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백일(靑天白日) 靑:푸를 청. 天:하늘 천. 白:흰 백. 日:날 일. [출전]《唐宋八 家文》〈韓愈 與崔群西〉,《朱子全書》〈諸子篇〉 푸른 하늘에 쨍쨍하게 빛나는 해라는 뜻. 곧 ① 맑게 갠 대낮. ② 뒤가 썩 깨끗한 일. ③ 원죄가 판명되어 무죄가 되는 일. ④ 푸른 바탕의 한복판에 12개의 빛살이 있는 흰 태양을 배치한 무늬. 당나라 중기의 시인/정치가인 한유[韓愈:자는 퇴지(退之), 768~824]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굴지의 명문장가로 꼽혔던 사람인데 그에게는 최군(崔群)이라는 인품이 훌륭한 벗이 있었다. 한유는 외직(外職)에 있는 그 벗의 인품을 기리며 〈최군에게 주는 글[與崔群書]〉을 써 보냈는데 명문(名文)으로 유명한 그 글 속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좋고 싫은 감정이 있을 터인데 현명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모두 자네를 흠모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봉황(鳳凰)과 지초[芝草:영지(靈芝)]가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며 ‘청천 백일’이 맑고 밝다는 것은 노예인들 모를 리 있겠는가?” [주] 여기서 ‘청천백일’이란 말은 최군의 인품이 청명(淸明)하다는 것이 아니라 최군처럼 훌륭한 인물은 누구든지 알아본다는 뜻임. 당송팔대가 : 당(唐:618~906)나라와 송(宋:北宋, 960~1127)나라 시대의 여덟 명의 저명한 문장 대가(大家). 곧 당나라의 한유(韓愈:韓退之) 유종원(柳宗元:柳子厚), 송나라의 구양수(歐陽脩:歐永叔) 왕안석(王安石:王介甫) 증공(曾鞏:會子固) 소순(蘇洵:蘇明允) 소식(蘇軾:蘇東坡) 소철(蘇轍:蘇子由). 당송 팔가, 팔대가라고도 일컬음.
Board 고사성어 2024.05.29 風文 R 371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최근 클래식 열풍이 일고 있다. 조성진, 임동혁, 김선욱 등 세 명의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가 내놓은 음반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가고 있다. 이들 세 명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들은 각각 ‘Seong-jin Cho’, ‘Dong Hyek Lim’, ‘Sunwook Kim’ 등의 표기로 외국에 알려져 있다. 조성진, 임동혁, 김선욱 등을 로마자(영문)로 바꾸어 적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표기는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다.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각각 ‘Cho Seongjin’, ‘Lim Donghyeok, ‘Kim Seonuk’ 등이다. 먼저 성과 이름의 순서가 외국 인명처럼 되어 있는데, 외국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이니 그건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름은 그럴 수 없다.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을 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Dong Hyek’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은 정한 바에 따라 로마자로 바꿔 적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Sunwook’은 영어식 표기로서 적절하지 않다. 반면 성은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표기와 더불어, ‘Cho’, ‘Lim’, ‘Kim’ 등의 관용 표기를 함께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악가인 ‘조(Jo)수미’, ‘임(Im)선혜’ 등과 ‘조(Cho)성진’, ‘임(Lim)동혁’ 등은 동일한 성임에도 성의 로마자 표기가 서로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여권 및 카드에 자기 인명의 로마자 표기를 마음대로 써도 괜찮은 것으로 알지만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Board 말글 2024.05.29 風文 R 1559
어이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흔히 틀리는 맞춤법 10가지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게 ‘어의없다’로 나타났는데, ‘어이없다’로 써야 맞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의없다’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모두가 ‘어이’로 발음하는 말을 어떤 사람들은 굳이 ‘어의’라고 써서 틀리는 걸까? ‘의’의 발음 탓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의’는 모음 ‘으’와 ‘이’가 결합한 이중모음으로, 시작할 때는 입술 모양을 ‘으’로 했다가 재빨리 ‘이’로 바꾸면서 내는 소리다. 그런데 ‘의’는 항상 ‘의’로만 소리 나지 않고 때에 따라 ‘이’나 ‘에’로도 발음된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어이가 없네”라는 조태오(유아인)의 대사는 큰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선 ‘의사’‘의논’ 같이 단어의 첫소리에 ‘의’가 나올 때는 이중모음 ‘의’로 정확히 발음해야 한다. 한편 모음 ‘의’ 앞에 다른 자음이 있을 때는 항상 ‘이’로 발음한다. 따라서 ‘희망’과 ‘띄엄띄엄’은 ‘히망’ ‘띠엄띠엄’으로 읽는다. 단어의 첫 음절이 아닌 경우에는 ‘의’를 ‘의’나 ‘이’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모의’와 ‘정의’는 ‘모의’ ‘정의’로 발음할 수도 있고, ‘모이’ ‘정이’로 발음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관형격 조사 ‘의’는 ‘의’뿐만 아니라 ‘에’로도 발음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의 소원’을 ‘우리에 소원’으로 읽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발음 규칙을 잘 익혔는지 보려면 ‘민주주의의 의의’를 발음해 보면 된다. 글자 그대로 발음하기도 하지만 허용 발음에 따라 ‘민주주이에 의이’라고 발음할 수도 있다.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적는 것은 평소 ‘주이’ ‘고이’로 발음하는 말들을 ‘주의’ ‘고의’로 적었던 습관을 그럴 필요가 없는 말에까지 과잉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Board 말글 2024.05.29 風文 R 1080
주책이다/ 주책없다 상황에 맞지 않게 실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은 “주책이다” 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주책없다”라고 말한다. 같은 의미로 전혀 상반된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얘기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에 맞춰 적절히 해석하겠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는 뜻의 형용사는 ‘주책없다’이다. ‘주책이다’는 ‘주책없다’의 잘못이다. ‘주책없다’가 바른 표현이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혼란이 온 것일까? 명사 ‘주책’은 ‘①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 ②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①은 긍정적 의미, ②는 부정적 의미이다. ‘주책을 떨다’ ‘주책을 부리다’ ‘주책이 심하다’ 와 같이 쓸 때의 ‘주책’은 ②의 뜻, ‘주책없다’에서의 ‘주책’은 ①의 뜻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②의 뜻을 생각한다면 ‘주책이다’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겠다. 표준어 규정에서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주책이다’를 버리고 ‘주책없다’를 취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안절부절하다’와 ‘안절부절못하다’가 있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안절부절’이라고 하는데 동사형은 ‘안절부절하다’를 버리고 ‘안절부절못하다’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칠칠하다’와 ‘칠칠치 못하다’는 모두 맞는 말이지만 뜻을 반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깨끗하고 단정하며 일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진 경우 ‘칠칠하다’ 반대의 경우 ‘칠칠치 못하다’라고 쓰는 것이 맞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5.10 風文 R 2452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매년 12월에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일 것이다. ‘크리스마스(성탄절)’는 본래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그보다는 연인의 날이나 가족의 날로 인식하고 있다. 이날에 즈음하여 연인 또는 가족 간에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선물을 주고받는다. ‘Merry Christmas!’라 적힌 크리스마스카드를 친한 이에게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메리 크리스마스’는 영어 인사말이다. 이로 인해 어떤 이는 이 말을 ‘즐거운 크리스마스(성탄절) 되세요’로 직역해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이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로 의역한 말이 우리말로 좀 더 자연스럽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곧바로 새해가 된다. 이때에는 젊은 사람들끼리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이 말 또한 영어 인사말이다. 이전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에게 고마움을 베풀어 주었던 사람에게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 적힌 연하장을 보냈다. 설날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인사말보다 ‘해피 뉴 이어!’란 인사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올 12월에는 ‘메리 크리스마스!’나 ‘해피 뉴 이어!’ 등의 영어 인사말보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과 같은 자연스러운 우리 인사말을 더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Board 말글 2024.05.10 風文 R 2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