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진리 - 박노해(1958∼ )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좋아져도
사람은 밥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
정보와 서비스를 먹고는 못 산다
이 몸의 진리를 건너뛰면 끝장이다
첨단 정보와 지식과 컴퓨터가
이 시대를 이끌어간다 해도
누군가는 비바람치고 불볕 쬐는 논밭을 기며
하루 세끼 밥을 길러 식탁에 올려야 한다
누군가는 지하 막장에서 매캐한 공장에서
쇠를 캐고 달구고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 지구 어느 구석에선가 나대신 누군가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몸으로 때워야만 한다
정보다 문화다 서비스다 하면서 너나없이
논밭에서 공장에서 손털고 일어서는
바로 그때가 인류 파멸의 시작이다
앞서간다고 착각하지 마라
일하는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다
빌 게이츠가 박수를 보낼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인프라를 갖춘 나라. 하지만 공장이 세워지고, 정보고속도로가 뚫리는 사이, 이 나라의 농업은 ‘초고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식량 수입국이고, 식량 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밥을 염려하지 않는다. 시인들은 벌써부터 예언해 왔다. ‘후천개벽’은 식탁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