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물 한 모금 마시고'의 '모금'은 '먹다'와 연관된 단어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제가 국민학교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동시의 한 구절입니다. 이 때 '모금'은 지금은 그 어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옛말의 형태를 보시면 금방 그 어원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옛말에서는 '모금'은 '머곰', 또는 '먹옴'이었으니까요. 그러면 쉽게 그 어원을 짐작하시겠지요? '먹다'와 연관된 단어입니다. 어간 '먹-'에 명사형 접미사인 '음', 또는 '옴'이 붙어서 된 단어이거나, 이 '먹-'에서 파생된 단어인 '머곰다'의 어간형이 그대로 명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동사 어간이 그대로 명사로 쓰이는 예는 그리 흔하지 않아서, 전자의 설명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머곰다'(또는 '머굼다')가 오히려 '머곰'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것을 영 파생이라고 하는데, 우리 국어에서는 그 예를 흔히 발견할 수 있지요. 예를 들면, '신' - '신다' '품' - '품다' '안' - '안다' '배' - '배다' '띠' - '띠다' '되' - '되다' '갈(칼)' - '갈다' '빗' - '빗다' 등등이 그러한 예들입니다. 물론 이중에는 동사에서 명사로 파생된 것도 있습니다. '머곰'의 '머'는 '미음' 때문에 뒤의 모음 '어'가 원순모음화되어서 '모곰'이 되고 이것이 다시 '모금'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12. '고양이'를 왜 '나비야!'하고 부를까요? '고양이'를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양이의 어원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 '고양이'를 더 이상 분석해 보실 수 있나요? '고양 + 이'로 분석하시렵니까? '-이'가 붙는 단어가 많으니까 말입니다. '매미'가 '맴맴' 운다고 해서 '맴'에다가 접미사 '-이'를 붙여서 '매미'를 만들었으니까, '고양이'도 '고양고양'하고 우는 소리에다가 '-이'를 붙인 것은 아닌가 해서 위와 같이 분석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가 '고양고양' 울던가요? 아니면 '야옹야옹'하고 울던가요? '고양이'는 어원적으로는 더 이상 분석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절대로 '고양고양' 울어서 거기에다가 '-이'를 붙인 것이 아닙니다. '고양이'는 '괴 + -앙이'로 분석됩니다. 옛말에서 고양이는 '괴'였거든요. 그런데 이 '괴'는 '고이'로 발음되던 이중모음이었습니다.(그러나 꼭 '고이'와 발음은 같지 않았습니다.) '괴앙이'가 음운변화를 일으켜서 오늘날의 '고양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입니다. 보통은 '나비야!'하고 부르는데, 이 '나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추측은 할 수 있겠지요. 고양이 가 원숭이처럼 나무 등을 잘 타니까, 원숭이의 옛말인 '납'을 (지금은 잔나비, 또는 잰나비) 비유하여 그렇게 불렀다는 추측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추측은 금물입니다. 왜냐 하면 아직까지 그러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거든요.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