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 이원(1968~ )
내 몸의 사방에 플러그가
빠져나와 있다
탯줄 같은 그 플러그들을 매단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비린 공기가
플러그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몸 밖에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간다
세계와의 불화가 에너지인 사람들
사이로 공기를 덧입은 돌들이
둥둥 떠다닌다
오지 여행 전문가가 말했다. "전기가 들어가면 끝장이다." 오지에 전력이 공급되는 순간 자연이 망가지고 인심이 사나워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열 살 때 전기를 처음 보았다. 그해 여름날 저녁 그 신랄한 밝음을 잊지 못한다. 삼십 촉 전깃불은 두렵기까지 했다. 고향은 얼마 안 있어 끝장났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전기가 나가면 끝장이다. 정전, 단전은 재앙이다. 플러그가 생명줄이다. 전력이 공급된 상태, 즉 온라인 상태가 자연이다. 플러그로 연결된 너와 나, 우리들은 '전기인간'이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