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2 - 정채봉, 류시화 엮음 1. 평범한 행복 2 휴가 떡 - 박승기 휴가가 끝나고 아쉬운 마음으로 귀대길에 올랐다. 어머니가 정성들여 싸주신 떡 보따리를 들고서였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은 떡을 해오는 게 우리 부대의 전통으로 되어 있다. 아직 이 전통을 어긴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휴가 떡으로 즐거운 잔치가 벌어지곤 했다. 귀대길 버스 속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버스가 어느 소읍에서 잠시 정차하는 틈에 녀석은 내려서 술로 회포를 풀자고 했다. 나는 옆자리에 있는 중학생에게 휴가 떡을 맡기고 내렸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았던지 정류장으로 돌아왔을 땐 버스가 이미 떠난 뒤였다. 휴가 떡을 잃었으니 큰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쓸쓸한 마음으로 귀대해야만 했다. 그런 뒤 열흘이나 됐을까, 무거운 소포가 왔다. 그 속엔 떡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아저씨, 죄송하게 됐군요. 시간이 있었다면 그때 기다리는 던데. 할 수 없이 아저씨 떡은 동생 생일 잔치에 썼습니다. 대신 엄마가 하신 떡을 보내 드리니 나눠 드세요. 거기는 해변이죠? 저는 바다를 좋아해요. 한 번 놀러 가고 싶은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순간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그 뒤, 나는 틈나는 대로 조개껍질을 주워 모아 조그마한 거울을 만들었다. 작은 정성이나마 보답하고자 하는 뜻에서였다. (전북 고창군 경찰초소 근무) 돌아온 만년필 - 김동욱 몇 해 전 일본에 갔을 때였다. 기차 앞 좌석에 걸어 둔 채 잊고 내린 애용품 애작타 카메라가 고스란히 도쿄역 분실물 보관소에 도착해 있었다. 또 교토 역에서 나라핼 열차를 바꿔 탔을 때도 바바리 코트를 열차에 놓고 내렸었다. 바로 신고를 했더니 한 시간도 못돼 오사카 쪽에서 오는 기차편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이 두 사실을 경험하고서 나는 일본의 저력이 무엇인가를 느꼈다. 나는 옆에 있는 일본인들이 "꼭 돌아올 겁니다"하고 그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 부러웠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우리 나라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수안보 온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청주에서 한두 시간쯤 가면 닿는 수안보 온천은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었다. 우리는 주말을 피해서 갔기 때문에 복잡한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온천 여행의 서정미를 맘껏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튿날 수안보 온천을 떠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만년필 꾸러미를 호텔에 놓고 온 것을 깨달았다. 파카 65에 크로스 볼펜 두 자루, 파카 볼펜 한 자루, 노트 한 권, 가격으로 치면 얼마 안되지만 7~8년 동안 애용하던 만년필을 잃어버리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집에 와서, 만년필 등을 놓고 왔으니 보관 바란다는 내용의 전보를 쳤다. 그러나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물론 보관을 바란다고 했으니 회답이 있을 리 없었다. 한 열흘 지나 나는 다시 편지를 썼다. (값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것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니 소포로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보름이 지났다. 하루는 학교에 나가 보니 소포가 와 있었다. 노트와 만년필, 볼펜 세 자루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연세대 문과대 교수)
Board 삶 속 글 2022.02.08 風文 R 753
언어적 적폐 ‘적폐’라는 말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말한다. 개인 생활 같은 데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고 주로 낡은 사회조직이나 인습의 혁신을 요구하는 구호에 잘 쓰인다. 특히 요즘 같은 정치적 변동기에는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언어에다가 한번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는 비속어나 일본식 표현 등에 대해서는 쉽게 비분강개를 한다. 그렇지만 그 외의 언어 문제에는 그리 경각심을 갖지 않는 편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했던 이상한 말들, 예를 들어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 같은 것들을 한낱 웃음거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야말로 언어로 나타난 고약한 적폐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하다. 언어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 쓰이는 유용한 이기이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는 흉기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러한 화법을 공직자들이 남용한다는 것은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툭하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주변화시킨다든지 부차적 문제를 가지고 ‘국기문란’으로 몰아간다든지, “그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며 사사로운 주관적 해석으로 공적인 결정을 밀어붙였던 일들은 언어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그 폐단을 쌓아왔는지를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러한 언어적 적폐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언론이 정확한 사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확한 정보 해석을 제공해주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겪은 언어적 적폐는 보통사람들이 ‘언어’와 ‘매체’의 주인이 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 매우 간결했고 에두르지 않았고 소통적이었다. 계속 이렇게 우리 모두 언어와 매체의 주인으로 언어적 적폐를 닦아내야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정치인의 애칭 우리가 벌써 열아홉번째 대통령 선거를 한다는 것은 애송이 공화국은 아니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초창기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호칭은 주로 ‘박사’와 ‘선생’이었다. 그러다가 현행 헌법 체제부터 직업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대부분 자기 이름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따서 ‘애칭’을 만들어 퍼뜨렸다. 왜 하필 애칭에 알파벳을 쓰냐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애칭이 실제로 매우 유용하기도 했다. 워낙에 열광적인 지지자들이 많으면 그 지지자들 앞에서 맨이름 석 자를 마구 불러대기도 조심스러웠고, 일일이 경칭을 붙이기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부터는 이상하리만큼 이런 애칭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 많은 후보 가운데 누구도 그런 알파벳 애칭을 사용하지 않으며, 지지자들도 ‘이니’, ‘촬스’, ‘국민장인’, ‘심블리’ 같은, 애칭인지 별명인지 구별이 안 되면서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을 사용한다. 과거보다 후보자와 유권자들 사이에 격의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젠 직업 정치인들이 훨씬 더 대중친화적이 된 것이다. 호감 가는 애칭이나 별명은 어디까지나 선거운동원이나 지지자들에게나 유용할 뿐 똑똑한 투표를 벼르는 유권자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권력 주변을 탈권위화한다는 면에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 때는 주로 열렬 지지자들 사이에서 ‘노짱’이라는 애칭이 사용되었다. 이번 대통령부터는 선거 때만 애칭을 부를 게 아니라 아예 집권 기간 내내 일반 정치인들도, 언론도, 공무원들도 편하게 대통령의 애칭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권위주의를 영원히 떠나보냈으면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왜 벌써 절망합니까 - 정문술 4. 선한 것이 경쟁력이다 - 도덕 경영 도대체 신랑이 누굽니까 미래산업에는 소위 '빽'으로 들어온 사람이 없다. 사장이나 간부의 친인척 고용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언젠가 아내는 내게 막내처남의 장래문제를 상의해왔다. 막내처남이 갓 대학을 마쳤는데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겨듣자면, 내가 좀 데리고 있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나는 당연히 펄쩍 뛰었다. 그 다음날에는 큰처남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시 좀 생각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얘기였다. 민망했지만 나는 역시 거절했다. 처남은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어려웠던 시절에 내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던 처남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원들과 한 약속을 함부로 깨뜨릴 수는 없었다. 처남은 지금까지도 나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내 입장을 이해해줄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몇 달 전, 마지막 남은 막내녀석을 장가 보냈다. 마침 그날은 우리 회사 직원의 결혼식 날이기도 했다. 나야 당연히 아들 결혼식을 지켜야겠지만 직원들은 사실 난감한 눈치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 불필요한 경조사에 불려 다니는 것을 나부터가 싫어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분명히 말했다. "내가 장가가는 것도 아니니 제발 신경들 쓰지마. 와도 안 반가우니까." 이런 번다한 인사치레들을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웬만한 직원들이라면 모두 안다. 이번 막내의 결혼식에는 특히 아무도 오지 않기를 바랐다. 발 넓은 경영자랍시고 시끄럽게 위세 하는 꼴을 사돈집안에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쪽은 바깥사돈 혼자서 검소하게 꾸려온 집안이었다. 아무튼 아들의결혼식에 참석한 직원들은 얼마 안 되었다. 상사경조사에 빠져도 부하직원 경조사에는 안 빠지려는 회사 분위기 탓도 있었다. 그래도 창업 때부터 나를 도왔던 몇몇 간부들은 늦게나마 나타났다 끝까지 모른 척하기가 아무래도 불편했던 모양이다. 나를 잘 안다는 백정규 부사장은 직원 결혼식에 나를 대신해 참석하느라 안 왔지만, 정 과장과 신 상무가 피로연장으로 나를 찾아왔다. 아들내외는 이미 친구들과 어울려 자리를 뜨고 없었다. "사장님, 축하드려요." "어, 그래 고맙구먼." "신랑이 참 잘났습니다." 뭔 소린가 싶어 바라보니, 멀끔하게 차려 입은 다른 녀석을 보고 그러는 것이다. 무안해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심 어이가 없었다. 신 상무야 경력으로 들어온 사람이지만 정 과장이라면 십 몇 년 세월을 내 곁에서 동고동락했던 창업멤버가 아닌가. 사실 우리 집에 들어와 가족들을 만나본 사람이라곤 백정규 부사장이 유일했다. 풍전기공에 합류하고 싶다고 처음 나를 찾아왔던 때였으니 가족들 얼굴을 제대로 봤을 리도 없다. 그들이 내 아들놈의 얼굴을 모르는 건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내 아내와 아이들이 회사를 찾아왔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연초에는 분당에 있는 미래연구센터 직원들이 우리 집에 인사를 오려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만류해도 부득불 오겠다고 우기길래 나는 시간에 맞춰 아내와 함께 청계산엘 올라갔다. 문을 잠그고 집을 비운 것이다. 성격이 별난 탓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사장의 장성한 아들이 회사에 자주 들락거리면 직원들은 수군대게 마련이다. 우리의 기업풍토에서라면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누구라도 열심히 일하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지원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우리 직원 중 누군가는 틀림없이 나의 뒤를 이어 곧 대표이사가 될 것이고, 또 다른 이가 그의 뒤를 이을 것이다. 직원들을 공연히 헛갈리게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약간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내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능력과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랍시고 무조건 회사를 물려주려는 기업가들이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그것은 아이들에게도 불행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부모가 박탈하는 셈이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유산은 독약이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사내자식이 오죽 못났으면 애비가 물려준 돈으로 살겠느냐는 얘기다. 스스로 겪어가며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많은 것이 준비된 상황에서 시작하는 인생은 지레 늙어버린 인생이다. 내 아이들이 일찍 늙어버리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내가 장가가는 것 아니니 제발 신경들 쓰지마. 와도 안 반가우니까" 우리 직원 중 누군가는 틀림없이 나의 뒤를 이어 곧 대표이사가 될 것이고, 또 다른 이가 그의 뒤를 이을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유산은 독약이다'라고 말해주곤 한다. 사내자식이 오죽 못났으면 애비가 물려준 돈으로 살겠느냐는 얘기다.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요즘 증권가에서는 미래산업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증시 사상 최초로 주식 액면분할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액면가 5,000원이던 주식이 액면분할을 통해서 100원으로 낮아졌다. 1/50이라는 과격이라는 파격적 분할비율이다. 이 액면 100원짜리 미래산업 주식 한 장의 가격은 1998년 3월 12일 현재 4,220원이다. 액면분할이란, 현재의 5,000원짜리 1장의 증권을 분할비율에 따라 여러 개의 소액증권으로 나누는 것이다. 해당기업의 자본금은 증감하지 않고 오로지 주식수를 늘리는 것이다 말하자면 20만 원으로 미래산업 주식 1장을 사던 주식투자자가 같은 돈으로 50주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200, 300만 원을 쥔 소액투자자들도 이제는 미래산업의 주식을 여러 주 보유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의 액면분할은 구체적으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도리 수도 있다. 주식유동성이 늘어나고 개인투자자의매수세가 유입되면 전체적인 시가 총액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만큼 M&A 비용은 커진다 IMF를 맞아 국내기업들이 허약진 틈을 노려 최근에는 외국 펀드들의 적대적인 인수, 합병 노력이 거세졌다. 액면분할은 외국자본의 불순한 침략을 저지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래산업이 액면분할을 시도한 것은 물론 주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액면분할을 하면 주식거래량이 대폭 늘고 주가도 다시 올라가 기업가치를 더욱 높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 공개념의 확대에 있다. 주식의 집중을 막고 보다 민주적인 주식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주식의 소수 집중을 막고 미래산업의 동업자를 더욱 늘릴 수 있게 된다. 주식이 어느 정도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좀더 미래지향적인 동업자들을 원한다. 미래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족들이 자꾸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주식배당률을 높이는 것으로 그들의 애정과 관심에 보답할 작정이다. 올해 미래산업은 국내 상장사 중 최고 수준인 액면 기준 65%의 배당을 단행했다. 직원복지 다음으로 내가 생각하는 자선사업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기업은 기업행위만을 통해서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내 믿음이다. 사실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의 나라에서 절대적인 기업 공개념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업가가 자기 회사를 키우기 위해 그 동안 쏟아 부었던 노력을 생각하면 사실 기업 공개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시셋말로 '본전생각'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사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사장 하나의 노력보다는 직원전체의 노력이 훨씬 컸을 것이고, 직원 전체의 노력보다는 국가와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더욱 컸을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면 당연히 사장과 직원들에게 응분의 피드백이 생긴다 국가와 국민들도 그 피드백을 배당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장의 손아귀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기업이 직원 전체의 공동소유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기업 공개념은 시작된다. 또한 기업은 국민 전체의 공동소유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기업 공개념은 완성된다. 미래산업은 아직 기업 공개념의 완성 단계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IMF를 맞아 국내기업들이 허약진 틈을 노려 최근에는 외국 펀드들의 적대적인 인수, 합병 노력이 거세졌다. 액면분할은 외국자본의 불순한 침략을 저지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업이 직원 전체의 공동소유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기업 공개념은 시작된다. 또한 기업은 국민 전체의 공동소유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기업 공개념은 완성된다.
Board 말글 2022.02.06 風文 R 2169
작은 이야기 2 - 정채봉, 류시화 엮음 1. 평범한 행복 2 나날의 삶과 외길의 삶 - 최정호 4~5년 전에 하와이에 가서 반년 남짓 지낸 일이 있었다. 계절의 변화도, 시간의 흐름도 전혀 실감할 수 없는 이 평화로운 섬에서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나한테 중고 자동차를 산 이름없는 세일즈맨이었다. 자동차 시운전을 마치고 그 집 응접실에서 매매 계약을 한 다음, 우연히 뒷마당을 보니 거기에 화려한 요트 한 척이 잔디밭에서 출항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선채가 크지는 않았지만 갖출 건 다 갖춘 호화선이었다. 저게 왠 배냐고 물었다가 나는 그의 대답에 완전히 감동하고 말았다. 그 호화선은 이 세일즈맨 부부가 결혼한 그 다음 일요일부터 매주말마다 맨손으로 뒷마당에서 20여 년 동안을 조금씩 완성한 배라고 했다. 20대의 새파란 나이에 결혼 기념으로 착수한 이 '조선 공사'는 머지않아 이들 부부가 은혼식을 맞게 될 때까지는 어엿이 태평양 바다에 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일요 목공'의 어깨가 여간 으쓱하지 않았다. 만일 이들이 4반세기에 걸쳐 오직 부부의 힘만으로 뒷마당에서 완성한 배 위에서 그들의 은혼식 잔치를 갖는다면 어찌 그 요트가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요트만 못하다고 할 것인가. (연세대 철학과 교수) 돌려받은 1천 엔 - 김상순 30일의 긴 항해 끝에 배가 나고야 항에 입항했다. 나는 전차를 타고 사카에까지 외출을 나갔다.한 달이 넘을지도 모르는 고립된 항해 생활의 일용품을 사들고 백화점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1천 엔짜리 지폐 두 장과 짤랑거리는 동전 몇 개가 남아 있었다. 아까부터 흐리던 하늘에서는 기어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해 전차 정거장으로 향했지만 정거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까지 불었다. 모처럼 육지의 먼지 섞인 비에 흠뻑 젖어서 감기라도 걸려 보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행인들은 어느새 우산을 들고 있었다. 나 혼자 비를 맞고 걸으면 너무 초라해 보일 것 같았다. 마침 우산을 파는 상점이 보였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열여덟 살 가량의 점원 아가씨가 친전하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어느 우산으로 드릴까요?" 남은 돈으로 저녁 식사와 영화 구경을 계획하고 있는 나는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점원 아가씨가 우산 하나를 들어 보였다. "이것으로 고르시겠어요?" 나는 우선 값이 가장 싼 1천 엔짜리인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익숙한 솜씨로 포장까지 해주는 것을 받아 들고 돈을 지불하려 하자, 아가씨가 말했다. "2천 엔입니다." 1천 엔인 줄 알았더니 나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1천 엔짜리로 바꾸거나 취소하고도 싶었지만, 그런 의사를 표시할 내 일어 실력도 문제고 금방 펼치고 갈 우산을 정성스레 포장해 주는 것도 고마웠다. 나는 태연한 태도로 돈을 내주었다.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새로 산 우산을 들고 상점에서 300미터 이상을 걸어 나왔을 때였다. "아저씨, 아저씨!" 뒤에서 분명히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우산 상점의 점원 아가씨였다. 순간 놀랍고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불한 돈이 위조 지폐? 아니면 돈을 덜 지불했나? 이윽고 그녀는 뛰어오던 걸음을 내 앞에서 멈추고 1천 엔짜리 지폐한 장을 내밀었다. "이 돈 돌 받으세요. 장부에 기입하려고 정가표를 보았어요. 아저씨가 사 가신 우산은 1천 엔짜리인데 모르고 2천 엔을 받았어요. 저의 실수로 1천 엔이나 더 받아서 돌려드리려고 뛰어왔어요." 그녀는 무슨 큰 잘못이라도 지은 표정이었다. 그녀의 말을 알아 듣는 데 내 서투른 일어로는 시간이 걸렸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녀가 내게 내민 지폐 위로 빗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1천 엔을 더 받아서 당황한 탓인지 그녀는 우산도 쓰고 있지 않았다. 나는 내민 지폐를 받아 넣고 우산을쓰고 있지 않은 그녀를 상점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함께 걸었다. "모두 우산을 들고 있어 아저씨를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어요. 더구나 저희 상점에 다시 들르시기 어려운 외국인 같아서 더 염려했어요." (일본 치요다 구 이스턴 해운사 근무)
Board 삶 속 글 2022.02.06 風文 R 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