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꿈 - 이덕규
꿈속에서 활짝 핀 꽃을 보면
다음날 몸에 상처 입었네
사는 게 사나워질수록 꿈에
만개한 꽃밭 자주 보였는데
몸 곳곳에 핀,그
크고 작은 선홍빛 꽃잎들
꿈땜처럼 마를 때,나는 정말
자주 자주 들판으로
이름 모를 들꽃들 보러 나갔네
오,누가 어디 먼데서
쓰라린 마음의 찰과상을 입고
헤매이다 지쳐 쓰러진
험한 꿈이
여기 이렇게 문득
생시로 피어났을까
어느 메마른 이가 이토록
향기로운 꽃꿈을 선뜻 척박한
내 몸에 대고 꿔 주었을까
지난밤 꽃피던 통증이
그저 봄바람처럼 맑아져서
들판에 앉아 하염없이
흰 붕대를 풀어내는, 나는
지금껏 누굴 위해
좋은 꿈 한번 꿔 주지 못하고
어디 먼데
꿈속의 꽃밭이나
사납게 찾아 헤매는 사람