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김수영
요 詩人
이제 抵抗詩는
妨害로소이다
이제 영원히
抵抗詩는
妨害로소이다
저 펄펄
내리는
눈송이를 보시오
저 山허리를
돌아서
너무나도 좋아서
하늘을
묶는
허리띠 모양으로
맴을 도는
눈송이를 보시오
요 詩人
勇敢한 詩人
~소용 없소이다
山너머 民衆이라고
山너머 民衆이라고
하여둡시다
民衆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
웃음이 나오더라도
눈 내리는 날에는
손을 묶고 가만히
앉아계시오
서울서
議政府로
뚫린
國道에
눈 내리는 날에는
「삑」차도
찦차도
파발이 다 된
시골 빠스도
맥을 못 추고
맴을 도는 판이니
답답하더라도
답답하더라도
요 詩人
가만히 계시오
民衆은 영원히 앞서 있소이다
요 詩人
勇敢한 錯誤야
그대의 抵抗은 無用
抵抗詩는 더욱 無用
莫大한
妨害로소이다
까딱 마시오 손 하나 몸 하나
까닥 마시오
눈 오는 것만 지키고 계시오…….
<1961.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