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바람 일기예보에서 “북서풍의 영향으로…” “남서풍에 의해…”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하듯이 대부분 동서남북의 방위에 맞춰 바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을 이르는 말에는 한자어만 있는 게 아니다. 순 우리말로도 예쁜 낱말이 있다.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갈바람’, 남풍은 ‘마파람’, 북풍은 ‘된바람, 덴바람’이 순 우리말 표현이다. 우리말 바람 이름은 원래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에 의해 불리던 뱃사람들의 은어였다고 한다. 서풍은 익히 알고 있듯이 ‘하늬바람’이라고도 불린다. ‘갈바람’이 뱃사람들에 의해 주로 불리던 이름이라면, ‘하늬바람’은 농촌과 어촌에서 많이 불렸다고 한다. 더욱 세분화된 ‘남서풍’ ‘북서풍’ 등도 우리말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남서풍은 ‘늦하늬바람’, 북서풍은 ‘높하늬바람’, 북동풍은 ‘높새바람’, 동남풍은 ‘된마파람’이다. 순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 표현에서 “높하늬바람의 영향으로…” “늦하늬바람에 의해…”라고 쓰지 않는 건 ‘북서풍’ ‘남서풍’과 같이 방위가 들어 있는 바람의 이름이 더욱 명확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진다. 가능하면 아름다운 순 우리말을 살려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Board 말글 2012.08.20 바람의종 R 9729
[우리말바루기] 가이없는 은혜 "어머니가 아이를 가진 열 달 동안은 일어서고 앉는 게 불편해 마치 무거운 짐을 진 것과 같다. 달이 차 아이를 낳을 때는 고통이 너무 심해 죽지 않을까 두려움에 휩싸인다. 낳은 뒤에는 쓴것은 삼키고 단것은 뱉어 먹이시며 안아 주고 업어 기르신다. 이토록 정성 들여 기르신 뒤에도 은혜로운 정이 끝나지 않는다."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의 일부분이다.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설명할 때 '가이없는'이라는 말을 곧잘 쓴다. "자식을 낳고 키워 온 부모의 마음 바탕은 언제나 근심과 가이없는 희생이었음을, 자식은 부모가 돼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사막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아침밥을 먹고 다시 가이없는 지평선을 향해 출발했다"처럼 '끝이 없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모두 '가없는'으로 고쳐야 한다. '가이없다'를 분석해 보면 물가.냇가 등에서 쓰인 '가장자리'란 뜻의 '가'에 조사 '-이'와 형용사 '없다'가 붙은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단어로 굳어지면서 오늘날은 '-이'가 빠진 형태인 '가없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추석 때 부모님이 알뜰살뜰 챙겨 주시는 농산물에는 자식들을 향한 가없는 사랑이 담겨 있어 오랫동안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게 한다" "가없는 벌판에는 비바람과 가뭄에도 끝내 지치지 않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 낸 벼들이 누렇게 익어 가고 있었다"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Board 말글 2012.08.17 바람의종 R 9708
[우리말바루기] 들어눕다 / 드러눕다, 들어내다 / 드러내다 몸이 아프거나 속앓이하는 게 있어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이처럼 집 안에 틀어박혀 자리에 누울 때 '드러눕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이를 '들어눕다'로 사용하는 사례가 잦다. "화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남자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싸우러 나가고 여자는 머리를 싸매고 아파 들어눕는 게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제 맘에 안 든다고 아무 데서나 울고 불고 들어눕는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에서 '들어눕는'은 '드러눕는'의 잘못이다. '편하게 눕다' '앓아서 자리에 눕다'는 뜻으로는 '드러눕다'를 쓰는 게 바르다. '들어눕다'와 같은 오류를 보여 주는 예가 또 있다. 바로 '들어내다'다. "내금강이 속살을 들어내다" "예전에는 연예인이나 일반인도 디너파티 같은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어깨를 들어내는 옷을 입는 일은 상당히 드물었다"에서 '들어내다' '들어내는'은 '드러내다' '드러내는'의 잘못이다. '들어내다'는 '물건을 들어서 밖으로 옮기다'("화재가 나면 이 패물함을 제일 먼저 들어내야 한다."), '사람을 있는 자리에서 쫓아내다'("저 놈을 집 밖으로 당장 들어내라!")를 뜻하는, '드러내다'와는 다른 단어다. 이런 뜻으로는 '들어내다'를,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널리 밝혀지다'란 의미인 '드러나다'의 사동사로는 '드러내다'를 써야 한다.
Board 말글 2012.08.16 바람의종 R 21649
[우리말바루기] 애저녁에 / 애초에 "요즘 같은 시대엔 아들 낳았다고 유세할 생각일랑 애저녁에 하지 말아라." "말하는 걸 보니 훌륭한 사람이 되긴 애저녁에 글렀다." "그 일이 불법이란 걸 알았다면 애저녁에 포기했어야 했다." "그 일로 성공하기는 애저녁에 물 건너갔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할 때, 앞 예문에서처럼 '애저녁에 그만둬라(하지 마라)'고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애저녁에'란 표현은 이렇듯 널리 쓰이고는 있지만 어문 규정상 올바르지 않다. '애저녁에'는 '애저녁+에'의 형태로, '처음부터'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도 '애초'의 잘못(사투리에 가깝다)이거나 북한어라고 돼 있다. '애초'는 '맨 처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애초부터'처럼 써야 한다. '애저녁에'란 표현 외에 '애전에' '애진에'라는 표기도 가끔 보이는데, 이 역시 표준어가 아니다. '애초'만이 표준어이며, 나머지는 북한어이거나 일부 지방의 방언이다. 따라서 '애저녁에, 애전에, 애진에' 등은 사투리를 살려 써야 할 상황이 아니면 "끝까지 해낼 각오가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마라" "그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처럼 '애초에' '애초부터'로 표기해야 한다.
Board 말글 2012.08.16 바람의종 R 15551
[우리말바루기] 귀를 기울이다 / 술잔을 기우리다 '관심을 기울이다, 노력을 기울이다, 귀를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 신경을 기울이다, 정성을 기울이다…'. 이렇게 우리말에는 '~을/를 기울이다'는 표현이 많다. 흔하게 쓰이는 '기울이다'이지만 조금만 변형되면 어떻게 써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다음과 같은 경우 어떤 것이 맞는지 살펴보자. 1. 중간고사가 다가오자 학생들은 막바지 노력을 ㉠기울였다/㉡기우렸다. 2. 오랜만에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니/㉡기우리니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3. 소개팅 상대가 관심을 ㉠기울이지/㉡기우리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다. 4.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기우리고 손을 쭉 뻗었다. 5. 정성을 ㉠기울여/㉡기우려 만든 작품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기울이다'는 '기울이고, 기울이니, 기울이면, 기울여, 기울이지…'와 같이 활용해 쓸 수 있다. '기우리고, 기우리니, 기우리면, 기우려, 기우리지…'처럼 활용하려면 '기우리다'가 기본형이 돼야 한다. 그러나 '기우리다'는 '기울이다'의 옛말로 현재는 쓰이지 않는 말이다. 그러므로 1~5번까지의 정답은 모두 ㉠이 된다. 참고로 '귀를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 등의 표현은 일본식 어투라는 설이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을/를 기울이다'는 표현을 굳이 일본식으로 보지 않는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한 바 있다.
Board 말글 2012.08.14 바람의종 R 34022
[우리말바루기] 날개쭉지 잘 던지던 투수가 별 이유 없이 제구력 난조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우려한다. 스티브 블래스는 메이저리그의 주전 투수였지만 승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폭투와 볼넷을 남발하다 추락하고 만다. 이 일로 야구계에선 제구력 완성의 첫째 조건은 팔꿈치.어깻죽지 등의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지만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팔과 어깨는 투수가 소중히 다뤄야 할 부위다. 이러한 '팔과 어깨가 이어진 관절의 부분'인 '죽지'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표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역전 홈런을 맞고 강판된 선발투수가 어깨쭉지를 축 늘어뜨린 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새의 튼튼한 날개쭉지는 비행기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잘못 표기한 것이다. '죽지'가 '어깨'와 '날개'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다 보니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경향이 있으나 사이시옷을 넣어 어깨에 팔이 붙은 부분은 '어깻죽지', 날개가 몸에 붙어 있는 부분은 '날갯죽지'라고 써야 맞다. 어깻죽지에서 팔꿈치 사이의 부분을 일컫는 '팔죽지'도 '팔쭉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진통제로 버티던 타이거 우즈는 경기 중 캐디에게 어깻쭉지 뒤쪽을 몇 번이나 문지르게 했다" "날갯쭉지를 펴면 무려 2m에 달하는 바닷새 앨버트로스는 골프에선 기준 타수인 파보다 3타수 적은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맞춤법에 어긋난다.
Board 말글 2012.08.14 바람의종 R 11013
[우리말바루기] 뇌졸중 / 뇌졸증 중년 이후 많이 발생하는 병 가운데 '뇌졸중'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 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 등을 가져오는 증상이다. 발생 빈도가 높다 보니 뇌졸중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뇌졸증'이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뇌졸증'이라 돼 있는 곳이 있으며, 뇌졸중 관련 책의 제목이 '뇌졸증'인 것도 있다. 우울증.건망증 등 증상이나 병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부분 '-증(症)'이 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뇌졸증'이라 부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뇌졸중(腦卒中)'은 다르다. '뇌졸중'의 '졸중(卒中)'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고, '졸중풍'은 중풍(中風)과 같은 말이다. '졸(卒)'은 '갑자기'라는 뜻이 있는데 졸도(卒倒)가 이런 예다. '중(中)'은 '맞다'는 의미가 있으며 적중(的中) 등에서 그렇게 쓰인다. '풍(風)'은 풍사(風邪)로 인한 풍증을 얘기한다. 따라서 '졸중풍'은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뜻이고, '뇌졸중'은 '뇌에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말이다. 뇌혈관 장애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반신불수.언어장애 등을 가져오는 병을 한방에서 '중풍(졸중풍)'이라 한다. '뇌졸중'은 현대의학에서 뇌출혈.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결국 한자 표기를 모르다 보니 '뇌졸중'을 '뇌졸증'이라 부르는 셈이다. '뇌졸증'은 없다. '뇌졸중' '뇌졸증'이 헷갈릴 때는 '중풍'을 생각하면 된다.
Board 말글 2012.08.13 바람의종 R 12324
Board 말글 2012.08.01 바람의종 R 9952
[우리말바루기] 갸냘픈 처서를 지나서도 이어지는 비와 무더위에 과연 가을이 올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래도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이뤄지는 모양이다. 요 며칠 사이 높고 청명해진 하늘에는 비늘구름이 뜨고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길가에 가을꽃의 대명사인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긴 줄기 끝에 달린 코스모스 꽃잎은 하나씩 볼 때는 단순하고 별로 인상적이지 않지만 무리 지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약한 코스모스의 자태를 묘사할 때 흔히 '갸날프다'란 표현을 쓴다. "키도 크고 목도 긴 그 여선생님의 갸날픈 모습을 뵐 때마다 코스모스가 떠올랐어요." "여리디여린 갸날픈 몸으로 하늘을 나는 양 제 몸 흔들어 가을 문 여는 네 모습이 참 곱기도 해라." 하지만 이때의 '갸날프다'는 '가냘프다'를 잘못 쓴 것이다. '가냘프다'는 '몹시 가늘고 연약하다'라는 뜻으로 '가녀리다'로 바꿔 써도 비슷한 의미가 된다. '가냘프다'를 활용할 때도 "너무 가냘퍼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허리가 부러질 것 같다"처럼 '가냘퍼'라고 쓰기 쉬운데 '가냘파'가 맞다. 일반적인 맞춤법 원칙은 '막다→막아' '돌다→돌아' '겪다→겪어'처럼 어간의 끝 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는 어미를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는 '-어'로 적는다. 그러나 '가냘프다, 바쁘다, 아프다, 고프다 ' 등은 '가냘퍼, 바뻐, 아퍼, 고퍼'가 아니라 '가냘파, 바빠, 아파, 고파' 를 바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Board 말글 2012.08.01 바람의종 R 8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