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새가 있는 언덕길에서 5~8) - 이해인
5
비 내리던 오늘 아침. 미사와 기도시간 뒤에도 종다리의 노래를 들었다. 빗속에 듣는 새소리는 더욱 잊을 수 없다. 참으로 밝고 명랑한 새들의 합창을 들을 때면 사소한 일로 우울하고 어두웠던 내 마음을 훌훌 털고 이내 명랑해져야겠다는 의무감마저 생겨 새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보낸다. 홀로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부르는 새들의 노랫소리는 얼마나 멋지고 흥겨운지!
6
자신의 내면에 깊숙히 숨겨져 있는 동심과 향수를 자극하는 그림들로 여겨져 그 아름다움에 끌려 장욱진 화백의 회고전에 다녀왔다는 석영이란 독자가 특별히 나를 생각해서 보내 준 화집을 나는 요즘 거의 매일 들여다보며 즐거워한다. `까치` `비상` `나무와 새` 등등 그의 그림에 많이도 등장하는 새들의 모습에서 난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다. 새가 그려진 엽서. 달력, 우표, 손수건 그리고 아름답고 멋진 그림들을 몇개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부자로구나.
7
까치들은 잘 보이는데 참새는 전보다 흔치 않아서인가 워낙 작아서인가 마음먹고 보아야 눈에 뜨인다. 참새들을 보면 반가운 마음으로 오규원님의 도시 `참새`를 크소리로 읽고 싶어진다.
그 맑고 쨍한 소리를
짹짹짹 그 소리를 동그랗게 찍어내는 노오란 주둥이
참새가 귀여운건
그 노오란 주둥이 때문이다.
간지럽게 귓바퀴를 맴돌다 가는
포르르 날아가고 오는 그 소리
참새가 귀여운 건
간지러운 그 소리 때문이다.
나뭇가지에 기우뚱하며
간신히 앉고도 시침을 딱 떼고
점잖게 앉은 모습
참새가 귀여운 건
그 아찔하고
장난스런 얼굴 때문이다.
8
나는 늘 새가 있는 언덕길을 지나 아랫집 일터로 간다. 꽃도 있고, 나무도 있지만 새들이 자주 오르내려 더욱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지는 수녀원 언덕길을 벌써 30년이나 오르내리며 나는 참으로 고운 새들을 많이 만났다. 가슴은 볼록 나오고 다리는 아주 가느다란 조그만 새들. 앙증맞고 어여쁘다 못해 그 작은 모습이 가끔을 안쓰러워 보이던 새들에게서 나는 삶에 힘이 되는 꿈과 노래와 기도를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