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 적는 법 사이시옷은 다음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적는다. 첫째, 사이시옷은 ‘촛불(초+불), 나뭇잎(나무+잎)’처럼 명사와 명사가 합쳐질 때만 쓸 수 있다. ‘해님’일까, ‘햇님’일까? ‘해’는 명사지만 ‘-님’은 접미사이므로 사이시옷이 나타날 환경이 아니다. ‘해님’이 맞다. 둘째, 사이시옷은 두 말 사이에서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변할 때만 쓸 수 있다. ‘위’와 ‘마을’이 합쳐지면 /ㄴ/이 덧나 [윈마을]이 된다. 그래서 ‘윗마을’로 적는 것이다. ‘위’와 ‘동네’가 합쳐질 때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변해 [위똥네]가 된다. 그래서 ‘윗동네’로 적는 것이다. ‘위쪽, 위층’의 경우, 별다른 소리의 변화가 없으므로 사이시옷을 적을 수 없다. ‘윗쪽, 윗층’은 잘못이다. 이처럼 사이시옷은 소리와 직접 연관되어 있으므로 평소에 표준 발음을 잘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사이시옷은 두 말 가운데 순우리말이 하나 이상 있고 외래어가 없을 때에만 쓸 수 있다. ‘소수점(小數點)’은 [--쩜]으로 소리가 나므로 사이시옷을 쓸 만한 환경이지만 순전한 한자어이므로 사이시옷을 쓸 수 없다. ‘꼭짓점(--點)’은 [--쩜]으로 소리가 나고 ‘꼭지’가 순우리말이므로 사이시옷을 써야 한다. ‘만둣국’이나 ‘우윳빛’도 같은 이유로 사이시옷을 쓴다. ‘핑크빛(pink-)’도 뒷말이 된소리로 바뀌지만 ‘핑크’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쓸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는 순전한 한자어이지만 예외적으로 사이시옷을 적도록 하고 있다. 예외는 이 6개에 한정되므로 ‘전세방’이나 ‘기차간’을 ‘*전셋방’이나 ‘*기찻간’으로 적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07.30 風文 R 1305
이탈리아? 이태리? 리우올림픽 개막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시간으로 8월 6일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리우올림픽 개막식에는 206개국에서 온 선수들이 자국의 국기를 앞세우고 입장을 하게 되는데, 국가 이름 중에는 바뀐 이름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2008년 러시아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기로 선언한 ‘그루지야’는 국가의 대외적 명칭을 영어식 표기로 바꿈에 따라 국가 이름이 ‘조지아’로 바뀌었다. 또한 우리에게 ‘대만’으로 익숙한 ‘타이완’은 올림픽 개막식 입장 때 ‘타이완’의 이름으로 입장할 수 없고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의 이름으로 입장해야 한다. 중국이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대만은 자동 탈퇴하게 되었고 이후 ‘타이완’은 올림픽대회나 국제기구에 참가할 때 독자적인 국호를 쓰지 못하게 되어 국가 명칭을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제기구 행사 이외의 경우에는 ‘타이완’이라는 국가명을 사용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타이완’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관용을 허용한다는 조항에 따라 ‘대만’으로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국가명의 경우 한자를 가지고 외국어의 음을 나타낸 말인 음역어(音譯語)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탈리아’를 ‘이태리(伊太利)’, 프랑스를 ‘불란서(佛蘭西)’, ‘스페인’을 ‘서반아(西班牙)’, ‘네덜란드’를 ‘화란(和蘭)’이라는 음역어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음역어는 로마자를 모를 때에 쓰던 표기 방법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7.30 風文 R 1408
여름철에 만나는 우리말 지난주에 이어 여름철에 많이 쓰는 몇 단어를 더 보고자 한다. 다음은 여름휴가를 떠난 나여름 씨의 하루 이야기이다. “나여름 씨는 바캉스를 떠났다. 그녀가 선택한 의상은 시원한 노슬리브와 핫팬츠 차림. 청결을 위해 디오더런트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워터파크에서 신나게 물놀이도 즐기고, 에이티브이를 타고 모래밭을 질주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월풀에서 지친 몸을 리프레시했다.” 여기에는 어려운 말이 적지 않은데, 좀 더 쉽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에 따르면, ‘노슬리브, 핫팬츠’는 ‘민소매, 한뼘바지’이다(나 씨가 ‘시스루, 오프숄더’ 차림이었다면, ‘비침옷, 맨어깨’ 차림이 된다). ‘민소매’는 예전의 일본말 ‘(소데)나시’를 이겨 낸 말이기도 하다. ‘디오더런트’는 ‘체취 제거제’이며, ‘워터파크’는 말 그대로 ‘물놀이 공원’, 바퀴가 네 개 달린 오토바이인 ‘에이티브이(ATV)’는 ‘사륜 오토바이’, 그리고 ‘월풀’은 ‘공깃방울 욕조’, ‘리프레시’는 ‘재충전’이다. 이제 다듬은 말과 함께 나 씨의 하루를 다시 따라가 보자. “나여름 씨는 여름휴가를 떠났다. 그녀가 선택한 의상은 시원한 민소매와 한뼘바지 차림. 청결을 위해 체취 제거제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물놀이 공원에서 신나게 물놀이도 즐기고,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모래밭을 질주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공깃방울 욕조에서 지친 몸을 재충전했다.” 서구 외래어ㆍ외국어에 짓눌린 우리말, 불필요한 말을 덜어내어 가볍게 해 주자. 교과서에서는 ‘물놀이 공원’이라고 애써 교육하는데, 학교 밖에서는 ‘워터파크’가 더 널리 쓰이는 게 우리말의 현실이다. 여름휴가 동안 이 주제로 자녀와 대화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Board 말글 2024.07.30 風文 R 1375
하룻강아지는 몇 살? 스스로를 과신하여 제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에 함부로 덤벼드는 사람을 보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한다. 이 속담에 쓰인 ‘하룻강아지’를 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로 아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속담일지라도 갓 태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강아지가 범한테 대드는 상황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어미 젖은 떼고 나와야 범은 아니더라도 옆집 개한테라도 대들 엄두를 낼 것이 아닌가. “동쪽으로 울바자가 쳐져 있긴 했지만 그 허술한 울바자는 하룻강아지도 넘나들 수 있는 높이였다.”(김주영,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이 용례를 보면, ‘하룻강아지’는 갓 태어난 강아지를 나타내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살 정도는 돼야 나지막한 울타리라도 넘나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룻강아지’는 본래 한 살짜리 강아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짐승의 나이를 세는 말은 따로 있는데, 한 살을 가리키는 말은 ‘하릅’이다. 그러니까 본래는 ‘하릅강아지’였던 것이 ‘하룻강아지’로 변한 것이다. ‘하릅송아지, 하릅망아지, 하릅비둘기’ 같은 말도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짐승의 나이를 세는 말은 다음과 같다. 한 살은 ‘하릅/한습’, 두 살은 ‘이듭/두습’, 세 살은 ‘사릅/세습’, 네 살은 ‘나릅’, 다섯 살은 ‘다습’, 여섯 살은 ‘여습’, 일곱 살은 ‘이롭’, 여덟 살은 ‘여듭’, 아홉 살은 ‘구릅/아습’, 열 살은 ‘열릅/담불’이라고 한다. “송아지는 이듭가량 되어 보이는데 목이며, 허리며, 머리며를 오색 천으로 단장하고 왈랑절랑 방울 소리를 울리며 걸어왔다.”(허해룡, 황소 영감) 본래 우리말은 사물의 종류에 따라 세는 말이 다양한 것이 특징인데 점차 그런 말들이 사라져 가는 듯하여 못내 아쉽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07.28 風文 R 1497
게이틀린? 개틀린! 리우 올림픽이 12일 앞으로 다가 왔다. 리우 올림픽에는 세계의 별들이 대거 출전하는데, 외국 선수들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표기해야 한다. 먼저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와 우승을 다툴 미국의 ‘Justin Gatlin’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저스틴 게이틀린’이 아니라 ‘저스틴 개틀린’이다. 또한 수영 여자 자유형 3관왕이 유력시되는 미국의 ‘Katie Ledecky’의 바른 이름은 ‘케이티 레데키’가 아닌 ‘케이티 러데키’이다. 올해 5월 LPGA에서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태극 낭자들의 우승 경쟁자로 떠오른 태국의 ‘Eriya Cuthanukal(Ariya Jutanugarn)’은 ‘아리야 주타누간’이 아니라 현지 발음을 따라 ‘에리야 쭈타누깐’으로 표기해야 하고, 기계체조 개인종합의 우승 후보인 일본의 ‘?村航平’는 ‘우치무라 코헤이’가 아닌 ‘우치무라 고헤이’이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Novak Djokovic’는 ‘노박 조코비치’가 아닌 ‘노바크 조코비치’,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미국의 ‘Serena Williams’는 ‘세레나 월리엄스’가 아닌 ‘세리나 월리엄스’로 표기해야 한다. 러시아 전체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이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올림픽 싱크로 듀엣과 단체전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주역인 ‘Natalia Ishchenko’는 ‘나탈리아 이시첸코’가 아닌 ‘나탈리야 이셴코’, 손연재가 출전하는 리듬체조의 금메달 후보인 러시아의 ‘Yana Kudryavtseva’는 ‘야나 쿠드랍체바’가 아닌 ‘야나 쿠드럅체바’로 표기해야 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07.28 風文 R 1508
‘옥상’의 ‘일광욕 의자’ 여름 하면 떠오르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긴 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다. 필자는 그 의자를 무어라 부르는지 궁금했었는데, 최근 그 이름이 ‘선베드’라는 것을 알았다. 여름 휴가철 용어로 이와 같이 낯선 외래어는 또 있다. ‘풀빌라’는 전용 수영장이 딸린 숙박업소, ‘루프톱’은 야외 카페 등이 있는 건물 옥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역시 필자에게는 생소한 말들이다.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 이런 외래어들은 뭔가 거추장스러운 옷 같다는 느낌이다. 다행히 최근 국립국어원은 이 세 가지 여름 휴가철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어 선보였다. ‘선베드’는 ‘일광욕 의자’, ‘풀빌라’는 ‘(전용) 수영장 빌라’, ‘루프톱’은 ‘옥상’으로 다듬은 것이다. 그 말들로 대화를 한번 꾸며 보았다. “김 대리, 이번 여름휴가 어디로 가나?” “네, 저는 가족끼리 전용 수영장 빌라(←풀빌라)에 가 보려고요. 과장님은요?” “아, 나는 어디 가까운 빌딩 옥상(←루프톱)에 가서 일광욕 의자(←선베드)에 누워서 잠이나 푹 잘 거야.” 이렇게 쉬운 말을 쓰면 시원스럽게 뜻이 통하지 않는가? 괄호 속의 ‘풀빌라, 루프톱, 선베드’의 낯선 말보다는 ‘전용 수영장 빌라, 옥상, 일광욕 의자’가 가볍고 편한 느낌이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재충전하면서 이 말들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Board 말글 2024.07.27 風文 R 1274
‘썩히다’와 ‘삭히다’ ‘썩다’의 옛말은 ‘석다’이다. ‘삭다’의 기본뜻은 ‘물건이 오래되어 본바탕이 변하여 썩은 것처럼 되다’이다. ‘썩다(<석다)’와 ‘삭다’가 본래 한가지에서 나온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썩다’와 ‘삭다’는 각각 두 가지의 사동사를 취한다. 사동사란,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를 말하는데, ‘썩다’에 대해서는 ‘썩히다’와 ‘썩이다’가, ‘삭다’에 대해서는 ‘삭히다’와 ‘삭이다’가 그것이다. 대개의 동사들이 사동사를 하나만 취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예: 울다-울리다, 웃다-웃기다, 입다-입히다, 속다-속이다) ‘썩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세균에 노출시켜 부패하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풀을 썩혀서 거름을 만들다’ ‘음식을 썩히지 않으려면 냉장고에 넣어 두어라’와 같이 쓸 수 있다. 둘째는 ‘활용하지 않고 묵히거나 내버려두다’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좋은 재주를 썩히지 마라’ ‘값비싼 장비를 활용하지 않고 썩히고 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썩이다’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애타게 하거나 괴롭게 하다’라는 뜻이다. ‘이 친구 술버릇이 잘못 들어 골치깨나 썩이는군.’과 같이 쓸 수 있다. ‘삭이다’에도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소화시키다’라는 뜻이다. “돌도 삭일 나이에 그렇게 소화를 못 시켜서 어떻게 하냐”와 같이 쓸 수 있다. 둘째는 ‘어떤 감정이나 생리 작용을 가라앉히다’라는 뜻이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다’ ‘가래를 삭이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삭히다’는 ‘음식을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삭힌’ 홍어는 먹을 수 있어도 ‘썩힌’ 홍어는 먹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07.27 風文 R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