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낙없이 지 애비 탁했네" -> "영낙없이 지 애비 닮았네" 어린 자식을 데리고 고향을 찾아 가서 일가 친지를 뵙고 인사를 올리면 어른들께서는 자주 이런 말씀을 합니다. " 아 그녀석 지 애비 영낙없이 탁했네. " " 아 그럼 부모를 탁해야지 누구를 탁해. " 부부 사이에도 아이 문제로 말다툼을 하실 때, 이런 불평을 합니다. "길동이가 나를 탁했으면 심부름도 잘 할 텐데, 당신 탁해서 그렇게 말을 듣지 않는 거요." 전북 지방에서는 '누구를 닮았다'는 표현을 '누구를 탁했다'라고 합니다. 얼굴을 닮은 것도 '탁했다'고 표현하고, 행동을 비슷하게 하는 것도 '탁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는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뜻으로 '친탁하다'고 하고, 외가를 닮았을 때는 '외탁했다'라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친탁하다, 외탁하다'는 자동사이기 때문에 '철수는 친탁했다, 철수는 외탁했다'와 같이 사용하지만. 전북 지방에서는 '철수는 아빠를 탁했다'와 같이 사용하여 목적어를 갖는 타동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에는 '탁하다'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이 말은 방언입니다. 표준어로는 '닮다'라고 해 야 합니다. " 이 아이는 꼭 아빠 닮았네. "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닮는다고 합니다. 얼굴만 부모를 닮는 게 아니고, 행동이나 습관도 부모를 그대로 닮는다고 하니, 아이 앞에서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생식기 근처에 난 털을 뭐라고 하는지 아셔요? '수염'의 뜻을 모르시는 분은 한 분도 없으실 것입니다. 보통 낮추는 말로 '몸에 난 털'을 말한다고 하시겠지요. 그러나 가슴에 난 털도 수염이라고 하던가요? 그렇지 않지요. 그건 그대로 털이지요. 그렇다면 '수염'은 어디에 난 털을 말하던가요? '수염'은 입가와 턱에 난 털을 이르는 말입니다. 왜 그러냐구요? 이 '수염'은 한자어이니까요. 즉 입가에 난 털을 '수'라고 하고, 뺨에 난 털 을 '염'이라고 하는 한자로부터 나온 말입니다. 그 한자가 워낙 쉽지 않은 한자이기 때문에 한자로 잘 쓰지 않으니까, 마치고 유어인 것처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고유어로는 이것을 무엇이라고 했을까요? 고유어로는 '거웃' 또는 '나룻'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훈몽자회에도 '입거웃 수' '거웃 염'이라고 한자의 석을 달았지요. 특히 생식기 근처에 난 털은 절대로 '나룻'이거나 '수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X거웃'이었었지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나룻'은 특히 얼굴에 난 털을 말합니다. 귀밑에서 턱까지 난 수염을 '구레나룻'이라고 하고, 두 뺨과 턱에 다보록하게 난 짧은 수염은 '다박나룻'이라고 합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구실을 삼다"와 "사람 구실을 못한다"에서 '구실'은 서로 다른 단어 "구실을 삼다", "사람 구실을 못한다" 의 두 문장에서 쓰이는 두 가지의 '구실'은 같은 단어일까요, 서로 다른 단어일까요?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핑계의 밑천으로 삼다'는 뜻이고, "사람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응당 하여야 할 일'을 뜻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입니다. 한 번 사전을 찾아 보시지요. "구실을 삼다"의 '구실'은 한자어입니다. 즉 '입구, 열매실'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한자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람 구실을 못한다"의 '구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원래의 뜻을 아신다면, 아마 이 해하시기 힘드실 것입니다. 원래'구실'은 이전에는 '구위실', 또는 '구의실'로 쓰이었던 것입니다. 이 '구위실'은 그 뜻이 '공공 또는 관가의 일을 맡아 보는 직무'라는 뜻이었습니다. 한자를 보면 '관직'이란 뜻이었던 것이지요. 이것이 다시 '조세의 총칭'으로도 변하였습니다. 아마도 옛날에는 관직으로서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세금'을 받아내는 것이었던 모양이지요? 가렴주구가 심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던 것이 '직책'이란 뜻으로 바뀐 것이지요. 그러니까 '구위실'에서 '구의실'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구실'로 음운변화를 거치면서 그 뜻도 '관직'에서 '조세'(세금)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직책'이란 뜻으로 변한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한자를 배울 때만도 '공공기관'의 맨 앞의 '공'을 '귀 공'이라고 배웠는데(지금은 '공 공'이라고 하더군요), 이 때의 '귀'가 '귀하다'의 '귀'가 아니라, 바로 '관청'이란 뜻이었던 것을 안 것은 국어학을 전공으로 공부하고 나서의 일이었습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