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학독'이란 단어의 뜻을 아십니까? 김치를 담그기 위하여 맨 처음 하는 일은 고추를 가는 일입니다. 지금은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몇 백원만 주면 고추와 양념을 갈아 주기 때문에 김치 담그는 일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니께서 고추를 갈아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김치를 담그려면 고추를 갈아야 하는데 고추 가는 일은 어머니께서 하시기에는 힘든 일이셨습니다. 고추를 돌확에 넣고 밥이나 풀을 쑤어 조금 넣고 마늘 등 양념을 넣은 뒤, 절굿공이로 약 20 분 정도 갈아야 했습니다. 그걸 갈고 나면 어깨에서 힘이 빠질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담근 김치는 고추가루로 담근 김치보다 훨씬 맛이 있습니다. 김치를 다 버무리신 어머니께서는 김치 속을 하나 깨소금에 무쳐서 입에 넣어 주시면서 전라도 말로 말씀하십니다. "니가 고추를 학독으다가 잘 갈아주닝게 이렇게 짐치가 맛이 있는 거 아니냐?" 저녁밥을 짓기 위하여 보리를 돌확에 넣고 물을 부어 놓습니다. 예전의 보리는 껄끄럽기 때문에 약간 불려서 갈아가지고 밥을 지어야 했습니다. 둥그런 돌로 돌확에 있는 보리를 갈면 보리가 부드러워져서 부드러운 보리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집집마다 이 '돌확'이 하나씩 있었는데, 지금은 기계로 하기 때문에 이 돌확은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골동품이 되어서 가정에서 어항으로 쓰기도 하고, 정원에 장식품으로 놓기도 합니다. 전북 지역에서는 이 '돌확'을 '학독'이라고 부릅니다. " 아 시방은 학독이 다 없어졌지만 그전으는 학독으다 다 고추 갈아서 먹었지. 고추는 학독으로 다 갈아가꼬 짐치를 담어야 제맛이 나지."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이런 내용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대리다' '대리미'는 전북 지방의 방언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님께서 옷을 다리시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웬만하면 다림질을 하지 않고, 그냥 풀을 입혀 밟거나 다듬잇돌에 놓고 두드려서 입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전기 다리미가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온도도 자동으로 맞추어 주고, 물도 자동으로 뿜어 주니 힘이 들지 않습니다. 우리 전북 지방에서는 '다리미'를 '대리미'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은 '옷을 다린다'를 '옷을 대린다'고 말하는 데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리다'의 '리'의 '이'모음이 앞에 나오는 '아' 모음에 영향을 주어서 일어난 현상으로 이모음 역행동화, 또는 움라우트라고 합니다. 그런데, 표준어에서는 이런 이모음 역행동화를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리미'는 방언형이고 표준어는 '다리미'가 됩니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세탁소에 맡기는 일이 잦습니다만, 옷을 다리는 일은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출근하는 남편의 바지나 손수건을 다려주는 일은 남편을 신나게 하는 일일 것입니다. 미루지만 말고 직접 다리시는게 어떨까요? " 여보, 바지허고 손수건허고 좀 대려줘요." " 대리미좀 찾아줘요. 내가 그냥 대려 입고 갈게." '대리다', '대리미'는 전북 지방의 방언입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