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 들판이 비어간다. 농촌은 이맘때가 가장 분주하고 풍요한 때지만 그러나 올해는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1 나락 값의 폭락도 그렇지만 조상대대로 붙여먹던 전답을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마을 인심도 예전 같지가 않아서 논밭에 꼿혀 있는 붉은 깃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전 국토의 공원화, 강 주변의 공공단지 조성은 농민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 생업을 잃고 도시로 나가는 연로하신 분들이 취업 할 기회는 거의 없다.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정부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는 실항민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을까. 정부의 셈법에 농민과 가난한 사람들은 계산되지 않는 듯하다. 2 '정부에서 주는 보상금으로 농가 부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시며 울먹이는 농부들을 만났다. 땅마지기라도 가지고 있는 지주는 보상을 받아 도시로 간다지만 소작농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표찍어 줬더니 없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가'하고 지나가는 중을 잡고 하소연하기에 답답한 마음 글로 옮긴다. 2 육지속의 섬마을, 지난해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힌 회룡포가 옷을 갈아입고 있다. 도로가 포장이 되고 담장이 처지고 공원이 생기고 주차장과 숙박업소가 들어선다고 한다. 흙냄새, 분뇨냄새 맡으며 걸었던 길이 이제 꽃단장되고 있다. 우리가 회룡포를 깊은 추억으로 남겼던 것은 순박하게 물들지 않은 아름다움이었지만.... 그 순박함을 시셈이라도 하는것일까. 자연 상태의 습지와 강마을을 미개척지, 투기 가능한 지역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설개발 부동산 업자에게 지금 우리 산하는 위협받고 있다. 3 영주댐(송리원댐) 예정지 내성천은 소백산과 태백산을 발원으로 봉화, 영주, 예천을 지나 회룡포에서 휘감긴 후 삼강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내성천의 모래벌은 소백산과 태백이 내린 천혜의 선물이다. 그러나 이 선물은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모래벌이 아름다운 소백산의 물줄기를 가두었다가 대구 등 식수가 부족한 대도시로 보낸다고 한다. 80%가 소작농인 이곳 사람들은 농토를 잃고 천혜의 비경은 물에 잠긴게 된다. 아아, 어째서 그이의 눈에는 물과 모래만 보이고 사람과 자연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영주댐 수몰지역인 마을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 오늘부터 4대강 사업은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내일 지구가 무너져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스피노자의 말은 희망이 아니라 의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이제 미래를 위해 짊어져야 할 우리의 짐이 조금 더 무거워졌을 뿐입니다. 지금 저는 낙동강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하고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연대 활동을 시작하며 그 첫 번째 행사로 상주에서 토론회와 낙동강의 심장부인 상주- 회룡포- 구담 - 안동댐까지 물길을 거슬러가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박 3일의 일정이지만 여의치 않은 분들은 1박 2일의 일정에 참여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참여하실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 . ▶ www.chorok.org
Board 추천글 2009.11.10 바람의종 R 24928
. 안동천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모두 안동강가의 모래벌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 예전에 이곳은 전부 모래였어, 진모래라고 불렀지. 안동 진모래는 전국에서 알아줬지. 이 모래벌에서 차전놀이가 벌어지면 안동시민이 모두 나와 대단했지 - 안동에 얼마나 사셨어요? - 얼마 안됐어, 한 50년 됐나. 50년 전 ....... 만일 10년 후 누군가 내게 낙동강이 어떤 곳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하게 될까. 1976년 안동댐이 건설된 후, 안동천의 모래는 전국으로 팔려나가 견훤이 진을 쳤다는 설화속의 진모래는 사라지고 없지만 30년이라는 세월동안 부지런히 자생력을 키워 이제 겨우 배후 습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 특히 안동에서 - 삼강에 이르기까지 200리 습지는 내륙으로 오는 철새들의 이동 통로이고 노루와 수달 등의 포유류가 대거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하다. 우리가 습지를 '생태계의 보고'라고 부를 때 인간의 거주지와 생태계장의 연결을 따로 떼어놓고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이 습지 주변을 다녀보면 알수 있다. 최근 마애 주변의 신석기 시대 유물과 고분군의 발견되어 고려와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쓰여진 이 지역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지금 이곳은 이 습지들을 매립 할 5개의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 중 하나는 다기능 하천 실험장 진입교량이라는 조금 생소한 이름의 다리가 놓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놓여지는 보들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물부족, 홍수와 가뭄, 물을 정화하는데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내 식견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현장에서 만난 감독관에게 물었더니 이 공사는 '200년에 한번 발생하는 빈도의 홍수와 가뭄에 대한 대책'이라고 한다. 그럼 이제까지 정부가 시행한 치수사업은 무엇이었느냐고 되묻자 '그건 100년에 한번 발생하는 빈도의 홍수와 가뭄의 대책'이었다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한다. . 누구도 살아보지 못한 200년에 한번 발생하는 홍수와 가뭄에 대한 피해 대책을 세우면서 한반도 5억년의 역사를 파헤치는 일이 이렇게 조급하고 무지막지해도 걱정이 안되느냐고 했더니 감독관은 저 윗 쪽에 올라가면 여기보다 문제가 많은 곳이 있다며 가르켜 준다. 무의식중이겠지만 그들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현장 한편에는 '내가 가꾼 낙동강 자손 만대 유산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내 눈에 보이는 낙동강은 '우리가 방관하고 있는 낙동강 자손만대 한이 된다'고 읽힌다. . 혹, 위 영상 자료들을 쓰실 분들은 초록의 공명 홈피에 들어가셔서 폄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의 이미지는 저장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초록의 공명에 올려진 모든 사진 자료는 누구든지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율합장 ▶ www.chorok.org
Board 추천글 2009.11.04 바람의종 R 28844
정운찬 총리의 낙동강 방문 현장 낙동강을 방문한 정운찬 총리의 행사장을 지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오전 부터 안동천변에서 헬기가 순회를 다녔지만 누구의 마중길인지는 몰랐었다. 내 눈은 안동천변의 변화에 못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영가대교를 건너다가 우연히 안동에 거주하는 도반스님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그 시간에 그 현장을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차가 많이 와있기에 의아해서 행사 준비를 하는 분에게 여쭈어 보니 지역의 모임이라고만 했다. 아닌게 아니라 현장에는 그 흔한 현수막 한장 걸려있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바람을 크게 일으키며 4대의 헬기가 안동천변에 착륙했다. 호기심이 일었지만 언론사 기자들이 함께 온 것 같아 행사장 근처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정운찬 총리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켐을 켜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행사에 초대 받지 않은 단 한사람의 관객으로 내 앞에는 10여명의 형사가 행사장 근처에 가는 것을 막아섰다. 사진을 클릭하면 제가 내려 선 현장의 영상과 연설문 전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행사에 초대 받은 사람들은 정운찬 총리와 함께 헬기로 온 기자와 경호원, 지역의 기자, 형사, 시장 등 행정직 공무원을 다합해도 70명 내외가 전부였다. 행사가 진행 된 시간은 15분 정도, 시세말로 거물급 총리가 국정의 현안인 4대강 개발사업의 보고를 받기 위해 기자단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 온 것이며 이 15분 동안 그는 모든 것을 수행했다. 총리의 연설이 끝나고 박수소리를 들으며 뒤돌아서 오는데 문득 , 비행기로 현장에 내려 앉은 그보다는 물집잡힌 발로 절둑거리며 걷고 있는 내가 더 속이 편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신을 접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한 그의 목소리는 아무런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위 영상은 4대강 개발의 실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사건입니다. 태백에서 시작한 순례이야기는 초록의 공명 홈을 통해 올려 놓습니다. 지금 부터 가는 길은 대부분 낙동강이 파괴되어 가고 있는 개발 현장으로 옮겨가는 길이기에 마음이 떨리고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저는 다짐합니다. 누가 인정해주든 인정해 주지 않든 이제부터 나는 기수로서 아픔의 현장에 설것이며 이 현장이 치유의 현장이 될 때까지 기수로서 깃발을 내리지 않겠다고..... 지율합장 ▶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낙동강 발원지로 가다.
Board 추천글 2009.11.02 바람의종 R 28179
1 5번째 낙동 순례를 시작한다. 지난 3월의 모래바람을 맞으며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고 뜨거운 여름 한철을 강가에서 보냈다. 조바심하는 마음에 그동안 낙동강 3.14 홈도 만들었고 두 세번 정도 작은 모임과 행사에 참여했지만 끊임없이 나를 출발선상에 세우는 것 외에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때때로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강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만일 내가 본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면 눈이라도 빼서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어둠에 잠기기 직전 강가에 물드는 보랏빛 낙조를 보여주고 싶다. 구비 구비 산을 넘어 휘돌아 가는 물길, 물길을 거슬러 오는 바람, 저문 강에 떨어지는 달빛, 새벽 강가에 하얗게 오르는 물안개, 물가에 그림자를 놓는 수변의 숲들, 그 곳에 깃들고 둥지를 트는 생명들, 흰 모래사장에 꼬리를 끌고 지나간 수달의 발자국, 허리 굽은 농부의 깊은 한숨, 그곳을 배회하는 외로운 맘까지 모두 보여주고 싶다. . 녹색뉴딜,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 자전거 도로, 생태공원 조성, 천년의 비전 등 화려한 구호들을 귀가 아프게 듣건만 내 눈이 보는 것은 희망찬 그들의 구호와는 정반대의 것들 - 무너지고 파괴되는 모습들 뿐이다. 거대한 중장비들이 파열음을 내며 강바닥과 둔치를 파고 금빛 모래를 퍼나르는 덤프트럭의 흙먼지 나는 행렬 끝에 서서 아우성치는 산하를 카메라에 담는다. 거미줄에 걸린 작은 물방울들을 담기위해 열렸던 렌즈로 들이대기에는 너무나 섬짓하고 슬픈 현장이다. . 그래도 시집와서 60년 허리굽혀 살던 강마을을 떠나는 할매보다는 설움이 덜할 것이다. 할매는 집과 논과 밭을 모두 합해 8천만 원의 보상을 받아 도심 변두리에 작은 아파트 한 채 구입했다고 하신다. 평생 사시던 터전을 떠나면서도 할매는 오히려 내게 물으신다. -아래로 내려가면 전부 강물을 땡겨서 먹고 사는데 물을 가다놓으면 물이 더 나쁘지 싶은데 안그래요? 정부에서 연일 홍보 방송을 해도 할매도 나처럼 믿지 못하시는 눈치시다. 2. 사람들은 그렇게 강변을 떠나가는데 나는 낙동강가에 10년이나 비어있던 집을 구했다. 지붕은 날아갔고 석가래는 기울어졌고 아궁이는 무너져 있다. 집주인은 집을 내주시면서 너무 오래 비어있던 곳이라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셨지만 목수 딸이라고, 3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팔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막상 집을 만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주변 지인들이 일손을 거들어 주었건만 방 하나를 정리하는 데도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니 아무래도 처마 밑이 그립고 나날의 피로도 따순 곳에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없진않았지만 누군가 나와 같이 강가를 배회하는 걸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기에 무너진 공간을 조금씩 일으켜 세우고 있다. 경천대가 마주 보이는 이곳에서 낙동강 본류인 구담, 회룡포, 삼강, 경천대, 상주, 낙동, 서산, 구미가 한 시간 거리이고 지천인 내성천, 금천, 영강, 병성천, 감천, 위천 역시 한시간 거리이다. 또한 상주보와 낙단보, 구담, 구미보까지가 모두 한 시간 거리 안에 있다. 물론 시내, 시외버스 이동 거리이다. 나는 이곳에서 최소한 지금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관찰하고 기록할 것이다. 3 천성산을 통해 나는 자신이 서 있는 땅의 역사와 문화를 자신의 발에 신겨져 있는 신발의 가치 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의 국토가 맡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 한번도 천성산을 밟아보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아무런 애정이 없는 사람들의 기술적인 잣대에 의하여 천성산은 무너지고 파헤쳐졌다. 천성산은 내게 우리의 국토가 처해있는 아픔과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기류가 무엇인지 가르쳤다. 어떤 의미로 천성산과 4대강은 그 이름을 달리하고 있지만 실행의 주체는 전혀 변하지 않은 하나의 연결속에 진행되고 있다. 17분 빨리 달리기 위하여 7조 이상을 퍼부은 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개통도 하기 전에 예상 수효의 3분의 1도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체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아니러니하게도 의혹과 부실투성이의 고속철도 사업을 진두 지휘했던 정종환 이사는 이제 국토부 장관으로 4대강 사업을 선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만은 아니며 개발을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지난 주말 설악산의 단풍객이 5만이 넘었고, 주말에 열렸던 해운대 광안리 불꽃놀이의 인파가 70만을 넘었으며 올 시즌 야구 관람객은 600백만이 넘었다고 한다. 오색 단풍의 현란한 풍광, 바닷가 불꽃놀이, 운동장의 함성과 열기에 이의를 달수는 없다. 하지만 억만년 이어져 내려온 자연의 물길이 위험에 처해있고 그 재앙에 대한 경고가 하루도 빠짐없이 논의되고 있지만 자신이 태어난 국토가 겪는 아픔의 현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너무나 드물다. 단풍놀이를 즐기는 사람의 100분의 1, 불꽃 놀이를 즐기는 인파의 1000분의 1, 구장에서 만나는 사람의 10.00분의 1이라도 강으로 발걸음 한다면 정부가 어찌 무모하게 국토를 파헤치는 사업을 감히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환경문제는 늘 환경 문제의 당사자들만의 문제처럼 보이고 일부 시민단체의 문제처럼 받아들여는 현실은 우리의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국토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다. 현제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개발은 '국토의 과잉관리이며, 과잉관리는 자연을 친절하게 살해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조선일보에 기고한 분은 외국인 기자(더타임스)였다. 그는 "한국의 최대의 인프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이 준 것" 이라고 우리에게 충고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 본 일이 있는 사람은 우리 국토가 얼마나 아름답고 비옥하며 풍요로운 곳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백두산을 영봉으로 뻗어내린 백두대간을 등뼈로 13개의 정맥이 굽이굽이 줄달음하고 그 정맥들이 내뿜는 물줄기가 굽이굽이 요동치며 11개의 큰 흐름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생명의 기운으로 채워놓는다. 눈에 보이는 것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흐름들이 위협을 받고 있으니 어찌 재앙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4 지난 9월 4번째 낙동 순례는 속초에서 시작했다. 속초의 눈이라 불렸던 청초호 매립단지가 지금 어떻게 변해있는지 문득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40%가 매립된 뒤 청초호는 예전 아름다운 풍광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자연 속에 들어 왔지만 자연 그 자체는 배후에 가려져 해안호라는 느낌 보다는 도심의 인공호 같이 보였다. 설악산의 장대한 산줄기는 즐비한 고층 아파트의 화폭에 가려졌고 울산 바위의 웅장함은 철재탑에 가려져 있었다. . . . 청초호 매립 단지에서 보듯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많은 개발사업은 자연자체의 효율과 그 풍요로움에 의지하기 보다는 파괴적이고 물직적인 힘을 지향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정작 잃게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이제 남은 고민은 과연 이 역주행을 멈출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사업을 통해 이윤을 얻고자 하는 기업과 권력과 금력으로 이 사업을 정당화 하고 있는 정부가 밀밀하게 결속 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질문을 갖는 일 자체가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며 질문을 던짐으로 더 자주 길을 잃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질문하기를 그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강에 대하여 더 많이 알아가게 될 것이며 강의 소리를 더 잘 듣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현 정부는 4대강 개발 사업을 통하여 그동안 자연의 순환과 살아온 방식에 대하여 조금 과격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무지를 내보임으로서 우리들의 무지를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곳에서 시작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세밀한데서 비롯된다고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하였다 지금은 비록 한 마리의 자벌레 처럼 강가를 걷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하더라도 나는 이 사업이 공론화되고 재검토 될 때까지 걷고 절망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내가 본 현장들을 기록하고 정리하여 우리의 국토가 어떤 힘에 의하여, 어떤 논리에 의하여, 어떻게 파괴되고 변화되고 있는지 침묵의 방조자인 동시대인에게 그 책임을 묻고 조만간 올 뒷사람에게 이 사업을 다시 평가 받게 할 것이다 . 한동안 소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소송 등 개인적인 일도 있었지만 좀 더 멀리 가기 위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가능하면 나날의 일지로 강의 이야기를 전해 보려합니다. 이 일년 사이에 국토가 얼마나 변했는지, 이 변화를 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 답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율합장 ▶ 강가에서 the riverside
Board 추천글 2009.10.28 바람의종 R 26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