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들 - 발레리
너의 하많은 씨알의 힘에 못 이겨
마침내 반쯤 벌어진 굳은 석류들이여,
스스로의 발견에 파열된
고매한 이마들을 보는 듯!
오, 반만 입을 연 석류들이여.
그대들이 받아 온 일광들은
자만심에 움직인 그대들로 하여금
홍옥(紅玉)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리고 금빛 메마른 껍질마저
어떤 힘의 욕구에 밀려
과즙(果汁)의 붉은 구슬되어 터진다 하면,
이 눈부신 파열은
일찍이 내가 가졌던 어느 영혼의
은밀한 구조를 몽상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