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회마을과 낙동강 물길이 훤이 내려다 보이는 부용대에 올랐습니다. 하회 마을은 초록의 옷을 입고 커다란 연잎처럼 물속에 떠있었습니다 . . 하지만 그 연잎 위에 핀 흰 연꽃 같던 나룻배가 떠다니던 물길엔 모터보트 한대가 비치파라솔을 쓰고 하회나루를 건너다니고 있습니다. 삿대질 소리와 함께 건넜던 강을 이제 모터보트 소리를 들으며 건너야 하는데 저는 선듯 강으로 내려서지지가 않았습니다. . . 무섭게 퉁명하셨던 사공 아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부터 노를 저었다고 합니다. 지난겨울 무섭게 추었던 새벽, 나루 건너편에 짚불을 놓고 우리를 건네주려 오셨었지요. . . 소중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우리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 바로 4대강 개발의 실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 . . 지난 주 기각된 박재완 정책실장의 판결문을 올려 봅니다. 저는 천성산이 어떠한 힘과 어떠한 논리에 의하여 움직여 나갔으며 이러한 논리가 4대강 개발을 비롯한 모든 정책과 우리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소송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요즘 법정에 서거나 강가를 걸으며 궁형을 당한 후 사기를 쓰던 사마천을 자주 떠올립니다. 이 기록들은 그들에게 보다 제 영혼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이 잔인한 기록들이기 때문입니다. . . . 위 자료는 "국가 선진화의 기틀을 만들었다" 고 자평하고 있는 박재완 전 정책실장이 이 정부 초기 언론에 배포했던 브리핑 자료로 전국을 다니며 강연했던 내용으로 소송의 쟁점이 되었던 자료입니다. 이 파일을 받을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일이지만 위 내용은 이 정부가 지금 밟고 서있는 지점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 . . 이 판결문을 보며 실소했던 이유는 500배나 과장 된 채 지난 7년 동안 통용되었고 작금에 이르기까지 인용되고 있는 2조 5천억원의 허위사실 배포의 책임을 피고 측에서도 주장하지 않았던 대한 상공회의소의 연구원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2조 5천억원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위 판결문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2005년 4월 6일이지만, 당시 천성산 2조 5천억원의 손실 문제를 거론하고 배포한 시기는 2003년으로 국토부 장관 정종환이 고속철도 공단 이사로 재직 할 당시였고 500배가 넘게 과장 된 이 수치는 2004년 11월 도롱뇽 소송의 2심 판결문에도 예시되어 있습니다. 법원이 2조 5천억원이라는 허위사실 배포 문제를 애둘러가고 싶어 하는 정황 중의 하나는 이 수치를 관성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 아닐까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 판결문에서 2조 5천원의 사실관계를 추론한 정황은 천안함이나 BBK 수사 사건을 바라 볼 때처럼 유치하고 조잡하여 법이 가리고 서있는 지점을 명확하게 깨닫게 해줍니다. 1심에서는 변호인들이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부터는 나홀로 소송으로 진행하려 하며 이 소송을 공론에 부쳐 진행하여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이후 진행되는 상황들을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 물길을 걷다.
Board 추천글 2010.07.30 바람의종 R 25798
. 아랫녘으로 길을 떠나겠다고 해놓고 3일 동안 출발 지점인 한 현장에 묶여있었습니다. 망설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국방부 장관에게 글을 띄우는 것으로 제 번민을 내려 놓습니다. 이곳의 문제가 무엇이며 이후 국방부의 대응에 대하여 함께 지켜보았으면 하기에 편지글 전문을 올려봅니다. 국방부 장관님께 드리는 글 귀의 삼보하옵고, 저는 대한 불교 조계종의 승려이며 법명은 지율입니다. 저는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낙동강 전 구간을 도보와 자전거 등을 통해 7회에 걸쳐 순례했으며, 지금은 상주 중동면 회상리 낙동강가에 머물며 낙동강의 변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4대강 파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청강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퇴강(상주시 사벌면)과 영풍교(문경시 영순면) 지역을 20여 차례 다녀온 바 있어, 그 지형에 대하여 나름대로 조사하고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그 염려되는 바에 대하여 글을 올리니 재난에 대비하는데 소홀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1. 먼저 청강 부대의 위치를 지도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한 항공지도는 포털【다음】에 나오는 항공지도이며, 등고선 지도는 국립지리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 . 2. 현재 청강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지점은 낙동강과 영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해발 50-60m 높이의 둔치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홍수시 때때로 범람했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위 지도에서 초록색으로 칠해진 제방 밖의 논밭은 해발 50- 60m 지대이며, 제방이 쌓여지기 전에는 홍수 시 물이 범람하던 곳으로 강이 만들어 놓은 땅이었고 홍수터였습니다. . . 3. 현재, 청강부대가 대대적으로 준설을 하고 있는 영풍교 우향, 주둔지의 위쪽은 한 달 정도 공사가 진행되었고 외부에 적재된 준설량으로 보면 이미 본바닥보다 깊어졌으리라 짐작됩니다. 4. 이 경우 홍수 시에 물이 불어나게 되면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삼각주는 그 저항에 정면으로 부딪히게 되고 제방이 없는 이곳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 5. 더구나 그동안 안정적으로 지반을 유지하고 물의 흐름을 지체 시켰던 부대 주둔지 앞의 하중도와 모래톱이 대부분 준설된 상황에서 물살의 흐름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 6.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한 사람이었던 손자(孫子)는 자신의 병법서 들머리에 “민심의 동향을 살핀 후 천문과 지리를 살피는 것이 兵의 기본”이라 하였습니다. 현재 국민들의 대다수가 강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고 이 사업에 군이 투입된 것도 깊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군 장병들이 동원되어 공사를 담당하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지만, 이 공사로 인하여 자칫 집중호우로 인하여 장병들에게 위험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사오니, 국군 장병들의 안전을 깊이 고려하시어 이곳의 병력에 대한 철수를 검토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0년7월 4일 - 대한 불교 조계종 비구니 지율(知律) 합장 참고자료 : 1. 예전 물이 들던 곳을 매우고 있는 현장사진 2. 군부대 주둔지 상류에 위치한 영풍교 다리 3. 지역 주민 인터뷰 영상 (편집본) . . . . . 어제 서울에서 농활 온 학생들이 상주보 현장을 둘러보고 제가 머무는 곳에 잠시 들렀습니다. 한 학생이 제게 묻습니다. 현장을 보고 왔는데 뭘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그 질문은 당황스럽고도 참으로 솔찍한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 우리가 자연-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 효율성과 공학적 접근 방식으로 대해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었습니다. 더 멀어져 가기 전에 마음과 발걸음을 돌이킬수 있기를 바라며.......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그래도 오늘은 출발합니다. 참혹하겠지만 있는 그대로 봐야 하겠기에 시간되는데로 현장 일지를 올리려 합니다. 열어봐 주세요. ▶ 오마이 블러그 "물길을 걷다" http://blog.ohmynews.com/chorokgm/
Board 추천글 2010.07.06 바람의종 R 28416
. 이곳에 공사가 들어 온 것은 5월 초순이었습니다. 불과 두달 동안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은 5천년 역사 속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로 기록 될 것입니다. 또한 강을 어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동조했던 이들 역시 그들이 묻혀있는 묘지가 아닌 자연을 살해한 이의 명단으로 역사책속에 기록 될 것입니다.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죄도 하늘이 묻게 되겠지요. . . . . . . . . . . . . . 강바닥에서 나온 오염된 준설토는 아무 저항도 없이 기름진 논밭을 덮어가고 있습니다. . . 제가 머물고 있는 경천대 부근에는 문화재 지표조사 중이고 오리섬 준설도 잠시 진행이 연기되고 있어 장마가 오기전에 기록을 해두어야 할것 같기에 오늘부터 일주일간 낙동강 하구쪽으로 내려갔다 오려합니다. 나날이 쓰는 글은 전송하기 어려울것 같고 아무래도 현장영상을 정리해 보고 싶어 오마이에 블러그를 개설했고 당분간 영상과 글은 그곳에 올리려 합니다. 듣지 않고 보지 않는 것이 눈과 마음에 덜 상처받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 어제 제주도에서 이십여분이 다녀가시면서 어쩌면 강이 이정도가 되도록 언론은 무얼했는지 모르겠다시며 버럭화를 내시더군요. 그러게요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오마이 블러그 "물길을 걷다" http://blog.ohmynews.com/chorokgm/
Board 추천글 2010.07.06 바람의종 R 27168
Board 추천글 2010.07.06 바람의종 R 26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