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더리 사람이름 정조가 즉위하던 해(1776년) 역모가 있었다. 이태 뒤 평안감사는 역적들의 식솔들이 어찌하고 있는지 보고하였다. “홍상격의 아내 ‘증매’는 양덕, 그의 종 ‘너더리’(汝加里=여가리)는 덕천, 홍찬해의 아내 ‘복조’는 맹산, 아들 ‘금년생’은 영원에 있습니다. 네 고을은 서로 가까워 반나절 또는 한나절이면 서로 오갈 수 있으므로 화근의 싹을 키울까 미리미리 빈틈없이 살펴 반드시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汝(너 여)는 대개 ‘너’를 적는다. 사람이름 ‘너구리·너초리·너출이·너히·넘이’에 이 글자가 쓰였다. 加(더할 가)는 ‘더·가’를 적음을 볼 때 汝加里는 ‘너더리’임이 분명하다. 汝加里는 ‘여더리·여가리·너가리’로도 읽히며 낱낱 ‘여덟’과 고장말 ‘가장자리·널/넋’에 해당된다. 산비탈에는 바위가 갈라진 각진 돌이 널브러져 쌓이는데 이를 ‘너덜겅/덜컹/서드리’ 또는 줄여 ‘너덜’이라고 부른다. 강이나 개울에 쌓인 퇴적물이 흐르는 물에 모래나 진흙이 쓸려 자갈무지만 남은 것을 ‘서덜/돌서덜’이라 한다. 뿌리 깊은 바위가 삐죽삐죽 나온 것이 ‘너설/바위너설’이며 지질학에서는 ‘노두’(露頭)라 한다. 바위가 너덜너덜해져 쌓인 너덜, 그런 곳을 지날 땐 덜컹거리는 걸까? 산속에서 길 잘못 들어 만나는 된비알에 너덜겅, ‘넌더리’나게 무릎 아플 일만 기다린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넘이·넘우 고장말 ‘-우’는 표준어 ‘-의’에 대응하는 고장말이다. ‘-의’는 곳에 따라 ‘-어·-으·-우·-이’로도 쓰인다. ‘-으’가 가장 널리 쓰이는데, ‘-의’의 ‘ㅣ’가 탈락한 것이다. ‘-으’는 경기·충청·함경(육진 쪽 제외)을 뺀 지역에서 쓰이는데, 경기·충청에서도 ‘놈’ 다음에는 ‘-으’가 쓰이기도 한다. “생전 못 듣던 놈으 소린디 이게 워트게 되능 긴지를 모루겄어.”(<한국구비문학대계> 보령군편) “남으 자식으 나뿌달기 있는가.”(<새벽> 안수길) “늬 비록 껍떼기는 사람으 새끼 비슷허다 하나 애초 즘생 밑이서 읃어먹고 자랐기로 그 투세가 갈 디 읍시 즘생으 새끼라 …….”(<오자룡> 이문구) ‘-으’는 ‘ㅁ’ 다음에 ‘-우’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예쁘다’를 ‘예뿌다’, ‘아프다’를 ‘아푸다’라 하는 것과 같다. “워짜겄어, 워짜겄냐고, 넘우 각씨 시집질을 가매꾼이 중도에서 늦추먼 워짜겄냐고?”(<남도> 박상륭) “장에 갔다가 머를 잊어부리고 온 것맨치로 사람우 맴이란 그런 거니께.”(<토지> 박경리) ‘-어’는 강원 영동 쪽에서, ‘-이’는 주로 제주와 함북 지역에서 쓰인다. “남어 땅으 사가주구 팔어 먹읏드래여.” “꿩어 고기거 맛이 우떻나?” ‘-이’는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사용되는 ‘-에’(=-의)가 ‘-이’로 변한 것이다. ‘세상’을 ‘시상’, ‘게’를 ‘기’로 발음하는 것과 같다. “집이 바아(방아)로 때때로 뗘서(쪄서) 생활하구.”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강남 언어예절 ‘강남’이라면 강의 남쪽을 가리키는데, 방향이 비슷한 지세를 일컫는 말을 동네 이름으로 붙이는 것을 본다. 이땅에서 ‘강남’하면 주로 서울 ‘강남’을 일컫지만 전국 곳곳의 ‘강남’도 괜히 싸잡히는 느낌을 준다. 사실 서울의 강남은 강동에 가깝다. 서울 강남은 부자 동네, 집값 비싼 동네, 놀고 먹는 이 많은 동네, 고급 음식·술집 많은 동네, 유명 학교·학원 … 등 이 나라 첫째, 첫손, 일류만 모인 데로 통한다. 그만큼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학교·학원 사회 쪽에서 특히 별스럽다. 입시 학원은 묵은 얘기고, 사설 영어유아원·영어유치원이 여든 곳이 넘는다. 이쪽을 다닌 아이들은 사립 초등학교나 외국인학교, 외국학교로만 진학한단다. 뒤질세라 이번엔 강남·서초구를 관할하는 강남교육청에서 나섰다. 초등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부족하여 전학년에서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한다. 한자말은 오래된 외래어고, 요즘은 영어 외래어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국어 시간에 외래어나 외국글자부터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곧, 영어 시간에 라틴어를, 국어 시간에 영어도 가르쳐야 할 판이다. ‘안팎’이 아닌 ‘內外’를, ‘앞’과 ‘뒤’를 합친 말을 ‘앞뒤’ 아닌 ‘前後’로 가르치겠다는 얘기다. ‘전후’를 ‘앞뒤’로, ‘내외’를 ‘안팎’으로 쓰라고 가르칠 일을 거꾸로 하면서 무슨 큰일이나 하는 양 나섰으니, 교육청 스스로 강남에 비웃음거리를 하나 더 보태는 셈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기러기 짐승이름 온조 43년(서기 25년께) 9월에 기러기 백여 마리가 왕궁으로 날아들었다. 점 치는 일관이 이르기를, “기러기는 백성을 뜻함이니 앞으로 먼 곳의 사람들이 전하께 귀의할 것입니다.” 같은해 10월이 되자 남옥저로부터 20여 집이 백제로 와서 살겠다고 청원을 하므로 받아들여 살게 하였다.(삼국사기) 기러기는 하늘의 심부름꾼이었다. 하느님의 불을 별들한테 전하는 제사장 구실도 하였다. 민속에서는, 혼례장에서 예식을 치르기 전에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 집으로 가져간다. 신부의 어른들에게 절을 하는 전안(奠雁)이라는 의례가 있다. 기러기는 또한 암수가 금슬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홀아비나 홀어미를 일러 ‘짝 잃은 기러기’라고도 한다. 조선 말엽 <규합총서>에는, 기러기를 신의·예절·절개를 상징한다고 적었다. 밤엔 무리 지어 잠을 자되 한 마리는 자지 않고 망을 보며, 낮이면 갈대를 머금어 주살을 피하는 슬기로움을 갖추고 있어 결혼 자리에 기러기를 쓴다고 했다. 기러기는 ‘긔려기’(훈몽자회)였다. 기럭기럭 하며 운다고 붙인 이름이다. ‘긔럭’에 사물이나 사실을 드러내는 접미사 ‘-이’가 붙어 굳어진 것. 풀이 따라 갈매기의 ‘-기’와 같이 ‘기’를 새를 뜻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어의 ‘가리’(雁), 몽골어의 ‘갈라군’, 터키어의 ‘가즈’와 유연성이 깊어 보인다. 기러기 반가운 소식에 목 빠지는 이들이여.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그룹사운드 외래어 요즘 지난 세대가 겪은 대중문화의 추억을 되새기는 방송 꼭지들이 성황이다. 이런 현상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세대가 중심이 되어 그 후속 세대로 번지고 있는 듯하다. 이른바 7080세대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더욱 열광했던 ‘그룹사운드’(group sound)라고 한다. 이 명칭은 60년대부터 쓰였으며, 그 이전에는 ‘보컬 그룹’(vocal group)으로 불렸다. 지금은 연주를 겸하는 대중음악이 쇠퇴해서인지 어떤 명칭이 쓰이는지 알기 힘든 수준인데, 아마도 그냥 ‘밴드’(band)라고 부르는 듯하다. ‘그룹사운드’는 영어 합성어지만 본고장에서는 쓰이지 않는 용어다. 기록을 보면, 이는 한 일본 방송인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한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가 ‘로큰롤’(rock’n roll)이라는 발음을 이상하게 해서 가야마 유조라는 사회자가 농을 걸자, 발음이 어려운 말이라 그러니 쉬운 말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 그 사회자가 바로 ‘구루푸 사운즈’(グル―プ サウンズ) 곧 ‘그룹사운드’라는 말을 제안했다. 즉 이때는 이것이 서양 대중음악 갈래에 드는 ‘로큰롤’의 다른 명칭이었으나, 우리 쪽으로 수입되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이다. 요즘 어떤 영화를 계기로 직장인 밴드 결성이 활발해졌다는 소식이 있는데, 여가를 자기 계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어서 고무적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믜운이 사람이름 사람이름에 ‘禿’(대머리 독)이 자주 쓰였다. <동국신속삼강행실>을 보면 한자로 禿終(독종)이라 적고 한글로 ‘믠죵이’라 하였다. ‘믜다’(禿)는 머리가 벗어졌다는 말이다. ‘믜-’가 든 이름에 ‘믜/므이(해삼)·믜놈이·믜돌이·믜심이·믜장이·믠덕이·믠동이·믠두이·믠즁이·믤돌이’가 있다. ‘민둥산’은 ‘믠동이(대머리) 산’이며 겸연쩍고 어색할 때 ‘민둥하다’고 한다. 왕숙천 동쪽 남양주시 한강 나루는 예로부터 독음진(禿音津)이라 불렀다. 현재 이곳 수석동에 ‘내미움·외미움’이란 땅이름이 있음을 볼 때 禿音은 ‘믬’이 아닌 ‘믜움’을 적었던 것 같다. 渼音津(미음진)이란 다른 표기에서 보듯 이 나루는 ‘믜움나루/믜음나루’로 불린 모양이다. ‘밉다’는 말을 적을 때도 禿이 쓰였다. ‘밉다’는 옛말로 ‘믭다’다. ‘믜운이(禿云)·믭동이·믭쇠’는 그런 뜻으로 쓰인다. ‘믜·믠·믤’ 자리에 ‘미·민·밀’로 적은 이름도 있으며, ‘미금이·미달이·미동이·미심이·민이·민동이·밀금이·밀동이’는 그런 보기다. 미운 얼굴이나 행동, 미운 짓을 하거나 밉게 생긴 사람을 ‘밉상’이라고 하며, 이름에도 ‘밉상이’가 있다. ‘밉’(未邑)이 든 이름에 ‘밉돌이·밉사리·밉쇠’가 있다. 이름은 ‘미우나 고우나’ 부모에겐 ‘금쪽같은 내 새끼’였으리라.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날마닥, 날마당 고장말 ‘-마닥’은 표준어 ‘-마다’와 같은 말이다. ‘-마다’에 ‘ㅇ’이 덧붙은 ‘-마당’은 제주도를 뺀 모든 지역에서 쓰인다. 곳에 따라서 ‘-마덩, -마동, -마둥, -매동’이 쓰이기도 한다. “단오날이 되문 해마당 씨림판이 벌어디넌데 ….”(<한국구전설화> 평북편) “느직이 거머쥐고는 서당마당 찾아다니는 기라, 골골이.” “들어오는 질목마동 거리마동….”(<한국구비문학대계> 경남편) “지녁마둥 콩죽을 쑤드래 ….”(위 책 강원편) 경상도 지역에서는 ‘-마당’보다는 ‘-마중’이나 ‘-매중’이 더 많이 쓰인다. “사람마중 다 그럴까만은 이런 사람이 혹 있다 말이라.” “지금 겉으마 집집매중 우물이 있지마는 ….”(위 책 경북편) ‘-마당’이 제주를 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쓰이는 반면에, ‘-마다’에 ‘ㄱ’이 덧붙은 ‘-마닥’이나 ‘-마독’은 전라 지역에서만 쓰인다. “근게 저녁마닥 들랑날랑 헌단 말여.” “너 저녁마독 와 자거라잉?”(위 책 전북편) “바가지를 끄니마독 씻거.”(<전남방언사전>) 전남 순천, 해남 쪽에서는 ‘-마지’가 쓰이기도 한다. “즈그 집이 와서 날마지 생각을 해.”(위 책) “청년들이 날마지 슬픈 마음으로 고통을 하고 있는데, 얼로 간 줄을 몰라라우.”(<한국구비문학대계> 전남편) ‘-마다’의 또다른 형태인 ‘-마지르’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쓰는 말이다. “날마지르”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세금 폭탄 언어예절 달걀 세례, 질문 공세, 주문 쇄도, 세금 폭탄 … 이젠 낯익은 표현들이다. 개중에 폭탄은 물 폭탄·말 폭탄·금융 폭탄·물가 폭탄·달러 폭탄·자살 폭탄 …처럼 실체와 어울리든 않든 천박스레 번져가는 형편이다. ‘세금’이란 인류와 역사를 같이하는 까닭에 이끌리는 말이 많다. 과세·징세·수탈, 세리·탈세·절세·감세·면세 …에다 바치는 이들의 고통을 생각해 ‘세금=혈세’로 쓰기도 한다. 나라를 경영하자면 마땅히 세금을 거둬야 하지만 백성들로서는 큰 짐일 때가 많다. 특히 표를 얻어야 할 선거철에 내거는 후보들의 공약 치고 세금과 관련 없는 게 드물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존폐 얘기가 한창이다. 정부는 ‘1%를 위한 감세라는데, 한 사람이라도 억울해선 안 되니’ 없앤단다. ‘원칙’을 내세우지만, 집토끼 챙기기라 꼬집히기도 한다. 폐지가 현정권의 선거 공약이며, 이는 부유세·부자세이자 징벌적 세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금 내기 좋아할 사람이 드물다는 점에서 이 말은 먹힌다. 굳이 많이 가진자뿐만 아니라 과세 대상 아닌 조금 가진자들도 이 말에 덩달아 기운다. 여기에 불을 붙인 말이 ‘세금 폭탄’이다. 이 말은 지난 몇 해 정권과 정부를 공격하는 강력한 ‘언어 폭탄’이었다. 말 잘 만들고 잘 퍼뜨리는 일부 언론 쪽에 혐의가 짙다. 그 폐해를 알면서도 일부러 쓴 야비함에서 특히 그러하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오리 짐승이름 솟대에 올라앉은 새는 오리다. 오리는 물과 뭍을, 하늘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살아가기에 독특한 상징을 얻은 것인가. 한마디로 오리는 물새다. 물은 농사를 짓는 데 삶의 결정적인 열쇠였다. 시기에 알맞은 물이 있어야 풍년을 기약할 수도, 나라 힘을 기를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가 솟대에서처럼 오리는 다분히 물 신앙의 상징처럼 쓰였을 것이다. 오리는 다가올 재해를 미리 막는 영험한 구실을 하기도 한다. 풍수가들이 이르는바, 배가 떠가는 행주형(行舟形)의 땅에서라면, 불안정한 배에 안정을 더하고자 배의 돛대에 값하는 솟대를 세우는 일이 가끔 있었다. 불이 나도 그러하다. 또 오리는 해독력이 아주 강하다. 시궁창에서도 썩은 먹이를 찾아 먹으면서 살아가기에 사람들은 오리 고기를 즐겨 먹는다. 불포화 지방이기도 해서 그런다지만. 옛글에 오리는 올히(두시언해)였다. 조선관역어에는 아계(我係)였다. 한마디로 위를 뜻하는 ‘올’에 접미사 ‘-이’가 녹아붙어 이루어진 말로 보인다. ‘오라버니, 올벼’의 ‘올’이 그러한 경우라고 할 것이다. ‘올-옫-옷-웃-욷-우게’의 낱말겨레를 떠올릴 수 있기에 그러하다. 방언으로 위(上)를, 옷을 우게라고도 이르는바, 이것이 바로 아가(올기)와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압록강을 얄루장이라 한다. 여기 얄루도 올과 무관하지 아니하다. 저 높은 하늘을 바라 솟대만큼 목이 길었느니.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빵꾸 외래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우리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나, 한숨 소리는 높고 불안을 호소하는 말글들이 시끄럽다. ‘구멍’을 뜻하는 외래어로 비격식적인 말씨에서 ‘빵꾸’(→펑크)가 흔히 쓰인다. 소리와 달리 적어야 할 근거가 없으면 소리대로 적는 한글 맞춤법에 비추면, 발음이 거의 예외 없이 [빵꾸]이므로 표기로서는 ‘빵꾸’가 옳으나, 희한하게도 시중의 자동차 바퀴 수리점에서는 ‘빵구’가 더 많이 쓰인다. ‘구’가 ‘구멍’에서 온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신을 신고’에서처럼 콧소리 다음에서 예사소리가 된소리가 됨을 의식해서인지, 다른 것에 말미암는지 그 이유는 아직 알려져 있지는 않다. ‘빵꾸’는 영어 ‘펑처’(puncture)가 일본말로 들어가서 뒷부분이 잘린 채로 ‘판쿠’(パンク)가 된 다음 우리말로 들어와 다시 모습을 바꾼 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말 무성음 ‘ㅍ’과 ‘ㅋ’이 우리말의 된소리 ‘ㅃ’과 ‘ㄲ’으로 바뀐 것은 ‘뽐뿌’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쪽의 무성음들이 우리 귀에 된소리처럼도 들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름지기 바늘에 실을 꿰는 구멍처럼 구멍이란 제자리에서 제 할 일을 다 해야 마땅할 터다. 세계와 우리 경제에 난 요즘의 엉뚱한 구멍이 하루빨리 메워져서 근심 어린 어두운 표정들이 환하게 바뀌는 행복감을 맞고 싶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