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강해야 내 소원도 이루어진다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1. 소원성취는 마음먹기 나름 괴테 당신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시도하고, 당신이 꿈꿀 수 있는 무엇이든 시작하라. 대담함 속에는 천재성과 힘과 마법이 존재한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인성 및 사회 심리학 저널'에 실린 토마스 모리어리티의 보고서 젊은 여성이 뉴욕의 한 카페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탁자 옆에 가방을 내려놓고 음식을 가지러 갔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 청년이 다가와서 그녀의 가방을 슬쩍 들고 나갔다. 이 실험이 여덟 차례를 걸쳐 반복한 결과, 단 한 명의 주변 사람만 그 청년의 도둑질을 막으려고 했다. 다시 똑같은 여성이 카페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탁자 옆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이번에 그녀는 탁자를 차지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봐 달라고 부탁하고 자리를 떴다. 그러자 부탁을 받은 사람은 청년의 도둑질은 매번 저지했다. 다른 날, 동일한 여성이 해변 모래사장에 자리를 펴고 그 위에 라디오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와 그녀의 물건을 봐 달라고 부탁했을 때의 결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전날과 동일하게 나왔다. 카페와 해변가 두 곳 모두에서 그녀가 짐을 봐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들은 도둑질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거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카페에서는 여덟 명중에서 한 사람이, 해변가에서는 다섯 명 중에서 한 사람만 도둑질을 막으려고 했다.
Board 추천글 2022.08.18 風文 R 1443
고양이 살해 최신판 사전도 요동치는 말을 다 붙잡지 못한다. ‘살해’는 ‘사람’을 죽일 때 쓰는 말인데, 이제는 동물에게도 쓴다. ‘엽기적인 고양이 연쇄 살해’, ‘길 잃은 강아지 잔혹 살해’. 동물의 인간화다. 동물에 대한 태도 변화는 말에도 흔적을 남긴다. ‘개 주인, 고양이 주인’이란 말은 자리를 잃고 ‘엄마, 아빠’와 ‘아이’라는 직계존비속 관계로 바뀌었다. 나는 ‘개 아빠’이고 직업은 ‘집사’이다. 고양이 관련 말은 특히 다채롭다. 행동(‘하악질, 골골송, 꾹꾹이, 식빵, 냥모나이트’), 생김새(‘양말, 젤리, 짜장, 카레, 고등어, 젖소’), 배변(‘감자, 맛동산’), 성장과정(‘꼬물이, 아깽이, 캣초딩’) 등 그들과 밀착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는 단어들이 많다. 묘생(인생), 묘연(인연), 묘춘기(사춘기), 미묘(미모), 개묘차(개인차) 같은 말도 경쾌하다. 그사이 반려동물의 세계는 ‘펫코노미’라는 이름의 독립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장은 새로운 말의 자궁이다. 시장은 음식, 영양제, 장난감, 의류, 교육, 보험, 병원, 장례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의식주, 생로병사의 모든 단계에 촘촘히 대응한다. 동물 유기와 함께 걸핏하면 살처분당하는 가축 등 차별과 배제의 영역이 엄존하는 것도 인간세계와 거울처럼 닮았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자신들보다 애완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부르주아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고양이 대학살’ 사건을 일으킨 게 18세기였다. 이제 고양이는 장난감에서 인간의 친구로 바뀌었다. 고양이의 죽음을 ‘살해’라고 말하는 우리는 생명 존중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최순실의 옥중수기 오백만 원. 후배는 성공한 사업가를 몇 번 인터뷰하고 나서 자서전 한 권을 ‘납품하는’ 대필 알바를 했다. 듬성듬성 빈 곳은 공허하고 상투적인 말들로 채웠다. 자기 일을 쓸 때도 미화와 과장을 일삼는데, 하물며 거액의 알바를 시켜 만든 자서전이니 어련했겠는가. 소설가 이청준의 <자서전들 쓰십시다>를 보면, 거짓 자서전은 잊고 싶은 과거 위에 새로운 이력서를 만들어 도배를 해버림으로써 주인공을 영원한 자기기만 상태에 빠뜨린다고 한다. 이러면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마저도 기만하게 된다. 과거 시제로 썼지만 미래에 대한 자기 암시도 하게 되어 평생 허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회의가 없는 자서전은 더 무섭다. 굳건한 신념 하나가 온 생을 관통하여 어떠한 자기모순도 없는 사람의 자서전이야말로 ‘말로 세운 동상’일 뿐이다. 전두환은 회고록을, 최순실은 옥중수기를 썼다지만 모두 실패한 자서전이다. 자서전은 주장이 아니라 고백이다. 스스로를 해명하려는 노력이다. 변명 비슷한 뜻으로 읽혀서 그렇지, ‘해명’은 자기 삶의 수치스러움과 비논리성을 풀어서 밝히는 일이다. 삶을 미화할 위험이 있는데도 자서전을 쓰는 이유는 자기 삶의 진실을 증언해 줄 게 딱히 없어서이다. 글은 어두운 과거를 분칠할 수도 있지만, 과거에 진실의 빛을 던질 수도 있다. 글은 좌절과 번민, 부끄러움과 헛헛함으로 처진 등짝을 곧추세워 줄 지지대이다. 공허한 말로 나를 포장할지, 진솔한 말로 나를 고백할지는 당신 몫. 말의 기만성과 말의 진실성을 넘나들 수 있는 기회. 부끄러움을 마주할 용기. 우리 자서전을 쓰십시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기도일기 사랑의 말은 3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기 시작할 땐 차고 넘치도록 많은 말을 하지만, 연륜과 깊이를 더해 갈수록 말은 차츰 줄어들고 조금은 물러나서 고독을 즐길 줄도 아는 하나의 섬이 된다. 인간끼리의 사랑뿐 아니라 신과의 사랑도 마찬가지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섬이 되더라도 가슴엔 늘상 출렁거리는 파도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메마름과 무감각을 초연한 것이나 거룩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게 될까 봐 두렵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마음의 가뭄을 경계해야 하리라. 4 아침엔 조금이나마 반가운 비. 참으로 오랜만에 맡아 보는 하늘물 냄새. 안팎으로 물이 귀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이다. 메마른 세상에 물이 귀하니 사람들 마음 안에도 사랑의 물이 고이질 못하고 인정과 연민이 줄어드는 것인가? 연일 보도되는 사랑없음의 사건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때로 마음이 아닌 머리로만 살고 있는 것 같은 나 자신과 이웃을 발견하는 일도 슬프다. 5 진정한 사랑의 말이 아닌 모든 말은 뜻밖에도 오해를 불러 일으킬 때가 많고, 그것을 해명하고자 말을 거듭할수록 명쾌한 해결보다는 더 답답하게 얽힐 때가 많음을 본다. 그러므로 소리로서의 사랑의 언어 못지않게 침묵으로서의 사랑의 언어 또한 필요하고 소중하다.
Board 삶 속 글 2022.08.17 風文 R 397
한국대표수필 - 김동리 외 9명 "방정환편" 방정환(1899~1931) 아동 문학가. 호는 소파. 서울 출생. 일본 토요 대학 중퇴.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고 '어린이날'을 만들어 낸 방정환, 그는 한국의 아동 문학을 본격화시켰으며 어린이 보호 운동을 펼쳤다. 3.1운동 때는 독립 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번안 동화의 소개에도 앞장섰다. 동화, 소년 소설의 창작과 '색동회'의 활동을 주재했던 그는 뛰어난 문장가이기도 했다. 어린이 찬미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다. 볕 좋은 첫여름 조용한 오후이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가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해 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다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의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 죄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시퍼런 칼을 들고 핍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방글 웃으며 대하는 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 이가 있을 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 할 수 없는 착함과 더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 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수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느님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어린이는 복되다! 이 때까지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복을 준다고 믿어 왔다. 그 복을 많이 가져온 이가 어린이다. 그래 그 한없이 많이 가지고 온 복을 우리에게도 나누어 준다. 어린이는 순 복덩어리다. 마른 잔디에 새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 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 어린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 좋아하고 달을 보고 노래하는 것도 어린이요, 눈 온다고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 사랑하고 큰 자연의 모든 것을 골고루 좋아하고 진정으로 친애하는 이가 어린이요, 태양과 함께 춤추며 사는 이가 어린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 것이 사랑이요, 또 모든 것이 친한 동무다.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와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그대로가 하늘의 뜻이다. 우리에게 주는 하늘의 계시다. 어린이의 살림에 친근할 수 있는 사람, 어린이 살림을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배울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행복을 얻을 것이다. 어린이와 마주 대하고는 우리는 찡그리는 얼굴, 성낸 얼굴, 슬픔 얼굴을 못 짓게 된다. 아무리 성질 곱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어린이와 얼굴을 마주하고는 험상한 얼굴을 못 가질 것이다. 어린이와 마주 앉을 때 적어도 그 잠깐 동안은--모르는 중에 마음의 세례를 받고 평상시에 가져 보지 못하는 미소를 띈 부드러운 좋은 얼굴을 갖게 된다. 잠깐 동안일망정 그 동안 순화되고 깨끗해진다. 어떻게든지 우리는 그 동안 순화되는 동안을 자주 가지고 싶다. 하루라도 3천 가지 마음 저저분한 세상에서 우리의 맑고도 착하던 마음을 얼마나 쉽게 굽어 가려고 하느냐? 그러나 때로는 방울을 흔들면서 참됨이 있으라고 일깨워 주고 지시해 주는 어린이의 소리와 행동은 우리에게 큰 구제의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피곤한 몸으로 일에 절망하고 늘어질 때에 어둠에 빛나는 광명의 빛깔이 우리 가슴에 한 줄기 빛을 던지고 새로운 원기와 위안을 주는 것도 어린이만이 가진 존귀한 힘이다. 어린이는 슬픔을 모른다. 그리고 음울한 것을 싫어한다. 어느 때 보아도 유쾌하고 마음 편하게 논다. 아무 댈 건드려도 한없이 가진 기쁨과 행복이 쏟아져 나온다. 기쁨으로 살고 기쁨으로 커 간다. 뻗어나가는 힘! 뛰노는 생명의 힘! 그것이 어린이다. 온 인류의 진화와 향상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 얼굴에다 슬픈 빛을 지어 주는 사람이 있다 하면 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인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기쁨을 상해 주어서는 못쓴다. 그리 할 권리도 없고 그리 할 자격도 없건마는... 무지한 사람들이 어떻게 많이 어린이들의 얼굴에 슬픈 빛을 지어 주었느냐.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 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 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아래의 세 가지 세상에서 온통 것을 미화시킨다. 이야기 세상 - 노래의 세상 - 그림의 세상. 어린이 나라에 세 가지 예술이 있다. 어린이들은 아무리 엄격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이야기로 본다. 그래서 평범한 일도 어린이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예술화하여 찬란한 미와 흥미를 더하여 가지고 어린이 머릿속에 전개된다. 그래 항상 이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본다. 어린이들은 또 실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 세상에서 훌륭히 경험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는 아주 이야기에 동화해 버려서 이야기 세상 속에 들어가서 이야기에 따라 왕자도 되고, 고아도 되고, 또 나비도 되고 새도 된다. 그렇게 해서 어린이들은 자기의 가진 행복을 더 늘려 가고 기쁨을 더 늘려 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고운 마음을 가지고 어여쁜 눈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고 느낀 그것이 아름다운 말로 굴러나올 때, 나오는 모두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여름날 성한 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어머니가 아들을 보내어 나무를 흔든다 보는 것도 그대로 시요, 오색의 찬란한 무지개를 보고 하느님 따님이 오르내리는 다리라고 하는 것도 그대로 시다. 개인 밤 밝은 달의 검은 점을 보고는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 내고 옥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잡을 짓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고운 노래를 높이어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 밝디밝은 달님 속에 계수나무를 금도끼 은도끼로 찍어 내고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자는 생각이 얼마나 곱고 어여쁜 생각의 소지자이냐?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이러한 고운 노래를 기꺼운 마음으로 소리높여 부를 때, 그들의 고운 넋이 얼마나 아름답게 우쭐우쭐 자라갈 것이랴? 위의 두 가지 노래는 어린이 자신의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큰 사람의 지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하나 몇 해 몇십 년 동안 어린이들의 나라에서 불러 내려서 어린이의 것이 되어 내려온 거기에 그 노래에 스며진 어린이의 생각, 어린이의 살림, 어린이의 넋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그리기를 좋아한다. 조금도 기교가 없는 순진한 예술을 낳는다. 어른의 상투를 재미있게 보았을 때 어린이는 몸뚱이보다 큰 상투를 그려 놓는다. 순사의 칼을 이상하게 보았을 때, 어린이는 순사보다 더 큰 칼을 그려 놓는다. 얼마나 솔직한 표현이냐. 얼마니 순진한 예술이냐. 지나간 해 여름이다. 서울 천도교당에서 여섯 살 된 어린이에게 이 집 교당(내부 전체를 가리키면서)을 그려 보라 한 일이 있었다. 어린이는 서슴지 않고 종이와 붓을 받아들더니 거침없이 네모 번듯한 사각 하나를 큼직하게 그려서 나에게 내밀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 그 어린 동무가 그 큰 집에 들어앉아서 그 집을 보기는 크고 네모 번듯한 넓은 집이라고밖에 더 달리 복잡하게 보지 아니한 것이었다. 얼마나 순진스럽고 솔직한 표현이냐? 거기에 아직 더럽혀지지 아니한 이윽고는 큰 예술을 낳아 놀 무서운 참된 힘이 숨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한 포기 풀을 그릴 때 어린 예술가는 연필을 쥐고 거리낌없이 쭉쭉 풀 줄기를 그린다. 그러나 그 한 번에 쭉내어 그은 그 선이 얼마나 복잡하고 묘하게 자상한 설명을 주는지 모른다. 위대한 예술을 품고 있는 어린이여! 어떻게도 이렇게 자유로운 행복만을 갖추어 가졌느냐? 어린이는 복되다. 어린이는 복되다. 한이 없는 복을 가진 어린이를 찬미하는 동시에 나는 어린이 나라에 가깝게 있을 수 있는 것을 얼마든지 감사한다.
천재일우(千載一遇) -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 《出典》'文選' 袁宏 三國名臣序贊 동진(東晉)의 학자로서 동양 태수(東陽太守)를 역임한 원굉(袁宏)은 여러 문집에 시문(詩文) 300여 편을 남겼는데, 특히 유명한 것은《文選》에 수록된 '三國名臣序贊'이다. 이것은《三國志》에 실려 있는 건국 명신 20명에 대한 행장기(行狀記)인데, 그 중 위(魏)나라의 순문약(荀文若)을 찬양한 글에서 원굉은 이렇게 쓰고 있다. 대저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하면, 곧 천년에 한 천리마도 없다. 夫未遇伯樂 則千載無一驥. 말[馬]에 대하여 안목이 높은 말[馬]의 명인 백락을 만나지 못한다면, 천년이 지나도 한 마리의 천리마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어진 신하가 명군(名君)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는 것과 통한다. 대저 만 년의 한 번 기회는 이 세상의 통하는 길이며 천 년에 한 번 좋은 기회를 만나는 것은 현인(賢人)과 지혜 있는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이다. 이와같은 기회를 누구나 기뻐하지 않고는 못 견디니, 기회를 잃으면 누구나 어찌 능히 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夫萬歲一期 有生之通塗 千載一遇 賢智之嘉會 遇之不能無欣 喪之何能無慨. 【동의어】천재일시(千載一時), 천재일회(千載一會), 천세일시(千歲一時) 【유사어】맹귀부(우)목(盲龜浮(遇)木)
Board 고사성어 2022.08.17 風文 R 797
인기척 사람이 있음을 알게 하는 소리나 기색. ‘기척’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사람 소리임을 강조하려고 ‘사람인’자를 덧붙였다. ‘인적’이란 말에 ‘기운’의 뜻을 붙인 ‘인적기’(人跡氣)란 말이 있지만 쓰는 사람이 드물다. ‘인적’이 발자국이든 온기든 과거의 흔적을 더듬는 것이라면 ‘인기척’은 현재의 어렴풋한 기운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일이다. ‘분위기 파악’과 비슷하게 낌새를 알아차리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같은 상황에서도 모두가 인기척을 느끼는 건 아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코앞에 나타나도 고개를 쳐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이 잦다. 발소리를 내면 ‘발기척’, 숨소리를 내면 ‘숨기척’, 문을 두드리거나 문밖에서 이름을 부르면 ‘문기척’을 낸다고 한다. 북녘에서 ‘노크’는 ‘손기척’이다. 남도에서는 문기척이 날 때 문밖으로 얼굴을 내비치는 걸 ‘비깜하다, 비끔하다’라 한다. ‘나, 여기 있소!’ 누구든 살아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있는’ 것이지만, 때로는 ‘있음’ 자체를 알리는 신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사람은 괴물과 천사가 한 몸뚱이에 엉켜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반가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모든 것과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에게 인기척은 숙인 고개를 들게 하고 처진 다리에 힘을 넣어준다(정반대일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인기척은 신호의 차원을 넘어, 진정한 인간성을 추구하는 일이자 새로운 관계맺음을 향한 은유이다. 40년 전 새벽, 서슬 퍼런 어둠 속에서 인기척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거듭 기억한다. 나는 누구에게 인기척인가. 허하다 '허’를 길게 늘여 읽을수록 그나마 쓸쓸함 한 자락을 담는다. 둘도 없이 사랑하던, 자기다웠던, 가장 충실하고 행복했던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 모든 감정이 떠나가 버린 다음에 오는 감정의 감정. 의미 있던 게 한순간 의미 없어지면서 밀려오는 감정. 마음뿐 아니라 존재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 땅이 꺼져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 애초에 그릇이 없었더라면 채울 것도 없고 ‘부재’의 흉터도 남지 않았을 텐데, 미련은 끝이 없다. 그러니 보기 좋은 대상에 눈이 팔려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실하다’는 반대말이 될 수 없다. ‘허하다’는 자신의 마음 상태만 지목한다. ‘허한’ 마음을 경험한 사람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죽음이든 결별이든 부질없음이든 허함은 쌓이고 쌓인다. 그 퇴적물이 사람을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지, 냉소적인 사람으로 만들지는 모른다. 이용수님, 윤미향님 두 사람 모두 허할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왔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알 때 느낄 막막함을 상상하기 어렵다. 진정한 철학이 기존 철학을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하듯, 모든 운동은 기존 운동을 비판하는 데에서 발전할 수 있다. 결점은 우리를 이루는 일부이다. 우리는 확신에 찬 사람들끼리 모인 돌무더기가 아니다. 인간의 삶이란 분명하지도 확고하게 정해져 있지도 않다. 다양한 목소리와 작은 다짐을 이어 붙인 조각보. 허하다고 실한 곳으로 튀는 게 아니라 그 허한 곳 한가운데, 텅 빈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허한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낸다. 그래도 허하긴 허하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기도일기 봄꽃들의 축제 21 주님, 오늘 하루도 감사했다고 당신께 아룁니다. 오늘 했던 일, 만났던 모든 사람, 마음속에 자리했던 기쁨, 슬픔, 근심, 불안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어 두려웠던 어둠의 순간들도 당신께 봉헌합니다. 기도를 바치기엔 늘 복잡하고 정성이 부족했던 저의 준비성 없는 잘못도 봉헌합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는 이 끝기도의 은혜로운 시간을 새롭게 감사드립니다. 사랑의 말은 1 시냇물에 잠긴 하얀 조약돌처럼 깨끗하고 단단하게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던 그 귀한 말. 사랑의 말을 막상 입으로 뱉고나면 왠지 쓸쓸하다. 처음의 고운 빛깔이 조금은 바랜 것 같은 아쉬움을 어쩌지 못해 공연히 후회도 해본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 모든 이가 기다리고 애태우는 사랑의 말. 이 말은 가장 흔하고 귀하면서도 강한 힘을 지녔다. 2 어려서는 내게 꽃향기로 기억되던 사랑의 말들이 중년의 나이가 된 이제사 더욱 튼튼한 열매로 익어 평범하지만 눈부신 느낌이다. 비록 달콤한 향기는 사라졌어도 눈에 안 보이게 소리없이 익어 가는 나이 든 사랑의 말은 편안하구나. 어느 한 사람을 향해서 기울이고 싶던 말이 더 많은 이를 향해 열려 있는 여유로움을 고마워한다.
Board 삶 속 글 2022.08.16 風文 R 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