 쫓고 쫓기는 고리들. 이것이 삶이요, 자연의 질서다. 물고기와 물총새의 관계에는 먹히느냐 살아남느냐 하는 절박한 문제가 따른다. 마침내 재수없는 물고기는 물총새의 밥이 되고 만다. 물고기는 은비녀처럼 살아서 도망쳐 보겠다고 파닥일밖에. 물총새란 총알처럼 빠르게 물속으로 들어가 고기나 새우, 더러는 벌레를 잡는다고 붙인 이름일 터. 물총새의 전설이 어느 신문에 소개된 일이 있었다. 물총새가 바다를 날다가 지치면 암놈이 수놈의 밑으로 들어가 수놈을 업고 난다. 어디 암수 관계만 그러랴. 함께 걷다 같이 살다 누구인가 지치고 쓰러지려 할 때, 손을 내밀어 산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인가. 물총새의 삶에서 사람이 배울 바도 있다. 물총새는 겉으로 보기가 아름다워 비취옥 같다 하여 비조(翡鳥)라 이른다. <열녀춘향수절가>에 “호연 비조 뭇새들은 농초화답 짝을 지어 쌍거쌍래 날아들어 온갖 춘정 다투었다”에 그런 비유가 나온다. 꽃 피는 봄을 맞은 젊은이들의 애틋한 설렘을 노래했다. 소한 대한 다 지났거늘 입춘을 어찌 멀다 하리.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파이팅 외래어 어려운 경제를 다같이 헤쳐 나가자는 다짐을 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새해 들어 방송에 자주 나온다. 거의 예외 없이 환한 웃음과 함께 마지막에 ‘화이팅’(바른 표기는 ‘파이팅’)을 외쳤다. 그 모습에 적잖은 위안을 얻을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어 전문가들 말로, ‘파이팅’(fighting)은 영어권에서 전혀 쓰이지 않는 구호로서, 일본에서 저들 식 영어 ‘화이토’(ファイト, fight)를 만들어 쓴 것이 들어와 꼴이 바뀐 것이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말 ‘화이토’는 동사의 명령형으로서 ‘싸워라!’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파이팅’은 ‘싸우기’ 정도로 번역되는 동명사형이어서 외치는 말로 쓰기에는 뭣하다. 국립국어원이 꾸리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http://www.malteo.net)에서 2004년 8월에 ‘파이팅’의 다듬은 말로 ‘아자’가 선정된 적이 있는데, 그 즈음에는 조금 호응을 얻는가 싶더니 여전히 ‘화이팅’이다. 우리는 단순한 구호에서 나아가 ‘파이팅을 기대하겠습니다’처럼 명사로, 또 ‘파이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처럼 동사의 일부로 발전(?)시켰다. 구호 ‘파이팅’을 바꾸는 것은 더 노력해야겠고, 이런 확장 표현은 조금 어려운 한자말이지만 ‘선전을 기대하겠습니다’, ‘선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나, 토박이말로 ‘잘 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도로 바꾸어도 충분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나이 언어예절 뭐든 먹으면 줄어들기 마련인데, 나이는 먹을수록 쌓인다. 전날엔 나이가 하나의 힘(권위)이었고, 어른 나이는 ‘잡수신다’고 했다. 그래서 때에 따라 나이를 더하여 말하기 일쑤였으나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셈하는 방식에 ‘세는 나이’(나자마자 한 살), ‘찬(만) 나이’가 있다. 요즘은 환갑·진갑을 잘 찾지 않는데, 노인인구 비율(14% 이상)이 크게 늘어난 ‘고령 사회’가 새로운 걱정거리다. 우리는 아직 나이 묻는 게 큰 실례가 아닌 사회에 산다. 꺼리거나 실례될 거리가 아니라고 본다는 얘기다. 사람을 얘기할 때 으레 따라다니는 정보가 몇 있다. 나이·성별은 기본이고, 출신 지역·학교, 본관(관향), 직업 …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나이는 말의 계급을 나누는 데서 신분 이상으로 큰 구실을 한다. 신분 제도가 사라진 오늘날도 우리말에서 ‘높임법’(대우법)이 엄연한 게 이를 증명한다. ‘배기·짜리’는 주로 어린 나이 뒤에 붙인다. 살·세(歲)는 나이를 세는 단위다. ‘14살 나이에/ 14세 나이에’라면 ‘열네 살/ 십사 세’로 읽는 게 옳다. 여기서 ‘나이’는 군더더기다. ‘나이’보다는 ‘연세·연령·연치·춘추’를, ‘살’보다 ‘세’를 점잖게 여겨 왔다. 한자말에 낀 이런 관습 거품도 많이 가신 듯하지만 아직 다 걷히지는 않은 듯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찌르레기 짐승이름 “어느 날 창운은 남쪽의 병후가 표식 가락지를 끼워서 날린 쇠찌르레기를 발견하게 된다. 원 박사는 여기에서 자신이 기른 쇠찌르레기가 온 강토에 서식하게 되었다는 점, 남한에 간 아들이 자신과 같이 쇠찌르레기에 깊은 애착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 학자로서의 큰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이 녀석아! 왜 가락지에 몇 자 적어서 안서로 띄우지 못했느냐. 그러면 못 쓴다더냐. 아이 적 홍역을 앓으면서 이 에미의 속을 지지리도 태우더니 다 자란 지금에도 …….’”(림종상 ‘찌르레기’에서) 찌르레기는 여름새다. 철 되면 날아드는 찌르레기를 보며 아들을 생각하는 어버이의 마음. 쪽지 한 자라도 찌르레기 편에 보내련만. 그리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찌르레기가 ‘키릿, 키리릿’ … 울면 새끼나 짝을 찾는 소리고, ‘키, 키, 키 …’ 하며 날카롭게 울면 주위를 경계하라는 소리란다. 나무 구멍이나 처마 밑 틈새, 돌담 어디서나 둥지를 튼다. 동북아에 널리 흩어져 사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더러는 남부지방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뭔가 찌르듯이 생겨 먹잇감을 얻는 모양을 보아 ‘찌르다’〔刺〕의 ‘찌르-’에 접미사 ‘-에기’를 붙여 부르게 된 이름이다. ‘-레기’는 ‘-에기’에 ‘ㄹ’이 덧붙어 ‘-레기’로 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찌르르’ 우는 소리를 내는 ‘베짱이’를 달리 일컫는 이름으로도 쓰인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찌찌 외래어 멀리 중동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으로 벌어진 참혹한 전쟁이 휴전 국면에 들어간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싸움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무엇보다 민간인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걸음마도 못할 것 같은 갓난아이마저 다쳐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 터이다. ‘맘마’, ‘쉬’, ‘응가’ 등 말을 막 배우는 젖먹이가 쓰는 말이나 젖먹이에게 어른들이 쓰는 말을 젖먹이말, 곧 유아어(乳兒語)라고 한다. 국어의 유아어에는 언어학적인 연구나 사전적인 기술이 잘 돼 있지 않은 부분이지만, 우선 지역적 차이가 꽤 있어 보인다. 엄마 젖을 일컫는 말에서, 전국에서 ‘찌찌·쭈쭈’ 정도가 발견된다. 서울·경기를 비롯해 강원·경상·충청 쪽은 ‘찌찌’라고 한다. 전라 쪽은 ‘쭈쭈’, 충남은 ‘쭈쭈·찌찌’를 함께 쓴다. ‘찌찌’는 전라도에서 더러운 것을 가리키는 표준어권의 ‘지지’에 해당한다. 전라 쪽 ‘쭈쭈’는 아기가 젖을 빨 때 나는 소리를 본따 생긴 말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찌찌’는 ‘쭈쭈’와 같은 시늉말로 보이지는 않고, ‘젖’을 가리키는 일본말 ‘지지’(ちち)와 꼴이 비슷하다. 그래선지 ‘찌찌’가 일본에서 온 말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말이 그쪽으로 건너간 것인지, 그쪽 말이 우리에게 넘어온 것인지, 아니면 서로 무관하게 생긴 말인지 확실하지 않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궁작이 사람이름 조선 때 20년마다 내수사에 딸린 노비의 명단을 만들어 임금께 올렸는데, 이를 ‘선두안’이라고 한다. ‘말비’가 노비 명단에서 빠졌다고 ‘더구지’가 발고했다. 중종 10년(1515년), 임금께 승지가 말비의 소속 문제를 아뢰었다. 말비의 어미·할미·증조할미는 ‘막장이·봉이·벌개’다. 벌개 동생 ‘궁작이’(宮者叱只)의 딸 ‘보덕’이 장례원에서 한 진술(공초)에 따라 선두안에 적으면서 말비가 빠진 모양이었다. 宮者叱只는 ‘궁작이/궁잣기/궁짜기’로 읽힌다. 이름에 ‘궁적이’(宮赤)도 있음을 볼 때 ‘궁작이’가 맞는 듯하다. 궁작이는 무엇일까? 흙을 이기거나 퍼내는 연장에 가래가 있다. 가래는 삽처럼 생겼는데, 크게 ‘자루·군두·가랫날·가랫줄’로 나뉜다. 군두는 가랫날을 끼우는 납작한 판으로, ‘궁저구’로도 부르는데, ‘궁적이/궁작이’와 잇닿은 듯하다. 군두와 가래 자루를 ‘가랫장부’, 가래질할 때 자루를 잡는 사람을 ‘장부잡이’라고 한다. ‘가래’에는 ‘날가래’(쇠가래)와 ‘나무가래’가 있다. 넉가래(←넙가래·넓가래)는 ‘쇠날’을 대지 않으며 군두가 크고 네모지다. <세종실록>에는 명나라 사신에 ‘맹날가래’(孟捏可來)가 있는데, 이름으로 보아 조선 출신인 듯도 하다. 요즘, 혼자 쓸모없는 일을 할 때 ‘삽질한다’고도 한다. 여럿이 호흡 맞춰 가래질을 해야 할 것을 않아서일까?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하더란대두 고장말 ‘-더란대두’는 ‘-더라도’와 같은 구실을 하는 고장말이다. ‘-어도’보다 센 느낌을 주는데, 주로 강원·경기·충청 쪽에서 쓰인다. “오더란대두 붙잡진낭 마시교.”(<한국구비문학대계> 충남편) ‘-더란대두’는 회상 시제 ‘-더’와 ‘-란대두’가 합친 말이다. ‘-더랜더두’는 강원 쪽에서 주로 쓰인다. “카마안히 생각을 해 보닝깨 어린 {눔이란대두} 도량이 큰 눔이었던 모냉이라.”(위 책) “너 {죽더랜더두} 곧이곧대로 얘길 해야지, 니 말 한마디 잘못하면은 너 죽고 나 죽어.”(위 책, 강원편) ‘-더란대두’와 같은 뜻으로 제주에서는 ‘-고대라’가, 나머지 지역에서는 표준어 ‘-더라도’가 변형된 ‘-더래두·-드라도·-디라도’가 쓰인다. “그건 어렵고대라 탕낭겁죽(산딸기나무 껍질)을 구해서 신을 맨들라.”(<제주어사전>) ‘-더래두’는 ‘-더라도>더래도>더래두’와 같은 변화를 겪은 말로, 제주·전라 쪽을 제외한 지역에서 두루 쓰인다. “금방 죽어 {자빠지더래두} 정신만은 제대로 말짱하게 가져야지.”(<1965년 어느 이발소에서> 이호철) 또한 ‘-디라도’와 ‘-드라도’는 ‘-더라도>드라도>디라도’와 같은 변화를 거친다. ‘-드라도’는 전라, ‘-디라도’는 경상 쪽에서 쓰이는 고장말이다. “지기랄, {죽드라도} 쪼깐 더 있다가 죽제.”(<태백산맥> 조정래) “십리질로 {가디라도} 걸어댕기고 이랬어요.”(<한국구비문학대계> 경북편)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아나운서 언어예절 누구나 말을 하며 산다. 뜻을 주고받으면 그만이지만, 생각을 제대로 베풀기란 어렵다. 고집·앙탈·부아·지랄 …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 생긴다. 말을 잘한다는 건 편안하고 알아듣기 쉽게 하는 것이다. 말을 특히 잘해야 하는 직업을 꼽아보자. 변호사·검사·판사, 교사·정치인·상인, 성우·판소리꾼·연기자 …들이 떠오르지만, 말을 가려 쓰고 정확히 하는 데서는 아나운서가 으뜸이다. 아나운서 동네에서는 특히 표준말 쓰기를 강조한다. 이를 뭉뚱그린 말이 ‘바르고 곱게’다. 이로써 표준말을 보급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이들의 말 한 마디가 ‘표준’이 된다. 여기에 ‘정확하게·유창하게·재미나게·편안하게’를 더하여 바른말·고운말·옳은말로 어지러운 세상을 맑힐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이름이 외래어인 건 문제다. 그나마 프로듀서는 연출가, 리포터는 기자라는데, 아나운서만 그대로다. 누구보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베풀어 쓰는 말 일꾼이기에 더 아쉽다. 바꿔 쓸 때도 놓친 듯하다. 북한·일본은 ‘방송원’, 중국은 파송원(播送員)을 쓴다. ‘조선말대사전’의 ‘방송원’ 풀이가 괜찮다. “자기 화술로써 보도·해설·소개 등의 방송을 주로 하는 사람”이다. 텔레비전이 나오면서 인기인 성격이 덧붙었다. 품위를 다잡는 훈련과 공부가 따라야 함은 방송 종사자 두루 다를 게 없을 터. 때로 사투리도 부려쓸 수 있다면 더할나위가 없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제비 짐승이름 “신라 때 원(院·안동 제비원·역참 추정)에서 일을 하던 어여쁜 아가씨 연(燕)은 저승에 갔다 되돌아온 ‘김씨 총각’한테서 큰 재물을 얻어 제비원 석불은 물론이고 큰 법당을 짓게 되었다. 법당을 완성하게 된 마지막 날이었다. 마무리를 하던 기와 기술자가 발을 잘못 디디어 지붕에서 떨어지고 만다. 기술자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더니 그의 영혼이 제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라 갔다. 이로 하여 절의 이름을 연비원불사 혹은 연미사(燕尾寺)라 하였다.”(안동 전설) 여기서 제비는 사람의 영혼·화신을 나타낸다. <흥부전>에서도 그렇거니와 제비는 행운을 상징하고, 성공과 번영, 상서로움을 드러내는 새로 여긴다. 더러는 부부 사이의 다정함을 나타기도 한다. 길조다. 유부녀를 호리는 춤꾼을 일컫는 것은 최근 들어서다. 제비의 옛말은 ‘져비’다. 뒤로 오면서 제비가 된다. 만주말로는 ‘치빈’인데 치빈의 ‘빈’에서 ‘ㄴ’ 첨가를 고려하면 ‘치비-지비’의 대응이 됨을 알겠다. 한편, 제비의 옛말 ‘져비’는 소리를 흉내 낸 ‘졉’에 사물이나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가 붙어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제비 우짖는 소리 ‘지지배배’는 ‘졉졉비비’에서 비롯한다는 얘기다. 짐승 이름 가운데는 소리나 모양을 따서 이름으로 삼은 것들이 적잖아 설득력이 있다. 지구 온난화가 장차 제비들한테는 어떤 영향을 주나?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자일, 아이젠 외래어 지구 온난화가 무색하게 매서운 추위가 며칠 동안 머물렀다. 그래 봐야 더 추웠던 시절이 많았으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또 활동적인 분들은 아무리 추워도 바깥 운동을 즐기는데, 이 정도의 추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을 듯하다. 겨울 운동 가운데 제철이 되면 방송에 곧잘 소개되는 것이 등산이다. 그 중에서도 얼음벽 오르기(빙벽 등반)는 매우 위험해 보이는데도 연약한 여성들이 꽤 도전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밧줄 한 가닥에 몸을 의지한 채 수직의 얼음벽을 거침 없이 오르는 모습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등산 장비를 일컫는 말 중에 ‘자일’이 있다. 우리의 말법으로 이는 등반용 밧줄을 뜻하는데, 독일말 ‘Seil’에서 왔다. 독일말에서는 등반용 밧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줄이나 끈 또는 밧줄을 두루 이른다. 등산 용어 중 다른 독일말로 ‘아이젠’(Eisen)이 있다. ‘아이젠’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발에 채우는 톱니 달린 덧신인데, 독일말에서 원래 뜻은 ‘쇠’ 또는 ‘철물’ 정도다. 등산 장비로서의 본디 독일말은 ‘슈타이크아이젠’(Steigeisen)인데, 일본에서 ‘슈타이크’가 떨어져 ‘아이젠’이 된 다음 우리말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의 등산 장비를 일컫는 말에 끼어 있는 독일말은 일본이 등산 용어를 독일말에서 들여온 것을 다시 우리가 받아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