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기침'의 어원 감기가 심하게 들면 고통스럽지요. 저는 늘 감기 때문에 고생을 한답니다. 감기하고 같이 살지요. 그래서 제 처가 걱정을 태산같이 합니다. 제 처는 농담으로, 저에게 이혼당할까 전전긍긍 한다고 합니다. 제가 감기하고 혼인을 할까 보아서 하는 소리입니다. 감기가 혼인식은 안 했지만, 꼭 저하고 동거하고 있으니까요. 그것도 잠시도 저하고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니까 하는 농담입니다. 금년에는 꼭 감기하고 별거를 해야 하겠습니다. 객적은 소리 그만하고 이제 '기침'에 대해서 이야기하지요. '기침'은 옛말 '깃다'(치읓 받침 이하 아래의 모든 것에 해당)(이런 글자도 나오지 않는 완성형 한글 코드는 통신상에서 언제 없어지나?)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이 '깃다'란 단어는 '기침하다' 란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깃다'는 동적 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이지요. 즉 '울음을 울다, 잠을자다, 꿈을 꾸다 '처럼 '기침을 깃다'로 사용되던 것이었지요. 물론 '울음을 울다, 꿈을 꾸다, 잠을 자다'에서 '울음, 꿈, 잠' 없이 '울다, 꾸다, 자다' 등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깃다'도 목적어 없이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기침'은 '깃다'의 어간 '깃-'에 명사형 접미사 '-으' 나 '-아'(아래 아)가 붙어서 '기츰'이나 '기참'('참'자는 아래 아자)으로 사용되다가, 그 음이 변화하여 '기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츰을 깃다'로 사용되다가 17세기에서부터 '기츰하다' 등으로 사용되어 오늘날과 같이 '기침하다'나 '기침을 하다'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셈이지요.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27. '곧다'와 '굳다'에서 나온 '꼿꼿하다'와 '꿋꿋하다' 오늘날 '꼿꼿하다'란, 1. '단단하고 길쭉한 것이 굽은 데가 없이 쪽 바르다' 2. '배반하거나 뜻을 포기하는 일이 없이 굳세다'란 뜻이지요. 원래 1 의 뜻이었다가, 2 의 뜻으로 전의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2 의 뜻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꼿꼿하기는 개구리 삼킨 뱀'(고집이 센 사람을 일컫는 말), '꼿꼿하기는 서서 똥 누겠다'(고집이 세어서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 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꼿꼿하다'는 옛말에서는'곧곧하다'로 사용되었습니다. '곧곧하다'는 '다리가 곧곧하다', '목이 곧곧하다' 처럼 앞의 1 의 뜻으로 사용되었지요. '곧곧하다'는 '곧다'의 어간인 '곧-'이 겹친 첩어이지요. 즉 '곧고 곧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은 '곧하다'에서 온 말이 아니라 '곧다'에서 온 말입니다.곧하다'란 단어는 쓰이지 않았었습니다. 대개 첩어가 되면 대개 첩어의 어간에 '하다'를 붙여서 사용하니까요. 그런데 '꼿꼿하다'와 유사한 말로 '꿋꿋하다'가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꿋꿋하다'의 어원은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물론 '굳굳하다'에서 온 말이고, 이것은 '굳다'에서 온 단어입니다. '곧다'와 '굳다'는 그 뜻이 전혀 다른 말인데, 여기에서 나온 두 단어인 '꼿꼿하다'와 '꿋꿋하다'가 마치 동일한 단어에서 모음만 바꾼 단어인 것처럼 생각되지 않습니까? 이것은 '꼿꼿하다'가 앞에서 든 1 의 뜻으로 사용되면서부터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23. '낭떠러지'와 '벼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낭떠러지'와 '벼랑'은 어떤 차이가 있지요? 둘 다 '언덕'이나 '비탈'을 뜻하는 단어인데, 분명하게 그 차이를 말하기 어렵지요? 사전을 찾아 보면 '낭떠러지'는 '깎아지른 듯한 언덕', '벼랑'은 '낭떠러지가 험하게 비탈진 언덕' 또는 '험하고 가파른 비탈'로 되어 있습니다. 그 경사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하나는 한자어이고 하나는 고유어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사론적으로 보아서, 문장에서 쓰이는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형태론적으로 합성어나 파생어를 만드는 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음동의어는 더더구나 아니지요. 원래 어원이 다르니까요. 그 차이를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그 어원만 말씀드리지요. '낭떠러지'는 '낭 + 떠러지'로 구성되어 있음을 금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떠러지'는 알 수 있지요. '낭'은 그 자체가 '낭떠러지'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처음엔 '낭'으로만 사용하다가 이 단어의 원래 뜻을 잘 이해 못하니까, 여기에 다시 '떠러지'를 붙여서 그 뜻을 분명히 한 셈이지요. 이렇게 동일한 뜻을 가진 단어를 연결하여 한 단어를 구성하는 방식은 우리 국어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요. '벼랑'은 더 분석될 수 없는 단어 같지만, 이 단어는 '별 + 앙'으로 분석됩니다. '별'은 그 자체가 '벼랑'이란 뜻이었는데, 여기에 접미사 '-앙'이 붙어서 '벼랑'이 되었습니다. 가끔 '벼락'으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벼락'이 천둥 번개치고 벼락치는 '벼락'이 아니고 '벼랑'처럼 '깎아지른 듯한 비탈'을 뜻하는 단어가 또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 혹시 '이 댐부락 같은 녀석'이라는 욕을 들은 사람이 있나요? '댐부락'은 '담벼락' 또는 '댐벼락'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원래 '담 + 벼락'이 합쳐진 말입니다. '담'의 뜻은 아실 것이고, 이 때 '담'이 '댐'이 된 것은 낮춰서 말할 때 쓰는 방식이지요. 즉'이' 모음을 첨가시키면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지요. '겨집'이 '계집'이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소위'이 모음의 역행동화'가 아니지요. 그리고 '벼락'은 역시 '벼랑'과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21. '꽁치'의 어원에 관한 유력한 설이 있습니다 생선의 하나인 '꽁치'를 모르시거나 한 번도 드시지 않은 분은 없겠지요. 이 '꽁치'의 어원은 현재로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치'는 물고기를 나타내는 접미사로서 알고 있지요. '넙적한 물고기'는 '넙치', '날라서 가는 물고기'는 '날치', '칼과 같은 물고기'는 '갈치'('칼'은 예전엔 '갈'이었으니까요), '검은 물고기'는 '가물치' 등등, '-치'가 무척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치'가 붙은 물고기 중에 알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꽁치'와 '멸치'입니다. '멸치'의 어원은 알 수 없고, '꽁치'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꽁치'에 대해서는 '아언각비'에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꽁치'는 원래 '공치'인데, 이 물고기는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 '구멍'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치'는 '구멍 공'의 '공'에 '-치'가 붙었다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된소리가 되어 '꽁치'가 되었다는 것 같습니다. 아언각비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아직까지는 이 설이 가장 그럴 듯합니다. '꽁치'를 한 번 살펴 보시지요. 다른 설명을 할 수 있는 분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20. '만나다'는 '맞나다'에서 온말 ......곧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한다'는 뜻 '만나다'의 어간 '만나-'를 더 이상 분석할 수 있으세요? 이것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만 + 나'로밖에 분석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만나다'의 어간 '만나-'는 '만- + 나-'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만-'과 '나-'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그 형태만 가지고서는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이 '만나다'가 변화해 온 과정을 아시면 금새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만나다'는 옛날의 단어형태가 '맞나다'였습니다. 이것이 '맛나다'로 표기되었고, 이 형태는 자음동화를 일으켜 '만나다'로 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맞'은 '서로 같이'라는 부사이고요, '나다'는 '출발하다'는 뜻입니다. '맞'은 지금은 쓰이지 않는 부사지만, '마주'라는 부사로서 남아 있습니다. '맞'에 부사형접미사 '-우'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부사입니다. '맞'은 동사 어간으로도 쓰여서 오늘날 '손님을 맞다', 즉 '마지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결국 '맞나다'는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그 뜻이 자연히 '만나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지요. 홍 윤 표 (단국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 이 태 영 [전북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