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의 띄어쓰기 문장에서 각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두 단어 이상으로 된 고유명사는 ‘한국 대학교’처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고유명사는 전체가 하나의 단어처럼 기능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다른 요소가 개입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한글맞춤법에서는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고유명사는 ‘한국대학교’처럼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단, 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단위 별로만 묶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은 ‘대학교 단위’와 ‘대학 단위’로 나뉜다. 따라서 ‘한국대학교 사범대학’과 같이 붙여 쓰는 것은 허용되지만, ‘*한국대학교사범대학’처럼 서로 다른 단위를 묶어서 전체를 붙여 쓰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이다. ‘홍 사장’, ‘길동아!’처럼 성과 이름은 제각각 독립적인 단어로 쓰일 수 있다. 따라서 성과 이름도 띄어쓰기의 기본 원칙을 따르면 ‘홍 길동’과 같이 띄어 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는 성과 이름을 붙여 쓰는 것이 통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붙여 써 왔다. 더구나 우리나라 성씨는 대개 한 글자로 되어 있어 독립적인 단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붙여 쓰더라도 성과 이름을 구분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한글맞춤법에서는 성과 이름을 반드시 붙여 쓰도록 하고 있다. 이름과 비슷한 호나 자도 ‘이율곡, 이태백’처럼 성과 붙여 쓴다. 그런데 ‘남궁, 황보’처럼 성씨가 두 글자일 때는 성과 이름이 혼동될 수가 있다. ‘황보영’으로 쓰면 ‘황씨 성에 이름이 보영’일 수도 있고, ‘황보씨 성에 이름이 영’일 수도 있다. 이렇게 성과 이름이 혼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는 ‘황보 영’과 같이 띄어 쓰는 것이 허용된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Board 말글 2024.10.25 風文 R 1000
율리시스(Ulysses:1922) - 조이스 2/2 6장 하데스. 더블린 거리와 공동묘지 오전 한 시 블룸 사이먼 디덜러스 칸닝험 잭파우어 네 사람이 디그남의 장례 마차를 타고 묘지를 향해 출발한다. 이들은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이라든지 그 밖에 여러가지 일들에 대하여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가운데 특이한 것은 블룸은 언제나 모두에게서 경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지날 때 통행인들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곧 묘지의 교회에서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 때 블룸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소년의 뒤에 선 채 소년의 곱게 빗어 넘긴 머리칼과 새하얀 칼라 속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목덜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불쌍한 소년! 아버지가 죽었을 때 곁에 있었을까? 둘 다 아무런 의식도 없었을 테지. 드디어 인부들이 관을 교회 안으로 옮겨 왔다. 뒤이어 하얀 옷을 걸친 신부가 나타났다. 그는 책을 펴 들고 봉독하고 나서 라틴어로 기도를 했다. 간단한 절차가 끝나자 인부들이 들어와 관을 손수레에 실었다. 그리고 묘지로 향하였다. 얼마 뒤 관 위에는 흙더미가 덮이기 시작하였다. 블룸은 얼굴을 외면했다. '아직 녀석이 살았다면 어떡하지? 흥 천만에! 그런 일이 있다면 큰일 날 노릇이지. 녀석은 죽은 걸. 암 그렇고말고. 월요일에 죽었으니까. 심장에 구멍을 뚫고 살펴보든가, 아니면 전기 벨이나 전화를 장치하든가 하는 법이 있음직도 하지 않는가. 조난 신호 시체는 사흘 동안 그대로 놓아 두라. 여름에는 기간이 좀 오랜 셈이지 하긴 죽은 것만 분명히 판명되면 곧 치워 버리는 게 상책이지'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흙 떨어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7장 아이올로스. 신문사 블룸은 프리먼 신문사에 나타났다. 키즈의 광고에 관해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신문사는 한창 시끄럽고 떠들썩하다. 그는 먼저 교정 부장에게 가서 광고의 게재에 대하여 상의하였다. 다음에 편집장에게 가서 프리먼 신문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텔레그라프 신문의 토요일 붉은색 판에 키즈의 광고를 크게 내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문사에는 사이먼 디덜러스 램버트 논설 위원 맥휴 교수 그리고 클라우포드도 함께 참석하고 있다. 모두들 신문에 보도된 단 도우슨의 아름답게 꾸민 말로 쓰여진 연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때 사이몬과 램버트가 한잔하러 밖으로 나간다. 뒤이어 스티븐이 디지 교장에게 부탁받은 원고를 가지고 신문사를 방문하였다. 원고를 받아 본 편집장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아구창이라? 허어 자넨 언제 직업은 바꿨나?" "아닙니다. 그건 제 원고가 아니라 디지 씨에게 부탁을 받아 쓴 겁니다" 스티븐이 대답하자 편집장은 더블린의 생활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권했다. "무언가 강하게 어필해 오는 것을 써 주게 우리들의 이야기를 말이야" 8장 레스트리고니언즈. 더블린 시 한복판 오후 한 시. 블룸은 신문사에서 나왔다. 그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이제 그는 국립 도서관에 가서 킬케니피플을 조사하는 것이다. 걷고 있는 그에게 미국의 전도사가 포교하기 위한 전단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엘리야가 왔다!' 시몬의 교회 부흥 운동을 벌리고 있는 '존 알렉산더 다위'가 왔다는 선전이었다. '흥, 한몫 볼 셈이군' 구름이 햇빛을 가렸다. 동시에 그의 가슴에도 어두운 그늘이 덮였다. 디그넘이 죽었다. 출산의 고통 일 초마다 어디선가 한 사람씩 태어난다. 또한 일 초마다 한 사람씩 죽어간다. 내가 오분 전에 물오리에게 먹이를 던져 주고 난 뒤에도 벌써 삼백 명이 죽었을 것이다. 브라스트 사무소의 시간표가 그로 하여금 시차에 대한 의문을 종일 품게 했다. 힐리점의 샌드위치 맨 광고를 보자 그는 자신이 그곳에 근무하던 때를 상기했다. 거리를 오락가락하는 순경들의 무리가 재학 당시 보어 전쟁에 대한 반대 데모를 떠오르게 했다. 블룸은 데비번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가 보일란의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러나 블룸은 아내의 부정한 소행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되도록 화제를 돌려가며 치즈 샌드위치 등으로 주렸던 창자를 채웠다. 포도주도 마셨다. 그는 다소 거나한 기분으로 자유 분방한 공상의 나래를 펼쳤다. 서른 가지의 식사라. 호사스런 타후크 연회, 상류 계급의 야회복 반나체의 귀부인, 아내 마리언과 함께 즐기던 지난 날의 바닷가, 아름다운 여신들 신들의 회식 광경, 그 요리와 우리들이 6펜스짜리 점심. 식당의 유리창에는 파리가 윙윙거리고 있었다. 블룸은 식당에서 나왔다. 그는 여신의 해부학을 연구하기 위해서 박물관으로 향하였다. 블룸이 박물관 근처에 이르렀을 때 보일란이 눈에 띄어 박물관으로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9장 스킬라와 카립디스. 국립 도서관 오후 두 시 더블린 국립 도서관에는 스티븐과 당대의 젊은 문학가들이 모여 셰익스피어에 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 작품의 역사적 진실성의 연관 및 햄릿의 성격 예를 들면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고향에 두고 온 그의 아내와 그의 동생과의 부정한 관계를 소재를 했다는 것,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기질에는 이아고나 샤일록과 같은 기질이 있어 "오셀로"나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 자신을 드러낸 작품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에서는 회고주의를 추구하는 아일랜드 문예 부흥 운동의 참가자들과 모더니즘을 추구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 스티븐과의 의견 대립을 다루고 있다. 스티븐은 그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털어 놓는다. "셰익스피어에게는 인생이 그의 인식의 문이었습니다. 그것이 시인의 내면에서 더 나갈 수 없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통일과 형태를 주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나타난 예술은 깊어 가는 그 자신의 모습인 것입니다. '예술은 예술이다. 인생은 인생이다'라는 식으로 고집하는 것은 우스꽝스런 노릇이죠" 그는 또한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아버지란 존재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악입니다. 자연 속에서 부자를 결합시키는 것은 한 순간의 맹목적인 욕정의 발로인 것입니다. 부권이란 법률상의 가정인 지도 모릅니다. 자식들에게 사랑을 받거나 또는 자식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렇게 엉뚱한 의문을 끄집어내기도 하였다. 그것은 기존의 관념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다. 10장 배회하는 바위들. 거리 거리의 풍경. 세 시와 네 시 사이의 더블린 거리의 장면이다. 스티븐이 재학했던 클론고즈 우드 칼리지의 교장 콘미 신부가 거리를 걷는다. 디덜러스의 집에서는 스티븐의 여동생들이 "하늘에 계시지 아니하는 우리 아버지시여!"라고 장난조로 마구 지껄이고 있다. 블룸은 자기 아내가 즐겨 읽는 묘한 책을 사기 위해 책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때 "죄의 감미로움"이 눈에 띄었다. 이게 아내에게 맞겠군! 그는 책을 펼쳐 보았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받은 돌비라를 잘라 멋드러진 가운과 비싼 옷깃에 모두 써 버렸다. 그이를 위해서였다. 라울을 위하여! '라울을 위하여...' 블룸에게는 보일란이 바로 그 라울처럼 느껴졌다. 같은 시각에 스티븐은 책방 앞에서 "여자에게 매혹되는 비결"이라는 책을 펼쳐 읽고 있었다. 그것을 여동생 딜리에게 들키자 당황한다. 다음 순간 그는 딜리가 갖고 있는 프랑스 어 기초 독본을 보면서 요즈음 집안 형편을 들었다. 그가 집에 남기고 온 책들이 전당포에 가 있다는 얘기며 살림이 몹시 옹색하다는 얘기를 듣고 심한 가책을 느꼈다. 오후 세 시에서 네 시 사이였다. 11장 세이렌. 주점 오후 네 시 오먼드 바의 음악 감상실 오먼드 바의 웨이트리스인 흑갈색 머리의 도즈와 금발의 케네디는 그 앞을 지나는 마차 행렬을 창 밖으로 내다보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스티븐의 아버지가 들어섰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시면서 도즈에게 은근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뒤에 보일란이 마차를 몰고 왔다. 그는 블룸 부인과 만날 시간을 조금 앞두고 오먼드 바에 들른 것이다. 보일란이 들어서자 도즈와 케네디는 그를 둘러싸고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이 되자 보일란은 오먼드 바에서 나와 마차에 올라탔다. '덜컹덜컹...' 한편 블룸은 애인 마사에게 답장을 보내기 위해 편지 쓸 종이와 봉투를 사들고 "죄의 쾌락"을 옆에 낀 채 오먼드 바로 향하였다. 걸어가는 블룸의 머리에는 아내가 보일란과 밀회하기로 되어 있는 시간이 떠올랐다. 오후 네 시경이었다. 블룸은 오먼드 바 근처에서 우연히 친구 슬딩을 만나 함께 오먼드바로 들어가 식사를 하였다. 블룸은 마침 마사에게 편지를 쓰려던 참이라 마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 앞에 그려 보았다. 동시에 젊은 날의 마리언 모습도 떠올랐다. 블룸은 마사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벤 달라스가 굵은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다. 딱딱. 맹인의 지팡이 더듬는 소리. 딱딱딱. 맹인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딱딱딱딱딱. 이 소리는 마리언과 보일란의 밀회가 다가옴에 따라 블룸의 심장 박동 소리와 혼동이 되었다 12장 키클롭스. 바니커넌 주점 오후 다섯 시. 바니커넌 주점 정체 모를 한 사람의 술꾼이 화자로 등장한다. 주점에 들어선 블룸은 시민과 한데 어울려 토론을 벌였다. 여기서 그는 사형 제도며, 아구창에 대한 대책 문제며, 위생 운동 등 여러가지 문제에 걸쳐 자기 주장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블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오히려 유태인계 블룸을 앞에 놓고 유태인들을 마구 헐뜯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그 말에 상대하지 않고 있었던 블룸도 차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드디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차에 올라타면서 그들을 향하여 크게 소리질렀다. "이봐 멘델스존도 마르크스도 스피노자도 너희들의 하느님 예수도 다유태인이었어..." 이 때 별안간 큰 지진이 일어났다 13장 나우시카. 샌디마운트의 해변 오후 여섯 시 블룸은 오늘 아침 스티븐이 명상에 잠겨 거닐던 샌디마운트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가까운 바윗돌 위에 세 처녀가 나와 바닷바람을 쏘이며 불꽃 구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시쉬 카프리, 에디보드맨, 가티 맥도웰이었다. 가티는 첫눈에 마음이 끌리는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들 중에 하나가 뿔을 찼다. 이 때 블룸은 바위 틈으로 굴러가는 그 뿔을 집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티의 스커트 밑으로 굴러가도록 겨냥해 던졌다. 그 때문에 뿔을 주으려던 가티의 스커트가 젖혀지면서 속이 들여다 보였다. 서로 시선이 마주쳤을 때 소녀는 블룸의 눈에 고요히 감돌고 있는 정열이 온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블룸은 가티가 불꽃을 보려고 되돌아서거나 그네를 타거나 얕은 개울을 건널 때 스커트 밑으로 드러나곤 하는 하얀 허벅다리를 훔쳐보며 자위 행위를 했다. 그러나 그는 곧 그것을 뉘우치면서 생각했다. 그녀의 눈망울 속에는 면죄시킬 수 있는 말이 담겨져 있다고 블룸은 혼자 남아서 아내와 딸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모든 여성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아내에게 사 주기로 한 화장수도 생각하였다 아홉 시가 가까워왔다 블룸의 뇌리에 오늘 일어났던 일들이 마치 분수처럼 흘러가는 것이었다. 14장 태양신의 황소들 산부인과 산부인과 장면 입원 중인 퓨포이 부인에게 문병을 갔다. 밤 열 시경이었다. 거기엔 이미 블룸이 아는 의학생과 스티븐 등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블룸도 그들 틈에 끼었다. 그들과 함께 산부인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산인 경우에 산모를 살려야 하는가, 아이를 살려야 하는가 등 모두들 술에 취해 음담을 섞어가며 외설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층 병실에서 퓨포이 부인이 사내 아이를 낳았다는 기별이 왔다. 바로 그 때 번개가 번쩍이며 폭우가 쏟아진다. 온 좌석이 신바람이 나서 농담을 지껄이고 있는 사이에도 블룸은 마냥 생각에만 잠겨 있었다. "자 바크의 술집으로 가세!" 갑자기 스티븐이 소리칠 때에야 블룸은 비로소 공상에서 깨어났다. 퓨포이 씨를 위해서 축배를 들자는 것이었다. 모두 환성을 지르며 몰려나갔다. 블룸도 따라 나섰다. 그들은 술집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밤거리로 향했다. 15장 키르케. 밤거리 블룸은 술이 취한 채 마보트 가를 헤매고 있었다. 소나기가 내린 뒤라 짙은 안개가 뒤덮여 있었다. 블룸은 술 취한 스티븐을 보살피기 위해 스티븐을 뒤따라 가다 짙은 안개 속에서 그를 놓친다. 밤의 마보트 거리는 난폭한 군인들 술꾼들 비틀거리는 노동자들이 우글댄다. 블룸은 안개 속을 헤매다 베라 코헨의 집에서 스티븐을 만났다. 스티븐은 그곳에서 피아노 곡을 연구하며 매음녀와 즐기고 있다. 스티븐의 환희가 절정에 달한다. 거기서 블룸은 베라와 마주 앉아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부채와 더불어 얘기를 주고받았다. 부채(펄럭펄럭 재빠르게 움직이다가 잠잠해진다) "마누라가 있는가 보군요" 블룸 "글쎄 중도에 망친 셈이지 딴은 내 잘못이기도하지만..." 부채(반쯤 폈다가 다시 접히면서) "그러니 마누라가 판치겠군" 블룸(무안한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숙인다) "하기야 그런 셈이지" 부채(아주 접힌 채 귀고리 곁에 머물렀다) "당신 날 잊었수?" 블룸 "원 천만에 그럴 리가..." 부채(접힌 채 그녀의 옆구리에 가로놓였다) "제가 당신이 최초로 꿈꾸던 여잘까요? 아니면 우리가 사귀고 나서부터 당신이 늘상 꿈꾸던 여잘까요? 지금도 우린 옛날 그대로일까요?" 블룸은 이렇게 베라의 부채와 더불어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스티븐과 함께 매춘부와 어울려 자동 피아노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 때 블룸에게는 부모님의 유령이 나타났다. 아버지는 그가 신앙을 저버린 것을 꾸짖었다. 이어서 아내의 얼굴도 나타났다. 또 다른 얼굴들도 연달아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기가 이런 데 있게 된 것을 애써 변명하곤 하였다. 환상은 잇달아 일어났다. 매춘부와 춤을 추던 스티븐이 그만 졸도해 버렸다. 블룸이 그를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마침 그 곁을 지나던 장의사인 코니와 함께 그를 간호해 주었다. 이 때 반쯤 의식을 잃은 스티븐은 에이츠의 시를 입 속으로 읊고 있었다. 이러한 스티븐을 지켜보는 블룸에게는 스티븐이 마치 열한 살에 죽은 루디의 귀여운 모습으로 보였다. 그 순간 그는 스티븐이 자기 아들이었으며 하고 은근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리하여 블룸과 스티븐은 정신적인 부자로 서로 가까이 마주서게 되었다. 오후 열두 시경이었다. 16장 시우마이오스. 역마차의 오두막 블룸은 스티븐의 옷매무새를 고쳐 주고 곁에서 부축해 가면서 돌아오고 있었다. 마차를 찾았으니 보이지 않았다. 가는 도중에 그들은 자칭 귀족이라고 떠벌이는 코리를 만났다. 그들은 코리와 헤어지고 나서 어느 주막에 들렀다. 거기엔 낯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블룸과 스티븐도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그리고 어느 뱃사공과 같이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았다. 매춘부의 얘기며, 여행에 대한 얘기며, 그 밖에도 더블린의 장래 도시에 관한 노동자 아일랜드의 천연 자원 마리언 그녀의 공적 유태인 아일랜드의 자치 운동 죽은 파넬과 그의 귀국 디그넘의 주점 등 닥치는 대로 화제를 벌여 놓았다. 주막에서 나온 블룸은 스티븐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자기 집에 데려가려고 하였다. 코코아를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둘은 오두막을 나와 서로 팔짱을 끼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클레즈 가 7번지로 향한다 새벽 한 시경이었다 17장 이타카. 이클레스 가 7번지. 블룸의 집 새벽 두 시 블룸의 집 블룸과 스티븐은 천천히 걷기 시작하였다. 걸으면서 그들은 교리 문답식으로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들은 고대 히브리 어와 아일랜드 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화제는 마냥 번져 갔다. 세 시경 블룸이 스티븐에게 묵고 가라고 권했으나 스티븐은 굳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블룸과 악수를 나누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스티븐을 배웅하던 블룸은 문턱에 머리를 부딪쳤다. 실내의 구조가 잘못된 탓이다. 그는 옷을 벗으면서 하루의 출납표를 자세히 작성하였다. 뒤이어 상상을 하기 시작하였다. 18장 페넬로페. 침실. 마리언의 독백 침실에서의 마리언의 독백으로 구두점도 전혀 없고 쉼표도 마침표도 없이 비몽사몽 간에 흘러가는 그녀의 의식의 흐름이 42페이지나 전개되어 간다. 그녀가 젊었을 때부터 관계해 온 많은 연인들의 그림자가 오간다. 성적 갈망이 일관되어 가는 여기에는 수치심도 도덕심도 없다. 자연으로서의 여체 도리어 건강하고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황홀한 도취감에 가득한 잠재 의식의 세계가 폭로되어 있다.
이외수의 감성사전 대학입시 대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재수생을 배출해 내는 시험제도. 고문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인간이 살고 있는 나라라면 제일 먼저 공연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할 악마의 조작극이다.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서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일로서 무고한 양민을 폐인으로 만들기 쉬운 인간이하의 월권행위이다. 비록 손상된 육신은 회복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상처받은 영혼은 치유되지 않는다. 고문을 묵과하는 처사는 살인을 묵과하는 처사보다 몇 배나 더 비열하고 잔인하다. 비상구 이 세상의 모든 통로 또는 위급할 때의 모든 하나님. 술 마약이다 절제하면 쾌락을 가져다 주지만 과용하면 불행을 초래한다. 마실 때는 찬양하게 만들고 끊을 때는 저주하게 만든다. 유사 이래로 물에 빠져 죽은 사라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많다는 설도 있다. 뼈저린 아픔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인 쾌락을 담보로 영구적인 불행을 대부해 주는 악마의 독액이다. 그러나 술은 때로 사랑을 불붙게 만드는 묘약이 되기도 하며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는 감로주가 되기도 한다. 이태백과 같은 시선은 술 속에서 달빛과 시를 건져내기도 했으며 오마르하이얌과 같은 주성은 술 속에서 루비이야트라는 언어의 보석을 건져내기도 했다. 음주운전 자동차가 운전수 대신 술에 취한 승객을 탑승시킨 채 교통사고를 일으킬 만한 장소를 물색하러 다니는 행위. 또는 교통수단을 이용한 취중 살인 예비음모. 불행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 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도 신이 매사를 완벽하게 선처해 놓았는데도 이에 불만을 품은 인간들이 처우개선을 구두로 상소하는 행위. 주정뱅이 술이 인간을 마셔버리고 동물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주장하려고 발악적으로 애쓰는 사람 엄숙 권위주의가 형식주의와 결합해서 만들어낸 비만형의 부랑아. 타인에 대한 존엄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존엄성에 집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용상표. 자신을 사실이상의 인격체로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무형의 가면. 행사장이나 회의실 같은 장소에 의례적으로 동참하는 고위층의 들러리. 무언으로 강요되는 도덕의 중량. 눈보라 겨울이 깊어지면 바람의 함성을 타고 수 천만 마리의 백색 나비 떼가 어지럽게 난무하며 마을에 출몰한다. 눈보라다. 때로는 길이 막히고 통신이 두절된다. 시간도 깊어지고 그리움도 깊어진다.
Board 추천글 2024.10.24 風文 R 815
단위명사 한국어에는 물건을 세는 단위명사가 유난히 많다. 그 중에서 오늘 소개해 드릴 단위명사는 ‘매, 손, 죽, 제, 축, 쾌, 두름, 쌈, 접’ 등인데, 나열한 순서는 적은 개수에서부터 점점 많은 개수의 물건을 세는 단위명사의 순이다. 먼저 ‘매’는 젓가락 한 쌍을 세는 단위로서, ‘젓가락 한 매’는 ‘젓가락 두 짝’을 말한다. 또한 한자어 단위명사인 ‘매(枚)’는 ‘원고지 백 매’처럼 종이나 널빤지 따위를 세는 단위로 쓰이는데, 이 경우에는 ‘장(張)’으로 순화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손’은 한 손에 잡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로서, 조기, 고등어 등의 생선을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두 마리 분량을 말한다. ‘죽’은 옷이나 그릇 따위의 열 벌을 묶어 세는 단위인데, 여기에서 ‘죽이 맞다’는 속담이 나왔다. ‘죽이 맞다’는 ‘서로 뜻이 맞다’는 의미인데, 그릇이 열 개면 한 죽이 되는 것처럼 서로 뜻이 맞거나 행동이 조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제’는 한약의 분량을 나타내는 단위로서, ‘한 제’는 탕약 스무 첩의 분량을 말한다. ‘제(劑)’는 한자로 ‘약제 제’이므로 발음이 비슷한 ‘재’로 잘못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축’과 ‘쾌’, ‘두름’은 모두 20마리를 묶은 단위인데, ‘축’은 오징어 스무 마리를 묶어 세는 단위이고, ‘쾌’는 북어 스무 마리를 묶어 세는 단위이며, ‘두름’은 조기 따위의 물고기를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로 엮어 세는 단위이다. 끝으로 ‘쌈’은 바늘을 묶어 세는 단위로서, ‘한 쌈’은 바늘 스물네 개를 이르고, ‘접’은 채소나 과일 따위를 묶어 세는 단위로서, ‘한 접’은 채소나 과일 백 개를 이른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Board 말글 2024.10.24 風文 R 1547
혼밥과 혼술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먹는 것은 그리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일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혹은 집단 문화가 퇴색하면서 이런 일이 점점 느는 게 현실이다. ‘혼밥’과 ‘혼술’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새말이다. 그런데 ‘혼자서 하는 말’은 ‘혼잣말’이라 하고, ‘혼자서만 일을 하거나 살림을 꾸려가는 처지’는 ‘혼잣손’이라고 한다. 또한 ‘혼자’의 의미로 쓰일 수 있는 접두사로 ‘홀-’이 있다.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홀몸’이란 말이 있고,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가리키는 ‘홀아비’와 ‘홀어미’란 말도 있다. 이런 예를 보면 ‘혼밥’이나 ‘혼술’은 ‘혼잣밥’이나 ‘혼잣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혼잣밥’과 ‘혼잣술’ 대신 굳이 ‘혼밥’과 ‘혼술’을 만들어 쓰게 되었을까? 또 ‘홀밥’과 ‘홀술’이란 말은 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혼잣술’이나 ‘혼잣밥’이 이전에 쓰인 말이라면, 이 말에는 혼자 술과 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에서 오는 외로움과 슬픔이 오롯이 담겼을 것이다. 그런데 ‘혼밥’과 ‘혼술’은 혼자 밥과 술을 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세태를 반영하여 만든 새말이다. 낱말의 형태를 바꿔 ‘혼잣밥’과 ‘혼잣술’에 배어 있는 외로움과 슬픔을 걷어낸 것이다. 그러면 ‘홀밥’과 ‘홀술’은 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홀아비, 홀어미, 홀씨 …’에 답이 있다. ‘홀-’에는 ‘짝을 갖추지 못한’이란 뜻이 있으니 밥과 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혼밥’과 ‘혼술’이 정착했으니 혼자 하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새말은 늘어날 것이다. ‘혼자 하는 놀이’인 ‘혼놀’도 그런 예다. 그런데 ‘혼놀이’가 아닌 ‘혼놀’이다. 글자 수를 맞추려는 뜻도 읽힌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Board 말글 2024.10.24 風文 R 1468
율리시스(Ulysses:1922) - 조이스 1/2 해설 율리시스는 그리스 원어로 오디세이라고 하며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의 주인공이다. 그리스 서해안의 작은 섬 이타카의 왕 오디세이는 아내 페넬로페와 갓 낳은 아들 텔레마코스를 남겨 두고 그의 벗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렌이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유혹되어 간 것을 구출하기 위하여 그리스로 간다. 그는 여러 왕과 함께 트로이 성을 공격하여 마침내 10년이 걸려 트로이를 함락시킨다. 다른 왕들은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오디세이는 북풍에 표류되어 그리스 남쪽의 섬에서 섬으로 10년 동안 떠돌다가 고향인 이타카에 도착한다. 조이스는 호머의 작품의 주인공인 오디세이(율리시스)의 이름을따서 작품의 제목으로 한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의 주인공 리오폴드 블룸이 더블린 거리를 하루 거니는 것은 율리시스가 10년 간 해상을 방랑한 것과 같은 구조로 본 것이다. 그리고 36세의 블룸의 방황을 율리시스의 방황으로 비유하고 남편이 아닌 정부 보일란과 밀회를 하는 블룸의 부인을 페넬로페 역으로 하고 아들 텔레마코스에 해당되는 사람으로서 블룸의 친구의 아들 스티븐 디덜러스로 비유한 것이다. 그 밖에 더블린 시의 상인 여급 무직자 친구들은 각기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마녀와 신들과 친구들로 비유한 것이다. 조이스는 현대의 한 평범한 사람의 생활에서 고전의 작중 인물과 같은 생존 양식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진실을 파악하여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 점에서조이스는 고전주의자라 할 수 있다. 조이스는 기존의 소설 양식을 파괴하고 독특한 문장을 통해서 의식상에 나타나는 기억 인상 의지 등을 되도록 발현 형태 그대로 표현하는 수법을 시도했다. 조이스의 문체와 구성은 20세기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작품 속에 열거적인 거대 묘사법 희곡체나 시나리오를 이용한 부분 신문의 제목이나 문체를 그대로 모사해 낸 부분 종교 문답식의 문체 등 거의 한 장마다 색다른 맛을 나타내는 구성을 시도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일관된 줄거리를 추려 낸다는 것은 무의미하며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요약된 내용을 통해서 이 작품의 진가를 맛보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이해하기 위한 개괄로서는 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작품은 3부로 되어 있으며 제1부에 해당되는 1, 2, 3장은 제2부에 나오는 블룸의 이야기에 대한 프롤로그(서곡)로서 디덜러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시간적인 배경은 오전 여덟 시부터 정오까지이다. 제1부 1장 모독적인 언사를 노상 지껄이는 의학도 벅 멀리건과 문학 청년 헤이즈가 동거하고 있는 마텔로 탑을 배경으로 스티븐의 일상 생활의 단면이 그려져 있다. 2장 디지 씨의 학교 교실에 나타난 스티븐이 공부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과 난해한 역사에 대해 교리 문답을 하고 있다. 3장 주인공의 행동이라곤 거의 없다. 따라서 아무런 사건도 없다. 다만 스티븐의 더블린 시의 교외 샌디코브 해변을 거닐 때 그의 뇌리에 오락가락하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내면 독백이 있을 뿐이다. 제2부에서는 블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역시 오전 여덟 시에서부터 시작된다. 4장 오전 여덟 시 광고업자인 블룸은 아침 식사를 위해서 곱창을 사온다. 소프라노 가수인 아내 마리언은 남편이 전해 주는 정부 보일란의 편지를 읽고 있다. 둘이서 자리를 같이했을 때 마리언이 윤회의 뜻을 물었고 블룸이 그것을 열심히 설명해 준다. 5장 블룸은 우체국 가는 길에 세이론 산 홍차 상표를 보고 동방에 대한 동경을 하는데 연상의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목욕탕에서 자기의 성기를 꽃으로 보는 것도 역시 일종의 연상이다. 현실 속에 새로운 공간을 그리고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고 있다. 6장 이것은 "오디세이"의 지옥에 해당되는 장면으로 묘지와 죽음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정밀하고 냉혹하게 그리고 있다. 묘지에서의 블룸의 독백은 이 작품에서 전용되는 대표적인 수법. 7장 군데군데 커다란 신문 타이틀을 삽입하여 시간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리하여 어수선한 신문사의 분위기를 재현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조형적 문체이다. 8장 식당에 앉아 있는 블룸은 자유 분방한 백일몽에 잠긴다. 과거가 현실 이상의 현실성을 지닌 채 나타난다. 시간과 공간은 마침내 도착되어 버린다. 9장 "율리시스" 전체를 통해서 가장 난해한 부분으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이 작품의 중요한 주제인 부자 관계가 중심 문제로 취급되었다. 10장 모두 열 아홉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누어진 이 장면은 영화적인 수법을 실험한 것이다. 즉 더블린 시내의 여러 장면을 카메라를 이동시켜 촬영하듯 단편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사건 A와 사건 B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A 장면 속에 B 장면 속에 나오는 구절을 삽입함으로써 오버랩(Overlap)의 효과를 노렸다. 11장 음악적인 수법을 도입하고 있다. 사건 전체가 음악적인 리듬 속에 아름답게 통제되어 있으며 사건 전체도 음악과 관련된 것이다. 음악과 문학이 혼연일체된 작품으로 이 장면처럼 성공한 예가 일찌기 없었다고 한다. 12장 희극적 과장을 볼 수 있다. 아일랜드 사람에 대한 묘사와 마지막 대목에 가서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13장 의식의 밑바닥에 흐르는 성을 취급하고 있다. 14장 놀랄 만큼 대담하고 정교한 언어의 구사를 볼 수 있다. 태아의 발육을 영국 문제의 다양한 변화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15장 홍동가에서 전개되는 환상적인 드라마(몽환극)이다. 여기서는 블룸이 온갖 유령들과 대화를 하고 심지어는 무생물인 부채와도 얘기를 한다. 현실이 환상의 세계로 뒤바뀌어 펼쳐지는 것이다. 즉 제2의 현실 창조인 것이다. 이상이 제2부에 해당되는 것이고 제3부는 밤 열두 시부터 새벽 세 시경까지의 이야기로서 16장에서는 블룸이 스티븐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고 17장에서는 문답체로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스티븐을 보내고 난 블룸은 오랜 명상에 잠긴다. 18장에서는 침대에 누운 블룸 부인의 내면 독백으로 채워진다. 약 40페이지가 구두점 하나 없이 완전히 연속되어 있는 것이 특색이다. 작가 약전 조이스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출생했다. 제수이트 파(카톨릭의 일파)의 신자이며 그 계통의 학교를 대학까지 졸업했다. 학생 때부터 자의식이 강한 수재였다. 카톨릭교에 열렬한 어머니와 담임 교사는 그가 교역자로 살기를 바랬으나 그는 19세기 말의 근대 문학을 탐독하고 예술가로서살아갈 결심을 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입센의 작품을 좋아했으며 영문학에서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대학을 마치고 파리에 유학했다. 유학 기간은 1년 정도였으나 의학을 배웠고 성악을 지망하였다고 한다. 어머니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통지를 받고 귀향하였다. 이 때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는 운명하기 바로 직전에 조이스에게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는 끝내 거절하였다고 한다. 그 후 조이스는 어머니를 개처럼 죽게 했다는 가책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도 간혹 나타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로 가세가 급작스럽게 기울어져 누이 동생들은 가구들을 팔아 연명하고 있었다. 조이스는 국민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신문에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1914년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을 썼다. 1907년에는 이미 시집 "실내악"이 간행되었고 그 후 10년에 걸쳐 자전적인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7년)으로 비로소 당시의 소설가 베넷의 칭찬을 받아 주목을 끌고 새로운 세대의 작가로 등장했다. 1914년 전쟁이 일어나자 조이스는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살면서 "율리시스"를 계속 쓰고 있었다. 7년에 걸쳐 쓰여졌다는 이 작품은 전작에서 시도한 수법을 더 한층 발전시킨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 20세기 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파리에서 신흥 문학가 클럽의 중심 인물로 활약하면서 "피네건즈 웨이크"(1939년)을 내놓았으며 만년에는 안질이 악화하여 거의 실명하다시피 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에는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프랑스를 떠나서 스위스에서 지냈으나 1941년 1월 13일 십이지장 궤양으로 사망했다. 줄거리 1장 마텔로의 폐탑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해변에 있는 마텔로 폐탑에는 세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집에서 뛰쳐 나온 스티븐 디덜러스와 언제나 익살맞게 빈정거리기를 좋아하는 의학생 벅 멀리건과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문학 청년 헤인즈 등이다. 1904년 6월 16일 벅 멀리건은 면도를 하면서 헤인즈를 노상 몹쓸 녀석이라고 빈정거린다. 그러나 스티븐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난간에 기대 서서 바다의 물결과 항구를 떠나려는 우편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수염을 다 민 멀리건도 스티븐 곁으로 다가가면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나의 위대한 어머니!" 멀리건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스티븐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는 별안간 스티븐에게 핀잔을 주었다. "여보게 숙모는 자네가 어머닐 죽였다고 생각한다네. 그래서 숙모는 내가 자네와 사귀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지... 자네 어머니가 세상을 뜨실 때 말이야. 숨넘어가는 소리로 자네한테 기도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그래 까딱도 않았단 말인가. 이 답답한 친구야!" 스티븐은 찔끔했다. 더구나 언젠가 꿈 속에 찾아와 나무라는 듯하던 어머니의 환상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다. 스티븐과 멀리건 그리고 헤인즈는 식탁에 모여 앉았다. 이 때 우유를 배달하는 노파가 찾아왔다. 노파는 그들에게 가지고 온 우유를 돌려 가며 부어 주었다. 스티븐은 그 순간 그 노파의 노쇠한 모습에서 지금 아일랜드의 모습을 대하는 듯 싶었다. 스티븐은 아일랜드의 문예 부흥 운동을 경멸해 주고 싶었다. 식사가 끝난 후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 셋은 다같이 바닷가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오오, 아버지 노아를 찾아 헤매는 아벨이여!"라고 느닷없이 빈정거렸다. 그러나 스티븐은 디지 씨의 학교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과 작별하였다. 이 때 멀리건이 외쳤다. "배의 집에서 만나세. 열두 시 반에, 응?" "그래" 스티븐이 대답하였다. 2장 디지 씨가 운영하는 학교 오전 열 시경 스티븐은 디지 씨가 운영하는 학교에서 로마 역사를 강의하고 있었다. 마지못해 하는 수업이었다. 스티븐은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을 앞에 놓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교리 문답을 하며 가끔 혼자 생각에 잠기곤 하였다. 피러스(이집트의 왕)가 아고스에서 노파의 손에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또 줄리어스 시저가 단검에 찔려 죽지 않았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 하는 역사의 가능성에 관한 것들이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갑자기 밖에서 "하키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키라는 말에 학생들은 일제히 '와'하고 뛰쳐 나갔다. 스티븐은 디지 교장에게 불리워 그의 서재로 갔다. 스티븐에게 봉급을 주기 위하여 부른 것이다. 디지 씨는 스티븐에게 돈을 주면서 또 버릇처럼 충고를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자넨 저축을 않는다니까 아직 돈의 가치를 모를 걸세 돈은 힘이야. 그건 내 나이쯤 돼야 알 테지만 그러나 알아야지 자네 영국 사람의 자랑이 무언지 아는가? 그건 바로 '나는 돈을 빌리지 않고 살았다'라는 걸세 어떤가? 한 푼도 빌리지 않는다. 배울만 한가?" 디지 씨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군요" 스티븐은 딱 잘라 말하였다. 그러자 디지는 슬며시 말머리를 돌려 아일랜드의 역사며 영국과 유태인의 관계에 대해서 자기 견해를 열심히 이야기했다.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기도록 하기 위해서 관청에다 그 대책에 대한 공개장을 쓸 테니 어디 신문지상에라도 발표해 주겠느냐고 물었다. 스티븐은 텔레그라프신문에 가져가겠노라고 대답했다. 스티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 디지 씨가 뒤따라 나오면서 그를 불러 세웠다. "참,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걸 잊었군요. 아일랜드는 영광스럽게도 유태인을 박해한 적이 없는 단 하나의 나라라고 하는데 자네 그 까닭을 알고 있는가?" 디지 씨는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글쎄, 왜 그런가요? 저는 아직..." 스티븐은 웃으면서 되물었다 "그건 아일랜드가 일찍이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기 때문일세" 디지 씨는 자못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는 껄껄대며 웃었다. 제3장 샌디마운트 해변 스티븐은 더블린 교외의 샌디마운트 해변가를 거닐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을 좇아 침묵의 독백을 되씹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의 어쩔 수 없는 양식 내 눈을 통하여 생각하기엔 그 이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것이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의 특징을 읽는다. 생선알과 해조 밀려오는 조수 저 낡아빠진 신발 청록색, 청은색, 흑갈색... 색채로 나타나는 상징 다음 순간 스티븐은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의 양식을 몰아 내려고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발 밑에서 조개 껍질과 해초가 바삭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내딛는 스티븐은 다시 귀에 들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양식을 지님을 느꼈다. 이리하여 그는 자기의 과거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 양심의 가책 학교에서 교장이 부탁하던 공개장의 원고 열두 시에 만나기로 한 멀리건과의 약속 배의 집 주머니 속에 든 소지품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네 가지 낱말로 된 물결에 관한 말... 바닷뱀 뒷발로 곤두서는 말 암초 그 틈에서 급하게 호흡하는 물결 그것은 바다의 숱한 잔 속에서 뛰논다. 통 속에 처박혀진 것처럼... 그것은 맴돌아 넓게 흐른다. 거품이 떠오르는 늪. 꽃이 피어 펼쳐지는 모습. 저녁은 되돌아오고 있다. 그는 지팡이를 잡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 저녁이 내 속에 기어이 찾아오는구나 모든 하루는 끝이 있기 마련이지. 그런데 내일 화요일은 제일 한가한 날. 제4장 블룸의 집 프리먼 신문사의 광고 외관원 리오폴드 블룸은 에클스 거리에 살고 있었다. 그는 헝가리 인의 피가 섞인 아일랜드 계의 유태인으로 나이는 서른 여섯 살이었다. 1904년 6월 16일 멀리건이 마텔로 폐탑에서 수염을 깎고 있을 시각 그러니까 아침 여덟 시경에 블룸은 고양이를 희롱하면서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 아내 마리먼을 위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버터 빵을 굽고 커피를 끓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양의 곱창을 사러 나갔다. 헝가리 계의 유태인이 경영하는 푸줏간에 찾아갔을 때는 곱창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블룸은 자기보다 앞서 온 이웃집 하녀가 그것을 사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졸였다. 눈은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에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곱창을 안 사고 갔다. 그녀가 돌아간 뒤 블룸은 테이블에 쌓아 놓은 포장용 신문지를 한장 집어들고 광고문을 읽었다. 티베리아스 호반의 키네레스 모범 농장 -이상적인 겨울 요양소로 가장 알맞는 곳- 그는 그것을 유심히 읽고 나서 푸줏간 주인이 꾸려 주는 곱창을 받아들고 걸음을 옮겼다. 집에 들어선 블룸은 현관 마루에 떨어져 있는 두 통의 편지와 한 장의 엽서를 집어 들었다. 블룸 앞으로 온 편지와 엽서는 딸 밀리한테서 온 것이었다. 올해 열 여덟 살이 되는 밀리는 멀린가 시의 사진관에 견습생으로 들어가 있으면서 그 동안의 소식을 정해 온 것이다. 나머지 한 통의 편지는 아내 앞으로 온 것이다. 소프라노 가수인 아내와 함께 동행할 연주 여행의 매니저인 보일란에서 온 것이었다. 보일란은 그녀의 정부이기도 하였다. 블룸은 그 편지를 이층 침실에 누워 있는 아내에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곱창을 불에 올려 아내의 아침상을 차려 주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온 편지가 누구한테서 온 거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거요? 보일란한테 온 거죠 프로그램을 알려 준 거에요" "당신은 무슨 노래를 부르지?" "제이 시 도일과 함께, '그대의 손을 나에게' 그 다음엔 '사랑의 그 옛날 달콤한 노래'를 부르죠" 그녀는 풍만한 입술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책을 빌려 주는 가게에서 빌려다보던 저속한 책에 나오는 'Met himpike hoses'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책을 들여다 본 블룸은 그게 바로 'Metempsychosis'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즉 윤회란 거야" 그는 몇 마디 더 설명을 덧붙였다. 아내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갑자기 곱창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블룸은 말을 그치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 곱창은 조금밖에 타지 않았다. 그는 아주 타버린 쪽만 잘라 고양이에게 던져 주고 곱창을 질겅질겅 씹어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딸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멋진 생일 선물을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주 잘 어울려요. 제가 새 모자를 쓰자 멋쟁이가 됐다고들 해요. 엄마한테는 크림 과자가 든 예쁜 상자를 받았어요. 두 가지 다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는 사진 찍는 일에 아주 능숙해졌어요. 코린 씨가 사진을 찍어 주었어요. 현상이 되는대로 그의 부인이 보내 주시겠대요. 이번 일요일엔 친구들과 함께 호수로 피크닉을 갈까 해요. 엄마에게 안부 전해 주세요. 그럼 가장 다정한 사랑으로 이만 그치겠어요. - 밀리 올림 편지를 읽고 난 블룸은 그 동안 못 본 밀리의 성장한 모습을 그려 보았다. 하늘 높이 삐걱대는 소리와 음울하게 울리는 소리 성 조지 교회의 종소리 높고 음울한 쇳소리 그제야 그는 자기가 참례해야 할 장례식이 이제 십오 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쌍한 디그남! 5장 로터스 이터즈. 목욕탕 프리먼 신문의 광고 업무를 맡아 보는 블룸은 오전 열 시부터 일을 시작하였다. 먼저 그는 웨스트랜드 거리의 우체국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그는 벨파스트앤드오리엔탈 상점의 진열장에서 최상품 세이론 산 홍차의 상표를 보았다. 순간 동양에 대한 동경심이 새삼스럽게 부풀어 올랐다. "정말 더운 여름 아침이야" 그는 오른손으로 천천히 품위 있게 얼굴을 쓰다듬었다. '동양 그곳은 틀림없이 아름다운 곳일 테지 지상의 낙원 사방에 떠 있는 크고 처진 잎사귀 선인장 온갖 꽃이 어울려 핀 들판 뱀처럼 얽힌 칡넝쿨 햇빛 아래를 천천히 걷는 사람들...?' 우체국에 들어선 블룸은 헨리 플라워라는 이름으로 보내온 편지를 찾았다. 몰래 사귀고 있는 마사 클리포드라는 타이피스트에게서 온 것이다. 우체국에서 나온 블룸은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봉투를 찢고 편지지를 끄집어 내어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데 마코이를 만났다. 이럴 때 만나기에는 달갑지 않은 친구였다. 블룸은 그를 피해 달아나려는 데 이미 그의 눈에 띄고 말았다. "여보게, 블룸 어디 가는 길인가?" "이런! 마코이 아닌가?" 마코이의 시선이 블룸의 검정 넥타이와 검정 옷에 머물렀다 "불쌍한 디그남 말일세. 오늘이 장례식이야" "아, 그렇군 불쌍한 친구. 몇 시지?" "열한 시" 마코이와 헤어진 블룸은 호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어 들고 있던 신문 속에 말아 넣었다. 녀석이 내 뒤를 밟진 않겠지. 혹시 이런 데서 아내라도 만나면... 골목길이 안전해 그는 역마차의 오두막을 지나쳤다. 미드의 목재소 근처에 이르렀다. 그는 신문사이의 편지를 폈다. 꽃이 꽂혀 있었다. 잎이 납짝해진 노란 꽃 화를 내진 않은 모양이군 뭐라고 썼나? 친애하는 헨리 당신께서 지난 번 주신 편지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제 편지가 마음에 안드셨다고요? 용서하세요. 그런데 우표는 왜 동봉하셨죠? 전 정말 화가 났어요. 정말이지 벌을 주고 싶었어요. 전 당신을 장난꾸러기라고 부를 거에요... 당신은댁에서 행복하지 않으세요? 가엾은 장난꾸러기. 전 당신에게 무엇이든 해 드리고 싶어요. 당신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죠. 말씀해 주세요. 전 당신의 이름을 자주 불러보곤 합니다. 사랑하는 헨리 우리 언제 만나죠? 제가 당신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아세요? 아마 모르실 거에요. 당신처럼 제 마음을 끄는 남자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얼마나 당신이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제발 저에게 긴 편지를 주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안 그러면 벌을 줄 거에요. 그래도 좋죠? 장난꾸러기 정말 만나고 싶어요. 사랑하는 헨리 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에요. 만나면 모든 것을 얘기해 드릴께요. 그럼 안녕 사랑하는 장난꾸러기 꼭 회답 주세요 - 당신을 사랑하는 마사 블룸은 다 읽고 나서 핀에 꽂힌 꽃을 호주머니 속에 꽂았다. 그리고 철교 아래에서 구겨진 봉투를 꺼내서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헨리 플라워라 이런 식으로 백 파운드 짜리 우표라도 찢으라면 찢을 수 있지. 하찮은 종이 조각 그는 어느새 올할로즈 교회의 열려진 뒷문에 와 있었다. 문에는 게시가 붙어 있었다. '성 피터클레버와 아프리카 전도에 관한 예수회 존콘미 신부의 설교 중국의 수백만 민중을 구한다' '흥 어떻게 중국인을 설득시키지? 설교보다는 차라리 1온스의 아편을 더 좋아할 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