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손수운전자에게 - 김광규(1941∼ )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장수나 생선장수는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 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동차 운전면허부터 따려고 한다. 걷거나 뛰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사회에 진입하려 한다. 하기야 유치원 때부터 봉고차를 탔으니, 걸을 기회가 줄곧 차단된 것이다. 자동차 운전보다 자기 마음을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먼저다. 마음 운전면허 학원! 그런 학원이 어디 있냐고? 손수 걸어라. 손수 걷기가 최고의 마음 학원이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