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지요'- 김용택(1948~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삶은 날마다 우리를 네거리 복판에 내다 세운다. 하나의 길을 선택해 걷다 보면, 맙소사, 원하던 길이 아니다. 잘못 든 길이어도 가슴 졸이지 말라. 멀리 돌고 돌아도 널리 통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에게선 사람 냄새가 난다. 가끔은 큰 자루처럼 넉넉하고 느슨하게 살자. 들일을 하는 아낙도 쉴 참에는 질끈 동여맨 허리끈을 잠시 풀어놓는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