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나 이 장미를 원한다 나 이 장미를 박살내길 원한다 마치 멋진 도자기를 주먹으로 내질러 조각내길 원하듯이 나 이 장미를 참살하길 원한다 마치 칠면조의 내장을 뽑고 꼬챙이로 꿰길 원하듯이 나 이 장미를 절단하길 원한다 마치 부싯돌로 한 소년을 할례하길 원하듯이 나 이 장미를 갈망한다 나 이 장미가 내 온 몸과 영혼 위에서 물집과 농양으로 화농하길 원한다 나 이 장미를 처박길 원한다 나의 멀어버린 한쪽 눈 썩은 눈구멍 속으로 나 이 장미를 별들로부터 은하수를 지워내는 일에 사용하길 원한다 무엇보다도 나 이 장미를 구름 속으로 던져 올려 폭발시키길 원한다.
* 번역: 서강목(한신대 영문과 교수, 『실천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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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리아 모하메드 (Zakaria Mohammed) |
팔레스타인의 시인이자 소설가. 1950년 나불루스 출생. 이라크 바그다드대학에서 아랍어학 전공. 시집으로 『마지막 시들』, 『손으로 만든 물건』, 『아스카다르를 지나가는 말』, 『햇살』 등, 장편소설 『빈 눈동자』, 『자전거 타는 사람』, 비평집 『팔레스타인 문화론』 등과 다수의 아동물을 펴냄. 현재 아랍작가연맹과 팔레스타인 작가연맹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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