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거문고 선율에 실린 믿음 복자천은 춘추시대 때의 사람입니다. 복자천은 단부라는 마을을 다스렸는데 그는 관내 순시나 행정에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고 거문고만 뜯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을은 거문고소리만큼이나 평화로운 분위기가 늘 유지됐기에 복자천은 아무 탈이 없었습니다. 그 뒤 무마기란 사람이 후임으로 와서 단부를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마기는 선정을 베풀려는 욕심에 쉴새없이 마을을 돌아다녔고 행정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일일이 관리들을 지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전임이었던 복자천이 거문고만 뜯으며 지냈어도 마을이 평화로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무마기는 복자천을 찾기에 이르렀습니다. 복자천은 말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믿기 때문에 각자가 맡아서 하는 일에 그저 맡겨 두고 간섭을 하지 않았소." 아버지가 되는 것은 힘들지 않다. 그러나 아버지다운 것이 힘들다. To become a father is not hard, To be a father is, however. (W. 부시) 영웅의 어머니 '내가 만약 내 아이들에게 한 가지 소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너희들 각자가 한 인간으로서 또 하나의 개체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대담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나가 달라는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하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없다 할지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세상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성공을 이루게 된 배경에는 그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 오르도록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바로 아들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도록 한 릴리안 고오디 카터 여사입니다. 1898 년 리치랜드에서 태어난 그녀는 1917 년 19살의 어린 몸으로 전쟁터에서 종군 간호사로 일할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휴전조약이 체결되어 보람있는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하지만 그녀는 간호사 면허증을 따기로 결정하고 프레인즈 주의 조그만 도시에서 간호사 양성을 위한 훈련의 지도 아래 간호교육을 받았고 제임스 얼 커터를 만나 결혼해 아들 지미를 낳습니다. 지미는 책을 즐겨 읽었는데 그의 독서 영역을 넓히는 데 있어서 어머니 릴리안의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릴리안이 아들 지미에게 준 가르침은 단순한 모성애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생활방식에 따라 살았고 이 점이 아들 지미가 훗날 대통령이 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주었던 것입니다. 릴리안은 주위사람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을 위한 치료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녀의 남편 얼도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녀를 적극 후원해 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1953 년 얼이 복부암으로 숨지자 릴리안은 생의 의미를 상실하지만, 7년간 오오번대학의 기숙사에서 보모 생활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되찾았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그녀는 블래이클리의 요양원을 2년간 운영했으며 그 후에는 '평화봉사단'에 지원하여 인도에 건너가 일흔의 나이로 젊은이들도 견디기 힘든 간호보조사의 역할을 거뜬히 해냅니다. 한 어머니로서의 릴리안이 지미의 성공에 공헌한 바가 있다면 그것은 손녀딸을 보살피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신문에 한 흑인이 의회 의원에 출마한다고 하자 격려하는 의미로 소액의 수표를 보냈는데 그가 바로 앤드루 영이었고 그는 지미를 위해 흑인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했던 사람입니다. 마침내 지미는 미국의 제38 대 대통령이 되어 세계를 이끄는 인물이 됐습니다. 그녀가 인도에서 고향에 있는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글이 써 있습니다. '내가 만약 내 아이들에게 한 가지 소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너희들 각자가 한 인간으로서 또 하나의 개체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대담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나가 달리는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하기 바란다. 그렇게 한다면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없다 할지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가장 높은 지성은 산꼭대기와 같이 여명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반사시킨다. - 머콜리 남작
Board 삶 속 글 2022.01.26 風文 R 533
작은 이야기 2 - 정채봉, 류시화 엮음 1. 평범한 행복 2 아주 중요한 지혜 - 김재순 어느 나라 왕에게 아름다운 외동딸이 있었다. 그 공주가 중병에 걸려 살아날 가망이 없게 되었다. 공주의 병을 고쳐 주는 사람에게 공주를 시집보내고 또 와의 자리도 물려주겠다고, 왕은 방을 붙였다. 먼 시골에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삼형제는 각각 특이한 보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아주 먼 곳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갖고 있었고, 하나는 빠르게 날 수 있는 요술 담요, 그리고 또 하나는 먹으면 무슨 병이든지 낫게 할 수 있는 사과 한 개를 갖고 있었다. 망원경을 가지고 왕이 내건 방을 보게 된 형제들은 요술 담요를 타고 빠르게 날아와서, 공주에게 사과를 먹여 병을 고쳐서 살려냈다. 왕은 어느 형제를 사위로 택해야 할지 곰곰이 따져 보았다. '내가 망원경으로 보지 않았다면 올 수 없었다.' '아냐, 요술 담요가 없었더라면 공주가 죽기 전에 여기 올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요술 사과가 없었더라면 공주를 살려낼 수 없었지 않을까.' 만일 당신이 왕이라면 누구에게 공주를 시집보내겠는가? 현명한 왕은 사과를 가진 남자를 사위로 택했다. 망원경을 가진 남자는 아직도 망원경을 가지고 있고, 요술 담요 역시 아직도 수중에 있었다. 그러나 사과를 가진 남자는 지금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유일한 것을 모두 바쳤기 때문이다. 남에게 뭔가 해줄 때는 전부를 거기에 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유태인의 지혜서 (탈무드) 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국회의원) 꼬마와 우체통 - 김인영 나는 40대의 중년 남자입니다. 어느 날 시내에서 우체통 앞을 지나다가 문득 이런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채 입학하지 않는 듯한 꼬마가 편지를 손에 들고 발꿈치를 쳐들며, 우체통 속에 편지를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대학생인 듯한 젊은이가 그 앞을 지나다 그 모습을 보더니, 꼬마 아이를 번쩍 들어 꼬마 아이가 직접 우체통 속에 편지를 넣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때 꼬마 아이의 얼굴엔 기쁨의 미소가 가득 퍼졌습니다. 잠시 후 젊은이가 꼬마 아이를 내려 놓고 "잘 가!" 하고 말하자 아이도 "응, 아저씨두!" 하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가 만일 바로 옆에 이었더라면 꼬마 아이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내가 넣어 줬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젊은이와 중년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아닐까요. 아마 꼬마 아이는 집에가서 자기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이렇게 자랑을 하겠지요.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왔어!" (회사원)
Board 삶 속 글 2022.01.26 風文 R 448
교주교슬(膠柱鼓瑟) // 고지식하여 조금도 변통성이 없음의 비유. 《出典》'史記' 廉頗 藺相如列傳 조나라에 조사(趙奢)라는 훌륭한 장군이 있었다. 그에게 괄(括)이라는 아들이 있어 병서를 가르쳤는데 매우 영리하여 뛰어나게 병법을 잘 알았다. 그러나 조사(趙奢)는, "전쟁이란 생사가 달린 결전이므로 이론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병법을 이론적으로만 논하는 것은 장수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앞으로 괄(括)이 장수가 된다면 조나라가 큰 변을 당할 위험이 있다." 하며 부인에게 나라에서 조괄을 대장으로 삼지 않도록 말려 달라는 유언까지 했다. 뒷날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략하면서 첩자를 보내 流言蜚語를 퍼뜨렸다. "조나라 염파 장군은 늙어서 싸움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 다만 진나라는 조괄이 대장이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 流言蜚語에 빠진 조나라 왕은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인상여(藺相如)가 극력 반대하면서, "임금께서는 그 이름만 믿고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마치 기둥[膠柱]을 아교로 붙여 두고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괄은 한갓 그의 아버지가 준 병법을 읽었을 뿐, 때에 맞추어 변통할 줄을 모릅니다."[膠柱鼓瑟] 그러나 임금은 그토록 신임하던 인상여의 말도 듣지 않고 조괄을 대장에 임명하였다. 조괄은 대장이 되는 그날로 병서에 있는 대로 하여 전부터 내려오는 군영들을 뜯어고치고 참모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자기 주장대로만 작전을 전개했다.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조괄은 이론만으로 작전을 감행한 끝에 40만이라는 대군(大軍)을 몽땅 죽이는 중국 역사상 최대 최악의 참패를 가져왔다. 거문고의 기둥을 풀로 붙여 고정해 두고 거문고를 타니 조율을 할 수 없게 되어 소리[音]가 제대로 날 리가 없었다.
Board 고사성어 2022.01.26 風文 R 850
말과 공감 능력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언어, 곧 국어를 사용할 줄 안다. 또 외국어 사용 능력까지 갖춘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어 사용 능력이라 하면 ‘그까짓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반면에 외국에서 오래 활동도 하고 외국어도 잘하면 선망의 눈길을 보낸다. 외국어 능력을 국어 능력보다 더 귀히 여기는 것이다. 또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대개는 ‘편협한 애국주의’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활용도가 높은 언어는 국어이고 외국어 능력은 주로 특이하고 독특한 업무와 관련이 된다. 외국어를 할 때는 문법, 발음, 어휘 같은 언어 소재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지만 국어 능력에는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다른 것이 있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국어가 외국어보다 더욱 중요한 까닭은 애국심에서가 아니라 공감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기관이나 학교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하고 귀국했을 때 좀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까닭은 오랜 동안 멀어졌던 ‘분위기’에 공감을 못하거나 상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해서이다. 적당히 맞장구만 쳐 주면 공감할 것 같지만 그게 쉽지 않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더 어색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하고 이질감만 느끼게 한다. 공감 능력은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살아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 법을 터득했을 때 얻어진다. 너무 오랜 세월 해외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귀국해서 대중친화적인 일을 하려면 일정한 재학습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오래되고 이질화된 논조에 어수룩한 화법, 동시대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언행은 서로간의 간극만 확인시켜주고 그간에 쌓아올린 긍정적인 면모를 하찮게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많다.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정당의 이름 선거철이 다가오면 특이한 현상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툭하면 당적을 옮기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이 나타나거나 새로운 정당, 혹은 이름을 바꾸는 정당이 나타난다. 하나의 정당이 나뉘어 둘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딱히 들지는 않지만 법적으로는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새로 생긴 ‘당의 이름’을 들어보니 우리 정당들의 문제가 함께 떠오른다. 전통적으로 정당의 이름은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책과 같은 일정한 ‘방향성’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것은 유권자들에게 자기 정체성과 정치적 지향에 대한 일종의 ‘언약’의 구실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정치적 방향보다는 우선 듣기 그럴듯한 이름을 선택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정치적 성격을 슬며시 감추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기존의 정치 이념이 유권자들한테 불신을 받았던 탓일 것이다. 무릇 정당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정직하게 내보이고 집권한 후에도 애초의 강령에 맞추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을 때 ‘바른 정치’가 가능하다. 당의 이름과 강령에 비추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듣기 좋은 정당이거나 아무 정당이나 써도 괜찮은 두루뭉술한 이름, 무슨 노선인지 알기 어려운 아리송한 이름들은 엄밀히 말해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잘못된 이름들이다. 그런 점에서 여러 정당의 이름은 이미 시장화되고 상품화되어버렸다. 과자 이름을 보면 괜스레 맛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지,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이름에 드러내지 않는다. 정당이 자기 속성과 성분을 당당히 드러내지 않고 과자처럼 달콤한 이름을 쓰려 한다는 것은 정치의 정석을 걷지 않으려 하는 신호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노선은 그저 ‘기회주의’에 불과하다. 올바른 정치는 올바른 이름에서 비롯한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