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임'에 당하다 새 학기가 시작돼 아이들은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하길 빌지만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친구들의 유혹에 넘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나 않을지 걱정하기도 한다. 친구의 유혹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보통 "친구의 꾀임에 넘어가 그리 됐다" "친구들의 꾀임에 빠져 PC방을 들락거렸다"처럼 '꾀임'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꾀임'은 '꾐'이라고 해야 한다. '꾐'의 원말이 '꼬임'이므로 '꼬임'이라고 해도 된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 자기 생각대로 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꾀이다'가 아니라 '꼬이다'다. "그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자고 친구를 꼬였다"와 같이 쓰인다. '꼬이다'의 준말이 '꾀다''이므로 '꼬이다' '꾀다' 어느 쪽으로 써도 된다. 명사형은 '꼬이다→꼬임' '꾀다→꾐'이 된다. 따라서 '꾀임'은 '꼬임' 또는 '꾐'의 잘못이다. "친구들의 꾀임에 빠져 ~"는 "친구들의 꾐(꼬임)에 빠져 ~"로 해야 한다. '~에게 꾐을 당하다' '남의 꾐에 말려든다'는 의미로는 '꾀다'의 피동사인 '꾀이다'(꾀+이+다) 형태가 쓰일 수 있다. "마을 노인들은 몸에 좋다는 장사꾼의 말에 꾀여(←꾀이어) 약을 샀다"와 같은 경우다.
Board 말글 2011.11.28 바람의종 R 9361
벽과 담 "벽을 허물어라."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잭 웰치는 구성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경영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의사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 내 갈등이 커지고 정보의 흐름이 끊겨 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 그는 벽 없는 조직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웰치가 추구했던 "벽 없는 조직"이란 말을 "담 없는 조직"으로 바꿔도 의미가 통할까? '담'은 '벽'과 달리 비유적인 뜻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벽'은 집이나 방을 빙 둘러 가며 막은 것,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해 흙.벽돌 등을 쌓아 올린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벽'은 건물 내부의 공간을 나누기 위해 쌓아 놓은 것을 가리킬 때, '담'은 건물 주위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막아 다른 건물이나 길과 구분하는 것을 이를 때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아파트 개조 공사 전에 거실과 방 등을 구분 짓기 위해 만든 벽인지,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만든 벽인지부터 점검해야 한다"에서처럼 건물 자체의 공간을 나누기 위해 쌓은 건조물이란 뜻으로는 '담'을 쓰기 어렵다. "정보기술 업계에선 매출 1000억 달러가 마의 벽으로 불린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며 나타나는 전형적 증상 중 하나가 조직 내 높은 벽이 생기는 것이다"와 같이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나 장애, 관계나 교류의 단절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역시 '벽' 대신 '담'을 쓰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Board 말글 2011.11.28 윤영환 R 7681
한마음 / 한 마음 ㄱ. 한동네, 한마음, 한목소리, 한집안 위에 예시한 단어들은 모두 '한'과 결합하여 이뤄진 복합어이다. '한'은 본래 하나를 뜻하는 수관형사인데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같은'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동네'는 하나의 동네가 아니라 '같은 동네'를 뜻하고, '한마음'은 '하나의 마음'이 아니라 '같은 마음'을 뜻한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그 뜻에 따라 '한'의 문법적 성질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즉, '하나'를 뜻할 때에는 관형사, '같은'을 뜻할 때에는 접두사로 구별하였다. 이러한 처리는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분히 문제를 안고 있다. 접두사는 예외 없이 다음 낱말과 붙여 써야 하는데, '한'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가령, '한 공장, 한 자동차, 한 학교, 한 회사' 등에서는 '한'이 '같은'의 뜻일 때라도 다음 말과 붙여 쓰기 어렵다. 실제로 이 말들은 ㄱ의 경우와 달리 사전의 표제어로도 올라 있지 않다. 이는 한 단어가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은 뜻의 분화와 상관없이 언제나 관형사로만 보는 것이 타당하다. ㄱ의 경우는 파생어(접두사+명사)가 아니라, 합성어(관형사+명사)로 보는 것이 옳다. 이는 '새'가 접두사가 아닌 관형사임에도 '새날, 새댁, 새바람, 새순'의 합성어를 만드는 것과 같다.
Board 말글 2011.11.27 바람의종 R 14062
시말서, 회람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슬럼프를 겪게 마련이다. 직장인 80%가 석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369증후군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이때는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시말서를 쓰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으므로 긴장의 끈을 놓고 자신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는 게 좋다고 한다. 슬럼프만큼이나 직장인들에게 달갑지 않은 손님인 시말서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건이 진행돼 온 과정을 자세히 적은 문서를 일컫는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으니 시말서 쓸 준비나 하게!" "이건 시말서 한 장으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네"처럼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시말서는 어떤 일의 처음과 끝을 이르는 '시말(始末)'과 '서(書)'를 조합한 일본식 한자어(始末書.しまつしょ)로 '경위서(經緯書)'로 순화해 쓰는 게 좋다. 간혹 '시말서'를 심한 일을 해 쓰는 서류라고 어림잡아 '심할서'로 적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는데 "경위서를 작성하다" "경위서를 내다"와 같이 사용하면 의미 전달도 쉽고 표기상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시말서와 더불어 직장 내에서 순화해야 할 말로는 '회람(回覽.かいらん)'이 있다. '글 따위를 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려 보는 것 또는 그러한 글'을 회람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일본어의 잔재로 '돌려 보기' 정도로 바꿔 쓰는 게 바람직하다.
Board 말글 2011.11.25 바람의종 R 11078
Board 말글 2011.11.24 바람의종 R 12495
전화 받다 / 전화받다 "부장님, 사장님 전화입니다. 전화받으세요." "부장님 차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리셨더군요. 제가 가져왔습니다. 여기 전화 받으세요." 위와 같은 경우 '전화받다/전화 받다' 형태의 띄어쓰기는 어느 것이 맞을까? 정답부터 말하면 둘 다 맞다. '전화'의 의미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화'라는 단어에는 '전화기를 이용해 말을 주고받음'과 '전화기'의 두 가지 뜻이 있다. 그 뒤에 '받다'가 올 때, '통화하다'는 뜻일 때는 붙여 쓰지만 '전화기를 건네받다'는 뜻일 때는 띄어 쓴다. '전화'가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추상적인 의미일 때 뒤에 오는 '-받다(-드리다)'는 접미사다. 전화기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킬 경우에는 '받다(드리다)'가 동사다. '전화받다, 전화드리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라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추상적인 개념의 단어 다음에 나오는 '-받다, -드리다'는 접미사이기 때문에 앞의 단어에 붙여 써야 한다. '사랑하다, 가결되다, 이해시키다, 이용당하다'에서 '-하다, -되다, -시키다, -당하다' 등도 접미사이므로 명사 따위에 바로 이어서 나올 때는 반드시 붙여 쓴다. 다만 '사랑을 하다'같이 중간에 조사가 들어가거나 '행복한 사랑 하세요'처럼 앞에 수식하는 말이 있을 경우에는 '하다'가 동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러나 '받다, 드리다'는 중간에 조사가 나오지 않아도 동사가 될 때가 있으므로 띄어쓰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한다.
Board 말글 2011.11.24 바람의종 R 10806
철장신세 인터넷상의 댓글이 요즘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계속된 자살의 원인 중 하나로 '악플'이라 불리는 비방 댓글이 지적되기도 했다. 올 7월부터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 남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함부로 올리다간 '철장'신세를 지게 된다고 한다. 위에서와 같이 흔히 '감옥'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철장'과 '철창'을 헷갈려 쓰곤 한다. 그러나 이럴 땐 "밤새 주정을 부리며 고함을 지르던 그는 철창신세를 지고 말았다"와 같이 '철창'이라 써야 맞다. '철창'은 원래 '쇠로 만든 창문'을 의미해 "지난밤 도둑이 들었던 김씨네는 창문을 모두 철창으로 바꾸었다"와 같이 쓰이지만, '감옥'을 비유하는 말로 더 자주 쓰인다. "애견이 자꾸 철장을 물어뜯는다"에서처럼 '쇠'를 의미하는 '철'에 '작은 동물을 넣어 기르는 집'인 '장(欌)'을 붙여 '철장'이라 쓰곤 하나, 이는 표준어로 올라 있지 않은 조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엔 한자어의 조합에 따라 '철장'이란 동음이의어가 여럿 올라 있지만 '작은 동물을 넣어 기르는 쇠로 만든 집'이란 의미의 철장(鐵欌)은 없다. 참고로 '철창신세'는 '철창'과 '신세'가 각각의 독립된 단어이므로 띄어 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한 단어로 인정된 합성어이므로 '철창신세'와 같이 붙여 써야 한다.
Board 말글 2011.11.21 바람의종 R 1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