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러닝머신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고자 몸 만들기에 열심인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운동기구 등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어린이 몸짱 만들기 캠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요즘엔 걷기 열풍도 가세했다. 운동기구 중에는 '러닝머신'이라는 게 있다. "걷기의 최대 적인 지루함을 방지하려면 러닝머신보다 산책로나 강변에서 걷고 코스를 자주 바꾸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기 위해 매일 피부관리를 받고 하루에 한 시간은 러닝머신을 한다"에서처럼 '러닝머신'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이는 영어권에선 알아듣지 못하는 소위 콩글리시다. 회전식 벨트 위를 달리는 기구로, 사람이 올라서서 제자리 뛰기를 하게 만들어 놓은 설비를 이르는 '러닝머신'은 '트레드밀(treadmill)'이 맞는 말이다. 서양 사극 도중 감옥에서 죄수에게 벌을 주기 위해 빙글빙글 돌아가는 형틀 위를 한없이 걷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바로 그런 시설이 '트레드밀'이다. 'tread'는 '걷다, 뛰다, 밟다'는 뜻이고, 'mill'은 '제작소, (물.바람 등을 이용한)분쇄기, (즙을 짜는) 압착기' 등을 뜻한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은 트레드밀을 이용한 달리기, 고정식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대표적이다" "걷기 운동의 재미는 헬스클럽의 트레드밀에 비할 바가 못 된다"처럼 쓸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러닝머신'을 '달리기틀'로 순화한 바 있다.
Board 말글 2012.05.22 바람의종 R 8143
[우리말바루기]무더위, 불볕더위 곧 장마가 소멸되고 다음주에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무더위'라고 한다. 일반적인 더위와 달리 물기가 많아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더위를 가리킨다. '무더위'에서 '무'는 '물'이 다른 단어와 결합하면서 'ㄹ'이 탈락한 것으로,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온 말이다. '무서리'나 '무지개'도 이런 경우다. 물기가 많아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무르다'도 마찬가지다. '무-'가 들어간 단어는 이 밖에도 많다. 무살(물렁물렁하게 찐 살), 무자리논(물이 늘 고여 있는 논), 무자맥질(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것), 무레질(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 등이 있다. 무더위 외에 '불볕더위'라는 말도 쓰인다. 습기가 많아 숨이 막히는 무더위와 달리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따가운 더위가 불볕더위이며, 줄여 '불더위'라고 한다. 불볕더위는 그늘 등 햇볕이 쬐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면 상당히 줄어들지만, 무더위는 햇볕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더위를 강조하기 위해 '불볕 무더위'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무더위와 불볕더위는 다른 개념이어서 둘을 합쳐 놓으면 어색하다. '무더위'는 끓는 물의 뜨거운 김을 쏘이는 듯한 더위를 뜻하는 '찜통더위'나 '가마솥더위'와 비슷한 말이다.
Board 말글 2012.05.18 바람의종 R 7731
[우리말바루기] 거치장스럽다 여름이 되면 모두 옷차림이 간편해진다. 특히 여성들은 민소매에 짧은 치마, 샌들 등으로 시원해 보이는 옷맵시를 뽐낸다. 그러나 여름이 무르익을수록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해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귀걸이.목걸이.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다. 치렁치렁하고 영 편할 것 같지 않은 소품들이 여름이면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물건 따위가 크거나 무겁거나 해 다루기가 거북하고 주체스럽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흔히 "텔레비전에서 본 여배우들은 하나같이 거치장스러운 귀걸이를 달고 다닌다"에서와 같이 '거치장스럽다'고 표현하곤 한다. "아무런 겉치장을 하지 않았다"에서처럼 '겉치장'(겉으로 보기 좋게 꾸민 꾸밈새)'과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불편하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 '거치장스럽다'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거추장스럽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거추장스럽다'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전철을 갈아타는 일은 매우 거추장스럽다"에서와 같이 '일 따위가 성가시고 귀찮다'는 의미로 쓰인다. 여름만 되면 치렁치렁하고 화려해지는 액세서리가 거추장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묘하게 시원해 보이기도 한다. 액세서리보다 더 화려하게 빛나는 젊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Board 말글 2012.05.16 바람의종 R 8569
[우리말바루기] 헤어진 옷 한 남자에게 어느 날 새 실내복이 생겼다. 당장 해어진 옷을 벗고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책상이 허름해 보였다. 책상을 교체하자 이번엔 의자며 시계가 못마땅했다. 결국 그는 방의 모든 집기를 바꿨다.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란 수필을 통해 밝힌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의 경험담은 새 물건을 갖게 되면 그에 걸맞은 또 다른 것을 사고 싶어지는 욕구를 가리키는 '디드로 효과'란 말을 낳았다. 이때 혼동하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 예전의 실내복을 표현한 '해어지다'와 그 옷을 버림으로써 느끼게 된 감회를 적은 글에 나오는 '헤어지다'다. "승려들이 일상복으로 즐기는 납의(衲衣)는 헤어진 옷을 수십 년간 기워 입은 것에서 유래했는데, 이것이 누비옷의 기원이 됐다" "폐포파립(蔽袍破笠)은 헤어진 옷과 부서진 갓이란 의미로 초라한 차림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처럼 쓰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모두 '해어진'으로 고쳐야 한다. '헤어지다'는 "친구들과 쇼핑만 하고 헤어지려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두 연인이 끝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몸살을 앓았더니 입 안이 다 헤어져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와 같이 '흩어지다, 이별하다, 살갗이 터져 갈라지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닳아서 떨어지다'는 말은 '해어지다'가 맞다. 이들 단어를 줄여 "입술이 헤져 아파 보인다" "발가락이 드러날 정도로 운동화가 해졌다"처럼 '헤지다' '해지다'라고도 쓸 수 있다.
Board 말글 2012.05.16 바람의종 R 11607
[우리말바루기] 생살, 살생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다. 이는 운명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도 운명의 여신 손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을 한자어로는 '생사(生死)'라고 한다. '생사'를 거꾸로 한 '사생(死生)'은 '죽음과 삶'으로 '생사'와 '사생'은 결국 동일한 뜻을 가진 낱말이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일'을 '살생(殺生)'이라고 한다. '살생죄(殺生罪)' '살생유택(殺生有擇)' 등과 같이 쓰인다. '살생'을 거꾸로 하면 '생살(生殺)'이 되는데, 이는 '죽은 것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살리고 죽이는 일'을 가리킨다. '생살권(生殺權)'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처럼 사용된다. '살생'과 '생살'은 이렇듯 그 뜻이 다르다. '살생부(殺生簿)'와 '생살부(生殺簿)'도 그 말뜻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살생부'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해 놓은 것처럼 '죽이고 살릴 사람의 이름을 적어 둔 명부(名簿)'가 아니라 '죽일 사람의 이름을 적어 둔 명부'를 가리키게 된다. '죽이고 살릴 사람의 이름을 적어 둔 명부'는 '살생부'가 아니라 '생살부'가 되어야 한다. 만일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定義)처럼 쓰려면 '살생'에 '죽이고 살리는 일'이란 풀이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리하면 '살생'과 '생살'의 뜻이 같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살생'과 '생살'은 그 구성이 다른 말이므로 구분해 쓰는 것이 옳다.
Board 말글 2012.05.15 바람의종 R 8700
[우리말바루기] 잇달다, 잇따르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처럼 범죄나 어떤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표현할 때 '잇달다'를 사용해야 할지 '잇따르다'를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가 많다. 강도를 당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면 '잇따른 강도 사건' '잇단 강도 사건' 중 어떤 걸 써야 할까? 미리 답을 말하면 이 경우는 둘 다 옳다. '잇따르다'는 "돈을 실은 차 뒤에는 무장한 경호 차량이 잇따랐다"처럼 '움직이는 물체가 다른 물체의 뒤를 이어 따르다'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선거 패배 후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랐다'처럼 '어떤 사건이나 행동 따위가 이어 발생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잇달다'는 목적어가 따르는 경우(타동사)와 그렇지 않은 경우(자동사)로 나눌 수 있다. 타동사로 쓰일 때는 "객차에 객차를 잇단 기차가 뱀처럼 스르르 역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에서 보듯 '일정한 모양이 있는 사물을 다른 사물에 이어서 달다'라는 뜻을 지닌다. 자동사로 쓰이는 '잇달다'는 '잇따르다'와 의미가 같다. 문두의 '잇단 강도 사건'은 자동사로 쓰인 것이다. '잇따르다'와 자동사 '잇달다'는 서로 넘나들어 사용할 수 있지만 '-는'이나 '-ㄴ다' '-고 있다'와 결합할 때는 '잇따르는 경사/잇다는 경사' '경사가 잇따른다/경사가 잇단다'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경사가 잇달고 있다'에서 알 수 있듯 '잇달다'보다는 '잇따르다' 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Board 말글 2012.05.15 바람의종 R 9184
[우리말바루기] 외래어의 된소리 표기 외국어의 발음을 우리말로 그대로 옮겼을 때 '쌔끼' '씨빨' '쌍' '또라이' '똥꼬' 등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이들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다면 우리말로는 욕이 되거나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이 된다. 외래어 표기 원칙 가운데 중요한 것이 된소리(경음)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지음이 된소리인 'ㄲ, ㄸ, ㅃ, ㅆ, ㅉ'으로 발음되더라도 각각 거센소리(격음) 또는 예사소리인 'ㅋ, ㅌ, ㅍ, ㅅ, ㅊ'으로 대입해 표기한다. 우리말은 표기하지 못할 발음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외래어 표기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지 외국어 발음을 정확하게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외국어의 모든 발음을 그대로 적거나 별도의 자모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표기 원칙에 반영됐다. 까페→카페, 씨스템→시스템, 싸이클→사이클, 빠리→파리, 르뽀→르포, 삿뽀로→삿포로, 광뚱→광둥 등이 된소리에 가까운 현지음을 우리말로는 거센소리 또는 예사소리로 바꾸어 표기하는 것들이다. 영어.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아랍어 등 대부분의 언어를 표기하는 데 이 원칙을 따른다. 다만 예외적으로 중국어 표기에서는 'ㅆ, ㅉ'을, 일본어 표기에서는 '쓰(つ)'를 쓴다. 푸켓→푸껫, 호치민→호찌민 등처럼 동남아 2개 언어(태국어.베트남어)에서도 된소리를 사용하기로 최근 규정을 바꾸었다.
Board 말글 2012.05.11 바람의종 R 11928
Board 말글 2012.05.10 바람의종 R 7911
[우리말바루기] 개연성/우연성/필연성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면 "그것은 필연"이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소개해 준 사람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두 사람이 사귀게 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여러 면에서 잘 통할 것 같아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절대적으로 확실치 않으나 그럴 거라고 생각되는 성질을 '개연성'이라고 한다. "배리 존스 교수는 음주 전후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해 본 결과 알코올이 감정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처럼 쓰여 꼭 그렇지는 않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되는 성질을 말한다. 만약 술을 마신 뒤엔 무조건 콩깍지가 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 알코올과 이성에 대한 매력도는 '필연성'으로 묶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연성'은 원인과 결과가 뚜렷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요소나 성질을 가리킨다. 필연성과 반대되는 개념은 '우연성'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과 같이 꼭 그런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닌데도 뜻하지 않게 그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이른다. 어느 날 갑자기 길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은 '우연성'에 기반을 둔 것이다. 어떤 관련성이 없음에도 일어나는 일(성질)은 '우연성', 특정한 연관성을 갖고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개연성', 인과관계에 의해 벌어지는 일은 '필연성'이라고 한다.
Board 말글 2012.05.10 바람의종 R 11098
[우리말바루기] 퀘퀘하다, 퀴퀴하다, 쾌쾌하다 장맛비가 한창이다. 장마철엔 기온과 습도가 높아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면 퀴퀴한 냄새가 나며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나는 물을 뚝뚝 흘려 놓아 엘리베이터 안에서 쾌쾌한 냄새가 날 때가 많다." "장마철에 환기가 될 리 없는 구석방은 습기가 차고 퀘퀘한 냄새로 가득하다." "오늘은 차 안에서 이상하게도 쾌쾌한 냄새가 난다." 예문에 쓰인 '쾌쾌한' '퀘퀘한'은 잘못 쓴 말이다. 문맥으로 보아 상하고 찌들어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냄새가 구리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모두 '퀴퀴한'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쾌쾌(快快)하다'는 '성격이나 행동이 굳세고 씩씩해 아주 시원스럽다' '기분이 무척 즐겁다'란 뜻으로, "나는 그의 쾌쾌한 결단성을 도리어 흠모했다" "한 후배가 의미 있는 모임을 준비했으니 나오라고 하기에 나는 쾌쾌히 승낙했다"처럼 사용된다. '퀘퀘하다'는 '퀴퀴하다'를 잘못 쓴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퀴퀴하다'에 해당하는 말로 '퀘퀘하다'가 쓰이고 있다. '쾨쾨하다'도 있는데 이는 '퀴퀴하다'의 작은말이다. '쾌쾌(快快)하다' '쾨쾨하다' '퀴퀴하다'는 의성어.의태어와는 다르므로 그 뜻에 맞는 단어를 정확하게 써 주어야 한다.
Board 말글 2012.05.09 바람의종 R 35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