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감성사전 섬 모든 이름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영혼들도 하나의 섬이다. 모든 혹성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성단들도 하나의 섬이다. 섬에서 섬으로 그리움의 바다가 흐른다. 가슴 안에 간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자들만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날개 산을 넘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바다를 건너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인간은 육신의 날개는 없지만 영혼의 날개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한평생 자신에게 그런 날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산다. 욕망에 눈이 가리워져 소망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물비늘 해질 무렵 바다 위로 쏟아지는 태양의 황금빛 파편들이다. 달밤에 소리 죽여 흐느끼는 강물 위로 회유하는 은어떼다. 침묵의 호수 위로 떠다니는 바람의 희디흰 잔뼈들이다. 꽃 초목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신에게 드러내 보이는 마음의 참모습이다. 눈부신 찬양이다. 향기로운 노래다. 피울음 끝에 벙그는 해탈의 등불이다. 돌연변이 생물학이 만들어낸 용어다. 어떤 생물이 어버이의 형질과는 전혀 다르게 변이 되어 유전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 개체의 형질이 완벽하게 변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모든 자연은 우주의 돌연변이이며 모든 생명은 신의 돌연변이다. 영웅심 광기, 객기, 치기를 배후세력으로 삼고 있는 마음의 부랑아. 자신을 실제보다 확대시켜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충동의 불덩어리. 마음 밭에 겸손의 싹이 시들고 자만의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상태. 영웅심은 때로 분에 넘치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을 상실케 하고 일생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영웅심은 때로 굴뚝새가 독수리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하고 새우가 고래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다. 영웅심은 때로 불도저 앞에서 삽질을 하게도 만들고 고릴라 앞에서 들창코를 내밀게도 만든다. 모두가 군자의 낙樂과는 거리가 멀다. 공명선거 후진국에서 선거 떄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동문서답 동쪽으로 가면 문래동이냐고 물으니까 서쪽으로 가면 답십리라고 대답하는 식의 문답.
Board 추천글 2024.11.01 風文 R 603
간식(間食)의 순화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간식’ 항목을 찾아보면, “끼니와 끼니 사이에 음식을 먹음. 또는 그 음식”이라고 뜻풀이되어 있고, ‘곁두리’ ‘군음식’ ‘새참’으로 순화하라는 말이 덧붙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순화어로 제시된 낱말들이 ‘간식’을 대체할 수 있는 낱말이냐는 것이다. 대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건 ‘곁두리’ ‘군음식’ ‘새참’ 등에 대한 사전의 뜻풀이만 봐도 알 수 있다. 곁두리: 농사꾼이나 일꾼들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 군음식: 끼니 이외에 더 먹는 음식. 새참: 일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먹는 음식. ‘곁두리’와 ‘새참’은 ‘끼니 외에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간식’과 유사하지만, ‘농사꾼이나 일꾼’ 또는 ‘일을 하는 중간’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 간식”이란 말은 자연스러워도 “아이들 새참”이란 말은 도무지 어색한 것이다. ‘군음식’도 ‘끼니 외에 먹는 음식’인 것은 ‘간식’과 같지만, ‘군-’(쓸데없는, 덧붙은)이라는 접두사에서 비롯하는 말맛은 ‘간식’과 거리감이 있다. 아무래도 ‘군것질’과 직접 연결되는 ‘군음식’은 ‘간식’보다는 ‘주전부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양 만점 간식”이란 말은 쓸 수 있어도 “영양 만점 군음식”이란 말을 쓰기는 어렵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런 사용 경향을 반영하여 ‘군음식’을 “떡이나 과자, 과일 따위의 끼니 외에 먹는 음식”으로 풀이하였다. ‘간식’은 이미 그것만의 사용 영역이 분명한 낱말로 자리 잡았고, ‘새참’ ‘곁두리’ ‘군음식’ 등도 그렇다. 개념상 유사하니 한자어보다는 고유어를 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권고에 난감해 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Board 말글 2024.11.01 風文 R 946
죄와 벌 (Prestuplenie i nakazanie:1866)-도스토예프스키 2/2 "내게는 이게 쾌락입죠! 고통은 아닙니다. 쾌락입니다. 서... 선생님" 그는 머리채를 끌리면서 땅바닥에다 이마를 박으며 외쳤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아무말 없이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꺼내어 살그머니 창가에 놔두고 나왔다. 그 돈은 그의 굷주림을 채우기 위하여 전당포의 노파에게 꾸어온 돈 중에서 술값을 치른 나머지였다.라스콜리니코프는 마르메라도프의 비참한 가족의 실상을 보고 가난이 가져 오는 타락의 이면에는 더욱 무서운 정신의 타락이 놓여 있어서 순진하고 티없는 사람들의 성질을 파괴하고 부식시킨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이튿날 아침 라스콜리니코프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초조한 마음으로 깨었다. 하숙집 주인은 그가 몇 달 치의 하숙비를 치루지 않았기 때문에 밥을 안 준 지 벌써 보름이 되었고 이제는 그를 경찰에다 고소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제 그가 나가고 없는 동안 편지가 와 있었다. 하녀가 갖다 주는 편지를 보자 그의 안색은 갑자기 달라졌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고향의 그리운 어머니에게서 온 긴 편지였다. 편지 속에 녹아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애정은 읽는 동안 사뭇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러나 누이동생 두냐의 결혼에 대한 소식은 그의 마음을 몹시 어둡게 하였다. 상대자는 나이가 45세나 되고 사업도 하는 돈 많은 변호사인 루딘인데 이 사나이는 외모는 점잖게 보이나 전형적인 속물이었다. 누이동생이 그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소식은 그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하였다. '결혼하는 것을 무슨 큰 은혜나 베풀어 주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그런 이기적인 놈의 아내가 되다니! 그건 안 될 말이다' 그 동안 두냐는 어려운 일을 겪었다. 오빠의 학비를 보조하기 위해 지방 귀족의 집에서 가정 교사를 했다. 그 집의 소유자인 마르파는 두냐를 신뢰하고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마르파의 남편은 스비드리가일로프인데 그는 선악의 경계도 모르고 오로지 악마적 본능의 충동에 의하여 어떠한 장애도 짓밟고 넘어가는 사나이였다. 이러한 그에게도 뜻밖에 한줄기 선량한 일면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두냐에게 반해서 여러 번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유혹한 방탕함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는 갖은 간계를 다하여 두냐를 밀실에 유인하여 처녀를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넣었으나 최후의 순간에 스스로 문 열쇠를 두냐에게 내어 주어 그녀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돌려 보낸 일도 있었다. 오빠의 학비를 보조하기 위해서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서 빌린 돈이 있어서 그 기간 동안 일을 해 주기 위해서 마지못해 그러한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두냐는 한때 스비드리가일로프가 그에게 수작을 걸고 있는 것을 안주인 마르파에게 들켜 마르파의 오해로 말미암아 갖은 욕을 다 보고 그 집에서 쫓겨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두냐의 결백을 알게 된 마르파는 그녀에게 사과를 했고 또한 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두냐의 깨끗함과 자기 남편의 잘못을 알리고 다녔으므로 두냐는 마을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루딘과의 혼담이 나왔던 것인데 두냐는 오빠와 집안 살림을 위하여 루딘의 구혼을 승락한 것이다. 이러한 결혼은 라스콜리니코프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누이동생은 몸을 팔아서 불필요한 사치품을 얻거나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필요에 몰려 자기의 몸을 판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근본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 '나는 그 애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이번에 그 결혼 때문에 어머니와 누이가 이곳에 올라온다고 하는데 그 여비를 마련하는 데도 아버지의 몇 푼 안 되는 연금을 또 저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지위를 얻는다면 나는 어머니나 누이를 위하여 내 일생을 바쳐도 좋다. 그러나 대학 졸업이란 꿈 같은 일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입술을 비틀며 떨었다. "그렇다. 그 일을 실행하자 만사는 돈이다. 신이 있다고 말하는 놈의 주둥아리는 내가 찢어 놓을 테다!" 그 일이란 다름이 아니라 전당포의 그 노파를 죽이는 일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새로운 세계의 건설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다! 그 노파를 죽여 돈을 빼앗자 그 돈을 전인류 공동의 복리를 위하여 공헌케 하자. 하나의 값없는 벌레의 죽음과 백의 귀중한 사람의 목숨과 바꾸자. 그 단 하나의 조그마한 범죄는 훌륭한 공공 사업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역사상 입법자나 개혁자라고 하는 라이칼가스 솔론 마호메트 나폴레옹 등 비범한 사람도 사실은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수많은 피를 흘리게 한 도살자이다. 그러나 그들의 처사를 세상 사람들은 죄인으로 취급하여 처벌하기는커녕 오히려 영웅이니 위인이니 하는 숭배의 대상으로 선악을 초월한 어떤 특수 지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비범한 사람은 파괴하고 살인을 하더라도 그 천재성과 권력 때문에 기존 법률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행동이 인류 전체의 행동을 목적으로 삼는 경우에는 일부분의 희생은 필요악이며 이러한 범죄는 마땅히 시인되어야 한다고 라스콜리니코프는 생각했다. 이러한 판단에서 자신도 선택된 비범한 사람에 속한다고 믿는 라스콜리니코프는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얼마나 유용하게 살아가는가를 기준으로 사고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 해독만을 끼치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인 전당포의 노파를 살해할 결심을 굳힌 것이다. 초인이란 선악의 개념을 초월하여 행동하는 비범한 사람의 이름이다. 이와 같이 신에 대한 신앙을 잃고 초인의 사상을 전개해 버린 라스콜리니코프는 누이 두냐와 마르메라도프 가의 불쌍한 가족과 순진한 처녀 소냐를 도와 주기 위해서 이를 실행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러나 비범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지만 이러한 벌레 같은 추잡한 노파를 죽인다는 것이 너무 저열한 일이 아닐까? 위인은 과연 이런 지저분한 일을 했을 것인가... 마음 한 구석에는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의 숙명적으로 이 계획에 유혹되어 갔다. 여섯 시에 노파가 혼자 집에 있다는 것은 그의 누이 리자베타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어느덧 가까운 교회당의 시계가 여섯 시를 알렸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행위가 옳고 그른 것보다 시간이 늦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는 노파를 죽이는 데 사용할 흉기를 훔쳐 내는 데 성공했다. 미리 보아 두었던 도끼를 몰래 훔쳐 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것을 웃옷 안에 숨겼을 때 이제 자신의 계획이 시작됐다는 안심을 했다. 갈 곳은 건물의 4층에 있는 노파의 방이다. 초인종을 누르니 심술궂게 생긴 그 노파가 눈을 번뜩이며 조심스럽게 문을 반쯤 열더니 반갑지 않다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를 몸으로 밀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왔지?" "전당 잡히러 왔지요. 저번에 말하던 은으로 만든 담배갑을 가져 왔어요" "아무래도 이건 은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노파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밝은 창 쪽으로 몸을 돌려 라스콜리니코프가 일부러 단단히 묶어 두었던 끈을 풀려 하였다. 그 때 그는 도끼를 힘있게 쥐었다.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다. "원 참 이렇게 단단히 묶은 걸 가지고 오다니..." 노파는 화난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쪽으로 돌아섰다. 그 때였다. 그는 본능적으로 노파의 머리에 도끼를 내리쳤다. 피투성이가 된 노파는 그 자리에 푹 고꾸라졌다. 그는 곧 노파의 호주머니에서 돈주머니와 열쇠걸이 귀고리 등 일일이 살필 사이도 없이 닥치는 대로 호주머니에 긁어 넣었다. 이 때 노파가 쓰러져 있는 방으로부터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죽은 듯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가 그쪽으로 뛰어갔다. 방 한 가운데에 리자베타가 언니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도끼를 쳐들어 소리도 못지르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 리자베타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그녀는 애걸하는 시늉으로 손을 주저주저 내밀었으나 머리가 두 조각으로 깨져 거꾸러졌다. 뜻하지 않은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자 라스콜리니프는 자신의 행동에 격심한 공포와 혐오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 그는 자신을 꾸짖으면서 피묻은 손과 도끼를 씻은 다음 방을 나왔다. 뒤이어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와 이 집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문이 안 열린다고 떠들어 대는 틈에 들키지 않고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하숙집에 돌아온 라스콜리니프는 불안과 공포 때문에 완전히 실신 상태에 빠져 열에 뜬 하룻밤을 지냈다. 모든 것이 이미 경찰에 알려져 버린 것 같은 무서운 망상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의 신경은 완전히 착란 상태에 빠져 나흘 동안이나 혼수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의 친구 라즈미힌이 찾아와서 그를 충실히 간호하여 주었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는 정직하고 다정한 이 친구도 멀리하고 홀로 무섭게 번민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이상할 만큼 비겁했다. 하숙집 주인이 하숙비를 안 낸다고 고소를 했는데 경찰에 불려가서 자신의 범행이 발각된 것으로 착각하여 기절하기도 하였다. 무슨 소리만 들려도 모두 자기를 탐색하려는 것으로 망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뛰쳐 나가 거리를 무작정 헤맸다. 훔쳐온 물건은 어떤 공사장의 토굴 속에 내던져 둔 채 한 푼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조금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초조한 심정으로 불안하고 의아한 행동을 했다. 그를 의심하고 있는 경찰 서기장인 포르피리를 만나 보기도 하고 밤늦게 무의식적으로 죽은 노파의 집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마르메라도프를 만났다. 마르메라도프는 술에 취하여 마차에 깔려서 기절해 있었다. 그는 몹시 흥분했다. 마치 친아들처럼 또는 경관처럼 마르메라도프를 그의 집까지 데리고 가서 곧 의사의 치료를 받게 하였으나 이미 절망적이었다. 가난하고 불쌍한 그의 집안은 비참한 기도 소리로 가득하였다. 가련한 매춘부 소냐도 달려왔다. 라스콜리니코프는 호주머니를 더듬어 그날 아침에 어머니가 식비를 내라고 보내 준 돈 전부를 내놓고 그대로 마르메라도프의 집을 나왔다. 그런데 소냐가 보낸 어린 계집 아이가 그의 뒤를 몰래 따라와서 그의 주소를 알고 돌아갔다.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불안과 공포에 빠져서 병자가 다되어 있을 때 어머니와 누이동생 두냐가 약속대로 그를 찾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앞에 두고 그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어머니는 편하게 느껴졌지만 예전과 같지 않았다. 어딘지 먼 곳에 있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상처받은 그의 자존심은 어머니와 두냐에게 달라진 모습으로 보였다. 다정하고 침착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므로 라스콜리니코프의 어머니는 가슴이 아팠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견딜 수 없는 고뇌 속에서 어느 날 자살을 결심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살하기 전에 소냐를 찾아왔다.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냐는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었다. 소냐는 비록 매춘부였으나 마음은 천사와 같이 맑고 슬기로운 처녀였으며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불타는 종교심을 지니고 있었다. 소냐는 그에게 성경을 읽어 주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휘어진 촛대의 불빛은 처량하게 살인자와 매춘부를 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소냐에게 다가갔다. 소냐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동자를 날카롭게 번뜩거리며 말하였다 "지금 나는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이별하고 왔소. 마지막으로 이곳을 들러야겠기에... 나는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왔을까?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지... 리자베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소?" 소냐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맑은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이분은 무엇 때문인지 괴로워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고귀한 분을 괴롭게 하는 것일까?' 무서운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라스콜리니코프가 입을 열었다. "그는 우연히 리자베타를 죽였던 거요. 그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겠소?" "네" 하고 소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나를 보시오" 얼마 후에 소냐의 표정은 점점 창백해지고 눈은 놀라움에 더욱 커보였다. 소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당신이 무엇을 하셨단 말씀이에요?" 소냐는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에 팔을 감아 힘 있게 자기의 가슴에 끌어안았다. "당신은 지금 네 거리로 나가서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세요. 그리고 절을 하고 나서 '나는 사람을 죽였소' 하고 큰 소리로 외치세요. 그러면 하느님께선 반드시 당신을 구원하여 주실 거에요" 라스콜리니코프는 신의 구원과 은혜를 믿지 않는 젊은 사상가였다. 그는 소냐에게 자신이 행한 일을 고백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용서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소냐의 순결함 앞에서 그냥 말해 버리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자수하라고? 내가 왜?'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지니고 있었던 라스콜리니코프는 직접 노파를 살해하고 또한 순진무구한 리자베타까지 죽이고 나서 끝없이 갈등하고 번뇌하였다. 그는 그의 번뇌로 인해 어머니와 두냐도 제대로 보살필 수 없었다. 어머니와 두냐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의로운 친구 라주미힌이 성심껏 돕고 있었다. 라주미힌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유일한 친구로서 예전에도 그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등 퍽 호의를 보여 주던 사람이였다. 라주미힌은 두냐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라주미힌에게 그의 누이와 어머니를 부탁했다. 두냐도 그를 신뢰하는 것 같았다. 달라진 라스콜리니코프를 보면서 두냐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고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자매를 살인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자수를 권유했다. 그러나 그는 고집 세게 반박했다. "모든 사람이 피를 흘렸다. 피는 강물처럼 땅 위를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흐른다. 술처럼 흐르고 있는 거야. 그리고 사람들은 피를 흘려서 영예의 관을 쓰고 인류의 선각자라고 불리는 거야. 나는 다만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것이다. 이 하나의 잘못을 저지르는 대신에 더 많은 좋은 일을 하려고 한 거야. 아니야. 잘못도 아니지. 단 한 번의 더러운 짓에 불과한 거야" 그의 무의지는 단 한 사람의 순결한 영혼을 지닌 소냐에 의해 이끌렸다. 소냐의 뜻에 따라 그는 자수를 결심했다. 그는 만사를 라주미힌에게 맡겼다. 여러 가지로 걱정한 나머지 병이 들어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이별을 하러 찾아갔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맞았다. 아들의 신변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나는 어쩐지 너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너는 이제 곧 떠나야 하니?" "네. 곧 출발하겠습니다" "또다시 돌아오겠느냐?" "네... 돌아오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꼭 한 마디만 내게 들려다오. 네가 가는 곳은 퍽 먼 곳이냐?" "네. 대단히 먼 곳입니다" "그렇게 먼 곳에 가는 것이 너의 임무니? 아니면 무슨 출세할 길이라도 있어서 그러는 것이냐?" "어머니 그런 일은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기도를 올려 주시겠지요" 나가려는 아들을 꽉 붙들고 그의 눈을 뚫어지게 살펴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몹시 창백했다. "설마... 이제 두 번 다시 못 보게 되는 일은 없겠지 넌 내일이라도 나를 만나러 오겠지, 응?" "네. 오겠어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라스콜리니코프는 하숙으로 돌아왔다. 두냐는 혼자서 수심에 잠겨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가 고민에 견디지 못하여 강물에 몸을 던지지나 않았나 염려하여 간밤을 소냐와 울면서 지새웠다는 것이다. 두 남매는 여러 말은 안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말없는 이해와 슬픔과 동정이 교류하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벌떡 일어섰다. "나는 가서 자수하겠다. 그러나 왜 자수하는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구나" 두냐의 뺨에는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두냐, 너는 울고 있구나 너는 변함없이 나를 대해 주겠지 내 손목을 쥐어 주겠니?" "오빤 무슨 그런 말씀을" 두냐는 오빠를 힘껏 안았다. "이만큼 괴로워하셨으면 오빠의 죄는 벌써 반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죄라고? 무슨 죄란 말이냐? 저 욕심꾸러기..."하고 항변하려 했으나 자기 때문에 누이동생을 비롯하여 불행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의 일을 생각하니 풀이 꺾이었다. "두냐, 용서해다오. 그럼 이제 이별이다. 내가 가 버리면 어머님은 돌아가시거나 미치거나 하실거다. 아무튼 너는 어머님의 곁에 있어라 라주미힌이 반드시 뒤를 보아 줄 것이다" 경건하고 신앙심 깊은 소냐의 사랑에 용기를 얻은 그는 대지에 입을 맞추고 경찰서를 향하여 걸어갔다. 소냐는 그의 뒤를 눈에 띄지 않게 따라 갔다. 거리를 두고 몸을 숨기며 그의 뒤를 따랐다. ...시베리아로 가는 죄수들 속에 라스콜리니코프도 섞여 있었다. 법률상으로 그의 죄는 중벌을 받아야 할 것이었으나 솔직한 자백과 그의 갸륵한 인격에 우러난 과거의 가지가지의 아름다운 행동과 그리고 병적 상태에서 한 것이라는 많은 친구들의 증언 등을 참작하여 8년 징역이라는 가벼운 형이 언도되었다. 두냐는 라주미힌과 결혼하였다. 어머니는 이 두 사람의 극진한 간호의 보람도 없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갔다. 두냐와 라주미힌은 몇 년 내에 라스콜리니코프가 갇혀 있는 시베리아로 이주하여 라스콜리니코프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가게를 개업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죄수가 호송되어 갈 때 라스콜리니코프의 뒤를 멀리서 따라가는 한 여인이 있었다. 소냐였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라스콜리니코프를 면회하면서 그곳 죄수들의 편리를 함께 돌보아 주었다. 그 곳 죄수들 사이에서 그녀는 천사로 통했다. 순결하고 투명한 그녀의 사랑은 죄수들의 마음에 빛으로 스며들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처음 얼마간은 소냐가 찾아오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막상 소냐가 몸이 아파 그를 찾아오지 않았을 때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한 외로움을 느끼며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내부에 그녀에 대한 순결한 사랑을 자각하게 되었으며 얼음 같은 마음에 부드러운 빛이 피어 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소냐는 행복했다. 그녀는 라스콜리니코프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여러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감옥 안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신앙 깊은 소냐의 따뜻한 사랑에 싸여 그는 자신의 허무주의적인 초인 사상을 버리고 신의 품에 안기는 새로운 기쁨과 평안을 맛보았다.
이외수의 감성사전 군대 전쟁에 대비해서 조직된 무장단체. 자국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그치는 군대와 타국의 인명과 재산을 탈취하는 데까지 주력하는 군대로 대별된다. 전자는 약소국의 군대이고 후자는 강대국의 군대다. 진눈깨비 저물어 가는 겨울 풍경 속으로 쏟아지는 비창이다. 세월의 통곡이다. 목메이는 그리움이다. 쓰라린 아픔이다. 부질없는 사랑이다. 회한의 눈물이다. 시린 뼈의 신음이다. 고스톱 금세기에 이르러 방방곡곡 가가호호마다 유행하기 시작한 개인 금융사업의 일종이다. 화투를 무기로 소규모의 생존경쟁에 뛰어들어 적들의 호주머니를 약탈함으로써 자신의 정신건강을 양호케 하고 경제생활을 윤택케 만든다. 화투에는 여러가지 꽃들이 그려져 있으며 그 향기에 도취되면 패가망신을 당해도 화투를 버리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양쪽 팔이 부러지면 발가락으로라도 화투를 쳐야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만다. 항간에는 마음을 비우면 끗발이 좋아진다는 설이 유행처럼 나돌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비운 자라면 호주머니까지 비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지 부자들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하나님의 심부름꾼.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베개로 삼아 무소유의 철학을 모소 실천해 보여주는 청빈도인. 신분증이 없는 세금 징수원. 전 국민을 납세 대상자로 삼고 있으며 납세 방법은 최대한 자율화되어 있다. 진실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거지에게서 또다른 예수의 모습을 본다. 독도 출렁거리는 파도 속에 허리를 내맡긴 채 무념무상에 잠겨있는 동해고불. 봄 동안거가 끝나면 봄이 온다. 봄은 겨울을 가장 쓰라리게 보낸 사람들에게는 가장 뒤늦게 찾아오는 해빙의 계절이다. 비로서 강물이 풀리고 세월이 흐른다. 절망의 뿌리들이 소생해서 소망의 가지들을 자라게 하고 소망의 가지들이 소생해서 희망의 꽃눈들을 틔우게 한다. 눈부신 슬픔을 알게 만들고 눈부신 사랑을 알게 만든다. 초라한 서민들의 늘어진 어깨 위에도 좁쌀가루 같은 햇빛이 쏟아져 내리고 죽은 행려병자의 남루한 누더기에 위에도 생금가루 같은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그러나 세상에 아무리 햇빛이 가득해도 마음 안에 햇빛이 가득하지 않으면 아직도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겨울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허영 열등의식과 욕구불만을 원료로 배합하고 허욕이라는 향료와 허세라는 색소를 첨가해서 만들어낸 마약의 일종이다. 중독 되면 정신이 황폐해지고 영혼이 척박해진다.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필요이상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 특질을 보인다. 선천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중독 될 위험이 높다. 중독 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 허영의 둥지에서는 동경의 알이 부화되고 동경의 알속에서는 향락의 새가 태어난다. 그 새는 사치의 날개를 활짝 펼쳐 중독자를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안내한다. 허영에 중독된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아직 지구상에 설치되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하고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실만 상식화되어 있다. 절망 혼수상태에 빠져버린 희망.
Board 추천글 2024.10.28 風文 R 866
모음조화 옛말에서는 ‘모음조화’(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가 넓은 범위에서 규칙적으로 실현되었다. 예를 들면, 명사가 어떤 모음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을’(ㅳㅡ들←ㅳㅡㄷ+을)이 붙기도 하고 ‘ㅇㆍㄹ’(소ㄴㆍㄹ←손+ㅇㆍㄹ)이 붙기도 하는 식이었다. 심지어 ‘나모(나무), 하ㄴㆍㄹ(하늘)’처럼 어휘 내부적으로도 모음조화가 적용된 사례도 많다. 그런데 현대로 올수록 모음조화가 흐트러지게 되는데, ‘ㆍ’(아래아)가 소실되면서 양성과 음성의 대립 체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다만, 흉내말에서는 여전히 모음조화가 잘 유지되고 있다. ‘알록달록-얼룩덜룩’, ‘잘까닥-절꺼덕’, ‘졸졸-줄줄’처럼 모음조화를 활용해서 말맛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어미 ‘-어/-아’의 표기도 모음조화와 관련이 깊다. ‘겪어, 베어, 쉬어, 저어, 쥐어’처럼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음성일 때와 ‘피어, 그어, 희어’처럼 중성일 때에는 ‘-어’가 선택된다.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양성인 경우에는 조금 복잡하다. ‘잡아, 보아, 얇아’처럼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ㅏ, ㅑ, ㅗ’일 때는 ‘-아’가 선택된다. 반면에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ㅐ, ㅚ’일 때는 ‘개어, 되어’처럼 ‘-어’가 선택된다. ‘ㅐ’와 ‘ㅚ’가 옛날에는 중성모음 계열에 속하는 소리였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본말 ‘빼앗다’는 ‘빼앗았다, 빼앗아라’로 활용되고, 준말 ‘뺏다’는 ‘뺏었다, 뺏어라’로 활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애, 바래’가 아니라 ‘같아, 바라’로 적어야 하며, ‘(배낭을) 메다’건 ‘(끈을) 매다’건 모두 ‘메어, 매어’와 같이 적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10.28 風文 R 912
관용구와 속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따로 보기’ 기능이 있다. 이는 ‘관용구’ ‘속담’ 등만을 따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인데, 예를 들어 ‘관용구’로 들어가 ‘발’을 검색하면 ‘발’과 관련된 관용구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관용구’에서 ‘발’을 검색해 보면 ‘발’로 시작하는 관용구는 74개, ‘발’을 포함하는 관용구는 134개가 있는데, 예를 들어 ‘발이 넓다’는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말발이 서다’는 ‘말하는 대로 시행이 잘 되다’는 뜻으로 등재되어 있다. 다음으로 ‘속담’에서 ‘발’을 검색해 보면 ‘발’로 시작하는 속담은 22개, ‘발’을 포함하는 속담은 218개가 있는데, 예를 들어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은 비록 발이 없지만 천 리 밖까지도 순식간에 퍼진다’는 뜻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믿고 있던 사람이 배반하여 오히려 해를 입는다’는 뜻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관용구’와 ‘속담’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관용구’는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인데 비해, ‘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격언이나 잠언’으로 사전에 뜻풀이가 되어 있다. 즉 ‘관용구’가 단순히 비유의 기능을 가지는 어구인데 비해, ‘속담’은 풍유나 해학적인 요소가 들어가 교훈이나 풍자를 담은 어구로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관용구나 속담을 평소에 많이 알고 있고, 실제 말과 글을 통해 구사할 수 있다면 우리말 실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따로 보기’ 기능을 이용해 관용구와 속담을 익히도록 하자.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10.28 風文 R 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